〈 96화 〉@14. 매직미러의 저편에 남편이 있는데
미리 안나에게 말해서 마사지 베드를 바닥에 완전히 고정시켜놓기를 잘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의 흔들림으로 침대도 흔들렸을 테지.
"흑! 학!"
우리의 계속되는 움직임에도 남자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까?
보라는 점차 더 가쁘게 신음을 내뱉었다.
그렇게 한동안 우리는 함께 그녀의 남편을 모욕했다.
다시 그녀의 몸을 돌려 들어올렸을 때, 그녀의 얼굴엔 이제 오로지 육욕만이 가득했다.
"왜?"
어째서 멈추냐는 항의의 표정.
난 그녀를 안고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마무리는 편하게 하자.
보라의 몸을 침대위에 내려놓고 다시 삽입을 했다.
비로소 그녀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명백하게 지금 그녀에겐 이성 따위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더! 더 세게! 흑!"
그녀는 이제 자신의 입을 튀어나오는 소리를 조금도 제어하지 않았다.
"흐윽! 더! 아!"
그리고 그녀는 다시 한 번 절정에 다다랐다.
머리를 완전히 뒤로 젖히고 가쁘게 숨을 내쉰다.
"흐윽! 싸! 싸줘! 제발! 내 안에!"
그 상태에서 그녀가 내게 요구를 해왔다.
나도 이정도면 아주 충분히 기쁨을 느낀 것 같다.
이젠 주저하지 않고, 보라의 몸안에 사정을 해버렸다.
순간 보라는 두 다리로 내 몸을 잔뜩 끌어안았고, 두 팔로는 내 목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난 그녀가 진심으로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흐윽!"
마지막 순간까지, 보라는 기뻐했다.
적어도 그녀의 몸은 그랬다.
"하아... 하아..."
절정이 끝나고 보라는 침대에 완전히 널브러져, 팔로 얼굴을 가리고 헐떡이고 있었다.
난 보라에게서 떨어져, 그녀의 마지막을 바라보았다.
"흑! 흐윽!"
절정이 끝난 뒤에 찾아온 것은 절망이었나보다.
팔로 눈을 가리고 그녀는 훌쩍이고 있었다.
"나쁜 새끼..."
이성을 되찾자, 나에 대한 미움도 돌아온 모양이다.
정말로 이 여자는 마지막까지 날 기쁘게 해주었다.
한동안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아주 커다란 만족감에 쌓여있었다.
오늘의 행위에서 보라는 그 어느때보다 적극적이었다.
그런데도 그 어느때보다 그녀를 강제로 겁탈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었다.
한참만에 그녀는 팔을 치웠다.
젖어있는 그녀의 얼굴이 그어느때보다 아름다웠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반쯤은 죽어있었고, 반쯤은 분노로 가득했다.
어디에서도 방금전 극도의 쾌락을 느낀 증거는 남아있지 않았다.
명백하게 난 그녀의 몸 뿐 아니라, 그녀의 정식의 뿌리까지도 겁탈해버린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무리도 잘 해야겠다.
보라의 옆으로 다가가 보라의 몸에서 나온 액체가 묻은 자지를 들이밀었다.
보라는 거절하지 않았다. 더이상의 저항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히려 내가 그걸 좋아할 것이라는 사실도.
그녀는 상체를 옆으로 돌리고 내 걸 입에 물었다.
무척이나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여자이지만, 세상에 익숙해지지 못할 것은 없는 모양이다.
귀두에서 기둥의 끝까지, 보라는 묻어있는 것을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그리고 다시 죽어버린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절망?
이 아름다운 이웃 부인에게 희망은 남아있지 않은 걸까?
안 되는데...
난 상체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춰주었다.
여전히 그녀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다.
난 멍한 눈으로 유리창 건너편을 바라보는 보라를 두고 마사지 룸을 빠져나왔다.
보라와 남자는 그 뒤로 몇 분 정도 더 있다 마사지 룸을 나왔다.
그사이 민아가 보라의 몸을 다시 눕히고 어루만져주었다.
보라는 여전히 시커멓게 죽은 눈으로 멍하니 민아에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마사지가 끝난 뒤, 민아가 보라에게 가운을 입혀주었다.
두 사람 모두 보라가 속옷을 입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어떠셨어요. 피로가 조금은 풀리셨나요?"
민아가 생글거리며 물어왔다.
"예. 정말 좋았어요."
그렇게 말하고 있는 보라의 얼굴은 아까보다 오히려 더 피로해보였다.
"다음에 또 오시면, 좀 더 만족스럽게 해드릴게요."
"당신은 별로였어? 난 아주 좋던데."
남자는 속도 없이 싱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아뇨. 나도 좋았어요. 이런 마사지 오랜 만이네요."
"그러게. 우리 가끔은 같이 오기로 해요."
남편이 그렇게 말할 때, 보라가 몸을 흠칫 떤 것은, 같이 오자는 말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의 음부에서는 방금전 그 지독한 남자가 싸지르고 가버린 정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날 밤 늦게, 그녀에게 메시지가 왔다.
- 문열어.
이런. 이런 시간에 무슨 일이람?
난 솔찍히 깜짝 놀랐다. 한 번도 없던 일이다.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 문을 열어주니, 잠옷 차림의 보라가 서 있었다.
그녀는 아무말도 없이 현관을 들어와 옷을 벗었다.
그리고 제 손으로 자신의 목에 개목걸이를 채우고, 목줄을 메었다.
그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네 발로 기어 거실로 들어갔다.
보라의 그런 태도에 난 꽤나 당황했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부터, 그녀의 눈에 쓰여있는 지독한 분노를 읽을 수 있었다.
여전히, 아니 전보다도 훨씬 더 그녀는 날 미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녀는 부르지도 않았는데, 날 찾아온 걸까?
보라는 평소처럼 소파 앞까지 기어가서 무릎을 꿇고 앉았다.
"원하는 게 뭐지?"
나도 평소처럼 소파로 가서 보라의 앞에 앉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체를 들어 내 바지를 끌어내렸다.
보라는 자신의 벗은 몸을 보자마자 발기해있던 내 자지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아주 정성껏 그걸 애무하기 시작했다.
침을 잔뜩 묻히고, 입안 가득 집어넣었다가 다시 빼고, 기둥을 움직였다.
한참 동안 그렇게 어루만지자 난 무척이나 즐거웠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박아줘."
그녀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보라의 얼굴에선 어떤 육욕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어떤 결연한 표정이 서려있다.
"왜 그러는지 물어봐도 돼?"
보라에게 이렇게 당황하기는 처음이다.
"이런 년이니까."
그녀가 대답했다.
자조 섞인 말이다.
"개 같은 년이니까. 개처럼 박아줘."
그녀의 눈이 붉어졌다.
"개처럼 다뤄줘. 그리고..."
한숨을 쉬고 나서 그녀가 말했다.
"제발 날 놔줘."
그녀에게는 오늘의 일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남편의 바로 앞에서 그런 짓을 저지르다니.
더군다나 그녀는 자신의 의지로 내 걸 받아들였다.
난 몇 번이나 그녀에게 멈출 수 있는 기회를 주었지만, 그녀는 그걸 거부했다.
더군다나 그녀가 원한 것은 그토록 증오하는 내 자지였다.
아마 우리가 서로를 알게 된 뒤로, 오늘이 가장 힘든 날이었나보다.
보라의 태도를 보니 아마 내내 저렇게 힘들어 한 모양이다.
아마도 그 일은 그녀에게 영원히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았다.
아! 생각을 해보니 아직 그녀에게 액티브 카드 < 치유 >를 사용하지 않았다.
아까 스파 클럽에서 있었던 일은 무척이나 자극적이었지만, 시간으로 보면 채 한 시간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아직 영상의 제작은 끝나지 않았다.
쯧!
그녀에게 주었던 그 놀라운 충격이 아마도 여태까지 보라를 지배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지금 그녀가 날 찾아온 것은 제정신으로 하고 있는 행동이라 보기에는 어려웠다.
난 보라의 몸을 들어올려 소파 위에 앉혔다.
"아까 남편 앞에서 그걸 하니 어땠어?"
"약속은 지킬 거지?"
그녀는 대답 대신 되려 내게 질문을 던져왔다.
"물론이지. 약속한 날이 지나면, 다시는 날 보지 않아도 돼. 혹시 길에서라도 마주치면 내가 피해주지."
"정말로 꺼내 놓은 말을 되물리지 않을거야?"
"응. 만약에 당신이 원한다면 몰라도."
"그걸 원하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고 말겠어."
난 보라의 눈에서 보이고 있는 그 결연함의 의미를 이해했다.
"좋아. 내도 당신의 질문에 대답을 했으니, 당신도 대답을 해야지."
"좋았어."
보라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대로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만약에 거기서 남편이 우리를 봤으면?"
"그래도 멈출 수 없었을 거야."
보라는 몇 방울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니까 박아줘. 이 빌어먹을 몸뚱이가 오늘 왜 그러는 건데?"
담담하게 말을 하고 있었지만, 절규에 가까웠다.
물론 그녀는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난 알고 있다.
아직 영상의 제작이 끝나지 않았으니, 그녀의 몸은 여전히 욕구로 가득한 것이다.
이건 내 실수...
오늘 저지른 짓이 미안해서 밤에 굳이 부르지 않았는데, 그 때문에 보라가 힘들어진 모양이다.
소파위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는 보라의 보지는 아주 흠뻑 젖어있었다.
"혼자서 했던 건가?"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 잠들고 나서... 거실로 나가서 혼자서 했어. 몸이 달아올라 참을 수가 없었어. 어쩔 수가 없어. 이 빌어먹을 몸이 널 원해. 네 더러운 자지를. 흑!"
이것도 꽤 괜찮다.
보라는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모든 감정을 하나도 숨기지 않았다.
전부 액티브 카드 < 표현 > 때문이다.
"박아줘. 개처럼."
그녀가 말했다. 보라는 스스로에게 너무나 실망하고 있었고, 동시에 자신의 육체가 원하는 것을 모른척 하지도 못했다.
아무래도 가끔은 보라에게도 액티브 카드 < 표현 >을 활성화시켜줘야겠다.
물론 아주 가끔이다.
난 지금처럼 적나라하게 자신의 욕망을 뒤쫒는 보라도 좋아하지만, 그보다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날 미워하는 이웃의 부인이 좀 더 좋다.
"오늘 잠깐 볼 수 있어?"
지아는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자신의 용건을 말했다.
"응? 오늘?"
"시간 안 돼?"
목소리에 서운함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아니. 그럴리가. 그럼 어디서 볼까?"
오후에 작은 약속이 하나 있었지만, 충분히 뒤로 미룰 수 있을 거 같았다.
"음... 오빠가 정해서 알려줘."
지아가 내게 오빠라는 호칭을 쓰는 것은 대개 한 가지 경우 뿐이다.
"그래. 그러면 내가 장소 정해서 메시지로 보낼게."
"그럼 이따 봐."
우리는 각자가 퇴근 한 뒤 한 모텔에서 만났다.
내가 먼저 방을 잡아놓고 그녀를 기다렸다.
지아의 요구는 만나서 수다나 떨자는 것은 아니었으니, 바로 만나서 할 수 있는 곳으로 정했다.
내가 들어가고 얼마 안 되어서 그녀가 도착했다.
"음... 역시 둘이 좋아."
그녀가 내게 냉큼 안기며 말했다.
"저녁은?"
"아직이야. 자기는?"
"뭐 좀 시켜먹을까?"
"음... 조금 있다가."
그녀는 성급하게 옷을 벗어던졌다.
"씻을까? 우리 같이?"
"시끄러. 나 급해."
지아가 화급하게 내 옷을 벗겼다.
"어쩐지 너 전보다..."
"전보다 뭐?"
지아가 날 흘겨보며 물었다.
"더 이뻐진 거 같다고."
"그렇게 애둘러 말하지 않아도 돼. 나도 느끼고 있으니까."
"응?"
"나. 음탕해졌다고 말하고 싶은 거잖아?"
그 말을 할 때 즈음, 지아는 벌써 내 몸을 침대에 밀어넣고 있었다.
"나도 알아. 내가 이상해진거."
그녀는 누워있는 내 위로 올라탔다.
"다 너 때문이야. 니가 날 이렇게 이상하게 만들었어."
"그랬나?"
"변한 건 내가 아니고 오빠야. 내가 알던 오빠는 착실하고, 다정한 사람이었어. 그런데 지금 넌 무슨 괴물 같아. 학!"
그녀는 자기 손으로 내 자지를 스스로의 몸안으로 집어넣으며 말했다.
"진짜. 어떻게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변할 수 있어?"
"그러게... 그런데 올 때 차 몰고 왔어? 회사에서 퇴근하고 바로?"
"응. 퇴근하자마자 바로 온 거야. 왜?"
"응... 아니..."
다른 게 아니라 보라의 남편 될 사람이 우리가 들어온 모텔의 바로 앞에 차를 세워놓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지만, 그걸 그녀에게 말할 수야 없었다.
지아를 보자마자 난 그녀에게 캐스팅 카드 < 여배우 >를 사용했고, 그녀의 약혼자를 대상으로 캐스팅 카드 < 빼앗기는 남자 >를 사용했다.
오늘은 조금 더 진전을 시킬 예정이었다.
그래서 액티브 카드 < 모니터 >를 활성화해보았다.
그 남자가 자기 차의 운전석에 앉아 불편한 눈으로 모텔을 올려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난 꽤나 놀랐고, 한편으로는 흥미가 생겼다.
"참. 요즘 그 사람이랑은 어때?"
"그런 거 왜 물어봐?"
지아가 삐죽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