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화 〉@14. 매직미러의 저편에 남편이 있는데
보라는 결단을 내린 모양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차렸고, 차라리 빠르게 내 욕구를 채워주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었다.
난 그녀의 팬티를 벗겨 칸막이 너머로 휙 던져버렸다.
하늘 높이 올라갔던 팬티가 유리창 저편으로 떨어져내렸다.
그걸 바라보고 있는 보라의 눈을 이루 말할 수 없이 증오에 차 있었다.
난 그녀의 몸을 도로 침대에 눕히고 그녀의 입 앞에 자지를 가져대었다.
보라는 화난 기색을 조금도 참지 않으면서 내 자지를 손으로 잡고 입으로 가져갔다.
귀두를 입안에 넣고, 기둥을 잡고 열심히 움직였다.
그녀의 의도는 너무도 뻔했다.
제발 빨리 싸고 꺼져!
그동안 보라의 눈은 단 한시도, 매직 미러에서 떨어지지 못했다.
"아!"
갑자기 보라가 깜짝 놀라며 몸을 살짝 떨었다.
저쪽으로 넘어갔던 민아가 그새 돌아와서 보라의 아래에 손을 대고 있었다.
"뭐하는 짓이야?"
보라가 황급하게 입에서 내 자지를 빼고 입을 뻐끔거리며 내게 물었다.
"조금 간지러우셔도 참으세요."
민아가 웃으며 말했다.
"네? 네에..."
보라는 당황한 얼굴로 어쩔줄 몰라하면서도 억지로 대답을 했다.
"앗!"
그리고 보라는 민아가 자신의 보지에 입을 가져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며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이미 예상하고 있던 내 손에 상체가 눌려 꼼짝도 하지 못했다.
보라는 입술을 꽉 깨물고 날 바라보았다.
그제서야 그 테라피스트가 자신의 음부를 핥고 있는 것이 내 의도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많이 간지러워요?"
그리고 유리창 너머에서 들려오는 남편의 질문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 남자는 여전히 엎드린 자세였고,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지도 않았다.
"네에..."
억지로 힘을 내어 대답하는 보라.
"으음... 그래 시원한데, 옆구리를 누르면 정말 간지럽네..."
"그러게요."
보라의 목소리는 긴장으로 가득했다.
"너무 간지러우시면 바로 알려주세요. 강도를 조절해드릴게요."
저쪽의 테라피스트가 남자의 목덜미를 누르며 말했다.
"난 괜찮아요. 지금도 아주 좋아요."
꽤나 만족한듯한 목소리였다.
베테랑이라더니 다르기는 한 모양이다.
뭐. 그러기나 말기나.
난 다시 그녀에게 내 물건을 내밀었다.
보라는 눈에 힘을 잔뜩 주고 그걸 입에 물었다.
다시 기둥을 잡고 열심히 움직였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이 지옥 같은 상황을 빨리 끝내는 것 뿐이리라.
"학!"
보라는 민아의 능숙한 혀놀림에 다시 한 번 숨이 막히는 소리를 내버렸다.
그녀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연연하다.
다른 여자의 혀가 자신의 몸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을 아마 상상해본 적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아무리 참으려해도 입밖을 튀어나오고야 마는 신음도 당황스럽겠지.
이날은 처음으로 보라에게 액티브 카드 < 표현 >을 활성화시켰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이제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흐읍!"
그리고 민아의 혀놀림은 그녀가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보라는 급기야 내 자지를 자극하는 것도 잊고, 손으로 입을 막아 신음을 참는 것에만 몰두했다.
물론 그러면서도 눈은 계속해서 유리로 가 있었다.
때때로 내게 살짝 고개를 돌리며 머리를 마구 흔든다.
"제발 그만 해!"
아마 그렇게 말하고 싶을 테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민아는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그게 내 요구였다.
최선을 다해 이 여자가 쾌락에 허덕이게 만들어라.
민아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었다.
난 보라가 입을 막고 있는 손을 치우고 자지를 억지로 집어넣었다.
"허어~"
입이 잔뜩 벌어지고, 커다란 것을 입에 문 보라는 이제 괴상한 소음을 내뱉었다.
그렇게 보라의 처절한 펠라를 받으며, 그녀의 아랫도리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민아의 열정적인 서비스에 감동을 해서인지, 허리를 위로 치켜들고 몸을 아치모양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난 보라의 입에서 자지를 빼고, 대신 그녀를 끌어안으며 입을 맞추었다.
응?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녀가 내 입으로 자신의 혀를 밀어넣는다.
이런 적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보통은 그녀가 이성을 거의 잃어버리는 후반부에서나 있었던 일인데...
보라는 벌써 이성을 잃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액티브 카드 < 표현 >의 효과?
나름 이것도 표현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나를 빨리 흥분하게 해서 이 관계를 빨리 끝내려는 걸까?
보라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져있다.
좋은 것인지, 혹은 참을 수 없을만큼 난처한 것인지 구별이 안된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다.
보라는 두 팔로 내 목을 감싸안으며 열정적으로 키스를 한다.
하지만 소리는 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으로 보아 이성을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빨리..."
입을 떼자 그녀가 소리없이 말했다.
난 그녀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빨리 넣어줘.
내가 아는 보라는 결코 자기가 스스로 삽입을 요구할 여자가 아니다.
액티브 카드 < 표현 > 때문? 아니면 단지 빨리 끝나기를 원하기 때문에?
아마도 두 가지 요인이 섞여 있겠지?
난 보라가 누워있는 침대로 올랐고, 민아가 바로 눈치를 채고 자리를 비켜준다.
"빨리 넣어줘."
보라가 재촉한다. 평소와 달리 그녀의 눈에는 욕망이 그득 하다.
대략 그녀는 자신의 행위가 단순히 남편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판단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은 그녀 또한 정말로 원하고 있다.
난 보라의 안에 삽입을 한다.
보라는 다리로 자신의 허리를 지탱하며 강하게 보지를 내게 들이밀었다.
"학!"
보라는 이번엔 거침없이 신음을 내뱉는다.
하지만 그건 고통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벌써 우리가 관계를 해 온지도 한 달을 훌쩍 넘었다.
이정도면 여자의 몸은 아무리 커다란 물건에도 적응을 할 수 있는 모양이다.
더군다나 보라의 안쪽은 충분히 젖어있었다.
비록 아무리 그녀가 남편에게 들키는 상황을 끔찍하리만큼 두려워하고 있었지만, 보라의 몸만은 너무나도 솔직했다.
퍽!
난 얼마전의 오크가 되어버린 느낌으로 그녀에게 거세게 박아버렸다.
어쩐지 그날 이후로 내게 오크일 때의 야수성이 남아있는 기분이 든다.
"컥!"
보라가 난감한 신음을 냈다.
"괜찮아?"
남편이 듣기에도 평범한 소리는 아니었나보다.
"어? 어어... 아! 괜찮아요. 살짝 근육이 놀랐나 봐."
"죄송해요. 그럼 제가 좀 더 부드럽게 눌러볼게요."
민아가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두 여자는 유리창 건너편의 남자에게 지금의 상황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을 했다.
하지만 내 안의 야수는 그러질 못한다.
왠지 오늘따라 이 여자가 너무 마음에 들어 제어가 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힘차게...
"흡!"
보라가 다시 신음을 냈다.
"진짜로 아픈가 봐? 좀만 참아봐요. 나도 조금전엔 꽤 아파... 악!"
"이쪽에 근육이 너무 뭉쳤네요."
저쪽의 베테랑 여인도 호응을 해준다.
그런데 그녀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여하튼 너무 강하게 몰고가는 것은 안 되겠다. 난 좀 더 그녀에게 여유를 주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야성을 억지로 눌러가며 몸을 움직였다.
사실 이렇게나 많이 해왔으면 그녀가 어떤 움직임에 반응하는지 잘 알고 있다.
"하아!"
보라가 입술을 살짝 열며 나즈막한 신음을 내뱉었다.
"거봐요. 좋지?"
남자는 정말로 하나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네에... 너무 좋아요."
보라는 나른한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고는 흠칫 놀라버린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본다.
고개를 세차게 옆으로 젓는다.
아니야! 절대로 그게 아니야!
보라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난 상체를 숙여 그녀의 당황한 얼굴에 입을 맞췄다.
이번에는 아까와는 반대로 입을 꾹 다물고 반항을 해왔다.
절대로 난 네가 좋지 않아!
그녀의 잔뜩 찌푸린 눈매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입을 열어주고 말았다.
난 보라의 입안에 혀를 넣은 채로 몸을 움직였다.
"하아!"
키스의 도중 그녀가 입을 벌리며 소리를 뱉는다.
아무래도 참기 어려운 모양이다.
난 그녀를 위해 키스를 끝내고 다시 상체를 들어올렸다.
보라가 처음의 증오의 눈초리로 날 바라본다.
너무나 강한 쾌감에 오히려 정신이 들어온 모양이다.
그녀의 눈빛은 정말로 많은 감정을 담고 있었다.
증오! 살의! 경멸! 후회! 미안함! 불안!
난 그녀의 그 수많은 감정을 전부 먹어치우기 위해 다시 열심히 움직였다.
"이제부터 트래디셔널 타이 스타일의 마사지를 하겠습니다. 압박이 조금 심해지니 너무 아프시면 말씀해주세요."
베테랑 테라피스트가 그렇게 말했다.
"예. 걱정말고 편한대로 하세요."
남자들은 고통을 표현하라는 말에 쉽게 반응한다.
적어도 한국 남자들은 그렇다.
뭐. 이정도야. 하는 호승심과,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는 자존심 때문이리라.
말을 마친 여자가 신발을 벗고 남자의 등 위로 올라갔다.
"여기가 근육이 제일 많이 뭉쳐있네요."
그녀가 어딘가에 손을 댄다.
"억!"
남편의 몸이 꽤나 크게 움찔거렸다.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급소 쯤 되는 모양이다.
"하악!"
보라가 신음을 내뱉는다.
"당신도 혹시 위에 테라피스트가 올라가 있어요?"
남편이 물었다.
"네? 네에..."
보라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정말로 내가 그녀의 위에 올라타고 있기 때문일까?
난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을 수 있었다.
"개새끼!"
그녀의 입모양은 틀림없이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재미있냐? 저 사람을 저렇게 모욕하고?"
라고 하는 것 같다.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보라의 반응이다. 저 남자 저기서 무슨 꼴을 당하건 무슨 짓을 하건 아무런 관심도 없다.
그저 보라가 죄책감에 휩싸이며, 쾌락에 허덕이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을 뿐이다.
그때즈음 마사지 룸을 은은하게 채우던 음악이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다.
좀 더 비트가 있는, 좀 더 강렬한 음악이다.
지금까지가 고객들에게 힐링을 안겨줄 곡이었다면, 이번엔 활기를 안겨 줄 수 있는 음악이다.
음악의 볼륨은 우리가 섹스를 즐기고 있는 이쪽보다, 남편이 마사지를 받고 있는 칸막이의 저쪽에서 더 커져갔다.
아주 미세하게 지속적으로 조절을 하고 있어 방금 눈치채기는 어려울 터이지만, 처음 시작할 때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을 터이다.
그러니까 여기에서 내뱉는 작은 소음이나 낮은 소리로 나누는 대화 정도는 음악에 가려져서 저쪽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건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이날을 위해서 안나와 민아, 그리고 아라가 열심히 테스트를 해가며 세팅을 해 놓았다.
"학! 하악!"
물론 보라는 그 사실에 대해 조금도 알지 못한다.
눈치를 채었다해도, 그저 음악이 조금 커진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녀가 지금 거칠게 신음을 내뱉는 것은 그녀가 이미 이성을 빼앗기고 있다는 증거였다.
"아흑!"
그녀의 몸이 새우처럼 둥글게 휘어졌다.
멋진 그림이다.
그리고는 깜짝 놀라 손으로 입을 막는다.
다시 날 노려본다.
미안...
난 입모양을 그렇게 만들었다.
보라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하악!"
지금쯤 보라는 자신이 오늘 따라 이상하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것이다.
어째서 평상시보다 훨씬 더 거칠게 신음을 내뱉고 있는 것인지, 어째서 평소보다 더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을 터이다.
"하아!"
그녀는 다시 신음을 뱉어내고 난처한 표정이 되었다.
이젠 마치 울 것 같은 얼굴이다.
나에 대한 분노도 훨씬 줄어들었다.
"힘들어?"
그때쯤 움직임을 멈추고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흠칫!
보라가 당황했다.
처음으로 내가 소리를 내었기 때문이다.
보라는 열심히 고개를 저었다. 손을 입으로 가져가 손가락 하나를 입에 대고 말하지 말라고 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내 목소리는 남자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보라가 그렇게 두려워하는 것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난 고개를 끄덕여, 그녀의 요청을 들어주기로 했다.
"일어나."
이번엔 목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
그걸로도 충분했다.
보라는 세상에 둘도 없이 말잘듯는 강아지처럼 벌떡 일어났다.
"늘 하던 거 해봐."
내가 하는 말이 제대로 이해가 되었을까 걱정을 했지만, 보라는 바로 알아들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