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13. 판타지의 꽃은 오크?
"너무 힘들지는 않게 할테니 두려워하지 말거라."
난 손을 내밀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런. 내 손이 다가서자, 그나마 긴장을 풀려던 여인이 다시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지만 내 의도를 이해했는지, 그녀는 여전히 떨면서도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지는 내 손길에 몸을 맡기고 가만히 있었다.
"거짓말쟁이. 사기꾼 같은 자식. 너 뭔지 모르지만 그녀들을 또 속이고 있는 거지?"
그때 침대 옆에서 누군가가 말을 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다크 엘프 엘피나가 날 노려보고 있었다.
"응? 너도 끼고 싶은 거냐?"
"무, 무슨..."
다크 엘프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몸을 사렸다.
"너 그 불쌍한 여자들에게 또 뭔가 속임수를 쓰고 있는 거지?"
"또라..."
"그래. 나한테는 마치 날 자유롭게 해줄 것 처럼 속였었지."
"내가 언제? 우리는 정당한 내기를 했고, 넌 그 승부에서 패배했지 않은가? 난 널 도와주기 위해 몇 번이나 널 치료해 주었었는데?"
"지독한 새끼! 처음부터 넌 결과를 알고 있었잖아? 내게 희망을 주고, 버틸 수 있을 것처럼 속인 거야."
"쯧쯧... 그렇게 뭐든지 남에게 떠넘기는 버릇은 그리 좋지 않아. 뭐가 되었든 넌 진 거지."
"돼지 새끼."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증오의 감정을 보니 조금 안심이 된다.
"그렇다면 한 번 더 내기를 할까? 어제의 일은 없던 것으로 해주지."
"헉!"
그 말이 떨어지자 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얼마나 무서워하고 있던지, 그걸 본 아야네드가 깜짝 놀라 그녀도 떨 정도였다.
"굳이 끼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 거기서 구경이나 하거라."
난 다크 엘프에게서 신경을 껐다. 지금은 이 새롭고 아름다운 여자들과의 즐거움에만 관심을 두기에도 모자랐다.
그럼 누구와 먼저 할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괜찮으시면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초록빛 물방울이 자원하며 나섰다.
어째서 그랬는지 충분히 알 것 같았다.
"그렇게 하려무나."
드리아네드 여인은 인간의 처녀를 위해 자신이 먼저 위험을 자처한 것이다.
난 그녀의 몸을 눕히고 부드럽게 어루만지다가, 가능한 최선을 다해 천천히 먹어치웠다.
때때로 그녀는 고통스러운지 미간을 찌푸렸지만, 금세 얼굴을 피고 웃음을 띄웠다.
아마도 아야네드에게 생각처럼 고통스럽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모양이었다.
그녀의 배려에 감탄해서, 나도 최대한 부드러운 섹스를 이어갔다.
"학! 학!"
시간이 지나면서 기분좋은 신음을 내뱉는 것을 보니, 그녀도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나도 좋았다. 지난밤 다나스와의 짐승같은 섹스도 좋았지만, 서로를 배려해주는 관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락도 있다.
응? 그런데 내 자지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조금 이상하다.
처음에는 여느 여자와 할 때와 그렇게 다르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다른 것이 느껴진다.
뭐라고 해야할까? 늪에 빠져드는 기분?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려웠다.
그 감각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굉장히 좋았다. 내 자지가 이 여자에게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이거... 중독 되겠는데?
그리고 한 가지 더. 어째서 그녀의 몸이 이렇게나 반짝이고 있는 걸까?
어느 순간부터 드리아네드 핑가 데 아우가의 몸이 조금씩 투명해지는 느낌이 나더니, 시간이 지나면 정말로 반쯤 투명해지고 온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와우!
뭐지?
정말로 요정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건가?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학! 하악!"
그때 즈음 그녀는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는 않는 것 같았다.
쉴새 없이 가냘프게 쾌락의 신음을 내뱉었다.
물론 나도 좋았다.
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눈과 귀와 촉감이 전부 비상식적인 상태에 놓여, 나도 마구 쾌락에 빠져들었다.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어떤 특정한 약물을 사용하고 섹스를 하면, 일반적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아주 환상적인 섹스를 할 수 있다고.
내가 느끼는 이 기분이 그런 종류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정말로 다른 여자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라는 사실이다.
오크의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강렬한 쾌감에, 이 드리아네드 여인이 선사하는 특별한 경험이 섞여, 난 마치 정신적으로 한 단계 높은 곳에 올라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그녀도 나처럼 아주 강렬한 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아! 하아..."
그 순간 우리 곁에서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던 아야네드도 그 경이로운 광경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놀라며 정신없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초록색 물방울과의 섹스가 끝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녀를 위해서도 나에게도 여윤을 감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럼 이젠 두려움이 가셨느냐?"
"네에..."
여전히 무서워하면서도, 아야네드는 수줍게 얼굴을 붉히고, 침대에 누워 날 기다렸다.
아마도 드리아네드와의 섹스가 너무나 신기했던 나머지, 두려움이 많이 가신 모양이다.
"악!"
하지만 처음의 고통만은 어쩔 수 없던 모양이다.
드리아네드는 그런 고통을 입술을 깨물며 참아내야 할 이유가 있었지만, 아야네드는 누군가를 배려할 여유 따위는 전혀 없었다.
"악! 윽! 학!"
그녀가 힘들어 할 때마다, 난 움직임을 멈추고, 그녀가 고통에 적응할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도 입술을 깨물고 참아낼 여유를 갖게 되었다.
"어째서냐?"
침대 옆에서 도전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여자들에게는 그렇게 부드럽게 하면서, 왜 난 그렇게?"
화가 난 모양이다.
뭐. 이해할 수 있다.
세상에서 제일 기분 나쁜게 차별을 당하는 것이다.
괴물에게 팔려온 것만으로도 서러운데, 다른 두 여자에게는 이렇게 배려를 해주면서, 자신에겐 마구 대했으니, 화가 많이 난다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거야 넌 사기꾼에 도둑년이고, 이 여자들은 그렇지 않으니까."
난 일부러라도 다나스를 화나게 하고 싶었다.
"더러운 돼지 새끼."
꽤나 분한 모양이다.
뭐. 그러기나 말기나 상관 없이 난 이 두 여자에게 최대한 고통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시네마틱 카드 < 우르크마니스탄 >을 완료했습니다.
두 여자와의 관계가 끝나고 내 앞의 세상이 바뀌었다.
난 원래 내가 있어야 할 장소, 그러니까 내 방의 소파에 앉아있었다.
휴우...
물론 오크로서의 삶도 나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그곳에는 멋진 암컷 노예들이 잔뜩 있었고, 섹스에서 느껴지는 감동도 인간일 때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있어야 할 장소는 여기이다.
비록 무척이나 현실적인 경험이었지만, 난 진짜 현실이 좋다.
잠시 원래의 나로 돌아왔다는 감상에 잠겨있는데, 안내가 날라왔다.
- 퀘스트 보상을 획득하였습니다.
내 손에는 카드 한 장이 잡혀있다.
바로 확인을 해 본다.
Special!! 카드 < 초대장 >
- 원하는 대상을 캐스팅해서 지정한 장소로 초대합니다.
- 초대장으로 캐스팅 된 배우에 대해서는 개런티가 필요 없습니다.
- 소모성 카드입니다.
응?
이건... 개런티 면제 권이네?
그러니까 개런티가 너무 부담되서 감히 넘보기 어려웠던 상대를 마음대로 캐스팅 할 수 있다는 말이지?
그걸 보자마자, 난 얼마전 은희의 요가 학원에서 만났던 여배우 윤영을 떠올렸다.
아니. 그게 아니지.
이 카드는 겨우 몇천만 원 정도의 가치가 아니다.
지난번 내가 평소 좋아하던 아이돌인 안수정의 개런티가 6억 원이었지?
그런 여자와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와우!
아냐...
그보다 더 한 여자라도...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는 멋진 여자들이 많다.
헐리우드의 탑클래스 여배우라든지...
아니면 정말로 어느 나라의 공주라든지...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그러니까 당장 써버릴 게 아니다.
천천히 생각을 해 보고...
퀘스트의 보상은 생각보다 엄청났다.
그러니까 세상 그 어떤 여자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거잖아?
그나저나... 내가 거기서 얼마나 있었던 거지?
머리를 들어 거실 벽에 붙어있는 시계를 보니 12시를 조금 넘었다. 회사에서는 막 점심을 먹고 있겠군.
한 시간 뒤에 전화를 해보자.
그 여자 엄청 난리겠네.
그런데 무슨 요일?
오크가 되어 대략 닷새 정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아마도 금요일?
소파 한쪽에 놓인 스마트 폰을 켜본다.
6월 16일 일요일 오후 12시 15분
응?
뭐지?
겨우 두 시간이 지났다고?
잠깐 동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을 해 보면, 진짜 다른 세상을 다녀온 것도 아니니,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
그냥 받아들이자.
어차피 내가 겪고 있는 이 모든 일들이 하나라도 상식적인 게 있던가?
더 이상의 고민은 없었다.
그저 내게 다가온 이 일들을 즐기기로 했다.
- 영상물 유통 번호 AV-016이 마켓에 출시되었습니다.
그날 오후 늦게 내가 오크가 되어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찍은 영상의 편집본이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던 참이라, 난 당장에 그걸 다운 받아 시청했다.
와우!
처음부터 압도적인 영상이다.
드넓은 초원에서 수백 마리의 오크들이 거대한 괴물새들과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은 그 어떤 판타지 영화에서도 보지 못한 대규모의 블록버스터였다.
무엇보다 어느 장면에서도 CG로 만든 그 어색함이 조금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걸 이렇게 출시해도 되는 거야?
좀 그런데...
이런 영상을 만들려면 보통 수억 달러가 들어가는 영화에서나 가능한 거 아닌가?
더군다나 그런 사냥의 장면이 무려 10여분을 계속 되었다.
대규모의 CG는 초 단위로 천문학적 비용이 소모된다.
그러니까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회사라면 미국에서도 몇 개 없을 것이다.
난리 나겠네...
그런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성인 영상을 만든다고?
다들 미쳤다고 하겠네.
뭐. 내 알바야 아니지.
사냥이 끝나고 오크 마을에서 노예상이 펼쳐진 장면도 장관이었다. 수많은 미녀 노예들이 늘어서있고, 오크들이 그걸 구경하고 사가는 모습은 무척이나 꼴릿했다.
그리고 대망의 섹스신.
음...
갑자기 다크 엘프 다나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엄청 잔인한데...
겁탈의 수준을 넘어서서 폭행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렇게 관객의 입장에서 영상으로 보니 느껴지는 것도 있다.
그 여자 느끼고 있었다.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더.
그러니까 성인물에서 종종 보이는 고통과 쾌락을 함께 느낀다는 것을 그 여자처럼 생생하게 표현하기도 힘들 것 같았다.
좋은데?
그리고 드리아네드와의 관계.
이건 정말로 미쳤다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세상 그 어떤 성인물 제작자도, 섹스신에 그런 이펙트를 넣을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자의 몸이 반쯤 투명해졌고, 그여자의 몸안을 드나드는 내 거대한 물건이 실루엣으로 비쳐보이고 있었다.
와우!
그리고 그녀의 얼굴에 쾌락이 감돌면서 몸에서 빛이 난다.
할 때는 잘 몰랐지만, 드리아네드의 몸에서 나는 빛은 그녀가 느끼는 쾌감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너무나도 적나라한 섹스신이었는데, 한편으로는 굉장히 예술적인 장면이었다.
그러니까 예술적인 떡신...
관객들이 이걸 보고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전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뭐. 어쨌든 아주 특이하면서도 만족스러운 경험이었고, 영상이다.
과연 시장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 꽤 기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