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1화 〉@13. 판타지의 꽃은 오크? (91/377)



〈 91화 〉@13. 판타지의 꽃은 오크?

"그런가?"

"예. 제가 알고 있던 그 어떤 오크와도 다르시군요."

"뭐. 인간들도 다 제각각의 사정이 있는데, 오크라고 다르겠나?"

"나으리. 나으리께 청이 하나 있습니다."


"뭔가?"

"저를 사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제가 비록 아둔하고, 힘도 없지마는 사주신 값어치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호오... 사는 거야 어렵지 않다만은. 어째서?"


"제 남은 여생이 얼마나 될련지는 모르겠사오나, 어쩐지 나으리 곁에서 나으리를 모실 수 있다면, 마지막 생을 불태워도 보람이 있을 듯 하여 감히 청하였습니다."

이건 솔직히 생각도 하지 못한 요청이었다.
아름다운 여인네가 그런 요구를 했다면, 냉큼 들어주었겠지만, 환갑은 다  보이는 늙은이가 자기를 사달라니 당황스러웠다.

만약에 내가 이 세상에 남아있는다면, 아마도  노인의 요청을 들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여자 둘과 하고 이곳을 떠날 터인데, 굳이 그래야 할 이유를 느끼지는 못했다.

"알겠네. 그리함세."
하지만  수 없는 힘이 날 잡아 끌고 있었다.




< 즐라투 모레 >


종족 : 인간
운명 지수 : 834,200/1,489,700,000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몇몇 중에서는 운명 지수의 크기가 너무나도 발군이었다.



운명 지수는 이세상에 끼치게  영향의 크기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노인은 세상에 무지막지할 정도의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게 도대체 나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는  수 없다.

그렇다고 그냥 무시하기에는  노인이 가진 운명의 크기가 너무도 컸다.

그러니까 어차피 돈도 많으니 복권이라도 사놓는 심정으로 하나 쯤 사 놓아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이곳에 와서 다크 엘프의 과거에 대해 물어본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그녀는 2,780,000/38,738,000라는  큰 숫자의 운명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의 의미는 적어도 지금까지 대략 2,780,000명의 삶에 영향을 끼쳤고, 그녀의 일생을 통해서는 38,738,000명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만나온 오크들은 대개 적으면 수십, 많으면 수천 정도의 운명 지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일생 동안 수십 명에서 수천 명의 삶에 이런 저런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이다.


다크 엘프 엘피나는 살아오면서 270만 명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일개 도둑이나 사기꾼 따위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뭔지 알 수 없지만, 그녀에게는 파고들 여지가 있었다.



 들고 간 자루에서 금화를 꺼내 노예상 고블린에게 노인의 값을 지불했다.



"노인의 이름은 무엇인가?"


"노예가 되기 전에는 '즐라투 모레' 라는 이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예가 되는 순간 제 모든 과거는 버려두고 왔습니다. 청컨데 주인께서 적당한 이름을 내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노인의 이름은 '즐라투 모레'는 그가 살던 나라의 언어로 대략 황금빛 바다라는 뜻이 되는 모양이다.




"그러면 우선은 바다의 노인이라 부르도록 하지. 어떤가?"

"마두리스 어를 알고 계셨던 거로군요."
노인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뭐. 그렇다고 해두지."


"나으리께서 말씀하신대로 인간이 열이면 제각각 다르듯이 오크들도 제각각의 사정이 있나보군요."

"그래. 그러면  것이 아니던가?"

"좋으신 말씀 꼭 기억하겠나이다."

"그럼 가보세. 할 일이 많으니까."
그렇게 되서 노인과 고블린 상인을 대동하고 노예들을 구경하게 되었다.

"그런데 데려온 노예 중에 가장 미모가 뛰어난 것들은 어디 있겠나?"


전날 오크들이 꽤나 사갔지만, 적어도 수백에 달하는 노예가 남아있었다.


그걸 전부 둘러보는 것보다 상인에게 물어보는 편이 낳았다.

"어떤 미모를 원하시는지요?"

"어제 사간 다크 엘프 같은 암컷. 그러니까 다른 오크들이 원하는 튼튼한 암컷들 말고."

"그렇다면 이쪽으로 오시지요."

고블린 상인이 데려간 곳은 노예 상단의 중심부였다.

"이쪽 암컷들은 동쪽으로 데려갈 노예들입니다. 오크 분들은 별로 선호를 하지 않는 노예들이죠."

과연 그곳에는 제법 미모가 출중한 여자들이  많이 있었다.

이쪽의 인간의 암컷들은 오크들에게는 도통 인기가 없어서 이렇게 따로 모아놓은 모양이다.


그녀들의 가격은 2,000츄르에서 10,000츄르 사이였다.
그러고 보면 어제 보았던 인간의 미녀는 단지 오크들에게 인기가 없어 헐값이었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인간 여자들은 동쪽으로 데려 가면 나름 판로가 있어, 굳이 싸게  필요는 없는 모양이다.


"인간 암컷들이 타 종족에 비해  것이 정상인가?"


"예. 아무래도 대륙에서 가장 수가 많은 것이 인간이어서 그렇죠. 더군다나 요 몇  동안은 전쟁이 많아 노예들의 수급이  원할합니다."

노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전쟁에서 패배한 국가의 백성들이다.


범죄자 출신의 노예는 그에 비하면 아주 극소수라 했다.


동쪽으로 데려가 그쪽 노예상인에게 넘길려는 노예들의 수준은 꽤 높았다.

잠깐 동안 내 구미를 당기는 여자를 너댓은 보았다.


어쩐지 현실로 돌아가는 것보다 여기 남아있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도 그리 비상식적인 생각은 아닐 듯 했다.



"그래. 미모가 뛰어난 암컷은 이런 인간 여자 뿐인가?"
기왕 판타지 배경의 시네마틱이니 아무래도 이종족 여자들을 맛보는 것이 더 어울릴 듯 했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고블린 상인은 이제 내 담당이라도 된 듯 이곳저곳을 안내하고 다녔다.

"이쪽은 요정의 피를 이은 드라이네드  암컷들입니다."
"서쪽 끝의 섬에서 건너온 다리안 암컷입니다."

노예상의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귀한 암컷 노예도 꽤 많았다.

한동안 둘러보는  만으로도 아주 눈 호강을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전날과 달리 주머니도 두둑하니 구경을 하면서도 마음에 여유가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을 둘러보다,  인간의 암컷 하나와 요정의 피가 섞였다는 암컷 하나를 고를 수 있었다.


"이 여인은 한해 전에 이웃 나라에 병합 당한 아나파 국의 귀족 출신입니다. 혈통이 좋은지라 가격도  높지요. 더군다나 동쪽 남자들이 좋아하는 처녀인지라 이런 가격이 붙었습니다."

고블린 상인은 그녀의 가격이 결코 비싼 것이 아니란 것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그여자는 현실로 치면 아마 슬라브 계통의 백인 여자처럼 보였다.


늘씬한 몸매에 아름다운 얼굴, 힘든 일이라고는 평생 해본  없는지, 굳은살 하나 없이 보들보들한 손으로 미뤄보면 귀족은 몰라도, 귀한 집에서 잘 자란 여자임에는 틀림없었다.


뭐. 어차피 가격이야 내겐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무려 300만 츄르나 있고, 그걸로 여자 둘을 구매하면 그만이라 부담은 없다.


그래서 내가 본 것은 오직  가지, 얼마나 이쁘냐 하는  뿐이다.

그런 점에서 그녀는 합격이었다.

 많은 여자들 가운데에서도 외모만은 견줄만한 여자가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될 수 있으면 이종족의 여인을 구매하려던 생각을 바꿀 만큼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단지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날 보고 꽤나 무서운지 부들부들 떨고 있다는 점 정도인데.

생각해보면 인간의 여자가 날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그 여인의 가격은 38,000츄르. 그러니까 어제 구매한 다크 엘프 미녀의 50배 수준이다.


다른 하나는 인간이 아니다.

"드리아네드 여인은 동쪽에서도 무척 선호하는 여인들이라 제법 가격이 나갑니다."


이 시네마틱 세상에서 요정과 엘프는 다른 존재인 모양이다.


엘프처럼 귀가 길지도 않고, 인간과 구별이 거의 어려운 외모를 지닌 드리아네드 여인은 무려 12만 츄르라는 천문학적인 가격이 붙어있다.

다크 엘프 다나스 엘피나의 200배, 그리고 평범한 인간 여자의 50배 수준이다.

어제 다나스를 너무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탓에 계속 그녀의 몸값과 비교하게 되었다.


고블린 상인은 드리아네드 여인들은 오직  남자만을 따른다고 했다.

그게 노예로서 주인이 되었든, 정상적인 혼인 관계에 따른 배우자가 되었건, 한 번 몸을 준 남자 외에는 결코 눈을 돌리지 않는다고 한다.


"설혹 그게 죽음을 감수하는 일일지라도 말이지요."
대륙의 서쪽에서건, 대륙으 동쪽에서건 드리아네드 여인은 정절의 상징이라 불리운다고 했다.


음. 내가 좋아하는 설정은 아니다.  굳이 처녀나 정절을 지키는 여자를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가 이쁘니 그것으로 되었다.

사실 수인 여자들 중에서도 제법 아름다운 여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어제의 그 무서운 호랑이 여자와 코끼리 여인을 보아서인지, 오늘은 수인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 이 둘로 하지."
그렇게 둘이 합해서 15만 8천 츄르를 주고 구매해서 광장을 나와 내 천막으로 돌아왔다.


천막 앞에는 세 마리 오크들이 모여 앉아 잡담을 하고 있었다.

"암컷을 또 사왔나? 역시 테미르."
오크들은 내 사치스러운 행동에 딱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다시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재미있어 할 뿐이다.

"그런데 이 늙은 남자는 뭐지? 별로 맛도 없을 거 같은데?"

응?  녀석들 설마 내가 노인을 상대로 무언가를  거라 생각한 건가?


"그런 건 아냐. 앞으로  뒤치닥꺼리를 처리해줄 사람이다. 바다 노인이라 불러."


"귀찮은 일? 수컷 노예라면  더 힘이 있는 쪽이 좋지 않나?"


"여하튼 그렇게 알아. 우선 노인에게 우리가 처한 상황을 알려줘."

"그렇게 하지."


노인을 밖의 보루치들에게 떨궈놓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크 엘프 다나스가 침대 한쪽에 앉아있다가, 들어오는 날 보고 놀라서 후다닥 침대 아래로 내려가 숨었다.


"지금은 널 괴롭힐 생각은 없으니 너무 겁먹을  없다."

꿀꺽! 엘피나는 날 믿을  없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뭐. 그러기나 말기나.

난 사가지고 온 두 여자를 욕조로 대려가서 씻겼다.

귀족 출신이라는 인간 여인은 거의 사색이 되어 옷을 벗고, 부들부들 떨면서 몸을 씻었다.

그게 안되보였는지, 드리아네드 여인이 부드럽게 그녀를 안아주었다.

인간 여인은 드리아네드 여자의 가슴에 머리를 대고 흐느꼈다.
앞으로 다가올 운명이 너무나 두려운 것이다.

하긴. 나라도 그러지 않을까? 처녀의 몸에 이 무식한 몽둥이를 집어넣는다니 그건 거의 형벌이나 다름 없지 않은가?


난 그녀들에게 조금 떨어져서 몸을 씻는 것을 구경했다.


드리아네드 여자의 행동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어딘지 꽤나 어질고, 현명해보이는 여자였다.

드리아네드 여인은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는 여자의 몸을 정성껏 씻겨주고 자신의 몸을 씻었다.



"이름이 뭐지?"
 여인을 침대로 데려가 드리아네드 여인에게 물었다.

"우리 말을 하실 줄 아시는 군요. 위대하신 군주님. 제 이름은 핑가  아우가. 그냥 아우가로 불러주시면 됩니다."

드리아네드 말로는 초록색 물방울이라는 의미였다.

"좋은 의미로군. 그런데 어째서 날 그렇게 부르는 거지?"


"드리아네드 여인들은 남자를 볼  안답니다. 제가 보기에 당신은 이 초원의 위대한 군주님으로 보이는 군요."


입바른 소리일까? 아니면 그녀가 요정의 피를 이었기에 정말로 어떤 특별한 힘이라도 있는 걸까?

"네 이름은 뭐지?"
인간의 여인에게도 물어보았다.


"아야네드..."
그녀는 그 한 마디를 꺼내놓은 것 만으로도 무척이나 심력을 써버린 모양이다. 다시 눈물을 뚝뚝 떨어트린다.


그런데 그녀의 눈이 향하는 곳에는 이미 잔뜩 발기해있던 내 물건이 있었다.

쯧! 어렵겠군.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어차피 여자들은 한 번쯤 겪어야 할 평범한 일이에요. 오늘이 지나고 나면 익숙해질 거예요."
드리아네드 여인이 아야네드를 다독거렸다.

"흑! 뭐라고 하는 지는 모르지만... 알겠어요. 흑!"
 여자들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녀들의 고향이 각기 너무 멀리 떨어진 탓이리라.



"그녀가 너무 걱정하지 말라더군."
결국 내가 통역을  주어야 했다.

뭔가 이상하다.


이제 내가 덮칠 여자에게 위로의 말을 건내는 여인의 말을 내가 통역해주다니...

그래도 의미가 통했나보다.


아야네드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얼굴에 서려있던 긴장도 조금은 풀어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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