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8화 〉@13. 판타지의 꽃은 오크? (88/377)



〈 88화 〉@13. 판타지의 꽃은 오크?

오크 놈들은 도대체 존대말이란 걸 쓸  모른다.

워낙에 위아래가 없는 놈들이라 그런지, 아니면 반말과 존대말을 구별하기에는 충분히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놈들이 사용하는 언어에는 틀림없이 존대말의 체계가 있다.

오크 마을에  있는 인간이나 고블린들은 존대말을 아주 잘만 구사하는데, 오크는 절대 그런 단어를 쓰려 하지 않았다.



"망고드가 말하길 준비를 하려면 필요할 거라고 했다."
족장의 아들인 망고드의 심부름을 온 녀석이 않게 망고드를 이름만으로 지칭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아한다.


"무슨 준비?"
이번에는 조금전과는 달리 선물의 엄청난 액수에 당황한 것을 숨기려 노력하며 여유있어 보이게 대답했다.

삼백만 츄르라니...


잠깐 그런데 그게 얼마나  돈이지?

아까의 호랑이 여자와 코끼리 여자를 둘 다 사고도 한참을 남는구나...


그렇게 계산을 해보니 좀 애매하다.


아니.

지금 침대에 묶어놓은 다크 엘프가 990츄르였고, 꽤 이쁜 인간 여자가 3,500츄르였다.


그리고 평범하지만 건강한 여자가10,800츄르, 가슴만 큰 젓소 수인이 56,700츄르


그러니까 이쁜 여자 노예라면 1,000명을 살 수 있고, 건강한 인간 여자라면 300명을  수 있다.


이곳에서 돈을 써본 게 노예를 살 때뿐이라, 돈의 가치를 가늠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분족(分族)의 준비를 할  아닌가?"
선물을 가져온 오크들이  천막 앞에 자루를 내려놓고, 한 마리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분족(分族)? 부족을 나눈다고?


근데 왜?

갑자기 아까 광장에서 망고드와 나누던 말들이 기억났다.

설마...

아니. 좀 더 알아보고...



"그래서 필요한 것들을 준비할  쓰라고 보냈다."

이 오크들은 나와 그다지 친분이 없다. 지금까지  마디도 나눠본  없는 사이이다.


그러니 깊게 물어보기 불편했다. 내일 그나마 내게 말을 걸어오던 놈들에게 물어봐야겠다.



"그런데 역시 테미르 바스! 훌륭해!"
갑자기  놈이 나를 보고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아. 갑자기 왜 시빈데?


선물을 주러 왔다면서 욕을 하면 되는 거야?


참. 나도 어지간히 얕보였구나.

평소에  테미르 바스라는  어떻게 살아온 거야?


정말 망고드랑 형제가 맞는 걸까?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족장의 아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지?



"그러게 말이야! 확실히 대단해! 다섯 번 했지?"
다른 오크가 말을 받았다. 그리고 내게 다시 가운데 손가락을 펴서 치켜들었다.

응?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하다.


놈들의 얼굴에서 비웃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그보다는 정말로 대단하다고 칭송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오크들의 보디 랭귀지를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어쩐지 그렇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게 칭송이라면 세 마리가 날 보며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올리고 있는 건 또 뭐야?


혹시  놈들에겐 가운데 손가락에 다른 의미가 있는 건가?

"그럼 마저 해라."
오크들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사라져버렸다.

대체...

난 우선 그들이 놓고 간 자루를 거머쥐고 천막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걸터 앉아 자루를 열어본다.

안에는 정말로 반짝이는 동전이 가득했다.

하나를 꺼내 들었다.

오백원 주화보다 조금 작은 금색과 은색의 중간 정도 되는 동그란 동전의 앞면에는 멋진 갈기가 인상적인 사자 대가리가 새겨져있다.


뒷면에는 이곳의 숫자로 100을 의미하는 문자가 양각으로 새겨져있다.

하나에 100츄르라는 의미이다.


앞뒤 모두 아주 정교한 세공이 들어가 있어, 오크들의 솜씨로는 결코 만들 수 없는 물건이다.

아마도 다른 어떤 나라의 통화일 테지.


한 자루에 이게 만 개나 들어있단 말이지...

난 다시 한웅큼의 동전을 쥐어 들었다. 오크 녀석 손도 커서 한 손에 거의 백 개 가까이 들어온다.

이정도면  뒤에 있는 다크 엘프 10면 분이라...


그렇다면 이제 일이 쉬워지겠군. 이걸로 내일 노예상에게 멋진 여자를 둘 더 사서 섹스를 하면 퀘스트는 끝이다.


사실 오크의 몸으로 하는 섹스가 즐거워서 막상 끝이 보이니 조금은 아쉬웠다.

맞다. 사기는 둘을 더 사놓고, 우선 하나만 쓰다가 슬슬 질려가면 남은 하나와 하면 되겠구나.



뭐. 어쨌던 그건 내일 생각하기로 하고, 오늘은 오늘의 일을 즐기자.


좌르르르
손에 들고 있던 동전을 자루 안으로 떨구고, 몸을 돌렸다.

다크 엘프 미녀가 당황한 눈으로 내가 가져온 자루를 보고 있다.


그녀도 꽤나 놀란 모양이다.
그리곤 내게 물었다.

"무슨 금화가 그렇게 많은 거지? 설마 어디 나라라도 약탈을 하고 온 거냐?"


흠... 이게 금화로군. 그렇다면 황금 함량이 너무 낮지 않은가?
색으로 보면 많이 봐줘야 14k정도 되겠는데...


하긴 현실 세계에서도 금화들의  함유량은 시대에 따라, 나라에 따라 전부 다르다고 하던데...
때에 따라서는 금이 절반도 안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더라.


그렇다면 오히려 더 현실적인가?



"왜? 관심이 있나? 갖고 싶은가?"
난 다시 자루를 열고 금화를 한웅큼 집어들었다.

예상과 달리 그녀는 입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눈을 스쳐지나가는 욕망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런데 웃기는 걸? 노예가 금화를 탐내다니.


아니... 노예도 돈을 쓸  있는 걸까?

혹시 노예도 돈을 모아 스스로의 자유를 살 수 있는 걸까?

이 가상 세계에서 노예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너무 없다.


다크 엘프 미녀는 날 바라본다.
그런데 조금전의 공격적인 눈빛과는 사뭇 달랐다.


하지만 아직은 입을 닫고 있다. 차마 그걸 원한다는 말을 하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좋아. 이렇게 하지. 오늘  즐겁게 해주면 이걸 하나 주지."
난 들고 있던 동전을 손가락으르 튕겼다.

빙글빙글 회전하며 공중으로 높이 떠오른 동전은 다크 엘프의 가랑이 사이에 톡 하고 떨어졌다.

잠시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전이 떠올라 바닥으로 떨어질 때까지, 그녀의 시선이 계속해서 따라가고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거 재미있네...


난 어디가 잘못된 걸까?

여자들이 당황하거나, 화를 내거나, 증오하는 모습을 볼 때면 참기 힘들만큼 즐거워진다.


여자들이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투사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말하고 보니 꼭 악마라도   같군.



팅!
내가 던진 동전이 다시 다크 엘프의 가랑이 사이에 떨어졌다.


꿀꺽!
그녀는 침을 삼켰다.




"그 금화는 하나에 100츄르 짜리야. 그리고  널 오늘 623츄르에 샀지."


여자가 동전에서 눈을 떼고  바라봤다.
다시 증오의 기운이 서려있다.

자신을 돈으로 사고 파는 행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그 금화 두 개면 네 몸값의 1/3이로군."


"돼지 같은 놈이 계산을 할  알아?"
그녀는 날 모욕하려는 걸까? 아니면 정말로 놀란 걸까?
그녀의 눈만 봐서는 알 수 없다.


"어때. 해 보지 않겠나?"
그러면서  한 개의 동전을 더 던졌다.

"난 제마이티야의 3왕녀이다. 공주와 하룻밤 자는 비용으로는 너무 헐값이라 생각하지 않는가?"
그녀가 물었다. 이번엔 꽤나 기품있는 태도였다.


만일 그녀가 내내 그러한 태도를 유지했다면, 그녀를 공주는 아니라도 썩 괜찮은 집안 출신으로 여겼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겨우 금화 몇 개에 흔들리는 눈빛이나, 쉴새 없이 내뱉는 욕설 따위를 보면 절대로 귀한 집안에서 자란 여자로 보기는 어려웠다.


"금화가 욕심이 나기는 하는 모양이로군."

그러면서 다시 하나의 동전을 던졌다.


확실히 금화가 하나 하나 늘어날 때마다, 그녀의 눈빛이 점점 더 빛나고 있다.


"적어도  개는 되야 가랑이를 벌려줄 수고비가 될 거 같은데?"
이젠 대놓고 자신의 가격을 흥정하려 든다.
저런게 공주라고?
그보다는 어느 뒷골목에서 닳고 닳은 매춘부 쪽이 훨씬 더 가깝지 않을까?


"그럼 우리 한  가벼운 게임을 해볼까?"


"응?"


"이제부터 다시 네 몸에 박기 시작할 거다."


꿀꺽!
조금전의 욕망으로 가득한 눈으로 침을 삼킬 때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그녀는 침을 삼켰다. 눈이 떨리고 있었다.

"만약 끝까지 정신을 차리고 있는다면 금화 두 개를 주지."

그녀가 칫! 하고 혀를 찼다.


"그리고 다시 해서 그때도 견딘다면 두 배인 네 개를 주지. 다음번엔 여덟 개, 그다음 번엔 열여섯 개다."

여자가 눈을 크게 떴다.

"너... 그렇게 계속  배씩 늘어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하는 말이야?"

"물론이지. 열 번째에선 천 배가 되지. 그러니까 금화  개로군. 어때? 그정도면 공주님과의 하룻밤 비용으로도 모자라지는 않겠지?"


"진짜로 줄 거라고?"

"그래. 그깟 천 개가 무슨 대수라고? 자루 하나에 만 개씩 들어있다고."
난 자루 하나를 들어 그녀 앞에 보여주었다.

"그리고 열 번까지 성공하면 금화 뿐 아니라, 널 노예에서 풀어주도록 하지. 하지만 한 번이라도 실신한다면 하나도  줘."

다크 엘프는 불신의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진심이냐? 오크?"
그녀는 처음으로 날 돼지 새끼가 아니라 오크라 불렀다.


호오! 재미있네.



"물론이지. 아! 내 이름은 테미르 바스다. 그런데  이름은 뭐지?"
난 그녀의 이름이 다나스 엘피나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내 이름은 마리나 엘핀"
그녀는 내가 알고 있는 이름과 비슷하지만 다른 이름을 말했다.
흠... 그래.


"그런데 네 말은 진심이냐? 금화  개와 내 자유를 정말로 보장할 수 있다는 건가?"


"뭐. 믿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지."

"오크들은 거짓말을  한다고 하더군."


그래?
그렇단 말이지?
믿을  없는데?

아무리 순박하다해도, 거짓말을 못 한다니.

적어도 오늘 내가 보았던 망고드의 눈에선 그런 순수함 따위 찾아보기 어려웠다.

 녀석들은 무식한 거지, 순박한게 아니라고.



"하지만 세상에 떠도는 소문을  믿을 수야 없지. 그리고  이상한 놈이니까 더 믿을 수 없어. 그 어떤 오크가 그렇게 계산을 빨리 하고, 머리를 굴리는 거지?"

제법 눈치는 있는 여자인가보다.

"좋아. 맹서해줘. 그러면 믿어주지."


"맹서라... 그런데 난 아주 커다란 것을 걸었지만,  아무것도 걸지 않았잖아. 뭔가 저울추가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친 거 같지 않은가?"


여자는 한동안 날 바라보고 있었다. 뭔지 모르지만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쯧... 설마 자기가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삼바스..."


응?
그녀가 이상한 단어들을 내뱉었다.




"난 삼바스 산에 숨겨진 비보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 만일 내가 지면 그걸 넘기지."

"그게 뭔데?"

"... 세상으 모든 비보가 감춰져있다는 보물로 가득한 곳이다. 수많은 모험가들이 그걸 찾기 위해 세상을 헤메고 있지."

"관심 없어."


"뭐?"


"네 입에서 나오는 그런 뜬 소문 따윌 어떻게 믿으란 거야?"

"맹세한다. 나 마리나 엘핀은 이 내기에서 진다면 그대 오크 테미르 바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삼바스 산의 비보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넘기겠다."


"그러니까 자신의 이름도 거짓으로 말하는 여자의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고? 다나스 엘피나."

"아!  놈이  이름을 어떻게?"
여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프하하!"
난 진짜로 신이 나서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경악을 넘어 거의 공포에 질려있는 저 여자를 가지고 노는 것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여하튼 네가 약속을 지키거나 말거나  내 말을 지킬거라 약속하지."


난 아까 노예상에게 받아온 노예 증서를 찾아 그녀의 앞에 보여주었다.
이걸 찢으면 적어도 신분은 노예가 아닐 수 있게 된다.

"네가 이기면 이건 네 것이다. 황금 10만 츄르는 덤이지."
노예 증서를 자루에 넣으며 말했다.

여자는 갈망으로 가득한 눈으로 내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왔다.

난  자루를 침대 밑에 있는 궤짝에 넣고 열쇠로 잠궜다.
어울리지 않게 튼튼한 금속 궤짝은 왜 있나 싶었는데, 족장의 아들이라 그랬던 모양이다.



할 일을 마치고 침대로 올라갔다.


꿀꺽!
또다시 침을 삼키는 여인. 이번엔 두려움이다.



"그러면 한  버텨 보라고."

"크악!"
다크 엘프가 비명을 질렀다.
벌써 몇 번째인데도, 역시 이 끔찍한 물건으로 쑤셔지는 느낌은 참을 수 없는 모양이다.



"커륵! 컥!"
다크 엘프는 거의 죽을  같은 얼굴을 하면서도 멀어저가는 정신을 잡으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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