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3화 〉@13. 판타지의 꽃은 오크? (83/377)



〈 83화 〉@13. 판타지의 꽃은 오크?

이 빌어먹을 근육 돼지 놈들의 몸에 달린 것은 결단코 생각을 위한 수단은 아니다.


사냥에서도 조금만 머리를 쓰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텐데, 절대로 그런  없다.

싸울 상대가 있으면 우선 달려들어 도끼로 머리를 후려 까고 나서 생각을 한다.



사냥을 할 때뿐이 아니다. 지내끼리도 수시로 싸운다.
대개는 주먹질을 하지만, 때로 도끼를 휘두르기도 한다.


내가 있는 며칠 동안 서너 번은 봤다.
근데 웃긴 건 도끼로 맞고도 안 죽더라.

나름 손에 힘을 덜 실은 건지, 아니면 진짜 쇠로 만든 대가리 들인지, 도끼가 조금 들어가고 말더라.


그래도 싸움은 그때 뿐이다.

그렇게 너죽고 나죽자고 싸우던 놈들이 밤이 되니 고기를 뜯고, 술을 마시며 웃고 있더라...




아! 술도 있다.

나도 술이 가득 담긴 잔을 들고 있다.


이건 오크가 만든 술이 아니다.


땅딸막한 놈들, 그러니까 드워프라는 종족의 술이다.

오크 놈들 무식하지만, 나름 문화도 있고, 교역도 한다.

심지어 마을에는 다른 종족도 종종 보인다.


 오크들의 마을에는 오크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종족이 함께 모여산다.


인간도 있고, 다양한 수인도 있고, 심지어 엘프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오크 마을에 거주하는 오크 이외의 종족은 대부분 여자들이라는 점이다.


오크 마을에 모여있는 이종족 여자!


그러면 생각나는 건 하나 뿐이지 않은가?


그렇다. 그녀들 모두 오크의 노예들이다.

무슨 노예?

당연히 오크의 씨를 받을 씨받이 노예이다.



그러니까 나도 능력만 되면 다른 오크들처럼 이종족의 암컷을 구해 씨받이 노예로 삼고 마음껏 떡을 칠  있기는 하다.


그러니까 내가 받은 퀘스트가 전혀 수행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노예들이 전부 주인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남의 노예를 건드리는 것은 진짜로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아주 커다란 분쟁 거리라는 것이다.

아마  오크 놈들에겐 종족의 이종족 노예를 빼앗기는 것이 살인보다 더 큰 범죄로 여겨지는 것 같았다.

그러니 내가 이 마을의 수많은 이종족 여자들을 보고서도   번도 엉뚱한 짓을 시도해보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있는 것이다.

 퀘스트란 것이 이종족 암컷을 한  따먹는 것으로 끝이 나는 건지, 혹은 일정 수 이상이어야하는지 모르니 쉽사리 모험을  수는 없다.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해도, 난 머리가 도끼로 쪼개지는 꼴을 당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이종족 암컷을 합법적으로 획득할 다른 방법을 물색해야 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능력이 있으면 된다.

능력이 뭐냐고?


웃기게도 현실 세계와 다름 없이 돈이었다.


야만적인 놈들이지만 오크들도 돈을 사용한다.

사냥감의 부산물을 팔아 돈을 마련하고 그 돈을 써서 무언가를 산다.


 무언가는 오크 마을에 머무는 얼마 안되는 암컷이 아닌 이족족인 상인들이 취급하는 물건들이다.


예를 들어 도끼.
이건 드워프가 만들었다는데, 무기상의 주인은 인간이었다.


그리고 술.
이것도 드워프가 생산한 것으로 마찬가지로 인간 상인이 팔고 있다.


마지막으로 암컷!
오크들이 돈을 모으는 이유는 태반이 이것 때문이다.




슬슬 머리가 커져가기 시작해서 성인의 범주에 들어가는 오크들은 눈에 불을 켜고 돈을 모은다.

왜냐하면 암컷 노예를 거느리는 것을 일종의 성인이 되는 통과 의례라 여기기 때문이다.

아니! 오크 숫컷들이 그렇게 이종족 암컷을 차지하는 것에 혈안이 되어있다면, 오크 암컷은 어쩌냐고?


혹시 그것들은 이종족 숫컷을 구하러 다니는 거 아닐까?

아쉽게도 틀렸다.




오크 암컷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말로 하자.

세상에 존재하는 오크들은 전부 숫컷이다.

그리고 오크들은 다른 종족의 암컷을 통해 번식한다.


오크에 의해 수태된 암컷은 종족을 막론하고 무조건 숫컷 오크 만을 낳는다.


참 웃기는 설정이다.

하지만 뭐 일반적인 판타지가 아닌 떡타지라면 흔한 설정 아닌가?

뭐 그게 설정이든 뭐든 그걸 알고 나니 오크들이 노예를 구입하기 위해 그렇게 혈안이 된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오크들에게 이종족 암컷을 소유하는 것은 단순히 욕구의 발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종족의 번영과 존립에 관련된 막중한 소임과도 같다.



하지만 지켜본 바로는 이 새끼들, 그냥 욕정을 주체하지 못해 그러는 거다.

밤만 되면 마을 여기저기서 이종족 암컷이 지르는 비명 소리와 오크들이 흥분해 질러대는 고함 소리로 낮보다 더 시끄러웠다.


그러니까 아직 암컷 노예를 소유하지 못한 젊은 수컷들은 아주 혈안이 되서 사냥에 나선다.


노예를 살 돈이 필요해서이다.

사냥은 돈이 된다.

오늘 잡은 가르강튀아만해도 놈들의 부리나 발톱, 그리고 커다랗고 화려한 깃털이 전부 돈이 된다.

한마리 분량의 전리품이면 제법 쓸만한 암컷 한 마리  돈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내겐 그런 암컷을 살만한 돈은 없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사냥에 참여해야 하는데, 무서워서 못하겠더라.


그나마 떨어진 부산물을 주어다가 마을에 있는 고블린 상인에게 팔아 몇 푼  되는 돈을 마련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걸로는 어림도 없다.

돈... 역시 이세계에서도 여잘 가지려면 능력이 중요한 모양이다.




"노예 상인이 왔다!"


오크 마을에 화색이 돌았다. 우르크마니스탄 전역을 순회하는 노예상이 마을에 들른 것이다.


적어도 수백에 달하는 노예들이 걸어서, 혹은 마차에 실려 마을로 들어오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오크 마을에 데려오는 노예들은 전부 암컷뿐이다.


정확하게 정해져있지는 않지만 대략 한 달에 한 번에서 두 번 정도, 노예 상인 마을을 찾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날은 오크 마을에 커다란 축제가 벌어지는 날이다.

당연하다. 그렇지 않아도 이종족 암컷이라면 환장하는 놈들에게 새로운 암컷을 공급하는 노예 상인이 찾아왔는데 기뻐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은가?

나도 다른 오크들처럼 노예들을 구경하기 위해 노예상이 왔다는 광장으로 달려갔다.



볼거리가 참 많았다.

노예상이 끌고온 수많은 이종족 암컷들이 줄을 지어 서있다.

오크들은 저마다 킁킁거리고 돌아다니며 자신에게 어울릴만한 암컷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도 그들 중 하나였다.
내가 비록 돈은 없지만, 아이 쇼핑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멋진 여자들이 많다.

인간 여자가 개중 가장 많아 절반정도를 차지하는 것 같았다.


검은 피부, 흰 피부, 갈색 피부, 오렌지 색의 피부.
다양한 피부의 다양한 머리카락을 지닌 여자들이 거의 반나체 상태로 여기저기  있었다.

여자들의 표정은 대개 좋지 않다.

당연하지.
오크에게 팔려와 씨받이로 일생을 보내게 되었는데 기쁘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더군다나 이 오크들 하나 같이 무시무시한 물건을 가지고 있다.
원래의 내가 가진 무기도 인간 치고는 거의 괴물 급이었지만, 오크에 비하면 초라해진다.

다행히 여기서 내 오크 몸에는 다른 오크에 전혀 부끄럽지 않을 큼직한 것이 달려있다.


하지만 그게 크면 무얼 하는가? 쓸 데가 있어야지.

그렇게 흥미와 불만이 반씩 섞인 채 암컷 노예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목에 나무로 만든 판자 하나씩을 걸고 있다.
거기에는 서로 다른 숫자가 쓰여있다.


물론 가격이다.


마음에 드는 암컷의 목에 걸린 가격이 마음에 들면,  가격을 지불하고 끌고 가면 된다.


그러니까 무슨 우시장이나 그런 것 같다.


확실히 문명과는 아주 뒤떨어진 야만적인 세상이다.

그리고  속에 섞여 열심히 구경하고 있는 나도 영락없는 야만인이다.



멋진 오렌지색 머리의 꽤 이쁜 여자 노예 하나를 찾았다.

와! 지구였다면 SNS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는 것 만으로 스타가 되고도 남을 멋진 여자이다.

가격은 3,500츄르.

흠... 어째 좀 헐값인데?

솔직히 말해 츄르라는 화폐의 단위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른다.

오크 마을에선 사실 돈을  일은 거의 없다.
먹을 거야 사냥으로 자급자족, 의복은 사냥감의 가죽으로 만들고, 주거는 흙집이 있다.

그러니까 돈이란 사냥감을 팔아서 모아놓았다가, 오늘처럼 노예상인이 오면 노예 구입에 쓰는 것이 전부이다.


참... 짐승 같은 놈들이다.
뭐. 나라고 다를  없지만.



그러니까 3,500 츄르가 35만  쯤일지, 350만 원 쯤일지, 아니면 3,500만 원일지 전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단지 다른 여자들과 비교해보면 헐값이라는 의미이다.



바로 옆에 서있는 건장한 체구의 갈색 피부의 여자는 목에 10,800츄르가 적혀있는 판자를 목에 걸고 있다.

오렌지색 미인의  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그런데 솔직히 여자로서의 매력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건장하다.
지나치게 건장하다.


어깨가 수영 선수처럼 넓고, 팔뚝은 야구 배트라도 부러트릴 수 있을 만큼 두껍고 튼튼해보인다.

뭐. 얼굴은 말 할 필요도 없다.
박색은 아니지만, 절대 지나치는 말로도 이쁘다고 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쪽이 이곳 오크 마을에서는 인기가 높다.


당연하다. 건강한 쪽이 비싸다.


오크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얼마나 새끼를 쑥쑥  나아줄 것 같이 생겼는가이다.

기껏 큰 돈을 들여 마련했는데, 새끼를 낳지도 못하고 죽어버리면 손해다.

그래서 이쁜 여자보다 튼튼하게 생긴 여자들이 비싸다.
물론 오크들도 미적 감각은 있는지, 비슷하게 건강해보이면 이쁜 쪽을 선택한다.

노예상이 끌고온 노예들의 절반은 그런 인간의 암컷들이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다양한 종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나 고양이의 수인도 있고, 크기부터 압도당할 것 같은 소 계열의 수인도 있다.

척 보기에도 새끼를 열 마리는 뽑아줄 것 같은 젖소 수인에게는 무려56,700 츄르라는 무서운 가격이 붙어있다.


그녀는 무척이나 키가 컸다. 오크들이 보통의 인간 남자에 비해 머리 하나는 큰데, 그 여자 오크에 밀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보다 눈이 가는 것은  압도적인 가슴.
인간 여자에게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크기이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한쪽이 어린아이 몸통만큼이나 크다.


아! 실수다. 과장이 아니다.

그 젓소 수인 여자의 곁에는 벌써 대여섯이나 되는 오크들이 모여있었다.
모두들 탐을 내고 있었다.


주인만 없다면 당장이라도 그 여자를 땅바닥에 눕히고 할짓 못할짓 저지르고 볼 놈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의외로 젓소 수인 여자의 얼굴은 평안하다.
오히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오크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품평을 하고 있다.

듣기로는 한 노예에 여럿의 구매자가 붙는다면, 여자 노예에게 선택권이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일까? 그녀 주변에 모인 오크들이 각자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어떤 놈은 자기 팔뚝을 보여주고, 어떤 놈은 바지춤을 끌어내린다.


머리가 어지럽다.
확실히 이놈들은 내 상식과는 아주 거리가 먼 놈들이다.


그건 그렇고, 저 젓소 여자 어째서 그렇게 바지를 내린 놈의 아랫도리를 내려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거냐?

난 금세 젓소 여인에게 흥미를 잃어버렸다. 가슴이 크다고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그렇게 노예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드디어 발견했다.


멋진 여자였다.
오늘 이 시장에 나온 그 어떤 여자보다도 훨씬.


피부는 짙은 구리빛. 흑인보다는 덜 검고, 황인에 비해서는 어둡다. 대략 말레이 인종 수준이다.

하지만 얼굴은 전형적인 서양인, 그것도 북유럽에 가까워 코가 무척 오똑하고, 눈은 바다처럼 짙은 파란색이다.


머릿카락은 금발, 밝은 황금색 머리카락에 군데군데 갈색머리가 섞여있다.


세상에서는 보기 드문 아주 독특한 외모의 미녀였다.


그런데 그녀의 외모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밀조밀한 얼굴도, 화려한 금발과 짙은 피부도 아니다.

인간에게서는 볼  없는 뾰족하고 긴 귀.

그렇다.

그녀는 인간이 아니다.

바로 판타지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다크 엘프였다.


키는 무척  편이다. 인간 여자들에 비하면 훨씬 크고, 내가 여기서 봐 왔던 인간 남자들보다도  큰 편이다.

슬림한 몸매에 적당히 보기좋을 정도로 자리잡은 근육들.


체지방이 무척이나 낮을 것임에 틀림없는 몸인데도 가슴은 풍만하다.


어느모로보나 굉장히 매력적인 암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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