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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화 〉@12. TIME STOP! 시간이 정지되었으니 웃음과 절규를 참고 버텨라! (80/377)



〈 80화 〉@12. TIME STOP! 시간이 정지되었으니 웃음과 절규를 참고 버텨라!




어차피 나만 아는 일이다.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절대 알지 못한다면 피해자라 할 수 있을까?


뭐. 상대에게는 예상치 못한 쾌락도 줄 수 있으니, 일거양득!

그렇게 뻔뻔스러운 자기 합리화까지 할 정도이다.



난 즐거운 마음으로, 은희가 보는 앞에서 은지를 먹어치웠다.
은지는 아까 스카이 요가를 할 때보다 훨씬 더 좋은 반응을 보여주었다.


"윽! 학!"
은희와 한참 윤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은지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그러세요? 은지 선생님!"


은희가 더 놀란다. 누가 봐도 거의 발작에 가까운 반응이다.


"아. 아니. 잠깐 오한이 들어서."
은지가 서둘러 적당한 핑계를 만들었다.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오늘 참 희한하네."
은지가 사라지고 나서 은희가 말했다.

"응?"
뭔가 뜨끔했다.


"나도 아까 저렇게 몸에 오한이 든 거 같이 갑자기 몸을 떨었거든. 흠... 근데 오한이라기보다 뭔가 굉장히 자극적인 기분이었어."


어랏! 조금 실수를  걸까? 은희 앞에서 은지를 겁탈한 것은 조심성 없는 행동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막 섹스를 하고 있을 때 같은 기분이 들었단 말야."
맞아. 은희는 이런 여자였지.


"그런 경험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어. 말도  되잖아? 수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짜릿한 기분이 온몸에 퍼지는 거야. 그리고 아래가  섹스를 하고 있던 것처럼 저릿하더라고. 그러고 나서 나도 모르게 야릇한 소리를 내뱉고 있었어."
은희가 날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너 때문인 거 같아."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방금 은지 선생도 그랬단 말야. 한참 말을 하다가 갑자기 야릇한 소리를 내고는 손을 아래로 가져가더라고."

은희는 눈치가 빠른 여자였지...


"너... 아무래도 이상해."

"내... 내가 뭘?"

지은 죄가 있으니 변명할 거리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떤 남자들이 그렇데. 그냥 곁에 있기만 해도 여자들을 발정나게 한다고. 무슨 페로몬이라 그랬었나?"


음... 페로몬... 그래! 페로몬이다.
물론 과학적으로는 아무 근거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시간을 멈춘다는 이야기보다는 훨씬 더 말이 된다.



"그. 그랬냐?"

"응. 어서 봤어. 그런 남자가 있다더라. 페로몬을 뿜어서 여자를 정신 못차리게 한다고."

고맙다. 은희야. 그렇게 생각해주니 마음이 놓이잖아.



"여하튼 너랑 가까이 하면 안 되겠어. 오늘 진짜 이상해. 은희 선생님도 그렇고, 아까 윤정씨도 이상하게 너한테 관심을 보였고..."

은희는 마치 취조실의 형사인 모양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바라보았다.

"그런 소리 처음 듣는다. 페로몬이라니... 하.하.하..."

난 그렇게 어색한 웃음으로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여튼 너 앞으로 내 곁에서 1미터 안으로는 접근 금지야. 하아... 진짜. 너 때문에..."
그러면서 왜 혀로 입술을 핥는 거야?


"나 지금도 너 바지를  벗겨버리고 막 빨고 싶어. 너한테 다리를 벌리고 박아달라고 말하고 싶고."
은희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니 너무 꼴리잖아?

그래서 박았다.

오래는 아니고, 그녀가 조금 기분이 좋아질 정도만.

"학! 아! 하악!"
시간이 흐르자 그녀가 몸서리를 치며 신음을 내뱉았다.


"거, 거봐! 이 짐승!"
은희는 날 흘겨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어땠는  알아?"

"응? 왜 그래?"
이제 시치미를 떼는 것은 익숙하다. 점점 연기자가 되가는 것 같다.

"막...  굵은 게 내 안으로 들어와서 마구 쑤시고 지나간  같아."

와! 귀신이다.
그걸 느낄  있는 모양이다. 이제 Special!! 카드 < 시간정지(時間停止) 스톱워치! >의 작용을 조금   같다.

내 행위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느낌은 생생하게 남아있는 모양이다.


쯧. 좀 더 하면 위험하겠는걸?


이쯤에서 끝내야겠다.

이곳 여자들이 점점 이상하다 생각하기 시작하면 곤란할 수도 있다.

물론 설정 카드 < 대체기억 >을 믿기는 하지만...



"진짜 안 돼.  무서워. 무슨 괴물 같아!"
그녀의 눈에 서린 기운은 틀림없이 두려움이었다.



"이 페로몬 괴물! 학!"
마지막까지 그녀는 몸서리를 치고 내게서 멀어져갔다.



내가 너무 심했던 걸까? 조금은 반성을 해본다.


정말로 은희가 날 두려워하는 건 싫은데...


난 그녀가 내게 욕망을 갖고 동시에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려는 태도가 마음에 든다.


그녀가 노골적으로 나와 섹스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두려워서 차마 못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너무 두려워해 만남조차 꺼려질 정도가 되는 것은 마땅치 않다.




난 한동안 소파에 앉아 내가 저지른 일들에 대해 반성을 하며 조용히 앉아있었다.
은희는 그동안 정말로 내 근처로 얼쩡도 하지 않았다.


그사이 몇 명의 여자가 학원으로 들어왔다.

은희의 요가 수업을 들으러 온 여자들과 송아의 필라테스 수업을 듣고 있는 여자들이었다.

 예상했듯이 평범한 여자들이다.

그게 당연하다. 무슨 예쁜 여자들만 잔뜩 모여있는 환상적인 체육 시설 따위 있는 게 더 이상하다.

은희의 수업에 다섯 명, 그리고 송아의 수업에 여섯 명이 들어갔다.
그중 딱히 하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여자는 달리 없다.

음... 아마 오늘 싫컷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내 정력은 아직도 충분한 것 같지만, 정력과 성욕은 별개의 문제이다.

아무리 잘 먹는 먹방러라도, 싫컷 먹고 난 뒤라면, 딱히 먹고 싶지도 않은 음식을 억지로 먹고 싶지는 않을  아닌가?


물론 돈이 걸려있다면 다르겠지만.

하지만 이미 분량은 충분히 차고도 남는다.


그래서 난 필라테스 수업과 요가 수업에 들어간 여자들을 그냥 심드렁하게 바라보고 말았다.




그리고 한참만에 은지가 나타났다.
대략 20분은 화장실에 있었던 모양이다.

그녀의 얼굴은 다시 평정심이 머물고 있다. 혼자서 무얼 하고 온걸까?

"괜찮으세요?"

"그럼요. 신경 쓰실 것 없어요. 이번주에 약간 무리를 했었던  같은데 지금 아주 좋아요."


무슨 무리를?


"참. 그럼 우리도 사진 찍을까요?"
은지가 물었다.

"그러죠."


우리는 플라잉 요가 룸에 들어가 촬영을 했다.


"아까 보니까 이렇게 거꾸로 메달려있는 자세가 멋지더군요."


"아! 그건 샹들리에 자세에요."
그녀는 정말 평정심을 되찾았는지, 열심히 자세를 취하며 촬영에 임했다.

"이건 다빈치 자세라고 하고요."
자신의 분야이기 때문인지, 그녀는 열심히 자신이 하고 있는 자세를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진을 찍을 때는 포즈만으로 결정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일반적인 패션 사진이라면 조명과 포즈로 원하는 장면을 잡아내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게  수 있다.

하지만 난 그런 종류의 사진보다는 어떤 감정이 투영된 사진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여자가 기분 좋게 웃는 사진이나, 보일듯 말듯한 미소가 살짝 드러나는 사진, 혹은 알 수 없는 우수가 느껴지는 사진들이 있다.

난 그런 사진을 좋아한다.

조금전 송아와 필라테스 사진을 찍을 때 그랬다.
앞에 찍은 사진들은 평범했지만, 뒤에 찍은 사진에선 송아의 섹시함이 잔뜩 드러나 있었다.


이유야 있지.
그녀가 아래에서 느껴지는 쾌감을 억지로 참고 있었기 때문이다.


흠. 송아가 그런 분위기를 띄운 것은...
역시 그것 때문이지.

난 시간을 멈추었다.


다시 은희를 먹어치웠다.

하지만 조심했다. 너무 지나치면 그녀가 견디지 못하고 다시 자리를 뜰 수도 있다.


적당하게.


그러니까 살짝 맛만 보여주는 정도로.



"이번엔 스파피쉬 자세예요."
방금전과 똑같이 자세를 잡고 설명을 해주는데, 은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아마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보인다. 언뜻 보면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눈만은 확연하게 달랐다.


명백하게 그녀의 눈가에는 음란함이 흐르고 있었다.


좋았다. 그래 내가 원한 것이 이런 사진이야.


찰칵! 찰칵! 찰칵!

그리고 그녀에게 음란함이 떨어지려 하면, 다시금 음란함을 주입했다.

결코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녀에게 좋은 사진을 남겨주고 싶어서였다.

마지막에는 자제하지 못하고, 그녀의 입을 벌리고 사정을 했다.

꿀꺽!
은지도 기꺼이 그걸 삼켜주었다.

음... 그녀의 의지일까? 아니면 카드의 힘일까?

잘 모르겠다. 여하튼 나야 고맙지.



"학! 아아! 하윽!"
시간이 다시 흐르고 그녀는 헤먹에 메달린 채 한동안 자신의 쾌감에 정신없이 빠져있었다.


"흑! 헉!"
미안하다. 그래도 좋은 사진으로 보답하겠다.


이정도면 충분한가?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은지와 사진을 찍는 동안 은희의 요가 수업이 끝났다.




"음... 난 오늘 그만할래."
은희는 확실히 눈치가 빨랐다.

더는 나와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한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녀가 현명했다. 만일 그녀와 사진을 찍게되면 나도 자중할 자신이 없다.

오늘 일로 확실하게 알게되었다.

난 자제력이 없다.

여기까지만이라고 다짐하면서 기회가 생기면 금세 어겨버리기를 반복했다.

하! 무슨 자제력이 마당에 풀어놓은 닭 수준도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걸로 내게 실망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그런 놈인 걸 인정하자.


그날은 거기까지 하려고 했다.


그녀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아니. 그녀를 발견했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지.

은지와 사진을 찍는 사이에 송아의 필라테스 클래스에 한 명이 늘어있었다. 대충 보기에 수업을 조금 늦게 들어온 모양이다.

이런. 왜 이제야 나타난 거지?

꽤 귀여운 여자였다. 키도 자그맣고, 나이도  어려보인다.
아마 지연과 비슷한 또래.

필라테스 수업이 끝나고,  귀여운 여자가 발랄하게 웃으며 탈의실로 들어갔다.


그래서 나도 따라갔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으니, 그냥 구경만 할 생각이었다.

샤워를 하는 그녀의 벗은 몸을 감상하고 있는 동안 또 꼴렸다.


그래. 어차피 지금까지 네 명을 먹어치웠다. 거기에 죄가 하나 쯤  추가된다고 무슨 차이가 있을까?

옷을 벗었다. 그녀의 몸을 들어 밖으로 나왔다.

자그마한 체구라 가볍다. 겨우 40kg이 조금 넘어설 정도?


이름도 모르는  귀여운 여자를 소파에 눕혔다.


그리고 먹어치웠다.

와! 굉장히 좋았다.

아직 앳되 보이는 얼굴 탓일까?

마치  그녀의 첫 남자가 된듯한 기분이 들었다.

음...
 남자가 맞았다.


어쩌지?


소파에 깔아놓은 수건에 내 정액과 함께 피가 묻었다.


난감하네... 미안하고...

이래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이 불쌍한 여인은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처음을 빼앗겨버렸다.

심지어 그걸 기억하지도 못할 것이다.


죄책감에 휘말려, 난 그 귀여운 여인에게 키스를 했다.


미안.


내가 지은 죄는 아마 씻을 수 없을 거야.

정말로 미안해...



"하응!"
작고 빨간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나즈마한 신음이  죄를 사해주는 것 같았다.

"미안해. 고마워. 혹시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되면 잘 해줄게."


난 그녀를 다시 샤워 부스로 데려가 물로 씻어주었다.


샤워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내 추악한 죄를 씻어주기를 바라면서...


다시  번 그녀의 입을 범했다.

미안해. 정말이야. 하지만 참을 수가 없었어. 내 안에 괴물이 사나봐.

정말이다.

아주 많이 미안했다.


하지만 정말로  욕구를 참을 수 없었다.

아까 은희가 내게  말이 떠올랐다.

"너 괴물 같아."
물론 다른 의미에서 한 말이었지만, 그녀는 내 본질을 뚫어보고 있었다.

'성욕 몬스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다시 시간이 흘러간다. 사람들이 움직인다.


이제 시간도 늦었다. 다들 집으로 갈 시간이다.

샤워실에서 여자들이 하나씩 나온다.

그리고 내가 죄를 지은 그녀는 가장 마지막에 나왔다.


얼굴 표정에선 달리 대단한  느낄 수 없다.
그런데 걷는 모습이 꽤 어색하다.


쯧!


"괜찮아? 서윤아?"


필라테스 원장인 송아가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도 이상한  알아차린 모양이다.


"네. 운동이 너무 힘들었나봐요. 여기저기 안 쑤신데가 없어요. 특히 여기요."

그녀가 손으로 자신의 가랑이를 가리켰다.
조금 조심성이 없는 여자였나?


그래도 말을 하면서 웃고 있는  보니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지? 처음엔 그렇게  아픈 데가 없어. 그렇다고 벌써 포기하면 안돼. 알지?"


"그럼요. 뭐 아픈만큼 성숙해지는 거잖아요."
그러고는 깔깔거린다.

고마워. 그렇게 생각해줘서.


그녀는 마지막까지 발랄하게 웃으며 학원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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