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9화 〉@12. TIME STOP! 시간이 정지되었으니 웃음과 절규를 참고 버텨라! (79/377)



〈 79화 〉@12. TIME STOP! 시간이 정지되었으니 웃음과 절규를 참고 버텨라!



좋은 징조이다.


이 여자는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흐어억!"
지금까지 들을 수 없었던 커다란 소리.
그리고 지금껏 긴장을 유지해 오던 윤영의 몸이 축 늘어진다.

마치 온몸의 힘이 전부 빠져버린  같았다.

"하! 학! 학!"
이제 그녀의 신음은 스타카토로 아주 짧게 끊어져서 나오고 있었다.


어떻게 들으면 신음을 낼 기운도 없는 것 같기도하고, 어떻게 들으면 오르가즘의 절정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그녀가 느낄  있는 정점에 다다른 것만은 틀림없다.


난 움직임을 늦추었다. 더 이상의 자극은 그녀의 절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헉! 학! 하! 핫! 핫.... 하... 하아..."

신음이 잦아든다. 절정이 천천히 지나가고, 여운만이 남는 시간이 돌아왔다.

난 그녀에게서 몸을 떨어트렸다.


이정도면 되었다.

사정은 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어쩐지  여자를 통째로 먹어치운 기분이 되었다.



윤영은 다시  늘어진 채로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다.
입은 살짝 벌린 채였다.


그 모습을 보니 역시 여기서 끝내기가 아쉽다.

 그녀의 입에 내 귀두를 살짝 집어넣었다.


윤영은 친절하게도 입을 한껏 벌려 날 도와준다.


그리고 조금 움직여본다.


귀두에 와 닿는 여배우의 혀가 느껴진다.

싼다!


꿀꺽! 꿀꺽!
윤영은 사양하지 않고 그걸 전부 먹어치운다.

그걸로도 모자라는지, 힘차게 빨아들인다.

빠는 힘이 장난이 아니다.

이것도 내가 지닌 카드의 힘일까?

글쎄?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무래도 이 여자의 원래 성향이 아닐까 싶었다.


 여인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졌다.

윤영과 함께라면 어쩐지 즐거운 섹스를 할  있을 것 같았다.


그녀의 입에서 자지를 빼고 잠시 그녀의 모습을 좀 더 바라보다가, 아쉬움을 가지고 샤워 부스를 나와 유리문을 닫았다.



언제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다시 그녀와 섹스를 하게 될까?

아무것도 예상할 수는 없었다.

뭐. 인연이 닿으면 또 만나겠지.

탈의실로 가 옷을 입고 다시 응접실로 나가 시간이 흐르게 만들었다.

"이거  잔 마셔보세요. 우리 학원 특제 차예요."
은지가 빨간 액체가 담긴 유리로 된 찻잔을 가져와 내 앞에 내려놓았다.

"고농축 히비스커스에 케모마일과
피부에도 좋고, 혈압을 낮춰주는 효과도 있어요. 그리고..."


은지는 자신의 특제 배합 방법으로 만든 이 차가 몸의 어디에 좋은지를 한참 동안 설명해주었다.

맛은 쓰고 시큼하고 화하고... 여하튼  이상했다.

"맛은 별로죠?"

"하하.. 몸에 좋은 차가 쓰다더군요."

"그러니까요. 몸에 굉장히 좋은 거니까  드세요."


그런데 그렇게 자기 마음데로 조합을 해서 만들어도 괜찮은 걸까?


뭐. 겨우  잔인데...

"영웅씨는 여자 친구 있어요?"
은지는 별수롭지 않은 듯 말을 걸어왔다.

"아뇨."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지만, 지금은 그런 복잡한  사생활을 논할 시간이 아니다.


"어머나! 왜요?"
은지는 어느새 내 바로 옆에 앉았다. 그리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혹시 운동 좋아하세요?"


대개는 시시껄렁한 신변 잡담이다. 하지만 그녀가 내게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에 충분한 말들이었다.


나도 이 여자에게 관심이 조금이나마 있었기에, 즐거이 대화를 이어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난 탈의실에서 한 여자가 나오는 것을 알아차렸다.


윤영이다.
시간을 멈춘 시간을 제외해도 거의 30분 가량을 샤워실에 있던 거다.

윤영은 저쪽에서 일을 하던 은희에게 다가가 무언가 대화를 나눈다.

얼굴이 밝은  보니 항의를 하거나 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어째서 윤영과 은희가 번갈아가며 날 보는 걸까?


혹시 나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는 걸까?



그녀가 내가 앉아있는 소파로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생각보다 굉장히 말고 깨끗한 목소리다.
아! 배우라면 목소리에도 신경을 써야하겠지?



"이제 가시게요?"
은지가 말을 건냈다.

"예. 오늘도 운동 잘 하고 가요."
딱히 흔히 가지고 있는 배우의 이미지처럼 도도하게 행동하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옷차림도 꽤 수수하다.

그녀는 녹색 츄리닝을 입고 있었다.
그것도 어떻게 입고 다녔는지, 무릅이 튀어나와있다.


스타일에 신경쓰는 여자들은 트레이닝 웨어를 입어도 신경써서 입는데, 그녀는 그런 스타일은 아닌게 틀림없다.

그녀가 입은 옷은 아무리 봐도 츄리닝이지, 트레이닝 복은 아니다.

그래도 워낙에 몸이 좋아, 그녀가 걸어가면 눈길을 끌어모을 것은 틀림없다.

대충 고무줄로 묶은 머리는 빗질도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한데 묶이지 않아 흩날리는 가닥이 적지 않다.

갈아입을 옷을 넣은 허름한 가방을 어깨에  것 말고는 흔한 악세사리 하나 보이지 않는다.


생긴 것에 비하면  털털한 스타일인 듯 하다.

"그런데 은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사진 찍으신다고요?"
윤정이 느닷없이 내게 물었다.


"예. 직업은 아니고 취미로 하고 있습니다."
여배우가 내게 이야기를 걸어온 것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렇다고 그녀가  의심하고 있을 거란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은희 선생님 말로는 센스가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방금 몇 개 봤는데, 정말 은희 선생님이 멋있게 나왔더라구요. 물론 은희 선생님이 원래 이쁘신 분이셔서 그러겠지만,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어요."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조윤정이에요."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하자는 거겠지.


"아. 안영웅입니다. 윤정씨 출연하신 영화는  보지는 못했지만, 인상 깊었습니다."
여배우의 손은 무척이나 보드러웠다.

"저 아세요? 어머나! 기뻐라!"
그녀는 호들갑스래 기쁨을 표시했다.


"참. 다름이 아니고, 언제 시간 나시면 저도 사진 한 번 찍어주세요. 저도  이름 좀 알려보려고 SNS고 뭐고 열심히 하는데, 역시 사진이 이뻐야 하더라구요."

"하하... 제가 아무렴 프로 사진가만 하려구요."


"아뇨. 느낌이 있더라니까요. 진짜. 저 영웅씨가 찍어주신 사진 꼭  번 보고 싶어요. 그니까 전화 번호 알려주세요."

그러면서 들고 있던 전화기를 내게 넘겼다.

미리 준비를 하고 왔는지, 화면은 숫자패드가 나와있다.



"그럼..."

 윤영의 손에서 전화기를 받았다. 그리고 주머니에 있던 스톱 워치를 눌렀다.


내가 또 언제 여배우의 전화기를 훔쳐볼 일이 있을까?

발신 화면을 닫고, 잠시 그녀의 스마트폰을 살펴보았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사과폰이다.


우선 화면의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리며 앱 리스트를 띠워, 달리 실행되는 앱은 없나 살펴본다.

딱히 대단한  없다.
통화하기와 SNS 앱, 그리고 메신저 앱이 전부이다.


메신저 앱에는 꽤  목록이 나열되어있다.

매니지먼트도 없이 혼자 한다더니, 인맥 관리에 열심인 모양이다.


친구 리스트에는 내가 알법한 이름도 몇 있다. 다소 유명한 연예인들, 그리고 감독의 이름들.
 내가 알지 못하는 연예인은 훨씬  많겠지.



메신저를 닫고 사진함으로 가보았다.

여배우라 그런지 자기 사진이 꽤 많다.

시간이  때마다 사진을 찍는 모양이다.
요즘은 알아서 보정을 해주는 앱도 꽤 많은데, 그런 것은 사용하지 않는 모양이다.

거의 보정 없는 기본 사진앱으로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다.

응? 그런데 이상한 사진이 눈에 띈다.

남자의 스마트 폰이라면 때때로 보일 수 있는 사진이지만, 여자의 스마트 폰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사진들.

그러니까 여자의 벗은 몸.
그것도 아주 적나라한 사진이다.


벌거벗고 어딘가에 앉아 자신의 음부를 보이는 사진은 목 아래에서 잘려있다.

흠... 그런데 난  몸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조금전 샤워실에서 보았던 윤영의 모습이  그랬었다.


난 계속해서 사진을 훑어본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런 사진을 찾을 수 있었다.


꼭 전부 벗고 있는 사진만은 아니다.


옷은 전부 제대로 입고 있으면서, 치맛단을 올려 속옷을 입지 않은 그곳을 적나라하게 노출한 사진이 좀 더 많다.

그런 모든 사진들은 특징이 있다.

얼굴이 나오지 않는 다는 것 뿐 아니라, 전부 모델이 직접 찍은 사진이라는 점이다.

때로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며 찍었고, 때로는 팔을 앞으로 뻗어 얼굴만 피하며 찍기도 했다.


또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모든 사진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사진의 찍은 장소가 아무래도 집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어딘가의 화장실, 어딘가의 사무실, 어느 카페의 구석진 자리, 심지어 공원에서 찍은 듯한 사진도 있다.



호오라!  여자 아주 독특한 성벽이 있는  같다.

조금전 샤워실에서 자위를 하고 있을 때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자신을 노출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걸까?
때때로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해도 꽤나 대담하다.
나름 이름이 알려진 여배우가 이런 짓을 하다가 대중에게 알려졌을 때의 위험성은 적지 않을 텐데...


하기는 그런 위험을 즐기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스릴을 즐기는 성향이라면, 오히려 그런 위험을 반길 것이다.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을 훔쳐보는 것은  물론 아주 비 윤리적인 행동이지만 재미는 있었다.

난 다시 통화하기로 화면을 돌리고 시간을 흐르게 했다.

내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테이블 위에 둔 전화기가 울리는 것을 확인하고 그녀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줬다.


"언제  번 연락할게요."
윤영이 내게 싱긋 웃음을 보내고 돌아섰다.

"별일이네요. 윤영씨 저러는 건 처음 보네."

윤영이 학원을 나선 뒤 은지가 말했다.

"보통은 그냥 수업만 듣고 대화 같은 거 별로 나누는 편은 아닌데."


"내가 영웅이 사진을 보여줬거든요. 그랬더니 사진이 마음에 든다 하더라고요."
어느새 다가온 은희가 말을 받았다.


"그래도 윤영씨 아마 오늘이 제일 말이 많았지?"

"그러게요."
은희도 소파에 앉았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우리 세 사람이 잡담을 하고 있었다.


"윤영씬 저렇게 이쁜데 아직 주연을  번도 못한  보면, 연예계란 곳이 정말 만만한 데가 아닌가 봐."


"맞아요. 근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영화 주연 자리 두어 번은 제안을 받은 적도 있데요."

"근데  안했데요?"

"모르죠. 나름 사정이 있었겠죠."


"그죠. 그래도 아직 어리니까."


"그러게요. 서른 전에만 뜨면 되지요."

두 여자는 주로 윤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윤영씨, 눈하고 코는   거지요?"
은지가 말했다.


"글쎄요. 전 잘 모르겠더라고요."


"아냐. 내가 보기에는 손을 본  맞아요. 근데 굉장히 잘 한 거 같더라. 좋은 병원에서 했나 봐."


뭐. 여자들이 연예인 이야기를 할 때면 곧잘 나오는 주제였다.

"가슴도 생각보다 볼륨이 있던데, 그것도 한 걸까?"

그건 확실히 아닙니다! 라고 말해주고 싶은 욕망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내가 만저봐서 아는데요. 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잠깐 동안 은지는 윤영의 성형에 대해 거론했다.

뭐. 딱히 그녀가 못된 여자라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으면 상사든 누구든 뒷담화를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 말을 하는 동안 은지는 가끔씩 날 바라보며 내게 동의를 구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뭘까?
설마 질투?

어째서?
조금 짐작가는 것은 있다.


그녀가 느꼈던 성적인 쾌감과 나를 연결시켰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은지가 여기 원장 두 사람에게 나에 대해 좋게 말한 것도 있고.

하필이면 거기가 크다고 말했다니, 은지가 착각할 여지는 충분하다.

음... 생각해보면 단순한 착각은 아니구나.
그녀가 느꼈을 쾌감의 원인은 틀림없이 내가 맞다.

재미있다.

얼마전까지의 난 이런 상황에서 절대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솔직히 말해 난 여자들에게 외모로 호감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친하게 지내는 여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인 평가는 알고보면 좋은 사람이다... 이런 정도이다.

하지만 지금의 난 명백하게 여러 여자에게 호감을 받고 있다.

그리고 난 다시 은지가 동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장난을 시작했다.

스톱워치를 눌러 시간을 멈추고, 은지를 겁탈했다.


나쁜 짓도 자꾸 하다보니 익숙해지나보다.


이젠 마음속에 조금의 거리낌도 생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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