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12. TIME STOP! 시간이 정지되었으니 웃음과 절규를 참고 버텨라!
"응. 엄첨. 막 아래에서 열기가 올라오는 거 같아. 조금전에 수업하면서 자꾸 내 눈 앞에 니 그 커다란게 왔다갔다..."
은희는 노골적인 말을 전혀 꺼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걸 즐기는 것이 틀림없다.
그때 송아가 나타나 우리는 대화를 멈추어야 했다.
"어떠세요. 시간은 괜찮으세요?"
그녀가 생긋 웃으며 물어왔다.
"예. 생각을 조금 해봤습니다. 우선 송아 원장님 프로필 부터 몇 장 다시 촬영을 했으면 하는데요. 시간은 되시나요?"
"그럼요."
송아는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았다.
"다음 수업까지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아요."
"그럼 지금이라도 몇 장 찍도록 하지요."
"그러면 한 십 분만 주세요. 화장 좀 고치고 올게요."
그녀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원하면 난 언제라도 좋아."
난 다시 은희와 대화를 이어갔다.
"안해. 안 한다고 했잖아."
은희는 아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완고하게 거절을 했다.
"끝이 안 좋다니까... 그러니까 앞으로는 네 앞에서 그런 것도 안 할거야."
그러면서 은희가 어깨를 살짝 으쓱거렸다.
"안녕히 계세요."
그때 은희의 수업을 들었던 여자들이 하나씩 나가며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은희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를 한다.
"근데 있잖아. 좀전에 은지 쌤이 그러는데, 자기도 너 여기 있으니까 좀 이상하다더라."
"응?"
"몰라. 왠지 모르지만 그쌤 니가 좀 섹시하데."
흠... 아무래도 내가 한 짓이 영향이 있던 걸까?
"그니까 잘 하면 잘 될 수도 있겠어."
"하하..."
"희한하지? 오늘 따라 시간도 엄청 빨리 가는 거 같아. 내가 이상한 건가? 한 삼십 분이나 흘렀나 싶었는데, 벌써 시간이 다 됐더라고. 근데 은지 쌤도 그러더라."
"하하... 그래?"
식은 땀이 흐르는 거 같았다. 일이 어찌되던 그녀들이 진상을 알 리 없지만, 해 놓은 일이 있으니 좀 찔리는 건 사실이다.
"여튼 난 생각도 하지 마. 너 꼭 개미지옥 같아."
음... 개미지옥이 나을까? 아니면 두리안이 나을까?
왜 여자들은 날 전부 그렇게 흉칙한 것에 비교를 할까?
"남자 친구랑은 잘 지내지?"
"응. 아주. 얼마 전에는 결혼 이야기도 나왔어."
"정말? 잘 됐네."
"뭐... 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좋은 사람이고, 나만 사랑하는 거 확실하고..."
"잘생겼고."
"풋! 맞아. 잘생겼고."
은지도 그녀가 그 남자에 대한 애정의 근원이 애정 때문이란 것을 순순히 인정했다.
"그런데 우리 관계가 조금 이상하잖아? 그래서 정말로 끝까지 잘 될 지는 모르겠어."
당연한 불안감이다. 자신은 다른 남자에게 성적인 끌름을 지니고 있고, 남자는 그녀가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갖기를 원한다.
"미안하지만 조금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어."
이쯤 되면 그 남자에게 불쌍한 생각은 더이상 들지 않는다.
그도 나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은희를 원하고 있었다.
"오늘 수업은 다 끝난 거야?"
"아니. 아직 하나 더 남았어. 그런데 넌 시간 괜찮아? 황금같은 토요일을 전부 날리네."
"뭐. 돈 받고 하는 건데. 나야 고맙지."
다른 의미에서 고마웠다.
"저 이제 준비 됐어요."
송아가 돌아왔다. 화장을 새로 한 건지, 고친 건지 큰 차이는 모르겠지만, 여자들이 보기에는 다른가보다.
우리는 함께 필라테스 룸으로 들어갔다.
"아까보시니까 캐딜락에서 메달려 계실 때 라인이 굉장히 멋지더라구요."
"그랬나요?"
송아는 살짝 웃음을 띄우고 필라테스 기구가 놓인 곳으로 갔다.
송아는 내가 말한 기구가 놓인 곳으로 갔다.
나무로 만든 침대 비슷한 프레임 위에 쇠로 만든 튼튼한 봉이 사방으로 부착되어 있는 기구인데, 여러가지 필라테스 기구 중 가장 커다란 기구였다.
그녀는 기구의 상단에 설치된 가죽 끈에 다리를 꿰고 두 팔로 상단 봉을 잡고 메달렸다.
확실히 그렇게 동작이 큰 움직임을 하니 역동적인 모습이 나온다.
난 카메라로 그녀의 모습을 열심히 담았다.
"스프링 보드에서 팔로 당기시던 모습도 좋았어요."
난 그녀에게 몇 가지 동작을 제안했고, 그녀가 그걸 실행했다.
중간에 잠시 주머니 안에 넣어둔 스톱워치의 스위치를 눌렀다.
송아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난 그녀에게 다가가 브라탑 위에서 손을 집어넣었다.
가슴은 적당한 크기이다. 크다는 말은 못하겠고, 작지는 않은 편이다.
뭐 나쁘지는 않다. 적당히 손에 잡히는 크기라 할까?
잠시 무례함을 무릅스고 가슴을 주물렀다. 그리 오래 만지지 않았는데, 젖꼭지가 솟아오른다.
난 적당히 즐기다가 손을 빼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학!"
시간을 다시 움직이게하자 송아가 난데 없이 신음을 터트린다.
"아! 자, 잠시만요."
자신이 그런 소리를 낸 것에 놀랐는지, 아니면 가슴에 느껴지던 감촉이 남아서인지, 송아는 당황하며 뒤로 돌아섰다.
팔을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아마 가슴을 잠시 어루만진 모양이다.
"옷이 좀 꼈나봐요."
다시 앞으로 돌아선 송아는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럼 계속 할게요."
다시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시간을 멈추고, 그녀의 가슴을 만지고, 아랫도리도 건드려보았다.
"앙! 응?"
신음이 한 번, 그리고 당황해서 스스로에게 묻는 소리가 다시 한 번.
송아는 얼굴이 빨개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뒤로 돌아서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뒤로 돌아서서 자신의 아랫도리를 만져볼 수야 없겠지.
"방금전에는 포즈가 굉장히 멋지게 나왔어요."
난 그녀의 당황함을 무시하게 계속 일을 진행했다.
"그래요? 다행이네요. 호호호."
송아는 내가 자신의 상태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생각한 모양이다.
"여기서는 이렇게 하면 좀 섹시해 보이더군요."
다시 다음 기구로 옮겨갔다.
"아! 그건 스파인코렉터라는 기구에요. 허리 교정에 쓰이는 기구이죠."
송아가 당황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쓸데없이 기구의 쓰임새를 설명한다.
"아..."
그러다가 지금은 그런 수업 시간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얼굴은 좀 더 붉어졌다.
"이렇게요?"
송아가 스파인코렉터라는 긴 이름을 가진 기구에 올라가 살짝 미소지으며 물어왔다.
그런데 송아의 얼굴에서는 어쩐지 야릇한 기운이 돌고 있었다.
세상에는 결코 미인이라 할 수 없는데도, 남자들의 눈을 끄는 여자들이 있다.
딱히 어떻게 생긴 여자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그런 여자들이 전부 비슷하게 생긴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남자들은 안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야한 장면이 상상되는 여자들이다.
흔히들 (色氣)기가 돈다고 하던가?
지금 송아의 얼굴이 그랬다.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색기가 그녀의 얼굴과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냥 내 기분은 아니다. 그녀의 얼굴에 집중하며, 계속 사진을 찍고 있는데 모를 수 없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그녀의 눈빛이다.
조금전까지는 무언가 꾸미려 노력하는 눈빛이었다.
잘보이고 싶다.
그러니까 내가 아니라 카메라에 잘 보이고 싶어하는 눈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유혹하고 있다. 그런 종류의 눈빛이다. 아주 강렬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은밀하다.
아마 대상은 카메라가 아니라 나겠지.
어떤 이유에서 그녀의 눈빛이 그렇게 바뀌었는지는 알 거 같다.
내가 그녀의 몸을 만졌고, 그녀는 설정 카드 < 민감 >의 영향으로 성적 자극을 아주 강하게 받았을 것이다.
그런 성적 긴장감이 그녀의 그런 눈빛을 만들어낸 것 같다.
찰칵! 찰칵! 찰칵!
눈빛이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휴우..."
제법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거 같다.
"괜찮은 사진이 나왔나봐요?"
내가 LCD 화면으로 방금 찍은 사진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고 송아가 물었다.
"예. 그럴 거 같아요. 표정이 무척 좋아요."
"영웅씨 오늘 그런 표정 처음 보네요. 정말 잘 나왔나봐요."
"어떤 표정인가요?"
"음. 기뻐하는 표정?"
"아! 그러면 제가 오늘 좀 굳어있었나 보죠?"
"조금요. 그래서 마음에 별로 안드시나보다 했었죠."
"마음에 안 드는 건 제 실력이죠. 피사체가 이렇게 멋진데, 그걸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니 편치 않았나봐요."
"어머나..."
그녀가 부끄러운 척을 하며 살펴시 웃었다.
또 나왔다. 유혹의 표정이.
아마도 저런 표정이나 웃음은 절대로 학습으로 얻어낼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아니다.
그냥 타고 나야만 한다.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여자들 중에는 그런 여자는 없다.
남자를 향해 색기를 잔뜩 풍기고, 자신에게 빠지게 만드는 여자. 송아는 그런 여자였다.
위험한 여자이다.
그런 여자들에게 빠지면 꽤나 고생을 하게 된다.
대개 그런 여자 주위에는 남자들이 끊이지 않고 꼬이기 마련이다.
당연하다. 남자란 동물은 자신에게 가벼운 눈인사 한 번 하고 지나간 여자에게도, 자기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고 만다.
여자의 입장에서는 그저 평범한 인사나 대꾸였겠지만, 그걸 아주 중요한 신호라 받아들이는 남자들은 아주 많다.
하물며 저 여자처럼 색기 넘치는 눈웃음을 마주하게되면,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색기가 넘치는 여자들의 입장에선 그렇지 않다.
그녀들은 그저 본능적으로 하는 행동에 불과할 뿐이다.
송아의 경우가 그렇다. 난 그녀가 정말로 날 유혹하려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그랬을 뿐이다.
그냥 그럴 수 있으니 그런 것이다.
그 이상의 이유 따위는 없다.
지금까지는 좋은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으로 긴장을 하고 있다가, 문득 알 수 없는 이유로 몸이 달아올라서 색기가 넘치는 행동을 한 것 뿐이다.
만일 그런 눈빛이나 눈웃음을 자신에 대한 호감으로 알고 다가서면 곤란하다.
운이 좋아봐야, 그녀를 둘러싼 수많은 남자들 중 하나의 꼴이 되어 하염없이 순서를 기다리거나, 그런 유혹의 눈빛은 뭐였는지 모르게 매몰찬 냉대만을 받게된다.
그러니까... 내가 당해봐서 안다.
한두 번... 어쩌면 그보다 많이... 아직 경험이 없던 시절에 저런 눈빛의 여자에게 끌렸던 시절이 있다.
그래서 지금도 난 그런 여자를 두려워한다.
아니. 얼마전까지의 난 그랬었다.
물론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럼 이번엔 이렇게 해 볼까요?"
송아는 내가 마음에 들어한다니 좀 더 의욕이 나는 모양이다. 다시 포즈를 취하고 물어온다.
"예."
난 카메라의 셔터 대신, 주머니에 넣어둔 스톱워치의 버튼을 눌렀다.
그녀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난 송아의 뒤로 돌아갔다. 지금 상태가 딱 좋다.
둥그런 반원형 기구 위에 올라 엎드리고 있는 송아의 레깅스를 내리고 팬티도 내렸다.
그곳을 만져보니 살짝 촉촉하기는 했지만, 역시 삽입은 무리다.
그래서 주머니에서 그걸 꺼냈다.
윤활젤, 혹은 러브젤이라 부르는 마법의 액체를 손가락에 듬뿍 묻혀 송아의 입구에 발랐다. 손가락을 집어넣어보니 부드럽게 들어간다.
바지를 내리고 벌써 발기해있는 자지에도 넉넉히 묻혔다.
그리고 바로 삽입했다.
부드럽게 들어간다. 러브젤의 탓도 있겠지만, 그녀의 입구가 은희나 은지처럼 빡빡하지 않은 것도 같다.
그리고 바로 움직임을 시작했다.
"하윽!"
그녀에게서 반응이 바로 왔다.
그녀는 이 학원 세 원장 중에서 가장 연기가 서툴다.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입술을 벌리고 신음을 내뱉고, 몸을 꿈틀거린다.
쾌감이 그만큼 강한 건가? 여하튼 나로서야 나쁠 것은 하나도 없다.
한동안 그렇게 열심히 그녀를 몰아서다 그녀에게서 자지를 뺐다.
송아의 옷가지를 추스려주고, 바지를 올리고 내자리로 돌아와 시간을 돌렸다.
"학! 하윽! 아!"
거의 몇 초에 걸쳐 그녀는 정신없이 신음을 내뱉었다.
"아!"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서있는 날 보고 깜짝 놀란다.
찰칵! 찰칵!
그동안에도 카메라는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자, 잠깐만요!"
송아는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잘못 움직인 거 같아요. 잠깐만 쉴게요."
그녀는 엄청나게 허둥거리고 있었다.
"그럼 잠깐 쉬고 계세요. 저도 잠시 목 좀 축이고 올게요."
"예. 예... 그렇게... 해주시면..."
송아는 내가 자리를 비켜준다니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다 끝났어? 이리와봐"
필라테스 룸을 나가니, 응접실 소파에서 은희가 은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가 날 발견하고 불렀다.
"어때. 좋은 사진 많이 찍었어?"
"응. 괜찮은 거 같아. 참. 은지 원장님은 시간 괜찮으신가요?"
조금 뒤에 다시 은지와 사진을 찍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