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12. TIME STOP! 시간이 정지되었으니 웃음과 절규를 참고 버텨라!
뭐. 다시 시작이다.
난 한손으로는 윤영의 가슴을 주무르고, 다른손으로는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즐겁다.
그러니까 이 여자가 이 사실을 알게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 만으로 너무 즐거웠다.
이번엔 생각보다 좀 더 오래 걸렸다.
아무래도 그녀가 내게 캐스팅된 상태가 아니라 그럴 터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당장 삽입하는 것이 급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 이 여자의 몸을 마음껏 가지고 놀고 있다는 자체로 충분히 즐거웠다.
그렇게 한동안 여배우의 몸을 추행하고 있는데도 아직 충분히 부드럽지 않다.
은희와 은지 때와는 사뭇 다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은지에게는 캐스팅 카드를 사용했었고, 은희는 나와의 관계를 갈망하고 있다.
어쩌면 이 여배우가 둔감한 편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불편한 자세 때문일 수도 있다.
원인이 무엇이 되었건 이대로라면 삽입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억지로 밀어넣었다가 상처를 주고 싶지도 않았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윤영의 몸을 들어올려 샤워실을 나와 탈의실 한쪽에 놓여있는 길다란 나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눕혀 놓으니 확실히 이쪽이 낫다.
뒤로 하면 정복감은 있지만 얼굴을 볼 수 없다는 큰 단점이 있다.
섹스의 도중 쾌락으로 일그러진 여자의 얼굴만큼 멋진 광경은 따로 없다.
특히나 이 아름다운 여배우와 하면서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은 너무 아쉽다.
윤영의 다리를 충분히 벌리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손으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조금은 속도를 내본다.
잠깐 동안 그렇게 하고 있으니 그녀가 살짝 입술을 연다.
그리고 들려오는 나지막한 한숨소리.
아까보다 자세가 편해서 그러는 걸까?
손가락 하나를 살짝 안으로 넣어본다. 꽤 촉촉해졌다.
슬슬 진입이 가능할 거 같다.
윤영의 앞에서서 그녀의 몸 안으로 자지를 밀어넣는다.
"흡!"
소리가 나기는 했지만 굉장히 작다.
얼굴도 살짝 찌푸려지기는 했지만 그리 티는 나지 않는다.
그래도 다른 여자들보다 연기를 잘 하는 것 같다.
꼼짝도 하지 못하는 여배우의 몸을 내려보며, 난 마음껏 욕정을 채웠다.
이제 윤정의 질 안쪽은 흠뻑 젖어있다. 어느정도인지는 모르지만, 그녀도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얼굴 표정만은 큰 변화가 없다.
가끔씩 벌려진 입으로 아주 작은 신음이 튀어나오지만, 그것도 그리 크지는 않다.
여배우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걸 시작해보기 전에는 어쩐지 리얼돌처럼 무표정하고 아무 반응도 없는 여자를 상대로 하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하는 우려도 했었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전혀 다르다.
난 여자들이 쾌감을 느끼고 있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 또 그 쾌감을 필사적으로 참는 모습은 자신의 쾌감을 마음껏 표현할 때 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의 즐거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그녀들 중에서도 이 여자가 최고이다.
내가 그녀의 몸을 유린하는 동안 윤영은 계속해서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있다.
눈동자도 나 보다 조금 위의 허공을 향한 채로, 마네킹처럼 완벽히 멈춰선 연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정직했다. 때때로 몸이 부르르 떨려왔고, 움찔거리기도 하고, 살짝 벌려진 입에서 어쩔 수 없는 탄성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윤영은 그럴 때마다 얼굴에 힘을 준다.
자신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그녀도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 여자는 의식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아주 명료한 의식을 지니고, 몸의 쾌감을 무시해가며, 시간이 멈춘 상태를 최대한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조금전 그녀의 질안을 더듬었던 손가락을 그녀의 입안에 넣어보았다.
은지나 은희처럼 자의로 입을 벌리지는 않는다.
정확히 내가 벌리는 만큼 입을 연다.
아래에서는 쉬지 않고 박으며, 손가락으로는 그녀의 입안을 더듬는다.
은희나 은지처럼 혀를 내밀어 핥거나, 빨아들이지도 않는다.
그저 마네킹처럼 내 손길에 아무 저항도 하지 않고, 묵묵히 있을 뿐이다.
그래. 이정도는 되어야 시간 정지의 느낌이 산다.
아까 은지와 은희는 아마추어였고, 이 여자는 프로다.
윤정 덕분에 이번엔 정말로 시간 정지물을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리얼돌 같은 느낌. 하지만 명백한 인간. 숨을 조심스럽게 내쉬며 흥분을 참고 있는 여배우.
더할나위 없는 흥분이 몰려온다.
으! 굉장하다. 이대로 이 여자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고개를 든다.
연인이나 섹스 파트너로서가 아니라, 지금 처럼 무표정하게 날 받아줄 살아있는 섹스 돌로서.
집안 어디엔가 던져놓고, 욕망이 치솟을 때만 이 여자를 꺼내서, 저 무표정한 얼굴을 바라보며 섹스를 하고 싶다.
그때 윤영의 무표정한 얼굴이 살짝 찌그러진다.
고통을 느낀 모양이다.
아! 나도 모르게 가슴을 너무 강하게 잡았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고 있으니, 손길이 조금 거칠어 진 모양이다.
미안.
난 그녀의 가슴을 더듬던 손에 힘을 풀었다.
윤정의 얼굴은 원래의 무표정을 되찾는다.
확실히 연기자다.
그런데 그렇게 연기에 열중하다 고통을 이기지 못해 살짝 힘들어하던 모습을 보고 나니 또다른 욕망이 고개를 든다.
이 여자가 연기를 잊을 만큼 쾌락에 허덕이는 모습이 보고 싶다.
물론 방법은 있다.
캐스팅 카드를 사용하면 된다.
아무리 대단한 연기자라해도 설정 카드 < 민감 >과 설정 카드 < 중첩 >을 당해내지는 못하리라.
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건 너무 큰 낭비이다.
이 여자의 매출이 지연을 넘어설 것 같지는 않다.
이쁜 몸이긴 하지만, 가슴은 AV 배우로서는 평범한 수준이다.
굉장한 미인이기는 하지만, 원래의 모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실제의 윤영이라면 9,000만 원이 조금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한 번 재미있자고 그런 큰 금액의 개런티를 소비하기는 싫었다.
그래서 잠시 생각을 바꾸었다.
윤영의 몸에서 잠시 떨어져 나왔다.
탈의실을 나가 응접실의 소파로 가서 스톱 워치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그녀의 몸에 삽입을 하고 다시 열심히 박아준다.
잠시 쉬었더니, 감정이 진정된 듯 그 무표정을 유지하나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코와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느낌이 오나보다.
그리고 난 적당한 순간을 택해 스톱 워치의 버튼을 눌렀다.
"학!"
윤정이 신음을 내뱉었다.
"아!"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다시 스톱 워치 버튼을 눌렀다.
버튼을 누르는 사이의 간격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아마 길어야 2,3초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녀가 놀라움이나 당황같은 감정을 느끼기에는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윤영의 표정은 아까와는 사뭇 달라져있다.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서려있다.
그 표정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박았다.
윤영의 얼굴에 아까보다 더 감정이 서리는 느낌이 든다.
지금 그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할까?
궁금했다.
"하아..."
그녀는 숨이 가빠오고 있었다. 입술이 조금씩 더 벌어진다.
윤영의 입술에 손가락을 대어본다.
그녀의 입술이 조금 떨리는 것 같다.
"흐윽! 윽!"
점차 커져가는 신음이 날 즐겁게 한다.
달라진 것은 또 하나 있다.
그녀의 눈동자였다.
지금까지는 내 윗쪽을 공허하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제는 정확히 내 눈을 직시하고 있다.
사실 조금은 두려웠다.
이 일이 끝난 뒤에도 그녀는 날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설정 카드 < 대체기억 >
- AV 메이킹이 종료된 이후 메이킹에 관련된 모든 대상은 메이킹 기간 동안의 불가해한 사건들을 납득할 수 있는 상황으로 대체해 기억하게 됩니다.
< 대체기억 >은 캐스팅한 배우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관련된 모든 대상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시간 정지가 끝난 뒤 그녀가 아무리 의아해해도, 메이킹이 끝나면, 그녀는 적당한 방법으로 지금의 기억을 대체할 것이다.
아마 착각이나 상상 정도로 여기겠지.
샤워하던 도중 갑자기 낯선 남자의 아래에 깔려 허덕되는 모습을 진짜 있었던 일이라 생각할 리는 없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무척이나 묘했다.
마치 널 기억하겠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흥분 되었다. 그녀가 그런 헛된 의지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내가 이 낯선 미녀 여배우를 겁탈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실감났다.
아! 이젠 그만해야겠다.
충분히 맛있게 먹어치웠다.
그녀의 몸안에 사정을 하려다가 다시 한 가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만일 내가 액티브 카드 < 불임 >을 잠시 비활성화 하면 어떨까?
- 주의! 상태를 해제하면 매우 높은 확률로 상대를 임신시킵니다.
그녀는 아마 임신하겠지?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자신이 섹스를 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누구인지도 모를 상대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면?
물론 말도 안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유혹은 강렬했다.
안 돼...
난 가까스로 그 치명적인 유혹을 이겨내고 여배우 윤정의 질 안 깊숙히 사정을 했다.
하아...
위험했다.
정말 간신히 참았다.
그런 행위가 한 여자의 삶을 얼마나 망가트릴 지 알기에 더더욱 강렬한 유혹이었다.
물론 윤리적으로든, 도덕적으로든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난 최소한의 책임감은 있는 놈이다.
내 피를 타고난 누군가가 부친이 누군지도 모르며 자라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만족스러운 섹스였다.
그리고 책임감있는 행동이었다.
...어디가?
난 윤영의 몸에서 떨어져, 그녀의 몸을 내려보았다.
여전히 이쁘다.
가랑이 사이에서 정액이 흘러내리는 여배우의 아름다운 몸을 보고 있으니, 다시 또다른 욕망이 생긴다.
이 여배우의 이 처참하게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
물론 카메라를 가져다가 찍지는 않았다.
난 그정도로 파렴치한 놈은 아니다.
그녀의 몸을 들고 샤워실로 갔다. 아까의 그자리에 그녀의 몸을 세웠다. 잠깐 뒤로 물러나 바라보니 다리 사이로 정액이 흘러내린다.
다시 그녀에게 다가가 샤워기를 틀었다.
쏴아아!
물줄기가 시원하게 흘러내린다.
그녀의 뒤편으로 물러나 스톱 워치의 버튼을 눌렀다.
"하악! 윽! 헉!"
그녀가 물줄기를 맞으며 몸부림친다.
지금까지 느끼던 쾌감을 한꺼번에 표출하려는 듯 싶을 정도로 요란한 몸짓이었다.
오랫동안 그자리에서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다.
하지만 난 다시 버튼을 눌러 시간을 멈추었다.
언제 그녀가 몸을 돌려 날 발견할 지 알 수 없다.
또 샤워실에는 아직 다른 세 사람이 각기 샤워 부스 안에 들어가 있었다.
자칫하면 그녀들이 나오다가 날 발견할 수도 있다.
윤영이 들어가있는 샤워 부스의 유리문을 닫아주고 샤워실을 나와 탈의실 나무 테이블 위에 남겨진 윤영과의 섹스의 흔적을 치우고, 옷을 입었다.
다시 응접실로 나가 소파에 앉아 스톱 워치의 버튼을 누른다.
시간이 되돌아왔다.
사람들이 걷기 시작했다.
"콜라?"
은희가 시원한 콜라캔을 가져다주었다.
"제로... 콜라냐?"
"알잖아? 여기 어딘지. 우리 설탕 들어간 음료는 안 마셔."
"그랬구나."
난 그 설탕이 빠져버린 가짜 콜라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싫다! 결단코 싫다!
콜라는 설탕이 잔뜩 들어가서 시원하면서도 톡 쏘고 달콤해야 한다.
하지만 은희의 성의는 무시할 수 없다.
"근데 오늘 니가 여기 있으니까 좀 그렇다."
은희가 내 건너편에 앉으며 말했다.
"응? 여자들만 있는 공간에 나같은 덩치가 있으니 좀 불편해들 하지?"
"아니. 그게 아니고. 나 말야."
"너 왜?"
그렇게 말하면서도 난 어딘지 찔리고 있었다.
혹시 눈칠 챈 건가?
"오래 보고 있으니까, 왠지 자꾸 야릇한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그녀의 눈빛이 내 아랫도리에 와있다.
"자꾸 그날 생각도 나고..."
목소리도 촉촉해져 있었다.
"나 사실은 거기가 흠뻑 젖었다."
은희가 나를 향해 상체를 숙이고 속삭이듯 말했다.
"이런 적 한 번도 없었거든. 일하는 동안에는."
"하고 싶어?"
웃으면서 그녀에게 물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