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11. SPA & SAUNA CLUB - Elixir -
"오늘은 정말로 즐거웠습니다. 특히 안나 씨와 한 섹스는 뭐라 말도 못하게 짜릿했어요."
"저도 무척 즐거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처음 느끼는 경험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매일밤 영웅님을 기다리게 될 것 같아요."
안나의 미소에는 남자로서 저항하기 힘든 유혹이 깃들어있었다.
그런 말을 듣고 매일 찾아오지 않을 남자가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도대체 이 여자는 누구일까?
어째서 내게 이렇게 잘 해주는 걸까?
궁금한 것이 산더미 같지만, 안나와의 대화해보니 그녀 자신도 모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나를 위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 안나와 다른 두 여자에게 있어서는 그 어떤 이유나 조건 따위는 필요치 않는 절대적 가치로 생각되는 것 같았다.
일종의 정언명령(定言命令)이었다.
그러니까 어째서 그렇게 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못했고, 동시에 거기에 대해서 의문을 갖지도 않았다.
답은 하나 뿐이다.
내게 AV 마스터라는 힘을 준 어떤 초월적 존재가, 안나와 아라, 그리고 민아에게 그러한 의지를 불어넣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럼 또 방문하실 때를 기다리겠습니다."
"자주 와도 되나요?"
이렇게 대단한 서비스를 받고 공짜라는데, 자주 오면 민폐 같기도 하고.
"원하시면 이곳을 거처로 삼으셔도 무방합니다. 아니. 저로서야 그쪽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비록 호텔로 인가를 받지는 않았지만, 어지간한 호텔 이상의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생각을 해 보지요."
돌아가는 길에 난 생각에 잠겼다. 정말로 거기가 날 위해 마련된 장소라면, 이용하는 것을 거리낄 이유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당장 거기를 집대신 삼고 싶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어쩐지 현실에서 붕 뜨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영상물 유통 번호 AVM-011이 마켓에 출시되었습니다.
그날 집에 도착할 무렵 새로운 영상의 출시가 끝났다.
확실히 자동 편집이 훨씬 빠르고 편리하다.
'이국적인 미녀들이 당신을 위해 봉사하는 최고급 하렘 에스테. 전격 3P. 어떠한 남자라도 만족시키는 최고의 코스 완비.'
제목이 길다. 대개 이런 장르들이 그러하듯 제목만으로도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는 상업적으로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런 종류의 영상들은 주요 배우가 나오는 경우가 아니라면 소수의 마니아들에게만 팔려나가기 때문에 그다지 큰 매출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상관은 없다. 정말로 돈을 벌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
난 이러한 행동 자체에만 관심이 있다.
영상을 판매해서 나온 수익은 계속해서 카드팩을 사고, 또 여배우들 개런티를 줄 수 있는 수준이면 족하다.
다음날부터 드디어 보라가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문을 닫고 보라는 한동안 묵묵히 서있었다.
일주일 동안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옆집 남자의 노리개가 될 생각을 하니 굉장히 서러운 모양이다.
난 친절한 남자이다.
그래서 잠시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기다려주었다.
보라가 마침내 결심을 할 때까지 거의 십 분 가량 걸린 것 같다.
하지만 그녀에게 다른 어떤 선택의 여지는 없다.
내게 빚을 진 것도 있고, 또 내게 약점도 잡혔다.
복잡할테지.
그녀가 그렇게 망설이는 시간이 내겐 너무나 즐거웠다.
마침내 망설임의 시간이 끝났다.
그녀는 하나씩 옷을 벗고, 목에 개 목걸이를 차고, 목줄을 매고, 무릎을 꿇고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들어왔다.
내 앞까지 와서 상체를 들고, 내 바지를 내리고, 벌써 발기해있던 자지를 입에 물었다.
"욱!"
역시 일주일의 휴식을 주길 참 잘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한 달 동안 익숙했던 일도, 일주일이 지나버리자 다시 견디기 힘든 치욕으로 돌아온 모양이다.
좋은걸!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돼."
나는 관대하다.
보라는 날 한 번 노려보고 다시 그걸 입에 넣었다.
역시 그녀의 남편을 구해준 것으로, 이런 치욕이 견딜만한 보답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당연한 걸까?
아무런 보답도 바라지 않거나, 납득할만한 요구를 한다면 고맙겠지만, 몸을 요구 받는다면 고마움은 금세 사라지는 거겠지?
다행이다. 그녀가 내게 고마워하고, 우리의 행위에 대해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거둬드렸다면 정말로 슬펐을 것이다.
보라는 나와 눈 한 번 마주치지 않고 열심히 입과 손을 움직였다. 빨리 끝내고 싶은 모양이다.
오랜만에 그녀의 불편한 얼굴을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느낌이 왔다.
그래서 쌌다.
시작하고 5분도 되지 않아, 보라의 입안을 정액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꿀꺽!
역겨운 표정으로 보라는 내 정액을 삼켰다.
혹시라도 그게 흘러나와 얼굴을 더럽힐까봐 흘리지 않게 쪽쪽 빨아먹는다.
빨리 끝나 기쁜 모양이다.
"올라가."
평소라면 특별한 일이 없다면 펠라 사정 한 번으로 끝내주고는 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럴 수야 없다.
보라는 날 한 번 노려보고 말 한마디 없이 소파로 올라갔다.
나도 아무말하지 않고, 그녀의 허벅지를 잡고 그녀의 몸에 삽입했다.
내가 움직이는 동안 보라는 한 번도 눈을 돌리지 않고 날 노려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속도를 올렸다.
오늘은 그녀에게 캐스팅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늘 비슷한 영상을 출시해서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설정 카드 < 민감 >이나 설정 카드 < 중첩 >은 작용하지 않는다.
그렇다해도 이미 한 달 동안 수도 없이 그녀의 몸을 농락해 온 나다.
어떨 때 그녀가 반응하는지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반응이 온다. 보라가 입술을 깨물었다. 굴욕감과 함께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좋다.
난 계속해서 그녀를 몰아갔다. 보라가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그녀는 절대 내 앞에서 자신의 몸이 기쁨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난 멈추지 않는다.
그녀가 자신의 육체에 절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보라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한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으며 터져나오려는 신음을 막아내려 최선을 다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기뻐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난 다시 그녀의 질 안을 내 정액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하아! 하아!"
보라는 날 노려본다.
여전히 말은 하나도 꺼내지 않는다.
난 내 물건을 그녀의 안에서 꺼냈다.
자지를 따라 하얀 액체가 떨어져내린다.
보라는 다리를 추스렸다. 그런 흉한 꼴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마음 편할 여자가 아니다.
"그대로 있어."
난 오늘 오랜만에 그녀를 마음껏 괴롭히기로 했다.
보라가 증오의 눈빛을 하고 다시 다리를 활짝 벌렸다.
이 순간이 너무 좋다.
보라는 자신의 음부를 내게 보여주기를 정말로 싫어한다.
아! 그게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정말로 싫어한다.
난 의자를 가져와 그녀 앞에서 편안하게 관람을 한다.
뚝! 뚝!
떨어져내리고 있는 것은 보라의 자존심이다.
그녀의 얼굴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몸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내가 그곳을 빤히 바라보니, 자신도 모르게 몸이 떨리고 있었다.
보라의 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게 익숙해져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게 그녀에게 제공하는 쾌락에 익숙한 것이다.
그녀는 모르지만, 그녀의 몸은 날 원한다.
이건 좋다.
그렇게 몸과 정신이 서로 이율배반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사실 그걸 유지시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그러니까 난 끊임없이 그녀를 몰아세워야 한다.
날 점점 더 증오하게.
"그럼 혼자 해봐."
보라가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별 수 없다.
그녀는 소파 옆 탁자위에 올려놓은 분홍색 로터를 사용해 스스로를 자극했다.
"윽! 윽!"
조금전의 열락이 그대로 남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한 행위였다.
아무리 원치 않는다해도 몸은 금세 반응을 한다.
보라는 다시 손으로 입을 막아야 했다.
눈은 결코 나와 마주치지 않으려한다.
지금은 아무리 노력해도 증오의 눈빛을 보낼 수 없을 것이다.
"아흑!"
마침내 터져나왔다.
다른 여자들과는 다른 보라의 특이한 절정. 그녀의 음부에서 투명한 액체가 쏟아져나왔다.
"아아!"
보라가 절망했다. 이런 짓을 했을 때, 내가 그녀에게 무얼 시킬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라의 몸은 끝까지 그녀를 배신했다.
난 보라를 다시 바닥으로 내려서게 했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앉아, 상체를 숙이고 혀로 자신이 더럽힌 액체를 핥아먹는다.
난 그녀의 뒤에서 다시 삽입을 했다.
"흑! 흑!"
마침내 참지 못하고 그녀가 눈물을 터트렸다.
난 행복한 마음으로 그녀의 몸을 마음껏 유린했다.
보라의 머릿속에 나에 대한 증오는 얼마나 추가되었을까?
내가 알기로 지금의 이 행동이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행동이다.
즐거워서, 너무 즐거워서 참을 수 없다.
그날 보라는 끝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집을 나섰다.
마지막 순간에 그녀의 눈가에 떠오른 증오는 그 어느때보다 못하지 않았다.
보라와 만족스러운 섹스를 하고 나니 배가 고파졌다.
그러고보니 그때 받은 꽃게와 새우가 아직 남아있다.
바닷가재와 킹크랩은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으로 전부 처리했지만, 꽃게와 새우는 도저히 누구에게 주어도 될 지 알 수 없어 그대로 남겨 두었다.
난 부엌 한쪽에 놓인 아이스박스 옆으로 다가갔다.
아이스박스를 열자 하얀 김이 피어오른다.
"난감하네..."
아이스박스 안에는 아직도 새우 열 마리 정도와 꽃게 대여섯 마리가 남아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사다 놓은 광어도 한 마리 있다.
문제는 이놈들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것이다.
열흘이다.
도대체 어떤 갑각류가 물속에서 꺼내 열흘이 넘도록 살아있을 수 있을까?
더군다나 아이스박스 안의 몇 대 안 되는 얼음도 아직 녹지 않았다.
심지어 너무 이상해서 며칠전 동네 횟집에서 사다 넣은 활광어가 아이스박스를 열자 파닥되며 튀어나오려 한다.
혹시 무슨 장치라도 되어있나 싶어 안에 든 것들을 전부 꺼내고 살펴보기도 하고, 아이스박스를 들어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냥 플라스틱으로 만든 평범한 아이스박스이다. 좀 크다는 거 말고 내가 알고 있던 아이스박스와 다른 점은 찾을 수 없다.
아이스박스에서 꽃게 한 마리와 새우 한 마리를 꺼내고 뚜껑을 닫았다.
- 신선한 상태로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습니다.
아이스박스의 뚜껑 한쪽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오래라고 해도 상식이 있는 거지...
이건 완전히 법칙을 거스르고 있는 거잖아?
새우와 꽃게를 깨끗히 씻어 라면에 넣고 끓였다.
꽃게가 너무 커서 라면 하나 끓일 물에 다 들어가질 않아 뚜껑을 따서 버리고 다리는 전부 끊어 그중 집게만 넣었고, 몸통을 몇 조각으로 잘라 넣었다.
집에 들어올 때마다 새우와 꽃게를 먹다보니 이제는 이런 짓까지 하게 된다.
저녁은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새우와 게를 담은 아이스박스에 대한 문제는 머릿속 저편으로 날려보냈다.
어차피 고민을 한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다.
아! 그런데 저 광어는 어떻게 할까?
- 정산을 시작합니다.
다시 찾아온 정산 시간이다.
- 영상물 AVM-001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지난번까지 올렸던 영상은 모두 여섯 편.
매출 하락은 평균적으로 20%에서 35%를 유지하고 있다.
각 작품마다 하락률이 들쑥날쑥해서 아직은 종잡기 어렵다.
AVM-001부터 AVM-006까지 여섯 편의 매출은 모두 112,467,500원.
그리고 신작 출시 영상은 모두 세 편.
지연이 출연한 고양이 소녀 코스플레이 작품, 보라의 잠입수사관 작품, 그리고 지연과 미남이 나온 NTR 작품까지이다.
지연과 함께 수영장에서 찍은 영상과 지아와 다시 만난 기념작, 그리고 스파 클럽에서의 영상은 아직 일주일이 안 되었기에 이번 정산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특히 수영장에서의 영상은 출시도 다음주로 미루었다.
- 영상물 AVM-007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고양이 소녀 코스플레이의 수익은 39,332,500원
아무래도 취향을 타는 코스물인만큼 다른 작품에 비해 매출이 낮다.
그래도 상관은 없다. 내가 아주 즐거웠으니까.
- 영상물 AVM-008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잠입수사관물의 수익은 32,256,300원이다.
같은 코스프레라도 잠입수사관은 왕도이다.
보라의 첫 데뷔작에 조금 못 미치는 매출이다.
능욕물이고, 멋진 몸매가 잘 부각되어서 눈길을 끌어모은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