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8. 잠입 수사관 니키타 로마노바의 비극
- 정산을 시작합니다.
다시 열흘만의 정산이 돌아왔다.
- 영상물 AVM-001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지난번까지 올렸던 영상은 모두 네 편. 모두 각기 지난번에 비해 30%에서 40% 사이의 매출 하락이 있었다.
AVM-001부터 AVM-004까지 네 편의 매출은 모두 83,890,500원.
시간이 지날수록 기존영상이 늘어나며 매출이 증대되고 있다.
열흘 동안 새로 올린 영상은 모두 세 편. 두 편은 지연이 출연한 것이고, 한 편은 보라의 출연작이다.
그중 마지막 코스플레이 물은 올린지 겨우 이틀 밖에 안 되어서 정산이 되지 않았다.
- 영상물 AVM-005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지연의 두 번째 작품의 수익은 49,850,500원
- 영상물 AVM-006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보라의 세 번째 작품의 수익은 24,534,200원이다.
아무래도 가슴의 차이가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리고 나이가 어린 것도 있겠고.
결과적으로 열흘 동안의 매출은 모두 158,275,200원이다.
- 미정산 금액 58,826,620원이 있습니다.
- 현재 정산 가능한 수익은 모두 217,101,820원 입니다.
- 수익을 수령하실 수 있습니다.
2억 1,700만 원이면 카드 팩을 몇 개나 살 수 있는 거지?
음... 어쩐지 계산의 기준이 카드 팩이 되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뭐 당연한 것 아닐까? 카드 팩을 사야, 여자들과 영상을 만들고, 다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러니까... 카드 팩 다섯 개!"
호기있게 질렀다. 오천만 원.
그정도 쯤은 그리 부담없이 지를 수 있다.
그렇게 한꺼번에 다섯 팩을 질러 한번에 전부 뜯었다.
모두 열다섯 장의 카드를 들고 하나씩 확인해본다.
우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캐스팅 카드는 여섯 장이 나왔다.
그런데 그중 < 여배우 >가 다섯 장이다.
갈수록 박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나머지 한 장은 < 빼앗기는 남자 >
그리고 여러모로 쓸모 있다고 생각되는 설정 카드와 액티브 카드는 세 장이 나왔다.
설정 카드 < 참사랑 >
- AV 마스터에 의해 캐스팅된 배우는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가 느끼는 모든 행복을 지지합니다.
- 만일 자신이 아닌 다른 상대와의 성적 유희에서 쾌감을 느낀다면, 진심으로 기뻐해야 할 일입니다.
- 상대를 좋아한다면 독점욕이나 질투심을 갖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입니다.
- 하지만 동시에 상대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 또한 사랑의 본질입니다.
- 참사랑은 상대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질투의 감정이 있더라도 상대가 기뻐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가짐입니다.
재미있는 카드가 나왔다.
이거... 괜찮은데. 어떤 의미에서는 내게 꼭 필요한 카드 같다.
상대가 다른 이성과의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질투하는 것과 상대가 그 관계에서 쾌락을 느끼는 것을 반기는 것은 완전히 상반된 감정이다.
그런데 그런 두 감정 모두 사랑의 본질이라고 한다.
굉장히 모순적이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원래 그렇게 모순되기 일수이다.
액티브 카드 < 치유 >
- AV 마스터에 의해 캐스팅된 배우는 AV 메이킹이 끝난 후 모든 상처, 부상, 고통 및 정신적 트라우마로부터 완전히 회복합니다.
조금 이해하기 힘든 카드가 나왔다. 액션 영화도 아니고, 무슨 대단한 상처를 입는단 말인가.
하지만 뭐 정신적 트라우마라면 또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과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다보면 굉장히 심한 짓도 저지를 수 있다.
여자와 다양한 플레이를 즐기는 것은 좋다만, 그렇다고 정말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이를 수도 있고.
그런 면에서 이 카드는 최악의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장의 수가 될 수도 있겠다.
액티브 카드 < 모니터 >
- AV 메이킹 중인 배우의 현재 모습을 모니터 할 수 있습니다.
흠. 모니터는 특정 대상을 추적 관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메이킹 중인 배우의 모습을 모니터 한다는 말은 내가 상대의 곁에 없어도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AV 메이킹 중이라는 단서가 붙어있기는 하지만, 여러모로 쓸모가 많을 것 같았다.
그리고 정말로 엉뚱한 가드가 나왔다.
Special!! 카드 < 시간정지(時間停止) 스톱워치! >
- 스톱워치가 작동하는 동안 주변 모든 사람들은 시간정지 상황을 연기합니다.
- 몸의 움직임은 제한되고, 시각도 청각도 잃어버리지만, 육체가 느끼는 쾌감은 그대로 입니다.
와우! 이건 그야말로 성인물의 정형이라 할 수 있는 영상을 찍으라고 준 것이 틀림없다.
재미있는 것은 시간을 정말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이 그걸 연기한다는 점이다.
성인물에서 보면 배우들이 멈춰있는 상황을 연기하느라 안간힘을 다해 참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사실 시간 정지물의 묘미는 그런 병맛스러운 상황이 아닐까 싶다.
진짜 시간 정지가 아닌게 조금 아쉽지만, 이 카드를 내게 제공하는 자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시간 정지라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가 한계가 아닐까 싶다.
어쨌던 이걸 사용할 입장에서는 참 반가운 카드이다.
딱 보고 무얼 하라는 것인지, 이해가 가는 카드는 한 가지 더 있다.
코스튬 카드 < 잠입 수사관 >
- 범죄 조직에 은밀하게 숨어들어 단서를 추적하고, 증거를 찾아내는 멋진 수사관입니다.
- 어떤 조직이든 잠입할 수 있습니다.
- 누구도 잠입 수사관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 어디에 있건, 원래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으로 인식됩니다.
- 자신의 매력을 충분하게 발휘하세요. 이성이든 동성이든 저항하지 못합니다.
- 하지만 알아두세요. 잠입 수사관의 마지막은 항상 비참하기 마련입니다.
설명은 굉장히 길다. 그래도 금세 이해할 수 있었다.
어지간한 유명 여배우들은 한 번씩 거쳐가기 마련인 잠입수사물을 위한 카드이다.
기획물이면서도 단독 여배우 주연으로 극을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인지도가 딸리는 배우는 거의 쓰지 않는 장르이기도 하다.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도 감이 잡혔다.
지난번 지연과 코스튬플레이를 하며 코스튬 카드에 대해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단순히 옷을 입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설정에 맞는 기억이나 능력 따위가 해당 여배우에게 주입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코스튬을 사용하면 대상은 자신을 실제로 잠입 수사관이라 생각하고, 그런 잠입 수사관으로서 행동할 것이다.
그렇다면 뭔가 적당한 미션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뭐 그거야 대충 만들어주면 그만 아닐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마지막 문단이다.
마지막은 항상 비참하다...
그랬다. 성인물에서 잠입 수사관은 아무리 유능해도 결국은 악당의 손에 잡혀 몹쓸 짓을 당하고 만다.
사실상 잠입 수사관 물의 하이라이트가 그것이기도 하고.
뭐. 그렇다면 마지막 악당을 내가 하면 되는 거겠지.
생각만으로도 흐뭇해진다.
그래서 < 잠입 수사관 > 카드와 < 시간정지(時間停止) 스톱워치! > 이 두 개의 카드는 당장이라도 써보고 싶은 의욕이 셈솟는다.
흠... 누구에게 어떻게 써야 할까?
다음은 사이트 카드가 또 하나 나왔다.
지난번의 감옥 카드도 아직 써보지 못했는데, 가볼 장소가 또 하나 생겼다.
사이트 카드 < 스파 & 사우나 클럽 >
- 스파 아카데미에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테라피스트가 제공하는 스파 서비스를 즐길 수 있습니다.
- 고층에서 내려보는 전망과 함께 고즈넉한 사우나를 즐기세요.
- 특별한 서비스를 요청하실 수 있습니다.
- 위치 : 강남구 논현동 112-23 한울 빌딩 19층
이건 지난번 수영장 카드와 비슷한 종류로 보인다.
수영장처럼 내게 제공되는 어떤 일종의 서비스일까? 조만간 시간을 내서 가볼 생각이다.
마스터 카드도 하나.
마스터 카드 < 매의 눈 >
- AV마스터의 시력을 향상시킵니다.
- 원거리 시력, 입체 시력, 순간 시력, 동체 시력, 주변 시력이 모두 향상됩니다.
마스터 카드는 늘 그렇듯 내가 확인하자마자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시력에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었나?
대충 확인해보니, 일반적으로 멀리 떨어진 물체를 분별하는 시력 말고도, 거리감을 인식하는 능력, 움직이는 물체를 빨리 보는 시력, 순간적으로 나타난 물체를 판단하는 시력, 시야 바깥 부분을 파악하는 시력 등 여러가지가 있는 모양이다.
마스터 카드가 사라지고 주변을 둘러보니, 확실히 전보다 멀리 볼 수 있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나머지 시력에 대해서는 바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해도 시력이 향상된다는 데에 나쁠 이유는 없다.
평상시의 내 시력은 0.8 이다. 안경을 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좋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훨씬 먼 거리의 물체를 자세히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기프트 카드이다.
처음 기프트 카드를 보았을 때는 꽝 대신인가 하고 생각했었지만, 그 디저트를 먹어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다른 카드에 비해 효용 가치가 낮은 것은 틀림없지만, 그래도 선물이라는 단어를 쓰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이날 받은 것은 의외로 효용성도 있어보였다.
기프트 카드 < 전기 충격기 >
- 사정거리 10m
- 1단계 : 적당한 고통과 함께 마비시킵니다.
- 2단계 : 1분 내외로 기절시킵니다.
- 3단계 : 10분 내외로 기절시킵니다.
- 4단계 : 1시간 내외로 기절시킵니다.
- 5단계 : 굉장한 고통을 주고 장시간 마비시킵니다. (사용에 주의하세요)
흠... 단계별로 가하는 고통과 기절 시간의 정도가 차이난다.
이건 확실히 현대 과학 기술로 만들어진 물건은 아니다.
아무리 잘 만든 물건도 이렇게 딱딱 정확하게 사람을 기절시키거나 마비시킬 수는 없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어느 나라 경찰이 흉악범을 상대로 쓰는 물건도 이정도는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설명대로라면, 이건 거의 오파츠 급 물건이다.
아니면 적어도 어디 미국의 군사 기술 연구소에서 개발해 비밀리에 쓰고 있을 그런 첨단 제품 정도는 될 것 같았다.
마지막도 의외로 괜찮은 기프트 카드이다.
지난번의 디저트도 무척 좋았고, 수정 목걸이도 지연이 좋아했었다.
기프트 카드는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선물로 좋은 듯 하다.
그런데 이번엔 내가 탐이 났다.
기프트 카드 < 새우, 가재, 게 >
- 누구나 좋아하는 갑각류를 한데 모았습니다.
- 원하시는 데로 요리해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또 한국 사람치고 갑각류 싫어하는 사람 거의 없다.
대개는 없어서 못먹는다.
그래서 당장 찢어봤다. 꼭 누굴 줘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나를 위한 선물이라 생각하면 그만이다.
음...
카드가 사라지고 내 앞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아이스박스였다.
뚜껑을 열자 얼음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하얗게 올라왔다.
냉기 아래로는 보기에도 큼직한 갑각류가 종류별로 각기 작은 상자에 들어있다.
우선 가장 위에 있는 상자부터 꺼냈다.
상자 안에는 새우가 스무 마리 남짓 들어있다.
살짝 둥그스런 머리에 가시가 조금 나있고, 몸은 노란 바탕에 빨간 줄무늬가 예쁜 새우이다.
언젠가 횟집에서 한 번 먹어본 무슨 도화 새우인가 독도 새우인가 하던 새우와 비슷하다.
아마 그 종류이거나 근연종일 테지.
그런데 크기가 크다. 좀 심각하게 크다.
새우 중에 크다고 하는 블랙 타이거 중에는 어른 팔뚝 크기만큼이나 큰 놈도 있는데, 이놈은 그보다 크면 컸지, 결코 작지는 않다.
거기다 어지간히 통통하게 살이 올라 아주 묵직해보인다.
한 마리를 꺼내 들어보니, 대략 1kg은 못나가도 얼추 고기 한 근은 넘겠다 싶어, 저울을 꺼내 재봤다.
843g
이건 새우 사이즈를 넘는다.
무서운데...
이렇게 커다란 새우가 있었던가?
이거 지구에 사는 놈이 맞기는 하는 걸까?
잠시 고민하다 새우가 든 상자를 다시 아이스박스에 넣고 다른 상자를 꺼냈다.
이번엔 바닷가재가 여러 마리 들어있다. 크기는 납득할만한 정도이다.
조금전 새우보다도 작으니까.
하지만 색이 특이하다.
너무나 이쁜 파란색.
바닷가재라기보다 차라리 무슨 파란 터키석을 정교하게 조각해 놓은 듯 굉장히 이쁘다.
도대체 이놈도 지구에 사는 생물이 맞나 싶어 잠깐 인터넷을 찾아봤다.
있다. 파란 가재.
대서양에서 잡히는 가재로 일반 가재보다 훨씬 맛이 좋아 환상의 가개라 불린다고 한다.
다행이다.
적어도 외계 생물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