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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화 〉@7. 코스플레이는 좋아하시나요? (39/377)



〈 39화 〉@7. 코스플레이는 좋아하시나요?

"어젠 재미있었어요."
패스트푸드 점에서 아침 메뉴를 먹으며 그녀가 어젯밤의 일들을 언급했다.


난 그녀에게 어젯밤의 일에 대해 몇 가지를 물어보았고, 그녀가 대부분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연은 자신이 말했던 엘레오놀에 대한 대사들을 그때 그때 자신이 만들어 낸 설정이라 설명했다.


"그니까 나도 신기하다니까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냈지? 나 작가 소질도 있는 거 아냐?"
그러면서 또 킥킥거리고 신이 났다.


하지만 그녀가 고양이를 구한 것이나, 벽을 타고 뛰어다닌 일 따위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그냥 지나가던 고양이를 한  안고 쓰다듬어 주었다. 벽에 발을 올리고 귀여운 포즈를 취해보았다. 그정도가 그녀의 기억에 남아있었다.



아마도 설정 카드 < 대체기억 >의 효과이리라.


- AV 메이킹이 종료된 이후 메이킹에 관련된 모든 대상은 메이킹 기간 동안의 불가해한 사건들을 납득할  있는 상황으로 대체해 기억하게 됩니다.
라고 했었다.

그러니까 그녀에게는 어제의 일들이 하등 이상할 것이 없었던 것이다.




"그럼 가서 공부  해."

"좀 피곤해서 공부를 할  있을지 모르겠어요. 가서 수업들으면서 잘 거 같아요. 누가 밤새 괴롭혀서 말이에요."


얘는 나랑 대화를  때, 주위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다.
일부러 그러는 걸까?

"가라. 빨리. 부탁이야."
난 또 열심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은 출근 시간이고, 여긴 회사 근처란 말이야.

지연은 혀를 낼름거리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걸어갔다. 피곤할텐데 택시라도 타고가라했는데, 자긴 택시가 영 불편하단다.


난 잠시 그녀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녀이다. 정말로 내겐 과분하다.

이날은 그녀와 밤새 출시한 영상의 개런티를 주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매 번 영상을 만들 때마다 주지 않고, 두어 번  몰아줄 생각이다.

그녀가 부담스러워한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그래도 그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출근해서 급한 업무를 보고 나서 새벽에 올린 동영상을 확인해보았다.


'개인 촬영회 도중 변태 오타쿠 촬영사에게 발정이 난 육식계 거유 소녀 - 초귀엽다! 어센신 고양이 소녀의 멋진 아크로바틱 묘기 포함'
라는 아주 훌륭하게 모욕적인 제목이다.

허... 참. 어이가 없어서.
변태 오타쿠 촬영사가 누구를 뜻하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다.


하도 어이가 없어 점심 시간에 조용한 곳을 찾아 동영상을 시청해보았다.

음... 영상의 시작 부분에 귀여운 소녀가 데스크 앞에서 계약서를 작성하며 남자와 인사를 하는 모습이 나온다.

곧 함께 스튜디오로 이동해 그녀가 옷을 갈아입고 촬영을 시작한다.

그런데 남자의 얼굴은 나오지 않지만, 스쳐가는 실루엣은 안경을 끼고 카메라를 목에 메고 있는 모습이 나오는데, 배가 엄청나게 크다.


하아... 아무리 봐도 저게 나다.

그리고 누가 봐도 변태 오타쿠가 맞다.


지금까지 출연자의 모습을 실재와 변형시켜 신분을 가려 준 것은 고마운데...

그렇다고 사람을 저런 변태로 만들면 좋나?

그래도 이 영상에 어울리는 것은 맞았다.


제길. 뚱뚱한 오타쿠가 여자 코스플레이어에게 이런저런 변태적인 포즈를 강요하고, 천천히 옷을 벗게한다.

그러다가 중간에 그녀에게 음약이 들어있는 약을 먹여, 그녀가 발정이 나 달려들게 만들었다.

우와! 고양이 소녀의 얼굴이 엄청나게 매력적으로 나왔다.

누가 봐도 지아는 아닌 굉장이 매력적인 여자였다.


한 번 관계를 끝내고, 함께 산책을 한다. 갑자기 고양이 소녀가 달려가 고양이를 구해내고, 벽을 타고 달려가 건물 꼭데기에 올라가는 내용이 전부 나온다.

알고보니 고양이 코스플레이 소녀는 진짜 고양이 소녀였다.

오타쿠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판타지 세계에서 넘어온 것이다.

두 사람은 함께 러브 호텔로 들어가 환상적인 밤을 보낸다.


오타쿠가 아침에 눈을 뜨니, 고양이 소녀는 사라지고, 전날 찍은 사진도 대부분 없어지고, 몇 장의 평범한 사진만 남아있다.


오타쿠는 어제의 일이 진짜로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꿈에 불과했는지, 잘 구별을 할 수 없었다.
라는 지극히 성인물 스러운 내용이었다.

하지만 주연인 고양이 소녀의 모습이 그야말로 발군이었다.

그녀의 귀여움은 말할 것도 없고, 여타 코스플레이 영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리얼한 귀와 꼬리, 그리고 벽을 타고 달리는 아크로바틱 영상은 일반적인 영화에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퀄리티가 달랐다. 어디에서도 이런 준수한 수준의 특수효과가 들어간 성인 영상을 만든지 않는다.


서양에서 때때로 영화 수준의 코스플레이 영상이 나오기는 한다. 중세 판타지 물이나, 스타워즈 따위의 SF 영화 패러디, 혹은 슈퍼 히어로 패러디 같은 영상물이다.


하지만 그런 패러디 영상물도 화질이나 코스튬이 영화 수준이란 의미이지, 특수효과까지 넣지는 못한다.

있다 해도 대학생 졸업 작품 수준이다.


하지만 그 특수 효과가 얼마나 매출에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성인 영상을 구매하는 쪽에서는 그런 리얼한 영상 따위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정도면 제작자 입장에서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러니까 소장을 해놓고 두고두고 보고 싶은 영상이다.

그런데 매출은 얼마나 나오려나?


사실 코스플레이물은 끊이지 않고 출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엄청난 화제가 되지는 않는다.
조금 마이너하다고 해야할까?

아무려면 어떨까?
생각해보면 내가 이런 짓을 하는 것이 돈을 벌기 위해 벌이는 것은 아니다.

나만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조금이라도 수익이 나면 좋은 거고, 손해가 생기면 어쩔  없다.

그렇다고 딱히 손해까지야 날까 싶다. 지연의 개런티로 들어갈 2,000만 원과 자동 편집비용 300만 원이 내가 부담해야할 전부이다.


지연과의 코스프레 플레이가 있던 날 오후 난 강남구의 한올 빌딩을 찾았다.
한 가지 확인을 위해서였다.



사이트 카드 < 감옥 >


"감옥이라니... 도대체"

감옥이 위치한 곳은 지난번 수영장이 있던 건물이다.
수영장은 23층이었고, 이번엔 지하 8층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버튼을 확인해보니 지하2층까지만 있다.


< 감옥 > 카드를 가져대니 엘리베이터가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지하2층 3층... 정말로 지하 8층에서 문이 열렸다.

문을 나서자 어두컴컴한 복도가 나온다.
정말 뭐라도 있을법한 분위기였다.

그래도 두려움을 몰아내고 복도를 따라 걸어가자, 얼마 안가 철문 하나가 나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두툼한 철문에는 도어락을 열어야 출입이 가능해보인다.

 어떻게 해야 그 문을  수 있을지 바로 알  같았다.


< 감옥 > 카드를 가져대니 덜컥 하고 문이 열렸다.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문의 안쪽으로는 제법 넓은 공간이 하나 있다.


응접실 쯤 되는지, 소파와 테이블 같은 평범한 가구들이 놓여있고, 다시 문이 둘 있다.

하나는 굉장히 고급스러운 목제 문, 다른 하나는 튼튼해보이는 철문이다.

우선 조금 어울리지 않는 목재 문을 열어봤다.


생각 외의 장소이다.
목재 책상과 이런저런 장식으로 가득한 장식장, 그리고 무슨 사장실에 놓여있을 법한 소파 따위의 고풍스러운 가구들로 가득했다.

그러니까 사장실? 회장실? 그런 느낌의 장소이다.

도로 나와 철문으로 가보았다.


역시 도어록이 설치되어있다.


감옥 카드를 사용해 철문을 열어보니 어두컴컴한 복도가 나타난다.


안으로 들어서자 복도를 따라 걸어본다.
복도의 양쪽으로는 쇠창살로  감방이 죽 늘어서있었다.

정말로 감옥이다.


철창 안쪽은 대략 서너 평 정도 되는 공간이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작은 이층 침대가 하나. 작은 세면대와 볼일을 볼 수 있는 변기도 있다.

그런데 경찰서 유치장이나 교도소의 감방과는 다른 점이 있다.
벽에 튀어나온 여러 개의 고리와 천장에서 아래로 드리워진 쇠사슬이 바로 그것이다.
아마도 사람을 고정시켜 놓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현대의 교도소에 저런걸 설치해 놓는다면 당장 인권 문제로 큰일이 나겠지.

와! 근데 그게 있으니까 훨씬 더 으스스한 느낌이 든다.

만일 여기에 갖혀있다면 꽤나 두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곳이  가두기 위한 장소는 아니니, 마음 편히 구경을 할  있었다.

복도 끝까지 적어도 열  가량되는 감옥이 있었고, 복도가 끝나자 다시 넓은 공간이 하나 나온다.


그곳엔 이 감옥의 하이라이트라 볼 수 있는 무시무시한 것들이 잔뜩 있다.


사람을 메달아 놓을 수 있는 갖가지 형틀.


물이 가득 들어있는 커다란 수조.

물이 흐르는 곳에 반쯤 잠겨있는 커다란 물레방아.


그리고 생김새만 보아도 어떤 용도인지 알 수 있지만, 이름은 알지 못하는 다양한 용구와 도구들로 가득하다.

누군가를 여기에 데려다 놓고, 저걸 보여주기만해도 오줌을 지릴 것 같았다.

실제로 사용 여부는 차치하고, 시각적인 효과만으로 충분히 무시무시하다.


그리고 벽에는 다시 문이 여러 개 있다.
대충 확인해보니 특별한 용도로 쓰이는 고문실과 불빛 하나 들지 않는 좁은 독방 따위였다.

철저하게 사람을 가둬놓고 괴롭힐 용도로 설계된 장소였다.

솔직히 말해 나같은 소시민들은 보고 있기만해도 두려움이 솟아난다. 어지간하면  일이 있을까 싶다.



한참을 구경하다 고문 도구를 모아놓은 장비실을 찾아냈다.

보기만해도 흉측한 도구들이 가득 있다.

가장 많은 것은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채찍들이나 회초리 같은 체벌 도구들이다.


그중 전통적인 채찍을 하나 집어들었다.


손잡이에는 작은 종이가 하나 붙어있다.
아마 설명서 같다.


[ 가죽 채찍 ]
- 상대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채찍입니다.
- 굉장히 거친 효과음이 납니다.
미약한 통증을 수반할 수 있습니다.
- 오직 소리와 휘두를 때의 시각적 효과만으로 공포를 자극합니다.
있는 힘껏 휘두르세요. 절대 부상의 위험이 없습니다.



그렇구나...

다른 도구들도 확인해본다.

가죽 구속구 ]
-  탄력성이 뛰어난 질좋은 가죽으로 만들었습니다.
- 피부에 닿는 부분은 실리콘 처리를 하여 강하게 조여도 피부에 손상이 가지 않습니다.
사용 후 피부에 다소의 흔적은 남을  있습니다.

채찍도, 회초리도, 패들도, 흉측하게 생긴 몽둥이 따위도 전부 부상의 위험이 없다는 설명이 쓰여있다.


하기는...

내가 만드는 것은 성인물이다. 당연히 배우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그렇다면  마음이 편해진다. 조만간 누군가를 데려와 플레이를 해봐야겠다.


그런데 이런 것도 가져다 놓았나 싶은 정말 흉측한 물건이 눈에 띄었다.


[ 마테체 ]
- PVC 재질에 금속 도금을 입혔습니다.
- 날부분은 실리콘 코팅이 되어있습니다. 피부에 상처를 주지 않습니다.
손잡이의 단추를 누르면 칼날 부위에서 인조 혈액이 스며나옵니다.


음... 아무리 가짜라해도, 보기에는 무시무시하다. 이걸 피부에 가져대고 가짜 피가 흘러나오는 모습을 보여주면 얼마나 무서울까?


그리고 한쪽 구석에는 드럼통  개와 무언지 알고 싶지도 않은 내용물이 들어있는 포대도  개나 있다.



다시 감옥을 나서며 처음 보았던 사무실을 들어가보았다.

감옥을 구경하고 나와서 그런지 아까와는 또다른 감흥이 들었다.

그러니까 성격 나쁜 교도소장이 사용할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용도 면에서도 달리 생각이 든다.


책상은 보기만해도 엄청 튼튼해보인다. 여자 서너  쯤 올려놓아도 흔들림 하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방 한쪽에는 넓은 침대도 하나 놓여있다.

마음대로 사람을 가둬두는 사설 교도소장 방에 놓인 침대라...

더군다나 침대 여기저기 수갑이나 사슬 따위를 고정시키기 좋은 고리도 여러  달려있다.

뭔가 막 연상이 된다.
틀림없이 내가 생각한 목적을 위해 여기 놓인 것이다.

언제고 쓸일이 있겠지.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게 있다.

책상 한구석에 놓여있는 오래된 전화기 한 대였다.


숫자 버튼 대신 문자가 쓰여진 버튼이 달린 내선 전화기였다.
그곳에 쓰인 문자들을 읽어보았다.


[ 죄수 관리인 연결 ]
[ 고문 전문가 연결 ]
[ 결박 전문가 연결 ]

아항!
그러고보니 카드의 설명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

뭐. 사실 내가 사람을 고문하거나 묶어본 경험이 없으니,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여러모로 감옥이라는 장소 자체가 특정 장르를 찍기 위해 만들어진 세트장의 느낌이 강하게 난다.


뭐. 그렇다면 부담없이 재미있는 작품 하나 찍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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