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6.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아니. 안 돼. 그런 장난은 나도 좋았고, 이 돈이랑은 아무 상관도 없어."
"그럼 먼데요? 왜 이런 돈을 주는 거예요? 무섭잖아요!"
솔직히 이제 스물의 여자 아이에게 5,000만 원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버거운 돈이 맞다.
물론 잘사는 집안에 태어난 금수저라면 가방 하나 사면 그만인 돈이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결코 그렇지 않다.
그녀의 부친은 평범한 중소기업에서 20년이 넘게 근무중이었고, 모친은 파트타임으로 약간의 수입을 올리는 주부 같다.
아마 그 5,000만 원은 그녀 가정의 1년분 수익에 버금갈 것이다.
그렇기에 무섭다는 표현이 충분히 이해는 간다.
"무서울 것도 없고, 지연이가 괴롭혀서도 아냐. 그냥 선물이야. 고민할 것도 없고, 그냥 받으면 돼."
"이상하잖아요! 흑!"
하지만 내게도 입장이 있다.
"이거 안 받으면, 더이상 지연이랑은 할 수 없어."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돈을 받았을 때보다 더 황당하다는 표정. 세상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는 의문이 그녀의 얼굴에 역력했다.
"진짜요? 왜요! 왠데요!"
그녀는 양손을 허리에 올리고 내게 따졌다.
"묻지마. 받을래? 안 받을래?"
아무래도 이쪽이 더 효과적인 것 같다.
그런 이유로 난 협상 대신 협박을 하기로 했다. 받아!
"나빠요!"
지연은 여전히 울먹거리며 돈이 가득 득 봉투를 주워들었다.
"그럼 이제 됐어요?"
그녀가 날 노려보며 물었다.
"그래. 고마워."
돈을 받아줘서 고맙다니,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지만, 나로서는 정말로 고마웠다.
그리고 솔직히 그 돈이 그녀와 나 사이에 나쁜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이야 당황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몰라서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리라.
정말로 그녀에게 돈을 주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했다면, 무기명 방식을 선택했을 터이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돈은 항상 승리한다.
"받았어요. 그럼 됐죠? 그니까 이제 박아줘요!"
지연은 삐진 얼굴로 걸치고 있던 속옷을 휙휙 벗어버리고는 침대에 올라가 홱 누워버렸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어쩔줄 모르겠다.
"그럼 잠깐만 누워있어. 난 씻고 올게."
"그냥 와요. 나 발정났어요. 짐승처럼 하고 싶어요. 나 지저분해서 싫어요?"
"그럴리가? 내가 지저분하니까 그렇지."
"시끄러워요. 빨리 와요. 맨날 쫑알 쫑알! 남자가 말야."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더이상 어떻게 씻는다 소리를 하겠는가?
난 침대 위로 올라가 그녀와 얼굴을 마주했다.
"아. 진짜 못생겼어."
지연이 던지는 한 마디는. 이웃 부인의 표독스러운 욕설보다 훨씬 더 강렬하게 내 가슴을 후려판다.
잘생겼다는 소리는 못 들었지만 그래도 못생겼다는 소리를 듣고 살아오지는 않았었는데...
더군다나 이렇게 벌거벗고, 서로를 마주보며 그런 소리를 들으니 뭔가 서럽다.
"삐졌어요?"
내 표정이 안 좋았던 모양이다.
"아...니..."
"아니긴 뭐. 삐졌구만. 괜찮아요. 그래로 박는 건 잘 하잖아!"
그러고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 농담이라고 키득거리며 웃는다.
정말로 얘랑은 서로 웃음의 코드가 너무 다르다.
"근데 안 해요? 키스?"
"해도 돼?"
여자 앞에서 이렇게 소심해지기도 오랜만이다.
"해요. 웅!"
그녀가 입술을 앞으로 죽 내밀었다. 너무 이뻤다. 이루 말할 수 없이 귀여워 미칠 것 같았다.
주눅이 들었던 마음이 활기로 가득해졌다.
못생겼다고 놀리면 무에 어떤가?
지연의 입에 내 입술을 가져대었다. 그녀의 혀가 내 입으로 밀고 들어왔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같았다.
난 이 아름다운 소녀의 몸을 가볍게 끌어안았고, 내 가슴은 그 풍만한 가슴을 마음껏 느끼고 있었다.
"아저씨 쌀 때 안에 싸도 돼요."
키스가 끝나고 그녀가 한 말이 내 가슴을 울렸다.
"정말? 괜찮아?"
"지난번에 보니까, 아저씨 콘돔도 안 했죠? 그래서 나 요즘 피임약 먹어요. 아저씨랑 안전하게 하려구! 꺄하하하!"
참 착한 소녀였다.
"나 있잖아요! 지난 일주일 동안 되게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녀가 공부했다는 것은 시험 공부가 아니라, 성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성교육을 한 모양이다.
"근데요.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더라구요!!"
확실히 한국 교육 과정에 성교육이 모자란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시험 공부는 안하고? 그러다가 시험 망치면?"
"괜찮아요. 시험이 중한가요? 짬지가 찌릿한 것이 중한가요?"
그러더니 날 끌어안고 입을 맞춰왔다.
우리는 한참동안 꽤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그리고 입을 떼자, 지연이 갑자기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이상해요. 못생긴 아저씨랑 키스를 했는데, 아래가 막 뜨거워져요."
지연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들은 너무나 쉽게 나를 들었다 놨다 한다.
그녀에게 어떤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 귀여운 골칫덩이의 한마디 한마디에 내 마음은 마구 흔들린다.
"한 번 더 해요. 키스!"
난 그녀의 요청에 충실히 따랐다. 입을 맞추면 그녀의 혀가 들어왔다. 이번엔 손을 아래로 내렸다.
내 손이 그녀의 민감한 부분에 닿았다. 지연의 몸이 떨려왔다.
벌써 이렇게나 젖어있었나?
난 겨우 두 번의 키스만으로 그녀가 준비되었음을 알아차렸다.
"지연이 발정 났어요. 빨리 박아줘요."
난 발정이 났다는 그 귀여운 소녀의 몸안에 천천히 삽입했다.
"아!"
내 걸 받아들이면서 지연이 조금 강하게 소리를 내었다.
아직은 그녀에게 버거울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다.
몇 번 움직이지 않아, 그녀는 이미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아 진짜! 너무 좋잖아! 바보 같아! 무슨 기집애가 이따위야!"
그녀는 두 다리로 내 허리를 감싸고, 두 팔로는 내 목을 부여잡고 매달렸다.
"아저씨! 아저씨! 있잖아요!"
"응?"
"나. 몸에 머리하고 가슴하고 짬지만 달린 거 같아요!"
그리고는 자기가 한 말이 부끄러운지 눈을 살짝 내려버렸다.
그 모습이 너무 이뻐 난 다시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난 한계에 다다랐다.
"사정할 것 같은데. 괜찮아?"
"웅! 안에 싸주세요!"
난 그녀의 요청대로 그녀의 안에 사정을 했다.
확실히 굳이 체외 사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그쪽이 만족도가 더 높았다.
"좋았나요?"
섹스가 끝나고, 그녀는 내 목에 팔을 감고, 환하게 웃는 얼굴로 물어왔다.
"응. 굉장히."
"나도 좋았어요. 진짜 무슨 쩩스 머신 같아."
다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 유머의 코드는 달라도 이 귀여운 여인의 웃음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마냥 행복했다.
"이제 배고프지 않아? 뭐 좀 먹을까?"
"음... 떡볶이?"
"떡볶이를 무척 좋아하나 보네?"
"매운 거 잔뜩 먹고 아저씨 꼬추에 뽀뽀해줄려구요."
지연의 꼬추 드립은 그칠줄 몰랐다.
"응? 왜?"
섬찟한데?
"몰라요. 여자는요 괜히 막 누군가를 괴롭히고 싶을 때가 있는 거예요."
그녀는 너무나도 천연덕스럽게 날 괴롭히겠다는 선언을 했다.
머야? 혹시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거야?
난 지연에게서 액티브 카드 < 증폭 >를 비활성화 해놓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그런데 너 아저씨 막 괴롭히고 싶고 그래? 막 때리고 싶다든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아주 조금이라도 그런 성향이 있다면 증폭을 그녀에게는 결코 활성화해서는 안 된다.
"사람을 왜 때려요? 그러면 안 되죠."
그녀가 뭔 소리냐는 얼굴로 날 바라본다.
"그지? 그래. 맞아. 하하하."
"근데 아저씨 못생긴 얼굴 보면 좀 때려도 될까 싶기도 하고 그래요."
"아냐. 그러면 안 돼. 아저씨가 좀 노력할게. 응?"
"세상에 노력해서 잘생겨지는 사람이 어딨어요? 아? 혹시 성형 같은 거요? 그런 건 하지 마요. 그냥 내가 참고 살게요."
그녀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보다 절반 정도밖에 안될 귀여운 소녀가 그렇게 날 쓰다듬으니, 마치 미녀 앞에 앉아있는 한마리 짐승이 된 기분이다.
못생겼다 놀림을 당해도 지금은 그냥 마냥 행복했다.
지연이 주문한 엄청나게 매운 떡볶이가 왔다. 그녀는 땀을 뻘뻘흘리며 맛있게 먹었다.
난 떡볶이는 거의 손대지 않고 따로 시킨 치킨으로 배를 채웠다.
일부러 그렇게 미칠듯 매운 음식으로 스스로의 혀를 학대하는 것은 내 취향은 아니다.
"지난 번에도 그렇고, 아저씨 매운 거 잘 못 먹죠?"
"응. 맛보다는 고통에 가까워서."
"그래? 흐흐흐."
지연이 날 음흉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난 어쩐지 내 꼬추가 시뻘건 고추가루에 절여지는 듯한 공포를 느껴야했다.
"근데 있잖아요!"
그 매운 떡볶이를 혀를 내밀고 식혀가며 먹으면서 그녀가 말을 꺼냈다.
"아까 주신 돈이요."
"응?"
"생각해보니까 아저씨 말대로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기분 나쁘다고 생각할 일만은 아닌 거 같아요."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
"근데요. 또 생각을 해보니까요. 꼭 내가 돈 받고 해주는 여자가 된 기분이에요."
그녀는 무척 묘한 표정이었다.
"그래? 그래서 많이 기분이 나빴어?"
"모르겠어요. 이 사람이 날 되게 쉽게 보는구나 싶기도 하고... 또 그렇게 많은 돈을 준다는 게 쉽게 봐서 그런 건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그자나요. 몇 만 원이면 참 날 싸구려로 생각하는 구나... 그랬을 텐데..."
말을 하다 말고,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고 정말로 큰 돈을 주니까 내가 비싼 여자가 된 거란 의미는 아녜요"
지연은 내가 오해를 할까 걱정인 듯 했다.
"너무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마."
이번엔 내가 정말로 미안했다.
"하앙! 진짜 너무너무 복잡해요. 막 좋았다가, 막 나빴다가. 차라리 돈이 아니구 선물이었으면 훨씬 심플했을 텐데..."
"무슨 선물보다는 그걸 살만한 돈으로 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건 그래요. 여튼 그래서 아저씨한테 고마우면서도 막 밉기도 하고... 아저씨는 뭐든지 날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요."
"어쩌지?"
"뭐가요?"
"가끔씩 그런 선물을 더 해줄 생각인데."
"히익!"
지연은 정말로 깜짝 놀라고 있었다.
"어... 안 되는데... 나 막 그런 거 받으면... 꼭 타락한 거 같잖아요."
"그래도 내가 주면 받아주는 거다."
"아. 진짜. 어디 가서 말도 못 하고..."
"맞아.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돼."
"알아요. 내가 무슨 바보도 아니구."
그렇게 지연은 잠시 고민에 빠진 듯했다.
"그래. 몰라. 어차피 받은 돈이니까. 감사합니다."
그녀가 말을 꺼낸 이유는 그런 것은 아닐까?
적어도 고맙다는 말은 하고 싶었는데, 그걸 바로 표현하면 또 돈에 눈이 먼 것 같은 느낌이 들까 무섭고.
"하앙! 진짜 나 타락했나봐! 솔직히 돈 있으면 좋지 뭐. 학비 걱정도 안하고! 아저씨 나 진짜 그 돈 써요!"
"안 쓰면 뭐해? 돈인데. 너도 여잔데 사고 싶은 거 있을 거 아냐?"
"사고 싶은 건 없고, 등록금이라도 내가 내면 아무래도 아빠랑 엄마가 좀 편하겠죠."
착한 아이였다. 알아갈수록 생각보다 마음에 든다.
그렇게 대화를 하며 식사를 끝냈다.
다행히 그녀는 떡볶이를 먹고는 깨끗하게 양치를 하고 나왔다.
"아무리 못생긴 아저씨라도, 이에 빨간 거 낀 모습을 보여주긴 싫어요. 냄새나면서 키스하기도 싫고."
정말로 착한 아이였다.
그러니까 난 그녀에게 캐스팅 카드를 사용한 것을 절대로 후회할 수 없다.
둘 다 배부르게 식사를 했고,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 시시껄렁한 예능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내게 머리를 기대고 있었고, 난 그녀의 가슴을 만졌다.
"좋나요? 가슴 만지면?"
"어. 천국에 와 있는 기분이야."
그녀의 가슴은 남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가슴이다.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크고, 피부는 하얗고 매끄러우며, 감촉은 부드럽다.
보형물이 들어간 가슴과는 달리 조금만 움직여도 자연스럽게 흔들렸고, 그렇다고 힘없이 축 늘어지지도 않았다.
유두와 유륜의 모양도 적당했다. 어느모로 보아도 탄성을 지를만한 가슴이었다.
"인류가 이룰 수 있는 아름다움의 정점이야."
"꺄하하! 그게 머예요! 진짜 내가 그런 소리 하지 말랬죠!"
지연이 내 어깨를 때렸다.
맞다. 이 소녀는 그런 종류의 찬사를 낯간지럽다고 싫어했다.
"전에는 내 가슴이 진짜 부담스러웠거든요. 근데 지금은 아저씨가 그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까, 꼭 나쁘지는 않은 거 같아요."
고맙다. 그렇게 말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