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6.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여자로서의 그녀는 내 제안을 거절하고 싶었으리라. 하지만 엄마로서는? 쉽게 거부하지 못하는 이유가 난 그 때문이리라 생각했다.
그날 나와 있는 얼마 안 되는 동안 몇 번이나 그녀의 눈에 갈등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그걸 들고 돌아갔다.
"잘 먹을게."
처음이다. 돈을 받아도 고맙다 소리는 안하던 여자였다.
"참. 한 번에 여러 개 먹지는 마. 열량이 굉장하다고 하더라고."
혹시라도 그녀가 살이 찌는 건 싫었다. 보라의 벗은 몸은 지금이 딱 좋다.
다음날 엘리베이터를 타려다가 보라의 가족들을 만났다.
함께 외식이라도 하려는지, 화목한 모습으로 엘리베이터를 나서고 있었다.
먼저 인사를 한 것은 그녀의 남편이었다.
"영웅 씨. 반가워요. 참. 어제 우리집사람 통해서 주신 선물, 잘 받았어요."
그걸 내게 받았다고 이야기한 모양이다. 쯧쯧. 달리 둘러댈 대가 없었던걸까?
"뭐 별 거 아닙니다. 어차피 제가 단 걸 그리 좋아하지도 않구요."
"난 세상에 그렇게 맛있는 사탕은 처음 먹어봤어요. 우리 은영이도 무척 좋아하더군요."
계집아이가 배시시 웃으며 내게 인사를 하고 엄마 뒤로 숨었다. 꽤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다.
"그렇게 좋은 걸 받았는데, 그냥 넘어가기가 그래요. 혹시 저녁 먹었어요? 아직 식사전이면 우리 함께 가요. 내가 저녁이라도 한 번 살게요."
"괜찮습니다. 회사사람들과 먹고 오는 길입니다."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몰라하는 보라의 모습을 보면, 정말 같이 식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하지만 정말 배가 불렀다.
"아. 아쉽네. 여하튼 이번 선물 정말 고마웠고, 잊지 않을게요. 세상에 사탕 하나로 이렇게 감동 받기는 처음이야."
"그래요. 그럼 다음 기회에 보답할게요. 가요. 여보. 이분 퇴근해서 피곤하실텐데 이제 보내드려야지."
내가 남편과 대화하는 동안 전전긍긍하던 보라는 내가 함께하지 않는다는 소리에 안도하고 있었다.
"그러게. 내가 괜히 잡고 있었네. 그럼 언제 한 번 꼭 같이 해요."
보라와 남편은 사이에 아이를 놓고 서로 손을 잡고 다정하게 걸어갔다.
"당신... 그거 정말로 선물로 받은 거 맞아?"
그주의 어느날 보라가 물었다.
"뭐? 과자? 아니... 젤리였나? 여튼 선물 맞아."
"거기 들어있던 집게 말이야."
그녀가 두 개의 집게를 내게 내놓았다.
"응? 그거 과자에 딸려있던 거잖아? 그게 왜? 설마 그것 때문에 은영이가 다치기라도 한 거야?"
보라의 얼굴 표정이 너무 심각해 뭔가 문제라도 있나 싶었다.
"크기에 비해 너무 무거워서, 뭔가 이상해서 귀금속 가게에 가봤어.
금이래. 순금에 뭔가 조금 섞였다고 하더라고. 22K 정도일 거라든데.
무게가 두 개에 100그램이 넘어.
우리나라에서야 22K를 안 써서 가격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외국에서라면 꽤 비쌀 거라 했어.
그 사람 말이 금값만 따져도 500만 원은 훌쩍 넘을거라고 하더라."
호오... 그랬었나?그렇다면 기프트 카드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봐야겠다.
금값으로만 생각해도 결코 손해는 아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그 상자 안에 들어있던 수십 개의 디저트가 두 개의 황금 집게에 비해 결코 가치가 떨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거기 그 세밀한 세공을 보면, 절대 평범한 물건은 아니래."
난 그녀가 건네준 집게를 살펴보았다. 정말 화려하게 세공된 식기이다.
황금으로 번쩍이는 몸체 위에 아주 가는 은색으로 알 수 없는 문자와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문양을 새겨놓았다.
"도대체 그런 비싼 걸 당신한테 누가 선물로 준다고?"
흐음... 아무래도 그녀에겐 또 뭔가 오해를 사게 된 모양이다.
"그건 보라 씨가 신경 쓸 거 없어."
난 그 두 개의 집게를 다시 그녀에게 돌려줬다.
그녀가 받기를 거절했지만, 난 다시 그녀에게 말했다.
"도로 가져가 한 번 준 걸 도로 돌려받는 사람 아니야."
"진짜 이해할 수 없는 남자네..."
역시. 그녀는 내가 큰 돈을 써서 그런 걸 선물했다 여기는 모양이다.
"당신에게 날 이해시키고 싶은 생각 따위 없어. 근데. 은영이가 그 젤리 좋아했나 보네?"
잠시나마 누그러졌던 그녀의 눈이 다시 매서워졌다.
"참. 남편이 그때 같이 식사나 하자고 했지? 언제가 좋을까?"
"하지 마!"
그녀가 협박이라도 하듯 내게 말했다.
"꿈도 꾸지 마! 그런 일 절대로 용납 못해!"
"난 그저 남편이 권유한 걸 무시하기 싫어서 그러지."
"부탁이야... "
그녀가 날 노려보았다.
난 그녀에게 얄팍한 미소로 대답했다.
"부탁입니다. 제발요. 그런 짓까지는 하지 마세요."
보라가 내게 허리를 숙이며 오랜만에 존대까지 하며 부탁을 해왔다.
정말로 끔찍하겠지. 사랑하는 남편과 자식 옆에서 날 마주하는 시간이.
"시키는 건 뭐든지 할게요. 제발 우리 가족이랑은..."
보라가 울고 있었다.
정말로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꿀맛이었다.
"그럼 선택해."
"뭘?"
"보라 씨 가족과의 단란한 저녁 식사, 혹은 오늘부터 내가 보라 씨 안에 사정하는 것."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쌓아올렸을지도 모를 호감을 한 번에 깨끗하게 날려버렸다.
보라가 입술을 깨물고 날 노려보았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어?"
"음. 내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보라 씨가 선택하면 돼."
"비열한 자식!"
"이리 올라와."
난 보라를 내 위에 앉게 했다.
그녀와 관계를 할 때 가장 좋아하는 자세는 역시 이렇게 서로를 가까이서 마주 볼 수 있는 자세이다.
증오로 가득한 그녀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배덕(背德)의 쾌락을 맛볼 수 있다.
"움직여."
보라는 마지못해, 내 위에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날 죽일듯이 쏘아보면서.
"참. 그날은 뭘 먹었어? 은영이가 무척 좋아하던데."
"하지마. 제발 부탁이야."
"만약에 보라 씨 남편과 식사를 하게 되면, 저녁은 내가 사지. 그동안 미안한 것도 있는데, 식사까지 대접받아서야 되겠어?"
보라의 얼굴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당신도 인간이야?"
"내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면, 그렇게 생각해."
"개자식..."
"오늘은 좀 더 빨리 끝날 거 같아. 빨리 결정하는 게 낫지 않을까?"
정말로 쾌감이 마구 몰려오고 있었다.
날 죽일듯 미워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한 별미이다.
"큭!"
여자는 고민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싸!"
"응?"
"안에 싸라고! 이 자식아! 대신! 대신 절대로 우리 그사람하고 식사 같은 거는 안 돼!"
"그게 부탁하는 자세인가?"
"부탁입니다. 제... 제 안에 싸주세요."
"어디다가?"
"부탁입니다. 제발 제 보지 안에 싸주세요."
그녀는 활활타오르는 눈으로 날 노려보고 말했다.
그런 그녀가 너무나 이뻐 난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대로 보라의 몸을 끌어안고, 난 마음껏 사정을 했다.
"개새끼..."
사정을 하고 나서, 그녀는 다시 엉금엉금 기어서 욕실로 갔다. 내 행위의 결과로 마구 지저분해진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무척이나 기뻤다.
"너.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있었지?"
욕실에서 한참을 씻고 나온 그녀가 날 노려보며 물었다.
"혹시라도 내가 니 새끼 임신이라도 하면, 너한테 정이라도 줄 거 같아?"
분노가 극에 달한 것을 조금도 감추지 않았다.
"꿈도 꾸지 마. 나 너한테 그꼴을 당한 뒤부터 약 먹고 있어. 너같은 놈이 언제고 이 짓을 할 줄 알았어."
조금은 의기양양해보였다.
"아! 그래?"
하지만 난 정말로 그녀의 오해를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 아무려면 어떤가. 내가 지금 즐거우면 그만인걸
그리고 며칠 동안 난 밤마다 그녀의 몸안울 정액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정산하던 날 저녁, 지연을 다시 만났다.
주머니도 채워졌고, 캐스팅 카드도 생겼으니, 그녀를 다시 만날 이유가 생겼다.
뭐 그것이 아니라도, 지연을 만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일이다.
더군다나 시험이 끝날 때가 다가오며, 그녀가 수시로 톡을 보내 맛있는 거 꼭 사달라고 날 협박했다.
"시험은 잘 봤어?"
"네. 그럭저럭이요."
"그래. 우선 어디 들어가자. 뭐 먹고 싶은지 정했어?"
"뭐든지요?"
"응. 뭐든지."
"그럼 아저씨 꼬추."
그녀의 목소리는 작지도 않았다.
"저기... 여기 사람들도 많이 다니는 길이거든. 조금만 조심해주면 안 될까? 그리고 먹는 거. "
"뭐든지라며! 뭐든지라며! 뭐든지..."
"알았어. 알았어! 그만."
"그럼 빨리가요. 우리"
지연이 내 팔을 잡았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뭉클하고 느껴져, 너무 좋다.
"우리 그냥 가까운 데로 가요. 그때처럼 비싼 호텔 말구요!"
"정말로 또 하러 가자고? 하지만 너 나 싫어하잖아?"
"아저씨 싫어요. 나쁜 남자 같아. 그런데 아저씨랑 하는 건 좋아요. 꼭 무슨 마약 같아. 일주일 내내 아저씨 꼬추 생각만 했어요. 아! 진짜! 짜증나. 어쩌다가 아저씨 같은 남자한테... 여튼 빨리 가요. 나 발정 났단 말야. 가서 또 퍽퍽퍽 박아줘요."
지연은 쉴새 없이 떠들었다.
난 혹시라도 지나가는 사람이 그녀가 하는 말을 들을까 무서웠다.
그날도 어느 정도 느끼기는 했었지만... 여기는 공개된 공간이란 말이야.
"그래. 알았으니까 우리 얘기는 어디든 들어가서 하자."
"애들이 그러는데요. 한국에 진짜로 그런 남자 없대요.
그리고 아무도 섹스하면서 그런 기분 느껴본 애도 하나도 없어요. 그런건 다 뽀르노에 나오는 판타지래요. 지들이 모르니까 그렇지. 진짜 죽이는데. 막 근질거리구..."
지연이 쉴새없이 섹스에 대해 떠들어 댔기에, 난 화급히 가장 가까운 모텔로 그녀를 데려갔다.
그녀는 틀림없이 성인이지만, 조금 동안인 편이고, 나와는 나이 차이가 꽤 나 보인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오해를 사기는 싫었다.
"막 찌릿찌릿! 그래서 내가 애들한테 너흰 애들이라 아직 모른다고... 근데 왜 안가요?"
"하아..."
지연이 그렇게 마이웨이인 걸 알았었다면...
뭐 그렇다고 그녀와의 섹스를 마다했을 리 없다.
그녀로 인해 얻은 수익도 결코 적지 않지만, 그녀 자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빨리 벗고 교미해요!"
모텔에 들어가자마자 그녀가 안달을 했다.
하지만 내겐 우선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지연아 내가 할 말이 있는데."
"웅? 먼데요? 우선 박고 나서 하면 안 되요?"
그녀는 벌써 팬티와 브래지어 차림이었다. 빠르다.
"진짜로 이 이야기 먼저 해야 돼."
"알았어요. 혹시 나 싫다거나 그런거예요?"
"그럴리가 있어? 지연이 처럼 이쁘고 사랑스러운 여자한테? 내가 그렇게 바보로 보여?"
"그져? 아무리 바보라도..."
지연은 어딘지 안심이 되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게 아니구 내가 줄 게 있는데"
"선물이에요? 아! 그럼 빨리 말하지! 나 선물 좋아해요."
그녀는 내가 꺼내는 봉투를 보고 손을 내밀었다.
"근데. 하나만 약속해야 해. 이거 꼭 받아줘야 해. 알았지?"
"웅? 먼데요? 설마 응큼한 거? 머지? 머지?"
그녀가 눈을 굴리며 봉투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상한 거 절대 아냐. 하지만 조금 놀랄 수도 있는데. 꼭 받아야 돼!"
"알았어요. 그럼 빨리 줘요. 받고 빨리 박아줘요."
음... 난 그녀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멀까? 멀... 이거 먼가여? 이걸 왜 날 줘요?"
지연은 봉투 안을 들여다 보고나서 당황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냥 선물이야. 별 거 아니니까 그냥 받아줘."
"하나. 둘. 셋... 열 개면... 이거 5,000만 원이에요. 이렇게 큰 돈을 나처럼 어린 여자한테 왜줘요?"
그녀가 봉투를 내게 내밀었다.
"말했잖아. 꼭 받아줘야 한다고."
난 그걸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에게 줘야했다.
3,000만 원은 지난 번의 개런티
2,000만 원은 오늘의 개런티.
매출이 크게 잡혀서인지, 두 번째 작품의 개런티도 크다.
은희와 보라는 처음에 1,0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반이나 줄었는데, 지연은 1/3만 줄었다.
아마도 첫 작품 매출이 높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혹시... 내가 일주일 동안 괴롭혀서 그런 거예요?"
지연이 서글픈 눈으로 날 바라보며 물었다.
방금까지의 장난기는 하나도 없는 목소리.
"설마 무슨 합의금 그런 건가요? 그럼 내가 잘못했어요. 사과할게요. 아저씨한테 괴롭히려는 건 아니었어요."
눈에는 눈물까지 맺히려했다.
그녀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거라 나도 당황했다.
"가져가세요. 다신 그런 장난 안 칠게요. 흑!"
지연은 정말로 눈물을 떨구었고, 동시에 그녀의 손에 들린 돈 봉투도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