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6.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지연에게 다시 톡이 온 것은 퇴근한 뒤였다.
[지연이]
- 졸림.
- 졸리면 자.
[지연이]
- 집에 왔슴.
- 외박 안 함!!!
- 그래. 우리 지연이 착하네.
[지연이]
- 지연이는 착하고, 아저씨는 나빠.
그리고 사진이 왔다. 침대에 누워 손을 V자로 들고 입을 잔뜩 빼물고 찍은 사진이다.
물론 내 눈은 그녀의 가슴에 가 있었다. 보일듯 말듯한 구도가 예술이다.
[지연이]
- 집임! 지연인 외박 안 함!
- 그래. 다시는 그런 소리 안 할게.
그리고 난 그맘때의 여자 아이가 한 번 삐지면 그 여파가 얼마나 오래가는 지 알게 되었다.
[지연이]
- 집임! 지연이 집에 왔음!
그녀는 매일 자기 집 침대에서 찍은 사진을 내게 보내왔다.
그 사진이 지금찍은 사진인지 어떻게 아냐고 한 번 놀려줄까 고민도 해봤지만, 결말을 눈에 보듯 뻔히 알 수 있어서, 새로운 재앙을 방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톡이 오갔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꽤 친숙해진 듯도 하다.
여전히 투덜거리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평범한 대화도 가뜸은 있었다.
물론 대부분은 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소리였다.
[지연이] 아저씨 꼬추 존나 큰 듯.
- 갑자기 뭔 소리야?
[지연이]
- 애들한테 말했든데 한국 남자 중에 그런 크기 없다고 함.
- 다섯 명한테 물었는데 다 그럼.
- ㅋㅋㅋ. 내가 본 건 그럼 머임?
- 존나 큰 꼬추
왜 니가 자랑스러워하는 건데?
하긴 생각해보면 지연의 거대한 가슴을 머리에 떠올릴 때마다 어쩐지 내가 자랑스러울 때가 있다.
- 지연아 그거 안 하면 안 돼?
누가 보면 어쩌려고?
[지연이]
- 아! 개 우낌 얼굴은 엉망인데 꼬추만 커!
- ...
욕이냐? 칭찬이냐?
[지연이]
- 애들이 말하는 거 들어보면, 내가 본 거에 반 밖에 안됨.
- 애들끼리 싸움. 지 남자 친구 게 더 크다고.
도대체 요즘 여자들은 무슨 대화를 하는 걸까?
그리고 얘는 날 욕하는 걸까? 아니면 칭찬하는 걸까?
[지연이]
- 근데 난 거기 못낌. 남친 얘기에 끼어들려면 얼굴 인증이 필요함. 난 못함. 아저씨 너무 못생겨서 쪽팔림.
지연은 언제라도 날 한 방에 날려버릴 슈퍼 웨폰 하나를 지니고 있었다.
아! 진짜! 나 평생 못생겼다 소리는 들어본 적 없다고.
"여자 친구?"
휴계실에서 톡을 읽고 있는데, 누가 물어왔다.
"뭐. 그러려나?"
조금 애매하게 대답했다.
"근데 얼굴이 왜그래요? 헤어지자 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문희 양은 벌써 날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게 아니구. 내가 너무 못생겨서 어디가서 말하기 창피하데."
"어머나! 세상에. 아무리 그래도 남자 친구한테 못생겼다고 그러면 어떻게 해."
역시 내 편을 들어주는 문희 양...
근데... '아무리 그래도'의 의미가 먼가요?
소심한 난 차마 그걸 물어볼 수 없었다.
유일한 내 편인 문희 양에게 만은 절대로 진실을 듣고 싶지 않았다.
지연의 정신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지연이]
- 꼬아
- 응? 갑자기 무슨 말이야?
[지연이]
- 아저씨 얼굴은 기억 안 나고 꼬추만 기억남.
- 그니까 꼬추 아저씨. 줄여서 꼬아...
- 아니다. 먼가 이상해.
이런 뻘글에까지 상대를 할 필요는 없었다.
[지연이]
- 꼬추남... 이것도 아님.
[지연이]
- 꼬큰남... 재미 없음.
[지연이]
- 꼬챙이... 긴건 맞아.
그냥 날 가지고 노는 게 재미있는 걸까?
[지연이]
- 왕꼬치! 아 몰라. 다 이상해.
하루에도 몇 번은 망측한 톡을 보내 속을 뒤집어 놓았다.
그러다보니 이제 어지간한 말에는 그저 그러려니 할 뿐이다.
처음 함께 잤던 날 이후로 더이상 지연을 만나지는 않았다.
그녀가 시험으로 바쁜 모양이었고, 나도 이런 저런 일로 정신이 없었다.
성욕은 이웃의 부인에게 해결했다.
물론 더 이상 캐스팅 카드도 남아있지 않았기에 그녀와 영상을 만들지는 않았고, 퇴근후 집에 잠깐씩 불러 가벼운 유희를 즐기는 정도로 만족했다.
[지연이]
- 나 낼모래 시험 끝남.
- 잘 됐네. 시험 끝나면 푹 쉬어.
[지연이]
- 그게 아니고 시험 끝났는데 맛있는 거 안 사줌?
- 뭐 먹고 싶어?
예상 밖의 반응이었다. 그녀가 먼저 보자 할 줄은 몰랐다.
[지연이]
- 암거나
- 그럼 먹고 싶은 거 생각해 둬.
[지연이]
- 진짜? 아무거나? 뭐든지?
- 응.
[지연이]
- 후회를 하게 될 거시여!
- 음하하하
그렇게 그녀와 하루하루 더 친해지고 있었다.
- 정산을 시작합니다.
지난번 정산일에서 어느새 열흘이 지났다. 행복한 시간이 돌아왔다. 이번에 새로 올린 영상은 두 개나 되니 기대도 그만큼 컸다.
- 영상물 AVM-001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 지난 10일 동안 판매, 렌탈, 디지털 다운로드 등으로 모두 38,368,900원의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 제반 비용을 제외한 수익은 15,347,500원입니다.
지난번에 비해 다시 2/3 수준으로 줄었다. 역시 출시 첫주 이후로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영상물 AVM-002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 지난 10일 동안 판매, 렌탈, 디지털 다운로드 등으로 모두 65,508,200원의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 제반 비용을 제외한 수익은 26,203,200원입니다.
이웃집 보라의 비디오는 지난번에 비해 약 40% 하락했다.
하락율이 큰 것은 그녀의 두번째 작품 출시와 연관이 있는 걸까?
- 영상물 AVM-003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 지난 9일 동안 판매, 렌탈, 디지털 다운로드 등으로 모두 75,253,200원의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 제반 비용을 제외한 수익은 30,101,200원입니다.
- 자동 편집 비용 3,000,000원이 청구됩니다.
이웃 부인 보라의 두 번째 작품인
'수영장 NTR - 고고한 이웃의 부인은 원하지 않는 관계에서 쾌감을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물고...'
의 정산이다. 첫 작품에 비하면 확실히 수익이 떨어졌다.
그러니까 성인물의 철칙인 가장 많이 팔리는 작품은 데뷔작이다! 라는 말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 영상물 AVM-004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연과 찍은 영상의 정산이다.
- 지난 7일 동안 판매, 렌탈, 디지털 다운로드 등으로 모두 155,324,900원의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 제반 비용을 제외한 수익은 62,129,960원입니다.
- 자동 편집 비용 3,000,000원이 청구됩니다.
엄청난 금액이다. 은희나 보라의 첫 작품에 비하면 월등한 매출이다.
역시 남자라면 거대한 가슴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걸까?
뭐 지연이 두 사람보다 이쁘다고는 못해도, 이제 겨우 스무 살의 풋풋함이 살아있는 것도 작용을 했겠지.
여기에서 그녀에게 책정된 3,000만 원의 개런티를 제외하면 3,000만 원 수준이니 은희와 보라에 비해 그다지 낫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다음주부터 들어올 수입을 생각한다면, 결코 그렇지 않다.
비싼 몸값 이상의 수익이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모두들 거액의 개런티를 제시해서라도 유망주와 계약을 하기 위해 눈에 불을 키고 찾아다니는 것일 터이다.
- 미정산 금액 36,044,920원이 있습니다.
지난 번 지연과의 하룻밤을 치루고 나서는 아직 그녀에게 돈을 주지 못했다. 다음 번에 만나서 직접 줄 생각이다.
- 현재 정산 가능한 수익은 모두 163,826,620원입니다.
와우! 지연에게 줄 3,000만 원을 제외하고도 1억 원을 훌쩍 넘는 엄청난 금액이다.
잠시 출금을 해서 그걸 직접 만져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하지만 잠깐의 희열을 맛보기 위해 두고두고 불편함을 감수하기는 싫었다.
그러면 이제는...
"카드팩 구매!"
기분좋게 외쳤다. 역시 사람은 뭔가 지를 때, 가장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얄팍한 종이 상자 하나가 나타났다.
이 조그마한 종이 상자 하나에 천만 원이라니 무섭다.
어쩌면 게임에서 좋은 아이템을 사기 위해 현질하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다.
그래도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래픽에 불과한 게임 아이템을 현질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자를 열고 카드를 꺼냈다.
가장 관심이 가는 캐스팅 카드는... < 여배우 >
음... 아무래도 처음에 준 < 능동적 주인공 >이나 < 능욕형 주인공 > 같은 것은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
게임이라면 레어 카드 정도 되려나?
어쩐지 상술에 넘어간 기분이다.
그러니까 게임을 시작할 때 그럴듯한 카드를 쉽게 주고, 다음부터는 현질을 해도 좀처럼 주지 않는 것 처럼 말이다.
그래도 이걸로 내 돈을 쓴 적은 없고, 아직까지 이득만 얻었다.
그러면 다음 카드는...
마스터 카드 < 정액양 >
- AV 마스터의 정액양을 향상시킵니다.
이건... 내가 전혀 관심도 없던 종류인데...
아니 도대체 정액 양이 늘어서 무얼한단 말인가?
하지만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성인물의 시각적 효과를 위해서는 정액양이 나름 의미가 있겠지...
그래도 이 카드는 완전히 손해 본 기분이 들었다.
하... 다음...
설정 카드 < 개방 >
- AV 마스터에 의해 캐스팅된 배우는 개방적인 성의식을 지니고 있다.
- 동성애, BDSM, 3P 등 여하한 종류의 성적 유희나 관계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호오... 이건 괜찮다.
앞으로 상대에게 좀 무리한 요구를 해도 괜찮다는 거지?
대략 설정 카드나 액티브 카드가 쓸모 있는 것이 많이 나오는 기분이 든다.
이걸로 충분한가?
"카드팩!"
아니. 난 < 능욕형 주인공 >을 원해.
지연 덕분에 수중에 여유도 있고.
그러니까 좀 더 질러볼 생각이다.
다시 카드팩을 깠다.
우선 첫 번째 카드는 캐스팅 카드 < 여배우 >
뭐. 예상 범위 안쪽이니 넘어가자.
능욕형 주인공과 능동적 주인공은 레어 카드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이걸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으니 불만은 없다.
오히려 도전 의식만 더 고취시킬 뿐이다.
코스튬 카드 < 고양이 소녀 >
- 고양이 소녀로 변신시킵니다.
- 고양이 소녀는 성격은 나쁘지만, 사실은 주인님의 사랑을 갈구하는 여린 아이랍니다.
- 귀속 카드입니다.
- 카드를 사용하시려면 카드를 쭉 찢어 주세요.
- 활성화 및 비활성화를 위한 코드가 필요합니다.
이상한 게 나왔다.
코스튬이라니... 이거야 그냥 성인샵에서 코스튬 의상을 사면 그만 아닌가?
아니. 그래도 지금까지 카드로 나온 것 중에 평범한 것은 하나도 없었으니, 한 번 기대를 가져보기로 하자.
다음은 마스터 카드 < 근력 >
흠... 근력의 향상이라...
AV 메이킹과 그다지 상관은 없어보였지만, 생각해보니 나름 의미가 있다.
성인 동영상이라면 모름 다양한 체위가 나와야 하고, 그런 체위 중에는 남자가 여자를 거의 들고 하는 묘기 수준의 체위도 있다.
근력이 모자라면 그런 체위를 하다가 한쪽이 다칠 수도 있다.
내가 싸움은 못해도 나름 덩치가 있어,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지만, 뭐 그래도 근력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게 아니던가?
그러니 이건 서비스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근력이 향상되었다면 얼마나?
집에 딱히 웨이팅 기구도 없으니... 조금 있다가 보라나 불러 확인해봐야 겠다.
그래서 이번에도 원하는 능욕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카드팩!"
가자! 원하는 게 나올 때까지!
캐스팅 카드 < 수동적 주인공 >
- 캐스팅된 배우는 AV 마스터에게 호감을 지니고, 관계를 맺고싶어합니다.
- 소극적 성격이기 때문에 먼저 다가서지는 못하지만, AV 마스터가 손을 내밀면 언제라도 관계에 응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음... 잘짝 애매하다. 그냥 캐스팅 카드 < 여배우 >보다는 낫고, 캐스팅 카드 < 능동적 주인공 >보다는 못한 느낌.
그래도 딱히 나쁘지는 않다.
마스터 카드 < 발기력 >
- AV 마스터의 발기력을 향상시킵니다.
발기...
지난 번에 최대 다섯 번까지 사정을 했었다.
그걸로는 모자라다는 말일까?
사람을 얼마나 대단한 섹스 머신으로 만들고 싶은 거지?
나도 모르게 두려움에 부르르 떨었다.
마지막 카드는 기프트 카드 < 수정 목걸이 >
- 무지개빛으로 반짝이는 크리스탈로 만든 귀여운 목걸이
- 목에 차고 있으면 왠지 행운이 생길 것 같다.
- 이런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 호감도가 높아진다.
- 기프트 카드는 소모성 카드입니다.
- 카드를 사용하시려면 카드를 반으로 찢어 주세요.
처음보는 카드이다. 기프트라.. 선물이지?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주어서 호감도를 높이라는 걸까?
행운이 생길 것 같다. 라는 말이 조금 애매하다.
그래서 시키는대로 카드를 찢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