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화 〉@5. 폭유의 순진무구한 소녀가 내 귀에 노골적인 음어를 속삭이며... (24/377)



〈 24화 〉@5. 폭유의 순진무구한 소녀가 내 귀에 노골적인 음어를 속삭이며...


"고민이네..."
이사님이 고민했다.

들어보니 오늘 이 모델 지망생을 부른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이사님의 요청이었다.



이사님은 지연을 플러스 사이즈 속옷과 비키니에 투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불러온 것이다.

요즈음은 몸이 좋은 여자들이 많아 엑스라지 이상의 속옷도 매출이 꽤 되는 편이라, 점차 신경을 많이 쓰는 모양이다.


그런 경우 살집 많은 진짜 엑스라지 모델을 쓰면, 당연히 매출에 마이너스가 된다.

그렇다고 평소처럼 슬림한 모델이 큰 사이즈의 속옷을 입으면 어색한 모양이다.


그래서 저 모델이 딱이기는 한데...


"섹시하지?"
이사님이 내게 물어봤다.

"그러네요. 남자들이 좋아할 몸이에요."

"그러니까 말야."

속옷 쇼핑몰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섹시 컨셉과 고급 컨셉. 우리 회사에서 운영하는 쇼핑몰은 당연히 후자이다.


그런데 저 아가씨, 벗겨 놓으니 정말 섹시하다.


다이나마이트!

남자라면 정말 좋아할 몸이다.

섹시 컨셉 속옷 사이트라면 상관없다. 그런 곳은 남자 고객도 많다.
하지만 우리 회사 속옷 몰은 여자 고객이 대다수이다.
고민이 깊은 모양이다.

"그럼 이따가 사진 보내줘."
이사님도 올라갔다.




"어때요? 힘들었죠?"
임원들이 모두 나간 뒤, 난 그녀에게 이젠 끝났다고 알려주었다.

"휴우... 살짝 긴장했어요. 저 잠깐 앉아도 되죠?"
사진 찍는 동안 살짝 무리한 것 같다며 지연은 의자에 앉아 한쪽 다리를 들고 허리를 숙이고 허벅지를 주물렀다.

어? 엄... 아...
그녀는 아직 속옷 차림이다.

이사님의 요청으로 입은 레이스와 망사로 된 브래지어는 가슴의 태반을 노출했고, 팬티도 우리 회사 제품 치고는 꽤 노출도가 높다.

그러니까 지연은 그 터질듯한 가슴을 거의 내보이며  바로 몇 미터 앞에 앉아있다.

멋지다. 난 지금 내가 코피라도 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아까 그렇게 챙피한 것 같더니, 벌써 적응이 된 걸까?


그녀는 속옷 차림으로 나와 가까이 있는 것을 그리 어색해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한참 동안 내 앞에서 속옷차림이다가 이제 와서 부끄러워 하는 것도 이상하다.




"저 사실 속옷 입고 사진 찍은 거 오늘이 처음이에요."
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눈치챌  있었다.


사실 포즈 준비도 전혀 안 돼 있어, 하나하나 꽤 상세하게 지시를 해줘야했다. 속옷을 입고 처음 조명 아래 섰을 때에는 나랑 눈도 마주치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꽤 여유가 있다.


"다 영웅 선생님 덕분이에요. 선생님이 편하게 대해주셔서 부담이 줄었어요."
내가 그냥 편히 영웅 씨라 부르라고 했는데도 그녀는 절대 그렇게 못하는 것 같아, 그냥 두기로 했다.

"꼭 나라서 그런  아니에요. 사진 찍는 분들 대개 모델분들한테 편하게 해드리려 노력하니까, 다른 분들하고 촬영하실 때에도 너무 부담 안 가져도 되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근데... 저한테 편하게 말씀하시면  되요? 나이도 많이 어린데... 제가 불편해요."


"그럴까?"


"네."
그녀가 다시 환하게 웃었다.

"아. 그런데 나 저거 좀 봐도 되죠?"
지연이 방금 찍은 사진이 업로드 된 태블릿을 가리켰다.

"그럼. 편히 봐."
지연은 화면을 넘겨가며 열심히 자기가 나온 사진들을 구경했다.

"와! 나 진짜 이쁘게 나왔다!"
마음에 드는 듯 했다. 다행이다.


촬영중일 때와 달리, 얼굴 가득 웃음을 띈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그러고보니 사장님이나 이사님들이 있을 때는 그렇게 긴장을 하더니 둘이 된 이후로 그녀는 꽤 잘 웃었다.

이쁘고 성격 좋고 가슴도 크다. 그녀에게 더이상 바랄게 뭐가 있을까?

아!  매력적인 소녀와 자기 위해서 무어라도 할 수 있을 남자가 세상에 절반은 넘을 거란 사실에 난 전재산을 걸 수 있다.


응? 그런데 얼마나 필요할까? 그녀와 자기 위해서는?




-캐스팅 대상자 김지연의 데뷔작에 대한 개런티로는 3,000만 원으로 책정되었습니다.

와우! 크다.


그러니까 가슴이 큰  맞는데, 개런티도 무척 많다.

은희와 보라의 세 배.


과연 그럴 가치가 있는 걸까?

물론이다.
잠시의 고민도 없이 난 대답할  있다.


내가 남자라서 아는데... 저 엄청난 가슴엔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캐스팅 카드 < 능동적 주인공 >을 손에 들고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이름을 떠올렸다.

손에 들린 카드가 사라졌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런데 오늘 저 어땠어요?"
한동안 사진을 둘러보다가 그녀가 물어왔다.


"꽤 좋았어. 사장님 하고, 이사님들도 좋게 보신 것 같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거 같아."
이미 그녀와 할 생각이니, 괜히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물론  될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그녀에게 약한 희망을 주며 따로 자리를 마련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어차피 그녀에게 사용한 카드는 < 능동적 주인공 >이다.


난 오늘 이 여자와 해피! 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감사합니다. 오빠가 이렇게 이쁘게 촬영해 주신 덕분이에요."
참 말도 이쁘게 한다.

순진무구한 어린 여자가, 딱 가릴 곳만 가리고 내게 다가와 질문을 던지고, 내 말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따뜻한 무언가가 치밀어 올라온다.

아아!  기분은 뭘까?

그래! 뭔가 구원을 받는 기분이다. 음... 생각해보니 저 가슴 속에 묻혀 있다면, 그 기분을  더 잘 느낄 수 있겠는걸?

"저어... 오빠."
그녀의 가슴에 정신이 팔려있다가 내가 지금 크게 실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바라보고 있었다.

"응?"


"저... 오늘 촬영하신 사진이요..."


"어. 혹시 맘에 안드는 사진 있어?"
 다시 고개가 아래로 내려가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그녀와 눈을 맞혔다.

"그게 아니라 너무 맘에들어서 그런데 저한테도 좀 보내주시면 안될까요? 그리고 여기에서의 일이 어떻게 되건 모델은 꼭 하고 싶어요. 그런데 오빠가 찍어주신 사진 프로필 사진으로 쓰고 싶은데..."

"그럼. 뭐가 어렵다고. 그래. 차라리 사진  장  찍어줄까?"


"정말요? 감사합니다."
지연이 고개를 푹 숙이고 인사를 했다.


"그러면 원하는 옷으로 갈아 입고 나와."

"저 이거 그냥 입고 할게요. 생각해보니까 기왕이면 이런 사진을 좀 더 찍는게 나을  같아요.
모델 하려면 익숙해져야 하잖아요.
근데 다른 사람하고 이런 사진 찍는 건 자신 없고, 오빠라면 익숙해지는 거 더 쉬울 거 같아요."

그녀가 혀를 낼름거리며 웃었다.
정말로! 얘 말도 이쁘게 잘한다. 괜히 듣는 사람 기분 좋게 만드네.

"그럴까?"


"넹!"
그녀가 부리나케 조명 앞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그녀의 태도가 조금전과 어딘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좀 더 편해졌다고 할까? 아니면 약간은 까불거린다고 해야할까?

그러고보니 나를 부르는 호칭도 어느새 오빠였다.

확실히 캐스팅 카드가 모종의 역할을 하고 있다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이번엔 지연이가 원하는 포즈로 해볼까?"

"옙!"

팡! 팡! 팡!
그녀가 열심히 포즈를 취하고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도 모자라는지, 지연은 거기 준비된 몇 가지 속옷을 전부 입어보고, 포즈를 취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빠한테 너무 시간 많이 빼앗은 거 아녜요?"


"괜찮아. 어차피 근무 시간은 아까 끝나서 큰 상관 없어. 글구 너랑 촬영하는 거 나도 즐거웠고."
진심이다.  귀엽고 가슴  여자 아이의 속옷 차림을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됐다.


음... 발기도 됐고.


"참 착하시다. 근데 오빠랑 사진을 찍다 보니까 이젠 속옷 사진이 그렇게 엄청 부담스럽지 않아요."

"그래? 다행이다."

"몰랐는데... 나 이렇게 야한 사진 찍는 것도 너무 재미있어요. 막 있죠. 어른이 된 거 같구."
그러면서 배실배실 웃었다.

그녀의 웃음을 보고 있는 나도 완전히 무장해제 상태가 된다.



그런데 야한 사진 찍는 게 재미있어? 흠...

지연이 그렇게 생각한 데에 캐스팅 카드 < 능동적 주인공 >가 끼친 영향은 얼마나 되는 걸까?



"사실은요. 나 남자들이 내 가슴 막 훔쳐보면 되게 기분 나빴거든요. 그래서 그런 사진 찍는 거 되게 싫었어요.
근데 이렇게 속옷만 입고 오빠 앞에서 포즈도 취하고 그러다보니까 뭔지 기분이 이상해져요."

지연의 눈빛이 조금 촉촉해졌다. 그 나이 때의 여자들에게서 기대하기 힘든 아주 농밀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이런 기분은 완전히 처음이라서 뭐라고 해야할  모르겠는데. 오빠 눈빛 보니까... 그런 눈빛에 보여지는 것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도 같은데... 아! 뭐야? 나 왜 이렇게 횡설수설해!"

그래놓고는 자기도 웃기다 생각했는지 깔깔거리고 웃었다.


"웅! 나 오늘 참 이상해요! 뭐야! 사진 찍는게 재미 있어서 그런 건지, 오빠 때문인지 모르겠어요. 여하튼 오빠랑 사진 찍는 건 되게 좋은 거 같아요."


"다행이다. 그럼 사진 원하는 만큼 더 찍어도 돼."


"정~말요?"
그녀는 음절 하나 하나에 악센트를 넣어 말했다.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하다.


이렇게 보니 이제 또래로 보인다. 아까는 나이에 비해 무척이나 성숙한 태도였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친숙하게 느껴지니 원래의 성격이 나오는 모양이다.

당연할 터이다. 난생 처음으로 모델일을 하고 싶어 회사란 곳을 찾아왔으니, 지금까지야 어른스럽게 보이려 노력했을 것이다.


"그럼. 원하는만큼 찍어줄게."


"음... 군데~ 나아~ 쫌! 야한 사진! 찍고 싶어욧! 꺄하하하! 말했다! 말했다!"
엄청나게 에너지가 넘치는 소녀였다.

"그래. 원하는 사진을 찍어보자. 대신 사진은 전부 너한테 줄게. 유출 같은 거 신경 안 써도 돼."


"웅! 오빠가 가지고 있어도 상관 없어요! 사실은 오빠가 엉큼한 눈으로 나 보고 있는게 재미있거든요!"


그.. 그랬냐? 뭐 아무렴 그게 가려질까?


"나 많이 엉큼했어?"

"내가 남자들 눈에 예민하거든요."


알지. 그런 가슴이 있으면, 싫어도 남자들의 눈길을 끌었을 것이고, 어린 나이 일 때는 정말 기분 나빴을 것이다.

"근데요. 오빠 눈이 엄청 응큼했거든요!"
그리고 또 꺄르르...


조금 미안하다.


"그니까. 오빠. 딱 한 번만 보세욧!"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연은 입고 있던 브래지어를 슬쩍 열어 안을 내게 보여 주었다.


어? 생각지도 못한 사태였다.
와우! 멋진걸!


"어때요?"
지연은 다시 손을 치우고 물었다.

"어떠냐니? 당연히 이쁘지. 정말 멋진 가슴이네."
난 솔직하게 말했다.


"웅! 오빠니까 보여주는 거예요. 어쩐지 오빠의 엉큼한 눈은  남자랑 달라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 앞에서는 이런 적 한 번도 없어요! "


정말로 다른 남자에게 보여준 적 있는지 없는지야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그녀의 빨개진 얼굴을 보면, 아무한테나  보여주지 않은 정도는 믿어도 될 것 같다.


"그래서 어때요?"
그녀가 다시 물었다.

근데 뭘 어떠냐고?


"나 야해요?"

"그럼. 지연이가 세상에서 가장 야한 여자야."

"꺄하하! 지연이 오늘 미쳤나봐! 아 몰라! 그럼  야한 사진 찍어줄 거죠?"


"지연이가 야한 사진을 찍는다면, 꼭 내가 찍게 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정도인데."

그렇게 준비가 끝나가고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속옷 모델 여부로 고민하던 여자가 몇 시간 만에 자신의 야한 모습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물론 말도 안 되는 어이없는 시츄에이션이다.


하지만 성인물이라면 이보다 적절할 수는 없다.

어차피 대개의 성인물은 그리 대단한 개연성이나 핍진성 따위 지니고 있지 않다.

허술한 이유로 여자와 남자에게 반하고, 별 시덥지 않은 이유로 여자가 남자에게 달려든다.


캐스팅 카드 < 능동적 주인공 >이 하는 역할이 그런 게 아닐까?
그녀는 지금 성인물의 주인공이다.




"저 그럼... 어디서 찍어요? 여긴 막 사람들이 드나들  같아서... 좀..."


흠. 어차피 스튜디오는 내가 관리한다.  시간에 올 사람도 없고.

또 문을 잠가버리면 그만이다. 속옷 사진도 많이 찍으니, 문을 닫으면 밖에선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맞다. 만의 하나라도 누가 들어온다면?
왜 문을 잠그고 저 어린 여자와 뭘 하냐고 추궁한다면?



"그것도 그러네. 그럼 어떻게 하지? 이 시간에 스튜디오를 구할 데도 없고..."

"그럼 모텔은 어때요?"
지연이 아주 조금은 부끄러운 얼굴로 내게 물었다.


역시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 능동적인 주인공 >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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