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화 〉@5. 폭유의 순진무구한 소녀가 내 귀에 노골적인 음어를 속삭이며... (23/377)



〈 23화 〉@5. 폭유의 순진무구한 소녀가 내 귀에 노골적인 음어를 속삭이며...

  소녀의 지원서에 적힌 SNS를 들어가 보았다.


그녀가 SNS에 올려놓은 사진은 지원서에서  사진들과 그리 다를  없다.


지원서라고 딱히 조작 같은 것을 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잠깐 시간을 내서 그녀가 올린 사진을 주욱 훑어보았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건가?

상당히 많은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대개는 일상생활 사진들이다.


맛집이라든지 화장품 같은 흔한 허세 사진은 거의 없고, 소소하게 자신의 생활을 기록한 사진이 대부분이다.

하기는 아직 어린 나이기도 하고.


또래 친구들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 가족 여행의 사진 따위가 대부분이다.

식당 사진이 가끔 올라와 있어도, 맛집이라기에는 그냥 동네 분식집이나 어디에나 있을 체인점이 전부이다.

그러니까 요즘 흔하디 흔한 인플루언서 들의 자기 자랑, 예쁘고 뽀샤시한 사진은 거의 볼 수 없는, 평범한 사진첩 같은 분위기의 SNS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SNS를 보는 것은 즐거웠다.



당연히 그 주인공이 매력있기 때문이다.


키는 그리 크지 않다.
지원서에 적힌 대로라면 또래 여자 중에 조금 작은 편이다.
모델 프로필이나, 이런 지원서에는 대개 아주 조금이나마 키를 올려적는 편이니, 그보다도 작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머리가 작아 전체적인 비율이 무척 좋다.
작은 키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몸매도 좋은 편이다. 그렇게 커다란 가슴이라면 대개는 몸도 부해야 하는데, 이 여자의 경우는 가슴 부분을 빼고 보면 꽤 슬림한 편이다.

그래도 역시 눈에 띄는 것은 그녀의 거대한 가슴이다.

어떤 느낌이냐 하면...
사람 몸에 얼굴이 세 개 달린 느낌이다.
아니  개의 커다란 공과 작은 공이 하나.
명백하게 가슴이 얼굴보다 크다.

어떤 옷을 입고 있어도 눈이 가슴으로 간다.
내 잘못이 아니다.
그녀의 가슴은 보여지기 위해 존재한다.

"흐음... 이거 진짜야?"

세상에 이쁜 여자는 많다.


그리고 세상에 가슴이 큰 여자도 많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쁘고 가슴도 큰 여자는 아주 드물다.

아무래도 이쁘려면 몸이 슬림해야하고, 그러자면 가슴도 따라서 슬림해지기 때문이리라.

그녀의 SNS를 뒤지다가  장 안 되는 수영복 사진을 보았다.


확실히 거대한 가슴에 몸매도  괜찮은 편이다.
허리는 잘록하고 힙은 확실히 나와 자기 주장을 한다.


뭐라고 할까?

세상에 존재할  없는 이상적인 형태의 몸매?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아마도 이 사진에 나온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 여자일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요즈음 SNS 사진을 믿는 것처럼 바보 같은 일도 없다.

앱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아주 쉽게 보정을 할 수 있고, 조금 솜씨 좋은 사람이라면 포토샵으로 조금만 건드려서 아주 훌륭한 새로운 나를 만들  있다.

사실 보정하지 않은 사진을 자기 SNS에 올리는 사람은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소수의 사람들 뿐일 터이다.

내가 알기로 SNS에서 유명한 가슴이 큰 미인들은 가슴만 진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실물을 보면 사진에 비해 옆으로 최하 50% 정도는 퍼져있는 경우일 수도 있다.

모델을 지원하면서 그렇게 보정한 사진을 보낸다고?


있다.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다.

보정을 많이 하다보면 그렇게 되는 모양이다.

보정된 사진이 자기라 믿는 것이다.


"어차피 사이트에 올리는 사진도 전부 보정한 거잖아요?"
그런 당당한 항변을 들어본 것이 결코 적지 않다.


물론 한다. 보정.
하지만 옷의 모양마저 망가지면 안 되기에, 아주 최소한으로만 한다.

그네들이 생각하는 보정과 실무에서의 보정은 결이 전혀 다르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포토샵이 세상을 망가트렸다.

직접 보기 전에 사진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녀들이 보내온 사진 중에는  뒤의 배경이 이상한 나라라도 되는듯 마구 휘어있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정을  건지 비율이 완전히 뭉개진 것, 사진마다 다른 사람이 있기도 하고, 사람인지 인형인지 알 수 없게 그림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하지만 그정도로 엉망은 아닌 것도 같고...

다시 그녀의 사진을 하나 하나 살펴본다.

나름 나도 사진을 오래 찍어왔고, 다양한 툴을 다뤄왔다.
그래서 좀 안다 할 수 있다.

확실히... 심한 보정은 아니다.
보정이 없다고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본인이 아닐 정도로 손을 본 것은 아닌듯 하다.


위에서도 그렇게 판단했으니 직접 부른 것일 테고.

난 그녀의 SNS에서 전신이 나온 사진을 찾아봤다.
그녀의 손발을 잘 보려는 이유에서이다.

무엇보다 살이 찐 사람을 판단하는데 생각보다 손과 발을 보는 것이 정확하다. 특히 발이 그렇다.

포샵으로 보정을 해도 살찐 발은 금세 티가 난다.


그래서인지, 발이 살찐 여자들은 자신의 벗은 몸을 올려도 발은 감춘다. 자기가 보기에도 그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발을 뒤로 빼는 자세를 한다거나, 혹은 발가락을 가릴 수 있는 신발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여자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맨발로 찍은 사진들이 꽤 많다.

노출이 심한 사진은 거의 없다.
얼마 안 되는 수영복 사진도 전부 원피스 수영복이다.


그리고도 조금 노출이 있는 옷이라면 자꾸 상체를 가리고 있는 사진이 많다.

어쩌면 너무 큰 가슴 때문에 자꾸 남의 눈을 끌어모아, 일부러 가려지는 옷을 선호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런다고 안 가려진다.


그런데 하체의 노출에는 거부감이 없는 듯 하다.
짧은 팬츠나 스커트 따위를 즐겨입고 있다.

그렇게 드러난 하체는  날씬했다.
종아리며, 허벅지며, 발이며, 지방이  사람 특유의 라인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패티큐어를 한 손가락과 발가락의 사진을 보니 도저히 살찐 사람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뭐 여전히 전부 보정 사진일 가능성은 남아있다.

그래서 판단은 보류.


그녀에 대한 진실을 알려면 직접 보는 수밖에 없다.



직접 보았다.


진짜다.


그녀가 보내온 프로필 사진과 차이가 전혀 없지는 않다.


얼굴이 좀 더 동그스름하고, 선이 조금  날카롭지만, 충분히 납득할만한 범위였다.


무엇보다 얼굴 크기와 가슴의 크기가 사진과 다를 바 없다.

어? 정말로 주먹만 한 얼굴에 저렇게 커다란 가슴이 가능한 거였어?

그래도 꽤 많은 여자 사람들을 접해보았는데, 처음 본다.


머리보다 가슴이 훨씬 커.

문득 누군가가 떠오른다. 거대한 가슴에 이쁜 얼굴로 몇 년 동안이나 성인물 시장을 사로잡았던 어떤 여자 배우.

 아가씨, 얼굴이 무척 앳되다.
하기는 이제 스무 살이라니 당연하겠지만, 나이를 생각해도 참 귀엽고, 순수해 보인다.

얼굴과 가슴이 잘 매치가 되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김지연입니다."
발랄하고 높은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인다.


"잠깐 앉아있어요. 준비 되려면 조금  걸려요."
아직 모델을 볼 사람이 내려오지 않았다.


"네! 프로님!"
대답하는 목소리의 톤이 꽤 높다.


"아. 프로님 같은 거 안 해도 되요. 그냥 영웅씨면 되요."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뭐 마실 거 좀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막 뛰어오느라 땀이 났어요."

"시원한 거로 드릴까요? 아니면 차가운 거?"


"음... 시원한 거? 아니. 차가운 거요!"

잠시 테이블 앞에 앉아 대화를 나눠보니 모난 데 하나 없이 발랄한 성격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혹시 다른 사이트나 아니면 마켓 플레이스에서 모델 해본 적은 있어요?"

"아뇨. 처음이에요.  올해 대학에 들어갔거든요. 그러니까 폰으로 찍는 거 말고는 완전 처음이에요."


"그렇구나. 그런데 지연 씨 비율이 무척 좋으니까 좋은 모델이  수 있겠어요."

"감사합니다. 저 정말로 하고 싶었거든요. 모델 일. 움... 그렇게 막 하고 싶다고 다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볼게요."


"예. 그런데 오늘 테스트 촬영에서 어떤 사진까지 가능하세요? 우리 회사에서 일반 의류도 취급하고, 속옷이나 수영복도 하는데."

에이전시를 통해 접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확실하게 해 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까 억지로 속옷 사진을 찍으라 강요가 되지 않게, 편한 분위기에서 상대의 의사를 물어봐야 했다.


물론 요즘 세상에 모델을 하겠다고 지원한 사람 중에 속옷은 못한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20세기와는 다르다.
속옷이나 비키니 모델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모델은 대개 없다 봐도 된다.

어차피 대개 자기 스스로 SNS로 비키니 사진 정도 서슴없이 올리는 시대이다.

그래도 거절하는 경우라면 대개 자신의 이미지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뭐 실제로는 잘나가는 연예인도 속옷 모델을 하는데, 무슨 이미지 때문이겠냐만, 사람 마다 생각은 다른 법이다.

"음... 사실 속옷하고 비키니는 자신 없는데..."
가끔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 오늘  여자가 그런 경우인가 보다. 하기는 막 스물이면 충분히 두려울만 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 몸매가 노출되는 거 좀 자신이 없어서요."
눈치를 보니 가슴 노출이 걱정되는 모양이다.


잠깐 동안의 대화를 통해 난 그녀가 가슴에 대해 부담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럼 그건 빼도록 할게요."

"근데... 그거 같이 테스트 하는 쪽이 모델하는데 더 유리하겠죠?"


"음. 글쎄요. 제가 그걸 담당하는 건 아니라서 확신은 못하지만 크게 상관없지 않을까요?"

우리는 억지로 생각없는 여자 옷을 벗기려고 노력하는 성인물 제작 회사가 아니다.

"음... 그래도 모델 하려면 익숙해져야겠죠?"
고민하던 그녀가 속옷 모델도 지원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래도 무리다 싶으면 언제든지 말하세요."
나이가 어리니 아무래도 내가 조심스러웠다.

"네. 신경  주셔서 감사합니다."
착하고 예의 바른 아가씨다. 스무 살 치고는 성숙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추가 점수를 주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 사람의 여자들이 스튜디오로 들어왔다.

사장님, 이사님, 부장님...
그러니까 이 회사에서 가장 높으신 분들이다.


사장님은 당연히 회사 전반의 운영과 오피스 드레스, 레이디스 쪽을 맡고 있고, 이사님은 속옷과 비키니 쪽을, 부장님은 캐주얼과 마켓 플레이스를 담당한다.


젊은 기업이라 경영진이 전부 실무까지 맡고 있다.


심지어 이런 모델 컨택도 그녀들이 직접 보고 결정한다.


사실 당연하다.

쇼핑몰은 결국 사진으로 하는 장사이다. 옷도 중요하지만, 모델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

세상 쇼핑몰 대부분이 서로 비슷한 옷으로 장사를 한다.
자체 디자인은 사실 그리 비율이 높지 않다.

심지어 자체 디자인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런데도 성적이 갈리는 이유?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아마 가장 큰 요인은 모델이다.

정말로 모델 한 명 차이로 매출이 휙휙 바뀐다.


그러니 모델에 쓰는 신경이,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관심 못지 않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테스팅 촬영을 시작했다.

모델에게 각기 원하는 옷을 입혔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사진을 찍어 화면으로 본다.



"아무래도 우리쪽에는 어렵겠다."
먼저 사장님이 입을 열었다.


내 생각도 그렇다. 앳된 얼굴은 전혀 상관이 없지만, 가슴이 문제이다. 옷이 가슴에 묻혀버린다.
특히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중요한 오피스 룩이나 레이디 쪽으로는 심각하다.
성숙한 분위기가 아니라 성적인 뉘앙스가 풍긴다.

"속옷도 힘들겠다... 너무 커."


"캐주얼에는 나쁘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세 사람 모두 부정적이다.

섹시함을 강조해야 하는 그라비아 모델이라면 모를까?
역시 패션 모델로 너무 커다란 가슴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

세 여자들은 모델이 듣지 못할 거리에서 작은 소리로 품평을 하고 있었다.

열심히 그녀들의 요구로 사진을 찍고 있던 나는 그녀들의 목소리를 작게나마 들을 수 있었기에, 이 멋진 소녀가 아무래도 가망이 없을 것을 예감할  있었다.


"그럼 수고해요."
사장님이 먼저 자리를 비웠다. 아무래도 레이디스에는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진 모양이다.


"나도 올라가요."
예상 외로 캐주얼이 먼저 포기했다.

"이걸로 입어보자."
이사님이 몇 가지 속옷을 입어볼 것을 주문했다.

지연이라는 모델 지망생은 아까 자신 없다던 태도와는 달리 노출이 꽤 있는 속옷을 입고, 열심히 자신을 어필하려 노력했다.

사실 난 조금 감탄했다.
아까의 태도로 봐서는 지금쯤 꽤 부끄러울 텐데...


그런 그녀에게서 언뜻 프로로서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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