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5. 폭유의 순진무구한 소녀가 내 귀에 노골적인 음어를 속삭이며...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었다. 주말 이틀 푹 쉰 탓인지, 아니면 체력이 향상된 때문인지, 난 아주 상쾌한 기분으로 회사에 출근했다.
뭐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난 내가 다니는 회사에 무척 만족하고 있다.
급여야 중소기업이 대개 그러하듯 큰 회사에 견줄 수야 없고, 업무 양은 결코 적은 편도 아니고, 따로 수당도 나오지 않으면서 잔업도 꽤 많은 편이다.
응? 그러고 보니 좋은 점은 거의 없나?
하지만 나름 장점도 있다.
여성 의류를 취급하는 패션 기업이기에 여자들이 대부분이고, 또 상당수 여자들이 꽤 스타일 있게 옷을 입고, 여성의류 쇼핑몰을 몇 개나 운영하는지라 모델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맡은 업무도 나와 잘 맞기에 일이 많아도 늘 배우는 기분으로 즐겁게 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내가 이 회사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꽤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다름이 아닌 상사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정 팀장이 날 갈구기 시작했고, 요새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하아..."
"괜찮아요? 선배?"
휴계실에서 캔커피 하나를 뽑아 한숨을 쉬고 있던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착한 것 같은 동료 직원 문희 양이다.
"어. 뭐. 이젠 익숙해."
남자가 여자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일 수야 없지.
"고생이 많아요. 참... 정 팀장님 전보다 훨씬 더 엄해지신 거 같아요."
그래도 상사라고 좋게 말해준다. 엄해져? 아주 개지랄을 하는구만.
"근데 왜 선배한테만 그러시나 모르겠네. 그래도 선배 잘 되라고 그러는 걸로 생각하세요."
다른 사람이 그런 소리를 했다면, 욕설을 퍼부어 주었겠지만, 착한 문희 양 말이니 참기로 했다.
"그래. 문희 씨 말이 맞아. 다 나 잘하라 그러는 거지 뭐."
하지만 속으로는 그 여자를 어떻게 제대로 눌러줄지 고민하고 있었다.
아! 진짜. 그러니까 캐스팅 카드 < 능욕 >이 하나 있어야 했는데...
내가 그걸 원한 까닭은 당연이 이미 다음 대상을 정 팀장으로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 여자를 마구 능욕하며, 내 아래에 깔려 애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아... 카드팩 하나 더 뽑아?
지난번 정산에서 6,100만 원을 받아 3,000만 원을 카드팩에 썼고, 500만 원을 보라의 개런티로 지불했다.
남은 것은 2,600만 원. 지난번에 남은 돈까지 합하면 3,770만 원.
그러니 카드 하나 쯤 더 사도 괜찮을지 모른다.
하지만 또 막상 개런티를 생각하면 그렇지만도 않다. 다음번 정산이 올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동영상을 만들 생각은 아니다.
지금 내게는 아직 캐스팅 카드 < 능동적 주인공 >가 남아있다.
굳이 다음 정산을 기다려야 할 이유는 없다.
빨리 해서, 또 동영상을 올리면 바로 수익으로 돌아올 테지.
그러니까... 다음 개런티로 적어도 천만 원...만일 더 이쁜 여자라면 그 이상도 각오해야 한다.
그러니 지금 손에 남은 3,770만원을 섯불리 허물 수는 없다.
물론 정 급하다면 내 저금을 풀어야 하겠지만, 딱히 그럴 생각은 들지 않는다.
차분하게. 돈을 늘릴 생각을 해야지, 가진 돈까지 집어넣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정 팀장에게 캐스팅 카드 < 능동적 주인공 >을 사용할 생각은 없다.
그녀를 위해 내가 준비해야 할 것은 어디까지나 능욕이다! 능욕!
사실 캐스팅 카드 < 여배우 > 만으로도 여자를 마음껏 취해도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을 이제는 납득했다.
설정 카드 < 성역 > 때문에 상대는 내게 해를 끼치지 못하고, 설정 카드 < 민감 > 때문에 흥분에 다다를 수 있을 터이다.
하지만 < 능욕형 주인공 >과는 다르다.
난 그녀가 굴욕과 수치 속에 쾌감에 헐떡이는 모습이 보고 싶다.
그러니까 정 팀장은 조금 미뤄두도록 하자.
아... 그 생각을 하니 다시 짜증이 밀려온다.
그 가슴만 커다란 여자를 아래에 깔아 뭉개고...
그녀가 분노에 차서 밀려오는 쾌감에 반항하는 모습을 내려보고 싶다.
그 생각을 하자 바로 아랫도리가 뻐근해진다.
정 팀장... 미인은 아니다. 동그스름한 얼굴이 이쁘기는 하지만
하지만 그 여자의 그 가슴은 진짜이다.
여사원이 오십 여명이 넘는 이 회사에서 가장 압도적인 가슴을 지녔다.
뭐. 사실 키도 작은 편은 아니고, 몸매도 나쁘지 않고, 얼굴도 그만하면 충분히 남자들이 좋아할 정도이다.
하지만 역시 그녀의 매력은 그 공격적인 가슴이다.
그 거대한 가슴을 손에 쥐고, 젖꼭지를 꼬집어주며, 괴롭히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그런데 그 여자는 얼마의 개런티가 붙을까?
문득 궁금해왔다.
틀림없이 외모로는 내 여사친 은희나 이웃 부인 보라에게 조금 못 미친다.
하지만 그녀의 그 압도적인 가슴을 생각하면, 매력이라는 점에서 그 두사람의 아래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캐스팅 대상자 은지혜의 데뷔작에 대한 개런티로는 1,000만 원으로 책정되었습니다.
어라! 그래?
내가 비용을 알기 원하니,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앞으로 비용 계산이 쉬워지겠다.
"선배 무슨 생각해요?"
그때 문희 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미안... 잠깐 무슨 생각 좀 하느라..."
"응? 얼굴 표정이 이상하던데... 혹시 엉뚱한 생각 한 거 아니죠?"
"응? 무슨 엉뚱한 생각?"
문희의 말에 찔끔해 화급하게 손을 흔들며 부정했다.
"혹시라도 나쁜 생각 하지 말고, 좋게 생각해요. 요즘 우리 회사 같은 직장 잡기 쉽지 않아요."
휴우...
"아냐.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해? 여기서 오래오래 다니면서 우리 문희 씨랑 다정하게 잘 살아야지."
"차암... 선배도."
그건 정말이다. 문희 양이랑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힐링이 된다. 아아. 정말 착한 문희 양...
그렇게 정 팀장에 대한 복수의 시간은 뒤로 미뤄졌다.
대신 난 당장 누구와 다음 영상을 만들지 고민에 들어갔다.
뭐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은 하지 않는다.
캐스팅 카드 < 능동적 주인공 >이 있으니, 상대가 내게 다가올 터이다.
그러니 필요한 것은 적당한 여자만 고르면 되는데...
지금 고려하고 있는 상대는 내 이상형의 여자들이다.
예를 들어 여배우라거나, 탈랜트, 혹은 아이돌 가수.
남자라면 누구나 꿈을 꾸지 않겠는가?
그런 대단한 미녀와의 하룻밤.
그것도 상대가 적극적이라면 금상첨화!
처음 두 번은 그런 상대를 고를 수 없었다.
아직 내 능력을 자신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런 시도를 하기에는 너무나 리스크가 크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AV 마스터로서의 능력을 신뢰하고 있다.
원래의 나라면 감히 쳐다보기도 힘들 여자를 선택해 그녀와의 섹스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물론이고, 그녀들을 내맘대로 능욕해도 내게 어떤 문제가 생길 것 같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 마음 편하게 버킷 리스트를 열어보자.
난 평소에 좋아하던 멋진 여자들을 머리에 떠올렸다.
그래 결정했어!
< 안수정 >
한참 잘나가는 아이돌 그룹의 센터. 비주얼로는 현세대 아이돌 최강이라는 그녀가 좋겠다.
난 지금 가장 핫한 연예인을 편의점에서 과자라도 고르듯 아무 부담도 없이 선택했다.
그러면 캐스팅 카드 < 능동적 주인공 >를 손에 들고...
아! 잠깐! 그보다 우선 그녀의 개런티부터 확인해보자.
-캐스팅 대상자 안수정의 데뷔작에 대한 개런티로는 600,000,000원으로 책정되었습니다.
응? 무슨...
육 억? 육! 억! 원?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생각해보니 성인물 배우 중에 첫 데뷔작으로 10억 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났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데뷔하기 전에 이미 이름을 알린 경우인데...
내가 만드는 성인물의 경우라면, 그녀의 얼굴이 그대로 나오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억 소리가 나는 개런티를 책정하는 걸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래도 분위기가 비슷할 터이니...
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는 할 터이고...
더군다나 내가 책정된 개런티에 대해 불만을 가진다고 그게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이건 아니야."
6억 이라니. 그녀와의 영상이 6억 원 이상 벌어준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잘못하면 한번에 6억 원이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빚이 생길 수도 있다.
만일 개런티 지급을 못했다가, AV 마스터 못하면 어쩔 것인가?
아냐. 우선은 참자.
혹시라도 나중에 그깟 6억 쯤이야. 이런 생각이 들면 다시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그때, 내 천적이 나를 발견하고 매서운 야수처럼 다가왔다.
"오늘 촬영 준비는 다 되고 있지?"
"촬영이요?"
"지난주에 말했잖아? 얼마전에 지원한 모델 오늘 테스트 있다고."
"어? 그런 얘기 들은 적 없는데요?"
틀림없다.
"나. 참. 영웅 씨. 도대체 정신을 어디 두고 다니는 거야?"
다시 한바탕 잔소리가 쏟아졌다.
하! 이걸 그냥 들이 받아?
사실 지금의 나로서는 당장 회사를 그만 둬도 아쉬울게 없다. 돈이 없냐?
하지만 이때 즈음, 난 어쩌면 그녀의 이런 행동이 어쩌면 의도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그녀의 의도라기보다 저 위의 어떤 존재의 의도 말이다.
정황상 그렇다. 하필 내가 AV 마스터라는 것을 하게 된 이후, 그녀의 행동이 바뀌었다.
전에도 까칠한 사람이었던 것은 맞지만, 그래도 할 일만 잘 처리하면, 딱히 괜히 흠이나 잡고 하던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날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 같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못된 상사의 전형이다.
그런데 말이다. 하필 그녀는 여자 상사이다. 그리고 꽤 매력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는.
그쯤 되면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고압적인 여상사가 남자 직원의 아래에 깔려 쾌감에 허덕거리는 장면이?
"죄송합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런 이유로 난 상사를 들이받는 대신, 충실히 내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그녀의 부하 직원으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울분을 삼키며 고압적인 여직원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남자의 역할 말이다.
난 회사 지하에 마련된 스튜디오로 내려가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하고 있지만, 주된 사업은 온라인 패션몰의 운영이다.
여성 의류 쇼핑몰 중에는 상당히 이름난 네 개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장과 파티복 따위가 주된 품목인 레이디스 패션몰, 비키니 쇼핑몰, 언더웨어 쇼핑몰, 그리고 이십대 초반 여성을 위한 캐주얼 쇼핑몰 까지.
그리고 대형 마켓 플레이스 다섯 곳에도 각기 다른 이름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내부에 스튜디오를 갖추고 시시때때로 촬영을 한다.
물론 대형 사업체이기 때문에 계약된 전문 사진 기사들이 따로 있지만, 때로는 회사 직원들이 촬영에 나설 때도 있다.
그러니까 생산지에서 출시된 상품의 사진을 찍어 올려보내야 할 때라든지, 상세 컷 추가가 필요한 경우라거나, 아니면 지금처럼 모델 컨택을 위한 테스트 촬영 같은 경우이다.
"모델 지원이라..."
이 회사에는 전속 모델이 몇 명이나 있지만, 항시 다음 세대의 모델을 준비해야 하기에 새로운 모델을 에이전시에서 컨택하거나, 쇼핑몰을 통해 지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물론 지원한 모델의 경우는 대개가 아마추어라, 거의 실무자 선에서 치워진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직접 불러 테스트 촬영을 진행한다. 혹시라도 흙 속에 묻힌 진주를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촬영 업무는 내가 담당하고 있다.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올 수 있던 것도 그때문이다. 내 유일한 취미가 사진 찍는 거였고, 아마추어 치고는 나름 결과물에 괜찮은 편이다.
그러니까 회사 입장에서도, 나로서도 도움이 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일반 직원처럼 업무도 보면서, 준수한 퀄리티의 사진도 뽑아주는 내가 도움이 되고, 나로서도 취미 생활을 업무로 즐길 수 있어 나쁠 것 없었다.
스튜디오에 내려가 촬영 준비를 하고, 정 팀장이 알려준 모델 지원자의 지원서를 살펴보았다.
"아니! 이런 인재가!"
깜짝 놀랐다.
놀랍도록 귀여운 얼굴로 생글 웃고 있는 이쁜 여자였다. 하지만 정작 내가 놀란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그 깜찍한 얼굴의 소녀는 얼굴과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놀랄만큼 커다란 가슴을 지니고 있었다.
와우! 얼굴보다 확실히 가슴이 컸다.
나이는 아마도 이십대 초반... 아! 지원서를 읽어보니 스무 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