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4. 여자친구에게서 다른 남자와 자고 온 사실을 듣던 남자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응? 선물? 뭐?"
은희는 내가 주고 싶은 선물을 전혀 짐작도 하지 못했다.
"따라와봐."
난 그녀를 데리고 성인용품 샵으로 갔다.
"와... 이런데가 있구나."
"설마 정말로 몰랐어?"
"아니. 히히. 들어만 봤어. 근데 뭘 사주려고?"
"딜도. 둘이 할 때 손으로만 하는 거 보다 시각적으로 자극이 훨씬 클거야."
"음... 그러겠다. 그러면 딱 니 꺼랑 비슷한 크기로 찾아보자."
역시 은희는 나보다 더 못된 심성을 지닌 여자였다.
기어이 남자 친구 앞에서 내 물건과 비슷한 크기의 딜도를 사용하겠다니.
"근데... 성인 용품이 이렇게 종류가 많았나?"
섹드립을 좋아하는 은희도 평생 처음 와본 성인 용품점에서는 조금 긴장한 것 같았다. 그녀는 내게 딱 달라 붙어 조심스럽게 두리번 거렸다.
"야. 나도 처음 와봐."
"진짜? 남자들은 이런 거 좋아하잖아."
"니 선물 사줄 생각 아니었으면, 평생 올 일 없었다."
"거짓말. 너 같은 변태가?"
"누가 누구한테 하는 소리야?"
"야! 너 그날 모텔에서 나한테 어떻게 했어?"
"아... 음... 그래. 사실은 딱 한 번 와봤어."
이웃 부인을 괴롭힐 장난감을 사러 왔었다.
"변태."
그렇게 수다를 떨고 나니, 부담이 줄어들었는지, 은희는 여유 있게 구경을 하고 내 것과 비슷한 크기를 찾아봤다.
"근데. 생각보다 이쁜 것도 많다."
"그지? 진짜랑 비슷한 건 부담스러워하는 여자도 많으니까."
"음... 난 생긴 것도 비슷한 게 좋겠어."
은희의 의도가 들여보였다. 남자 친구 앞에서 자신의 행위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편이 훨씬 더 자극적일 터이다.
"이 정도면 되나?"
눈썰미가 좋은 그녀는 금세 내 꼬추와 비슷한 크기를 찾아냈다.
"음. 아니. 이거면 되겠다."
그녀와 관계를 하던 날보다 조금 더 커졌으니, 비슷한 걸로 골라줬다.
"하아... 진짜 크다."
은희가 싱글거리며 혀를 낼름거렸다.
"근데 남자용 자위 기구란 것도 있네?"
은희는 남자용 자위 기구는 전부 리얼돌 같은 큰 인형이 전부인줄 알았다고 했다.
"재미있네... 흐음."
그녀는 여자 성기와 조금도 닮지 않은 원통형 자위 기구 앞에 서서 뭔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것도 하나 사야겠다."
그리고 냉큼 하나를 골랐다. 그걸로 남자 친구에게 자위를 시켜보면 재미있겠단다.
"이건 내가 살 거야. 같이 계산하지 마."
남자 친구를 위한 작은 배려였나보다.
난 그녀를 위해 러브젤도 몇 개 정도 함께 샀다.
그녀가 물이 많은 편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여자들을 위해서는 있는 편이 나을 것이다.
아니면 남자 친구를 위해서 필요할 수도 있고.
"화장실이 어딘가요?"
계산을 마치고 그녀가 날 끌고 화장실을 찾아갔다. 성인숍에 딸린 곳이라 그런지 무척 깔끔했다.
화장실엔 달리 사람이 없었다. 은희는 화장실 문을 잠그고 방금 산 딜도의 포장을 뜯고 세면대에서 비누에 묻혀 깨끗히 씻었다.
아마 당장 실험해보고싶은 생각인가 했다.
"진짜 크다. 이리로 와."
은희는 아무 칸으로 들어가 변기의 뚜껑을 닫고 그 위에 앉아서 날 불렀다.
난 그녀를 따라 들어가 그녀 앞에 섰다.
"보여줘."
은희가 씩 웃으며 말했다.
"응?"
"니 거. 정말 같은 크긴지 비교해 볼래."
그녀의 눈에 서린 감정은 의심은 아니다.
"뭐. 꼭 보고 싶다면. 얼마든지."
바지를 벗고 팬티를 내렸다. 그녀가 반쯤 발기된 내 물건에 손을 댔다.
"크긴 크다."
그리고는 바로 허리를 숙이고 내 물건을 입에 넣었다.
"안 씻었는데..."
"상관 없어. 그 사람 거라면 꼭 씻어야 해주지만, 니 거라면 상관 없어."
은희가 내걸 입에 빼고 웃으며 말했다.
"빨리. 커져랏! 와 너 진짜 빠르다."
그녀가 몇 마디 하는 사이 완전히 발기가 되었다.
여사친이 내 자지를 빨아주는데 발기가 안 되면 죽어야지.
"잠깐만."
그녀가 방금전 씻어놓은 딜도를 내 물건 옆에 가져댄다.
"정말... 거의 비슷해. 근데 이상하다. 왜 전보다 커진 거 같지?"
정말 눈썰미가 좋다. 그걸 단번에 알아차리다니.
"그땐 우리 술먹은 뒤였잖아."
"그런가?"
어차피 그녀는 진실을 알 수 없다.
"근데 너 시간 돼?"
"무슨 시간?"
"점심 시간 끝나기 전에 쌀 수 있어?"
은희는 벌써 내 기둥을 쥐고 흔들고 있었다.
"내가 키웠으니, 내가 책임 져야지."
말을 마치고는 혀를 내밀어 귀두를 핥았다.
"늦지 않게 빨리 싸. 늦어서 깨져도 난 모른다."
그러고는 귀두를 입 안에 넣고 앞뒤로 움직인다.
"나랑 안 한다고 하지 않았어?"
"이건 섹스는 아니잖아. 그냥 미안하니까 해주는 서비스. 이제 말 그만 걸어. 너 시간 없잖아."
다시 내 자지를 입에 넣었다. 머리를 움직인다.
한동안 그녀는 그렇게 날 위해 열심히 노력해 주었다.
좋았다. 무척. 그녀가 날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래서 사정을 서두르지 않았다.
아직 시간의 여유가 있기도 했거니와, 시간이 모자라다해도, 이 귀중한 관계를 가볍게 끝내기 싫었다.
솔직히 말해 삽입 섹스 못지않게 흥분됐다.
은희는 부지런히 머리를 움직였다. 손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입을 앞뒤로 움직이고, 혀로 귀두를 간지르며, 때때로 좀더 강하게 빨아당겼다.
좋았다. 그녀의 혀가 내 자지를 희롱하는 것이 기뻤다.
"쌀 거 같아?"
내가 움찔거리자, 그녀가 잠시 입에서 떼고 물어왔다.
"아직 조금 더."
"얼굴에 쌀래? 입에 쌀래?"
그걸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너 편한대로 해."
"음... 얼굴에 싸줘. 쌀 거 같으면 말 해."
그리고 다시 입에 넣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천천히. 그녀도 이 시간이 빨리 끝나기를 원하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난 조금전보다 더 흥분해버렸다. 은희가 자신의 얼굴에 싸달라고 말한 탓이다.
세상 어느 남자가 그런 소리에 기쁘지 않을까?
마침내 신호가 왔다.
"싼다."
내가 말을 꺼내자마자 은희가 입에서 내 자지를 꺼냈다. 그리고 귀두의 끝부분을 자신의 얼굴 미간 가운데에 맞췄다.
사정이 시작되기 전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혀 너무 흐르지 않도록 준비도 한다.
그리고 사정을 했다. 은희의 얼굴이 내 정액으로 뒤덮였다.
움찔! 움찔! 너무 좋아 몇 번이나 싸버렸다.
"다했어?"
그녀는 입안으로 흘러드는 정액을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
"응."
내가 대답을 하자, 그녀가 내 물건을 자기 입안에 다시 넣었다. 그러고 부드럽게 빨아준다.
다시 약간의 정액이 분출했다. 그녀가 빨아 먹는다. 다시 한번 분출했다.
그렇게 서너 번을 다 사정했고, 그녀는 전부 빨아먹고 내 물건을 꺼내 놓았다.
"옷에 흘러. 빨리 닦아."
"괜찮아. 넌 신경쓰지 마."
은희는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심지어 흘러내리는 정액을 혀로 핥아 먹기까지 했다.
"옷 입어."
자신은 그대로 있으면서 내겐 옷을 입으란다. 시키는 대로 했다.
"뒤로 조금 물러나."
칸의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모습이 잘 보였다.
"거기서 보고 있어."
은희는 허리를 뒤로 숙이고 엉덩이를 앞으로 당겼다.
자연스럽게 아랫도리가 앞으로 나왔다.
그 상태에서 입고 있던 스커트를 걷었다.
놀랍게도 그녀의 치마 안에는 팬티가 없었다.
"아까 너 만나기 전에 벗었어."
그러니까 우리가 같이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계속 팬티가 없었던 모양이다.
"거기서 봐줘."
그녀는 한쪽 다리를 들어올렸다.
안쪽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잘 보여? 내 보지?"
은희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희열 때문이다.
"응. 아주 잘 보여. 니 보지 너무 이뻐."
"아!"
은희는 자신이 느끼는 희열을 조금도 숨기려하지 않았다.
그녀는 손가락 하나를 그곳에 넣었다가 꺼냈다.
그녀의 손가락은 투명한 액체로 젖어있었다.
"나 이만큼 젖었다!"
"이뻐."
"계속 봐줘."
은희는 가방을 열고, 조금전에 산 러브젤을 뜯어, 들고 있던 딜도에 바르고는 아래로 내려 자신의 몸 속으로 넣었다.
"아! 좋아! 진짜. 영웅이 자지가 들어오는 거 같아!"
목소리도 젖어있었다.
"학!"
은희는 천천히 손에 쥔 딜도를 움직였다.
"와! 엄청나다."
은희가 기뻐했다.
"그래. 멋지다. 그걸 보고 있으니까 다시 꼴린다."
"응. 윽! 아! 안되겠다. 너 여기 문 좀 닫아주고 나가. 밑에서 기다려. 좀만 있다 나갈게."
그녀의 표정을 보니 어떤 의미인지 알 거 같았다.
난 그녀가 요구한대로 화장실을 나와 밑에서 그녀가 내려오길 기다렸다.
그리 오래는 아니었다. 대략 십 분이 되지 않아 은희가 내려왔다.
"휴우... 하마터면 너한테 애원할 뻔 했잖아."
"난 괜찮은데."
정말로. 그녀가 원한다면 못 해줄것도 없다.
"난 싫어. 진짜야. 한 번 너한테 넘어가면 끝이야. 근데 넌 절대 나 하나로 만족 못할 거잖아?"
그런 거였다. 은희는 눈치채고 있었다. 내가 그녀만 바라보고 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러니까 애초에 위험을 피하려는 것이다.
차라리 충분한 만족을 주지 못해도, 자신만 바라보는 지금의 남자 친구가 낫다는 생각이었다.
"나 얼굴에서 냄새 나?"
은희의 질문에 그녀의 얼굴 가까이 코를 가져대었다.
살짝 밤꽃 냄새가 나는 것도 같다.
"응. 그런 거 같아."
"다행이다."
뭐가 다행인 걸까? 그녀는 내 팔을 꽉 잡았다.
"니 냄새 아주 지독해. 뭐랄까? 좀 음침하고 못된 거 같아. 그래서 좋아."
"변태 같은 놈."
"응. 나 전부터 내가 좀 변태스러운거 잘 알고 있었어. 그걸 지금까지 계속 피하고 있던 거지. 근데 있잖아. 인정하고 나니까 아주 편하다. 그니까 그냥 이렇게 살거야."
"잘됐다. 너만 좋으면 그만이지."
"맞아. 남한테 미안해도, 내가 행복한 게 먼저야."
솔직하고 잔인한 놈이다. 물론 나로서야 그런 그녀가 반갑지만, 그녀의 상대도 그럴까?
"오늘 받은 선물 아주 잘 쓸게. 계속 너한테 신세만 진다."
은희는 무척 즐거워했다. 그리고 미안해 했다.
"근데. 넌 요즘 어때? 아직도 만나는 사람 없어? 설마 그날 이후로 또 굶고 있어?"
"아니. 그건 아냐."
"흐음? 그럼 사귀는 사람 있어? 그럼 임마 누나한테 말 했어야지?"
"사귀는 건 아니고... 그냥 가볍게 즐기는 사이?"
"풋!"
어쩐지 그녀의 눈에 그려진 표정은 웃기지 마. 정도로 읽혀졌다.
"어? 진짜야."
"그래. 이 누나가 믿어줄게."
진짜...
"혹시 정 여자가 필요하면 말해. 내가 좋은 사람 소개시켜줄게."
"응. 됐어."
난 단호하게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미 한 번 그녀에게 소개를 받았었다. 그리고 끝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뭐 지아만큼 이쁜 여자를 소개시켜줄 수야 없겠지만."
은희 덕분에 사귀었던 지아는 내가 개인적으로 만난 사람 중에는 가장 이쁜 여자였다.
그런 여자가 어떻게 겨우 1년 이라도 나 같은 남자랑 사귀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여튼 나만 득보는 거 같아서 그래. 언제든지 말만 해. 누나 믿지?"
그녀를 지하철 역까지 데려주고 돌아가는 길에, 난 내가 지닌 카드를 손으로 불러보았다.
"있잖아? 캐스팅 카드 < 빼앗기는 남자 >"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난 혹시 내가 나도 모르게 그 카드를 썼나 싶었다. 하지만 시기가 맞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확인해보니 아직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맞다.
그러니까 은희의 그 남자는 내 능력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그 길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하 참... 진짜로 있었구나... 그런 녀석이.'
난 죽어도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의 여자를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게 하고 그걸 즐긴다고? 미쳤나? 차라리 코를 박고 죽어버리지.
하지만 세상에는 이해할 수 있는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그러니 서로가 억지로 이해하려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뭐 그렇게 둘이 잘 맞으면 그만이다.
그런 면에서 은희와 그 남자 잘 어울린다.
'알고보니 잔인한 녀석이었네.'
새롭게 정립된 두 사람의 관계를 주도하는 것은 은희였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권력을 마구 휘두르고 있었다.
남자는 스스로의 원죄에 갇혀 은희의 폭정속에 쾌락을 얻는 매저키스트였고.
그 두 사람의 유희는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행복한 엔딩? 끔찍한 파국?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런데 내 친구 은희와 그녀의 남자 친구에게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에 내가 끼친 영향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 걸까?
물론 내가 그녀에게 캐스팅 카드 < 능동적 주인공 >을 사용한 것이 시발점이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결정적인 원인이었을까?
맞다고도, 아니라고도 말하기 어려웠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러하듯 수많은 선행 요인들이 이리저리 영향을 미치며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들의 이 놀라운 관계의 가장 큰 원인은 당연히 그 두사람이 지닌 성향 탓이리라.
그리고 내가 끼친 영향은 그러한 성향이 꽃을 피울 수있도록 계기를 만들어 준 정도이겠지.
어떻게 말하면 결정적이고, 어떻게 보면 당연히 그리될 것을 가속화한 정도일 수도 있다.
그렇게 난 머리를 굴려가며, 내 친구의 삶이 격랑으로 흘러가게 된 책임을 필사적으로 회피하려 노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