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화 〉@4. 여자친구에게서 다른 남자와 자고 온 사실을 듣던 남자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19/377)



〈 19화 〉@4. 여자친구에게서 다른 남자와 자고 온 사실을 듣던 남자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오랜만에 은희에게 연락이 왔다.




"넌 어쩌면 애가 그러니?"

"응? 뭐가?"


"내가 먼저 연락 안 하면 톡 하나 안 보내고."

"응? 니가 연락하지 말라며?"


"아. 진짜! 여하튼. 남자 놈들이 전부 그렇지 뭐."

"아! 그렇구나..."

남자가 여자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남자라면 상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여자들의 언어에는 항상 숨어있는 함의가 있다.

여자들은 남자가 자신의 말속에 숨겨놓은 의미를 찾아주길 바란다.
남자는 그런 복잡한 퍼즐이 자신의 앞에 펼쳐지면, 우선 머리가 멍해진다.



남사친 여사친의 관계라 해도 근본적으로 남자와 여자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여튼 너한테는 알려줘야 할 거 같아서."


"응? 무슨 일 있어?"


"어. 나 그 사람이랑 다시 사귀기로 했어."

응? 그건 정말로 생각도 못 했던 일이다. 그녀는  남자와 헤어지기 위해 나와 잤던 거 아니었나?

"아무래도 나 그 사람이랑 만나온  잠자리 때문은 아녔나 봐."


"다행이네."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설마 그녀는 정말로 자신이 그렇게 단순하다고 생각했던 걸까?


내가 알기로 은희가 그 남자에게 반한 가장 큰 이유는 얼굴이었다.

처음  남자와 알게 되고 가까워지면서, 잘생겼다고 얼마나 자랑을 했었는지 모른다.

솔직히 조금은 눈꼴이 시었었다.




"그래도 전이랑은 달라. 내가 헤어지자고 한 게  사람한테 충격이었나 봐. 자기가 바뀌겠대. 앞으로는 나한테 이런저런 요구도 하지 않고, 그냥 옆에만 있게 해달래."

"그거 아주  됐다."

"역시..."
어쩐지 그녀의 목소리가 퉁명스럽다.


"넌 하나도 아쉽지 않은가 봐?"

아! 잘못된 대답이었다. 역시 여자와 대화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농담이야. 아쉽기야 하지..."
허겁지겁 대답을 수정해본다.



"넌 나한테 아무 감정도 없지?"
서운함을 감추지 않는 목소리.


"아냐."

"그럼  나한테 감정이 있어?"


"응? 있지."
좋은 친구...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그걸 절대 지금 내뱉으면  된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었다.



"하아... 신경 쓰지 마. 그냥 해본 소리야."
아무리 나라도 그녀의 자존심이 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친구 사이에는 잠자리를 같이 하는  아니지... 라고 생각하고 있지?"

"아니. 그날은 절대 후회 안 해."
덕분에 좋은 경험을 했고, 또 돈도 생겼다. 그녀에게도 좋았고, 내게도 좋았다.


"나도 그래. 너랑 잔 건 좋았어. 후유증이 좀 있어서 그렇지. 그래도 언젠가 극복할 수 있을 거야.

......

여튼 너랑 다시는  자. 내가 무슨 어장녀도 아니고. 그래서 너 혹시 불편할까  말해주는 거야. 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그리고 앞으로 연락 그냥 해도 돼. 이제  사람 다시는 내가 너랑 만나고 그런 걸로 삐지지 않기로 했어."


이번 일로 두 사람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던 모양이다.




"솔직히 너랑  번 자고  사람이랑 다시 만나는 거 좀 찔리기는 하지만..."


아마 나와 남자 친구 둘에게 모두 미안함을 가진 모양이다.

"그래도 내가 좋은 걸 선택해야지?"


"당연한 거 아냐? 너 자신이 제일 중요한 거."


"그지. 고마워. 이해해 줘서."



그녀와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가 다시 남자 친구와 결합을 했다고 하니 축하해줘야 할 일인데, 조금 마음속이 복잡했다.




다행이다. 그녀와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 않아서.


서운하다. 그래도 그날 밤의 일이 있었는데, 어쩌면 그런 종류의 관계로 전진할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미 정답은 나와 있었다.


만일 내게 다른 옵션이 없다면 그녀와 연인 관계가 되는 것을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녀에게 계속 연락을 했겠지.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그건 단순히 그녀와 오랜 친구 사이로 남고 싶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앞으로 내 섹스 라이프에 그녀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걸 은희가 모를리 없다. 그녀도 내가 진심으로 연인 관계로의 진전을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날 이후 먼저 연락을 해온 것은 그녀였다. 그것도 자신의 은밀한 사진을 보내면서...


어쩌면 모종의 시그널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란 놈 사실 여자가 보내는 복잡한 의사소통에 약한 편이다.




그리고 오늘 그녀는 자신의 상황을 알려주는 것으로, 우리 사이에 연애 감정이 없을 것을 공표했다.



음... 사실 이것도 확실하지만은 않다. 대략 그녀의 심정이 그렇지 않을까 추측한  뿐이다.



실제로는 그녀 원래의 남자 친구와 다시 관계가 회복된 것에 평범하게 기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단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비겁했다는 정도일 것이다.


어쩌면 한참 동안 그녀와 연락을 하지 못할수도 있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다.



왠지  번이고 그녀에게 상처를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런  예상은 완전히 틀렸음을 며칠 뒤에 알아차렸다.

"너 오늘 점심 시간에 잠깐 시간 돼?"
그녀가 느닷없이 전화를  물어왔다.




"어."
마침 오랜만에 여유가 있었다.



"그럼 나랑 점심이나 같이 먹자. 내가 회사 앞으로 갈게."


"응? 우리 회사 근처엔 별로 먹을만한 데가 없는데."

"뭔소리야? 요즘 성수동 제일 핫해."

"그랬냐?"


"그래. 너 혹시 회사에 좋아 하는 여자 있어서, 나랑  먹는  들키면  되는 거 아냐?"

"있겠냐?"


"모르지."

"여튼 알았어. 그럼 성수역에서 만나."


"어."


11시를 조금 넘어선 시간, 성수역에서 그녀를 만났다.


운이 좋아 오전에 해야 할 일을 전부 끝내고, 적당히 눈치를 보고 나올 수 있었다.



"이리로 와."
은희는 나도 모르는 맛집을 잘 알고 있었다.


날 끌고 나도 모르는 골목으로 들어서더니 크지는 않지만, 분위기가 무척 좋은 파스타 집으로 들어갔다.




"저 쪽으로 가자."
우리는  가게에서 가장 안쪽의 사람들의 시선에서 분리된 테이블에 앉았다. 점심 시간이 시작되기 전 가장 먼저 도착했기에 은희가 원하는 자리를차지할  있었다.



"너 먹고 싶은 거 뭐야?"
메뉴판을 내게 주며 그녀가 물었다.

"몰라. 니가 알아서 시켜."
이런 종류의 식당에선 여자에게 선택권을 넘기는 편이 낫다.


"그래? 그런 내맘대로 고른다."
은희는 이미 메뉴를 정해놓고  모양인지 메뉴판을 보지도 않고 이런 저런 메뉴를 주문했다.

"응? 그럴거면 뭐하러 물어봤어?"


"내 맘이야."
주문이 만족스러운지 씩 웃는다. 역시 이쁜 여자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은 늘 만족스럽다.



"근데 무슨 일로 낮에 보자고 했어?"
먼저 나온 음료수를  모금 마시고 물어봤다.



"꼭 무슨 일이 있어야 보냐? 그냥 얼굴 보고 싶어 왔어."

"그럼 저녁에 보지."

"안돼."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응? 뭐가 안 돼? 혹시 남자 친구가 싫어해?"

"그런  아냐. 여하튼 너랑 밤에는 안 보기로 했어. 술도 같이 안 마시고."

"응?"

"너랑 다시는 안 잘 거라구! 그니까 아주 미연에 방지하려 그런다! 바보 같은 놈아!"


"아... 그랬구나. 미안..."


"진짜 눈치가 없어도 어지간히  없어라."

조금 삐져있는 것 같던 그녀는 주문한 요리가 나오고, 먹는 동안 금세 풀어졌다.



"맛있네."


"웅! 진짜. 다음에 그사람이랑 같이 와야겠다."

"응? 그러고보니. 요즘 어때?  지내지?"

"응. 예전보다 나은 거 같아. 내가 하는 일에 태클도  걸고."

"잘 됐네."

"근데. 사실 아무 문제도 없는  아냐?"
그녀가 포크로 파스타를 돌돌 말아 입에 넣으며 말했다.




"무슨 문제?"


"잠자리"
은희는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처럼 말했다.

"험!"
그 말을 듣던 내가 하마터면 사래가 들 뻔해서 음료수를 목으로 넘기며 태연함을 가장해야 했다.



전부터도 은희는 야한 이야기 하는데 크게 거리낌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난 뒤, 오히려 내가 좀 쑥스럽게 느껴진다. 아마 내가 지은 원죄 때문이리라.





"잠자리가 어때서?."
난 죄책감을 밀어내고 아무렇지도 않은척 그녀에게 물었다.

"전보다 잠자리가 재미가 없어."


"흠... 험..."

"알지? 너 때문인 거."


"딱히 나 때문이라기에는"
난 애처롭게 항변을 해 보았다. 하지만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각종 설정으로 떡칠이된 나와의 잠자리가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책임을 이야기 하는 게 아냐."
그녀의 눈빛엔 책망 따위 찾아볼 길 없다. 그녀는 그날의 일이 자신의 의지라 생각하고 있다.



"그. 그럼. 나도 알아."

"그냥 재미가 없다는 거야."
뒤에 생략된 몇 개의 단어들... 너랑 비교하면...



"그래서 말이야."
그녀가 싱글거리며 말을 이었다.


"요즘 재미있는  찾았어. 나 그사람 앞에서 자위를 한다."

"응?"

"어쩌다가 보여주게 되었거든. 너한테 보여줬던 것처럼 말야."


호오! 그거 재미있다.


"어쩌다가?"
그녀가 먼저 꺼낸 이야기이다. 난 부담 없이 물어볼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그 사람한테 너랑 잔 이야기를 하고 나서야."

"그 이야기를 했다고?"
오늘 나눈 대화 중에서 가장 쇼킹한 이야기였다.


"응. 그 사람이 다시 만나자고 했던 날 말했어. 그 사실을 감추고 만나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 뭐. 사실은 내 자기 기만이지 뭐. 그래도 속이기 싫었던 건 사실이야."


"이해가 가."
절반쯤만.




"그 사람한테 말했어. 나 너랑 잤는데, 그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만날 수 있겠냐고?"


"그랬구나..."
그 사람의 대답이 뭐였는지는 이미 나도 알고 있다.




"처음엔 굉장히 당황했어. 어쩔줄 모르더라. 그러더니 나한테 미안하데. 자기가 날 너무 가볍게 여겨서 "

흠... 고리타분하고 착실한 남자 답다. 상대의 실수를 탓하기보다 자기의 잘못을 돌아본다.

나 같은 사람이라면 결코 선택할 수 없는 옵션이다. 이해할 수도 없고.



"그래서?"
그 흥미로운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열심히 추임세를 넣었다.



"그 사람  이틀 동안 굉장히 힘들어했어. 그래서 내가 그렇게 힘들면 따귀라도   때리고 차버리라고 했지. 그랬더니 자기가 잘못했대. 문제 삼지 않겠다고 말하고, 대범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무슨 대범 씩이나... 어느모로 보나 나와는 정 반대에 서있는 남자였다.


"그 사람 나랑은 헤어질 수 없대. 죽는 게 낫다더라.

나도  사람이 좋고. 헤어지기 싫다고 했어.

그래서 우리 한참 대화를 나누었어. 어떻게 하면 우리 사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그래서 차라리 전부 이야기 하기로 했어."


또 뭘 전부?
 아마 눈이 휘둥그래져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던  같다.




"나 그런  한  니가 처음이야. 그러니까 엉뚱한 생각 하지 마."

"당연히 그런 생각 안 하지."


"그래서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 했어."

아! 너 정말로 생각보다 잔인한 사람이었구나!
어떻게 당사자한테 그 자기가 다른 남자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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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쩌다가 그렇게  거야?"
남자가 물었다.


"오빠랑 그만 만나고 싶었어. 너무 힘들어. 오빠 날 너무 새장 속에 넣어두려고만 하잖아."
은희가 말했다.


"그래. 내가 그렇게까지 힘들게 한 줄 몰랐어."


"괜찮아. 이젠 그런 이야기는  해도 돼."

"그러면 왜 하필 그 녀석이랑 잔 거야? 별로 네 타입도 아니잖아?"


"그래서 그런 거야. 오빠처럼 잘생긴 남자가 아닌 남자랑 자고 나면 깨끗하게 잊을 수 있을  같았어."


"음..."


"그리고 나 오빠랑 섹스 하는 거 너무 좋았거든. 솔직히 오빠랑 헤어지는 거는 별로 무섭지 않은데, 오빠랑 더 이상 잠자리를 못하는  두려웠어."
은희의 말에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어쩐지 남자로서의 자존감이 회복되는 느낌이다.

"근데 지아가 그러기를 영웅이가 그걸 되게 잘 한다고 하더라고."

"지아가?"

"응. 걔가 그랬어. 영웅이랑 헤어지고 딴건 그냥 그런데, 잠자리는 아직도 생각 난다고. 그것 때문에 헤어진게 조금 후회 된데."

"그래서... 그걸 확인하려고 한 거야?"

"오빠. 화 나면 그냥 화내. 그리고 참기 싫으면 나 때려도 돼. 억지로 참지 않기로 했잖아."
은희는 그것이 서로를 위해 올바른 길이라 생각했다.



"아냐. 응. 알았어. 화가 나는 거 맞아. 그지만 전부 들어볼게."
남자는 가까스로 자신의 감정을 추스렸다.


"혹시 걔랑 해서 만족을 느낄 수 있으면  오빠랑 관계하는 것 만으로 내가 느낄 수 있는 것만은 아니란  증명되는 거잖아?
굳이 영웅이랑 그런 관계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야."
은희는 계속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물론 그녀도 스스로가 얼마나 잔인하게 굴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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