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화 〉@3. 모두가 아는 바로 그 수영장 (17/377)



〈 17화 〉@3. 모두가 아는 바로 그 수영장


쾌락 속에 방황하고 있는 보라가 너무 이뻐서, 난 그녀의 상체를 끌어올려 안았다.


그녀의 입을 막고 있는 손을 떼고, 얼굴을 끌어당겼다.


보라는 당황한 눈으로 내 힘에 저항하려 한다. 난 지금까지 보라와 입을 맞춘 적은 없었다. 그녀가 그걸 꺼리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일부러 피한 것이다.

물론 그녀가 가여워서도, 그녀의 최후의 보루를 존중해 주고 싶어서도 아니다.

그저 다음을 위한 메뉴로 남겨두었을 뿐이다.

키스라든지 질내 사정라든지.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것들.
이런 것이야말로, 아직 내가 건드리지 않은 어떤 것이다.



그리고 보라가 방심할 순간을 기다렸다. 그녀가 내가 결코 시도하지 않을 거라 믿는 순간 난 거침없이 그 기대를 무너트리고 싶었다.

말하자면  하나씩 하나씩 허물어트리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으읍!"
보라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생각보다 그다지 큰 저항은 없다. 키스 따위 별거 아니기 때문일까?

아니. 결코 그렇지 않다.
그녀의 눈빛은 지금 경악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막상 반항은 제대로 하지 못한다.
입을 벌려 늘 하듯 욕설을 내뱉지도 못한다.

난  이유를 잘 알고 있다.


단지 그녀를 지배하고 있는 쾌감의 힘이 너무나 강할 뿐이다.


입과 입이 마주했다. 내 혀는 아무 저항 없이 보라의 입안으로 진입했다. 도도하던 이웃 부인의 혀가 내 혀를 감싸왔다.


키스를 했다.
우리는 정열적인 키스를 나누었다.

키스가 끝내고 얼굴이 떨어졌다. 보라는 알 수 없는 눈빛을 하고 내 얼굴을 피했다.

난 다시 그녀를 눕히고 허리를 움직였다.


보라는 다시 팔을 올려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읍! 으읍!"
틀어막은 입에서도 연신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찔한 쾌감이  스치고 지나간다.
나도 더이상은 참기 어렵다.

"싼다."
보라가 상체를 들어, 내 물건을 입에 물었다. 아직 정신을 완전히 잃을 정도는 아닌 모양이다.

"마셔."
 번째 정사가 끝나고 샤워를 하고 돌아온 보라에게 시원한 맥주  하나를 건네주었다.


보라는 다시 날 노려보고 맥주를 낚아채듯 가져가 입에 대고 꿀꺽 꿀꺽 마셔버렸다.

목이 말라서일까? 아니면 화가 나서일까? 옆에서 보기에도 아주 시원하게 마시고 있었다.

맥주를 마시고  보라는 이번에도 내게서 가장 멀리 있는 선베드를 찾아 몸을 눕혔다. 조금 피로한 모양인지, 잠시 누워있다 그대로 잠이 들어버린다.




한 시간 정도 자고 나 일어난 보라에게 이온 음료를 주었다.

"별로 생각 없어."


"그래도 마셔. 오늘처럼 무리하면 수분 섭취라도 제대로 해야 해."


"배부른  싫어한다니까..."

하지만 그녀는  말을 거스르지 못하고 작은 패트  하나에 들은 이온 음료를 전부 비웠다.

음료를 마시고 나서, 보라는 조금이나마 마음을 추슬렀는지 물속에 들어가 혼자 수영을 치기 시작했다.


멋진 그림이다. 벌거벗은 여인이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은 다른 어떤 절경과도 비교할 수 없는 호사이다.



한동안 수영을 즐기고  보라를 풀 사이드에 앉혀 놓고 자위를 시켰다.

화가 잔뜩 나서  노려보는 보라를 마주 보며, 기쁘게 웃었다.

"헉! 엇! 어억!"
그리고 보라는 자위만으로도 절정을 향해 달려갔다.


더할 나위 없이 수치스러운 자세이지만, 그녀는 도저히 자신을 지배하는 쾌감에 항거할  없다.


쏴아아! 보라의 몸에서 쏟아져나온 액체가 수영장으로 가득 떨어져 내렸다.


"어! 어떻게! 아앙!"
공중 질서를 어그려트렸다는 죄책감까지 더해져서일까?
그녀는 시원하게 지리면서 쾌감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역시 맥주와 음료를 잔뜩 먹여놓기 잘했다. 그림이 아주  나올 것 같다.



성인 영상의 촬영 현장에는 항상 이온 음료가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성인물의 촬영이 워낙에 강도가 심한 노동인 데다, 뽀사시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강한 조명 아래에서 이뤄져서 탈수가 쉽게 일어나 수분 공급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이유는 지금처럼 멋진 분수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였다.


절정의 순간 여자가 뿜는 액체는 시각적으로 자극을 줄  있는 아주 중요한 효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 여자들은 평범한 관계에서 그렇게 지려버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보라가 특이한 편이다. 그녀는 첫날 부터 강한 자극을 받고 내 소파 위에서 맘껏 지려버렸었다.


그 뒤로도 난 그녀에게 자위를 시켜왔고, 보라는 적어도 며칠에  번은 다시 지리고야 말았다.


그럴 때마다 보라에게 자기가 저지른 것을 핥게 했는 데도 참지 못하는 걸 보면, 아마 그녀로서는 어찌할  없는 생리적인 현상인 것 같다.



"아아!"
보라는 자신의 몸에서 나온 액체가 수영장으로 주르르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몸을 떨었다.


뭐.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당황할 것이다. 물속에서라면 모르지만, 밖에서 안으로 지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사이트 카드 < 수영장 >
 안의 물은 매일 새로운 물로 채워 넣습니다. 수질 걱정 없이 마음껏 사용하세요.

그렇다고 한다. 사실일까? 지금까지 카드에 적혀있던 글귀가 날 배신한 적은 없다.



"흑! 흑!"
쾌감을 모두 쏟아낸 보라가 훌쩍였다.

"물속으로 들어가."

"응?"

"안으로 들어가. 지금."

보라는 분노로 가득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방금 자신이 지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벌거벗은 보라가  안에서 노니는 한동안 모습을 지켜보다,  그녀를 해방시켜주었다.

"더러운 자식!"
보라는 화를 참지 않고 욕설을 내뱉으며 샤워실로 들어갔다.
아주 한참 동안 그녀가 씻는 모습을 샤워실 유리를 통해 구경할 수 있었다.


욕실에서 나온 보라는 음식물이 놓인 곳에 가서 접시 하나를 들고 주섬주섬 주어담고, 자리를 잡고 앉아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난 그녀가 무언가를 그렇게 먹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지금까지 본 거라고는 내가 던져주는 과자 몇 쪼가리가 고작이었다.

배가 고팠을까? 벌써 섹스를 두  했고, 꽤 오랜 시간 물속에서 놀았고, 자위도 했다.

배고플 때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식사 모습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저 참을  없는 분노를 먹는 것으로 발산한다는 느낌이다.


나도  가지 음식을 담아 보라의 바로 건너편에 앉아 여유 있는 식사를 즐겼다.

일부러 그녀 가까이 앉아, 그녀가 식사하는 모습을 보았다.


음... 맛있게 먹는 것은 아니지만, 보기는 좋다. 역시 이쁜 여자는 무얼 해도 이쁘다.

특히나 발가벗은 여자가 식사하는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이뻤다.


식사를 먼저 끝낸 것은 보라였다. 게걸스레 먹었다 해도, 평범한 1인분의 절반에 불과하다. 항상 그렇게 먹어 그런 몸을 유지할  있는 거겠지?

아니면 내 앞에서는 뭔가 맛이 느껴지지 않는 것 일수도 있다.


보라는 다시 욕실로 향했다.


그동안 지켜봐서, 그녀가 보통 깔끔한 여자가 아닌 것은 잘 안다.
그녀는 무엇을 해도 씻는다.

식사를 했으니, 양치를 하고, 그런 김에 몸도 씻는다.

그런 깔끔한 여자가, 이웃의 못된 놈에게 그렇게 심한 꼴을 당하고 있으니, 얼마나 힘이 들까?

그러니까 기운을 좀 차리게 해줘야겠다.



난 여유 있게, 배부르게 음식을  번이나 가져다 먹었다.


어차피 우리  사람만을 위해 차려진 식사이다.


 수영장을 가득 매운 사람들을 전부 먹이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음식들이 우리가 가고 나면 버려질 것이다.


음식은 전부 맛있었다. 희한하다. 차가운 음식은 여전히 차가웠고, 따뜻한 음식은 열기가 식지 않았다.

아. 몰라. 신경 쓰기 싫어.


맥주도 두어 캔을 비웠다. 양념이 진한 고기를 먹을 때는 독한 술을 한 병 따서 잔에 따라 두어  음미했다.


18년 짜리 싱글 몰트 위스키라니.  수영장을 마음껏 사용하면서 지불해야 할 비용보다 음식과 주류 대금이 훨씬 클 것이다.

맛있게 먹고, 기분 좋게 마셨다.


그동안 보라는 채광창이 잘 바라보이는 장소에 놓인 카바나를 찾아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에, 육체의 피로가 겹쳐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까 잤기 때문에 졸리지는 않은듯하다.



배부르게 먹고 나서 그녀가 누운 카바나로 다가서자 날 바라보며 움찔거린다. 뭘 그리 두려워 하는 걸까?


난 그녀 옆으로 다가가 카바나 한쪽에 놓인 작은 탁자 위에 놓은 리모컨을 찾아 OPEN 이라 쓰인 단추를 눌렀다.

지이잉~
낮은 기계음과 함께 천천히 우리 앞의  커다란 채광창이 열렸다.

"아!"
들어와서 처음으로, 그녀가 탄성을 내뱉었다.

솔직히 나도 감탄했다.

그렇게 커다란 채광창이 서서히 열리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채광창이 전부 열리자 이젠 더이상 실내 수영장이 아니다.

이젠 우리가 잘 알던  수영장의 모습은 남아있지 않았다.


풀에서 바로 외부로 이어지는 커다란 인피니티풀이 있는 멋진 옥외 수영장이 되었다.

아직 남아있던 햇빛이 쨍하게 내려왔고, 살짝 푸른 빛이던 채광창이 사라지고 나니 강남의 거리가 아까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펼쳐졌다.

23층의 야외에서 내려다보는 강남 거리의 풍경은 제법 그럴듯했다.

보라도 이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밖을 내다보았다.
물어볼 필요도 없이 마음에 드는 것이 틀림없다.

난 보라가 누워있던 자리 옆으로 올라가 몸을 뉘었다.


그녀는 잠시 내게서 멀어질까 고민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결단을 내리기 전에 내 팔이 그녀를 끌어안았다.


보라가 한숨을 쉰다. 하지만 반항은 하지 못했다.

난 그녀를 끌어당겨, 침대 위에 눕혔다. 보라는 바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방금 음식을 잔뜩 먹었고, 술도 잔뜩 마셨다.

취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리 반갑지 않은 냄새가 날 것이 틀림없다.

물론 의도적이다. 난 그녀에게 어느 하나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더러운 놈. 지저분한 자식. 비겁한 옆집 남자로 족하다.

그녀의 얼굴을 끌어안고 억지로 키스를 했다. 아까와는 달리 그녀는 죽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녀의 몸을 열고 위로 올라타고, 자지를 쑤셔 넣었다.


"윽!"
보라가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한번의 관계.


그녀의 불만 가득한 얼굴은 겨우  분도 되지 않아 풀어졌다.


"헉! 흑! 아아아! 안돼!"
자존심 강한 보라가  몸을 껴안고 내게 키스를 해왔다.


지금까지 단  번도 없던 일이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마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흑! 아! 좋아! 으윽!"
보라의 손톱이 내 등을 파고든다.
보라의 두 다리가 내 허리를 옭아맨다.

그 어느때보다 정열적인 섹스.

마침내 보라는 스스로의 의지로 날 아래로 눕히고, 자신이 위로 올라가 허리를 마구 흔들었다.

보라의 눈은 감겨있다. 아마도 정신도 반쯤 나간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 멋진 여자는 쾌감에 온몸을 맡기고 무의식 속에 몸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날만 벌써 세 번째 관계.

성적 관계가 거듭될 때마다 쾌감은 점점 더 강해진다.


설정 카드 < 중첩 > 때문이다.

한도가 없는, 도박이나 마약 따위로 얻을 수 있는 쾌감을 훨씬 상회하는 쾌감이 과연 어떤 것일까?

"아앙! 흑!"
내 위에 올라탄 도도한 그 여인은 마침내 절정을 맞이하고는  꽉 끌어안고 마구 울음을 터트렸다.

"헉! 허엉!"
그런 보라를 다시 아래로 눕히고, 그녀의 위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즐기다가, 그녀의 안에서 자지를 빼고, 일어나 보라의 얼굴에 사정을 했다.


"아!"
그녀는 쾌감 속에 입을 열었다. 기쁘게 내 정액을 맞이했고, 허우적거리며  자지를 입에 물었다.

꿀꺽! 꿀꺽!
그녀가 열심히 무언가를 삼켰다.


난 그녀의 옆에 쓰러지듯 누웠다. 그녀가  위로 올라와 가슴에 얼굴을 박고 폭 안겼다.


"아아! 아!"
보라의 이번 오르가즘은 무척 길었다. 한참 동안 그녀는 날 꼭 껴안고, 헐떡였고, 기뻐했다.

그리고 마침내 절정의 순간이 지나자, 그녀는  위에 올라탄 채로 쓰러져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보라가 상체를 일으켰다. 날 바라보는 보라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했다.


방금전 자신의 행동을 머리에 떠올리고 나서 수치를 느꼈고, 곧 나에 대한 분노로 치환된 것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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