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화 〉@3. 모두가 아는 바로 그 수영장 (16/377)



〈 16화 〉@3. 모두가 아는 바로 그 수영장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보라는 옷을 아주 잘 입는 여자이다.
대단한 명품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고를 줄 알았다.
아마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그녀가 가장 눈에 띄는 여자일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언제적 유행인지도 모를 푸른 원피스 수영복이 마음에 들  없다.


사실 나도 좋아하지는 않는다.


파란색 원피스 수영복이라니!
이름만 들어도 촌스럽잖아?

세상엔 훨씬 더 멋진 디자인의 수영복이 얼마나 많은데...


특히나 보라처럼 몸이 아름다운 여자에겐 비키니 수영복이 훨씬 더 잘 어울린다.

그리고 원피스 수영복이라 해도 절개 라인이 멋지게 들어간 모노키니 원피스 쪽이 훨씬 좋다.


만일 몸을 가리고 싶다면, 예쁜 치마가 달린 프릴 원피스도 좋다.


그러니까 파란색 원피스 수영복은 전국체전에서나 입으면 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파란색 수영복을 입는 이유는 예전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에서 모든 참가자에게 파란색 수영복을 입혔던 이유와 같은 이유이다.

다름이 아니라 브라운관 TV에서는 파란색이 다른 색에 비해 훨씬 산란이 적어 선명하게 나기 때문이다.




브라운관 TV의 경우 다른 색상은 테두리 부분이 조금씩 뭉개지는데, 푸른 색상만은 라인을 잘 유지할  있다.


수영복을 입는 이유야 당연히 여자의 멋진 몸매를 감상하기 위해서 있다.
그러니 라인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는 푸른 수영복을 입는 것이 당연했다.



브라운관이 퇴출되고 전부 LCD 디스플레이만 사용하는 지금에 와서는 더이상 푸른 수영복을 집착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성인물에서는 여전히 푸른색 수영복이 대세이다.


수십 년 동안 푸른색 수영복이 장르의 어떤 전형으로 굳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어느 사업 분야고 마찬가지이지만, 한번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다음에는 좀처럼 변화를 주기 어렵다.

성인물도 마찬가지이다.

제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른 수영복을 시도해서 모험을 하는 것보다 늘 했던 방식을 고수하는 쪽에 마음이 끌리기 마련이다.


사실 성인물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그리 모험을 시도하는 장르는 아니다.

어차피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구매하고, 그 선호라는 것이 그리 쉽게 변하지는 않기 때문에 제작사의 입장에서도 어떤 표준을 따라 영상물을 만드는 쪽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대박보다는 안전하게 만들어, 투입한 자본을 회수하는 것이 경영인의 입장에서 훨씬 더 선호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다.

뭐 오늘은 내게도 보라에게도 첫 수영복 작품이니 업계 표준을 따라보기로 한다.



보라가 투덜거리며 옷을 갈아입었다. 나도 적당한 남자 수영복을 찾아 갈아입고 먼저 수영장으로 갔다.


어차피 보라도 내가 어떤 수영복을 입는지 관심 없을 것이다.

잠시 뒤 수영복을 입은 보라가 나왔다.


음... 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과 몸이다.
그다지 대단찮은 수영복이지만, 늘씬한 보라가 입으니 제법 봐줄 만하다.

특히 길게 뻗은 하얀 다리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솔직히 멋있다.

다리 선이 깊숙이 패인 하이레그 수영복이라 다리가  더 길어 보이기도 하지만, 원래의 보라 다리가 일품이다.



"와! 몸매 좋네. 그동안 발가벗은 몸만 봐서 그런지 신선하다. 막 파닥파닥 뛰는 거 같네!"
일부러 던진 노골적인 표현에 일그러저버린 그녀의 표정도 마음에 든다. 역시 이 여자는 괴롭히는 맛이 있다.

"진짜 천박하기는..."
보라는 날 한 번 노려보고는 풀 안으로 들어갔다. 이 넓은 수영장 안에서 내게 몸을 숨길 곳이라고는 그 물속 안뿐이니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보라는 물속을 자유로이 헤엄쳐 내게서 최대한 먼 곳으로 멀어져갔다.

너무 좋다. 이웃의 부인이 여전히 도도함을 잃지 않고, 여전히 날 미워한다는 사실이.



보라가 풀안에서 노니는 동안 난 풀 옆에 놓인 냉장고로 다가갔다. 냉장고라기보다는 마켓 냉장 식품 코너에에서   있는 문이나 유리 따위 없이 개방되어 있는 쇼캐이스이다.

안에는 마켓에서처럼 다양한 음료와 주류로 가득하다.
수영장에서 놀면서 목이 마를 사이는 없을 것 같다.

난 맥주 캔 하나를 꺼내 손에 들고 음식물이 놓여있는 테이블로 다가섰다.



푸른색이 조금 가미된 시원한 화이트 톤의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테이블 위에는 다양한 요리들이 준비되어있다.


해산물이나 다양한 육류에서 식사가 될만한 요리들, 그리고 샌드위치, 부리또 따위 손에 들고 다니며 먹을 만한 요리들.
디저트로 과일 종류는 물론이고,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베이커리에서 안주 거리로 좋은 스낵도 다양하다.




수영을 즐기고 놀다 배가 고프면 배를 채울  있는...
생각해보니 AV 메이킹이 워낙에 많은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니, 일하며 소모한 에너지를 충분히 보충해줄 배려로 생각된다.


 무언지 시뻘건 양념이 가득 발라진 뼈째로 요리된 고기 한 점을 주워들었다.

제법 맛있다.
아니. 정정해야겠다. 엄청나게 맛있다.

다시 껍질  놓인 굴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신선했다.
따로 돈을 주고 팔아도 될 정도로 신선하고, 바다향으로 가득하다.

잘 살펴보니 음식들 하나하나가 그냥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제대로 만들어진 음식이다.


차갑게 먹어야  음식은 여전히 차가웠고, 따뜻하게 먹어야 할 음식은 적당한 온기가 남아있다.
그러니까 한참 전에 미리 만들어 놓은 음식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신기한 일이다. 이곳에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알고 딱 맞게 준비해 놓은 걸까?




하지만 곧 난 추측을 포기해 버렸다.
절대로 나와 같이 잘 생각을 하지 않을 얼빠 여사친으로 하여금 내게 달려들게 만들고, 성기를 하루아침에 키워줄 능력이 있는 누군가이다.

서울 시내에 이런 수영장을 마련하고 음식을 준비하는 정도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즐기자. 어떤 원인으로, 혹은 어떤 이유로 내게 이런 짓을 시켰는지는 고민해봐야 아무 의미도 없다.

내가 맥주 한 캔을 마시고, 고급스러운 음식들을 즐기는 동안, 보라는 마음이 풀렸는지 유유히 풀 안을 누비며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보라가 몸매 관리를 위해 수영장에 다니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시민 체육관의 수영장보다야 여기가 훨씬 더 나을 것이다.

아! 그래서 보라가 그런 오해를 한 모양이다.
수영을 좋아하는 자신을 위해 내가 없는 돈에도 이런 곳을 빌렸다고...


쩝... 어쩔 수 없지.


물론 내 목적은 그녀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르다.

캐스팅 카드 < 여배우 >를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생각해보니 캐스팅 카드는 이미 한 번 캐스팅했던 여자를 대상으로 사용하면 된다. 한 여자를 꼭 한 번만 캐스팅하라는 법은 없다.

그러니까 지금의 보라처럼 언제나 섹스를 할  있는 상대라면, 귀한 < 능동적 주인공 >이나, < 능욕형 주인공 > 카드를 사용할 것 없이 캐스팅 카드 < 여배우 >를 쓰면 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오늘 내 체력이 다할 때까지 보라와 섹스를 할 생각이다.
어제 마스터 카드 < 체력 >의 효과를 확인해 보는 거다.

그리고 하는 김에 사이트 카드 < 수영장 >도 확인할 생각이었고.


그러니까 내게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보는 일이다.

그럼 시작해볼까?

자리에서 일어나 팬츠를 벗고 풀 안으로 들어갔다. 보라는 내가 다가서는 것을 알고 몸을 흠칫 떨었다.

휴... 다행이다. 보라는 여전히 날 꺼리고 있구나.

만일 보라에게 나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다면 매우 안타까웠을 것이다.


난 보라의 뒤로 다가가 왼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오른손으로 그녀의 상체를 앞으로 밀었다.
보라는 상체를 숙이고 두 팔로 풀 사이드를 잡아야 했다.

"설마 여기서 할 건 아니지?"
냉랭한 목소리로 그녀가 물었다.


"물속에서 해본 적 있어?"

"세상 사람들이  너처럼 변태인 건 아니야."

"내가 변태라서 다행이로군. 너한테는 첫 경험이란 거네. 남편도 못 해본 걸 잔뜩 할  있잖아?"


"더러운 새끼."

"어때? 경치 좋지?"


우리가 서 있던 곳에서는 채광창 밖으로 시내의 경치가 바로 내려 보였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런 경치를 감상할 기분이 날 리 없다.


"빨리 끝내기나 해."
그렇다고 반항을 하지는 않는다. 그래 봐야 오히려 피곤해질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난 그녀의 수영복 아랫부분을 한쪽으로 밀고  물건을 그녀의 음부에 대고 천천히 삽입을 시작했다.


"응? 뭐야? 하다못해 수영복을 벗고 할게."


"안 돼."
수영복 물에서 시작은 항상 수영복을 입은 채 하는 것이 룰이다.
두 번째 신부터야 발가벗은 채로 하는 거지만, 처음은 반드시 수영복 아랫부분을 한쪽으로 밀고 해야 한다.

"아! 진짜! 변태 새끼!"

보라에게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이 기쁜 걸 보니 확실히 변태가 맞다.



"윽!"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젖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더군다나 전보다 커진 내 물건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물속이라고는 하지만 막상 크게 도움은 되지 않는다.

"아! 진짜... 아프다고!"
정말로 고통스러운 모양이다. 보라는 짜증을 내며 몸을 거칠게 움직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질 안쪽은 젖어 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설정 카드 < 민감 > 때문이다. 어떠한 자극이라도 성적으로 반응하게 만드는  민감이야말로 진정한 치트이다.


"윽! 읍! 하아..."
보라는 순조롭게 느끼고 있었다. 비록 입은 험하지만, 그녀의 몸은 항상 그녀의 이성을 배반한다.


"윽! 빨리 끝내! 읍!"


물론 난 보라의 소망을 쉽게 들어주지 않는다.
보라의 뒤에서  물건을 빼고, 그녀의 몸을 돌렸다.

마주 보고 있는 보라의 얼굴엔 평소와 하등 다름없는 짜증이 잔뜩 서려 있다.

난 그녀가 입고 있는 수영복 상의를 벗겼다.

내가 좋아하는 하얀 가슴이 출렁이며 나온다.

그리고 보라의 몸을 살짝 들어 올려  사이드에 올려놓았다.


아직 물어 젖은 그녀를 이제  편한 자세로 충분히 눌러주었다.

"싼다."
짜증이 잔뜩  얼굴로 보라는  자지를 입에 넣고 정액을 받아먹는다.
이젠 더이상 구역질 같은 것은 하지 않지만, 사정을  때마다 분노를 표현하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았다.


보라는 엉망이  수영복을 벗어 던지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워낙 청결한 것을 좋아하는 여자라,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나면 꼭 몸을 씻어야 했다.




"잠깐 쉴까?"
벌거벗은 채 샤워실에서 나온 보라에게 음료와 먹을 것을 권했다.


보라는 그 많은 음식은 모두 마다하고, 가벼운 음료 하나만을 선택했다.




그러고 보면 보라가 딱히 뭔가 먹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다.


그 멋진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먹을 것을 참는 것인지, 아니면 워낙 먹을 것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 몸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인지 알  없다.

설탕이 들어있지 않은 탄산수를 집고 굳이 내가 앉은 의자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 잡았다. 뭐. 상관은 없다.

잠시 보라에게 휴식할 시간을 주고 다시 한번 관계를 맺는다.



이번엔 풀 밖에 놓인 푹신한 선베드 위에서였다.

"빨리 끝내! 윽! 읍!"
보라는 좀처럼 윽! 이나 읍!  넘어서는 신음 소리를 꺼내놓지 않는다. 자신이 나와의 관계에서 쾌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싫은 때문이다.

"그런 소리밖에 못 내?"

"왜? 내 신음 소리가 듣고 싶어? 내줘? 앙! 앙!"
보라는 정말로 성의 없는 가짜 신음 소리를 뱉어냈다. 그러니까 남자라면 자신과 성교 중인 여자가 그런 소리를 내고 있다면 정이 뚝 떨어질만한 그런 종류의 무성의함이다.

하지만 난 오히려 더 좋았다.
그건 보라, 그녀가 내 성욕을 떨어트리고 싶어 한다는 의미이고, 여전히 그녀가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버리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관계가 시작하고 몇 분이 지나면서 보라는 나를 향한 그 매섭던 눈매를 누그러트리고 말았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기를 거부한다.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흑! 흡!"
조금 전과 비슷한 소음. 하지만 사뭇 다른 성조.


느끼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리고 그 소리를 내게 들려주는 것이 너무나 싫어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안간힘을 다해 참아내고 있었다.


남자에게 있어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은 무엇과도 바꾸기 싫은 쾌락을 안겨준다.

보라는 날 미워하고 있고, 동시에 나와의 관계에서 참기 힘든 쾌락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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