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3. 모두가 아는 바로 그 수영장
"너무 큰가?"
"병신. 평생 자지 크기나 자랑하라지."
"그런데 나랑 매일 이렇게 하다가 남편이랑 하려면 서운하지 않아?"
보라가 날 죽일 듯이 노려본다. 정말이다. 손에 흉기라도 들고 있었다면 그걸로 날 찌르기를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 그런데 보라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개새끼..."
힘없는 목소리. 하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비난의 말보다 훨씬 더 내 마음의 양심을 찔렀다.
정말로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난 모양이다. 보라는 허리의 움직임도 멈추었다.
"좋아?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까지 그렇게 바보로 만들면? 흑!"
응. 좋아.
난 변태다.
그래서 그녀가 그렇게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니 참을 수가 없다.
난 보라의 몸을 들어 소파에 눕히고 내가 위에 올라탔다.
천천히 허리를 움직인다.
보라는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날 감정도 없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지금 그녀는 분노를 표현하는 것조차 불가능할만큼 화가 난 상태였다.
그리고 난 정말로 보라를 능욕하고 있다는 충만한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보라가 입술을 깨물었다.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참고 있다.
느끼고 있다.
그것도 아주 맹렬하게.
오! 세상에. 분노와 쾌감 사이에 허우적거리는 여자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최고이다.
픽션이 아닌 현실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남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흑!"
눈물을 참고, 분노를 억누르고, 고고한 부인은 증오도 숨기고 무심함을 가정하며 날 바라본다.
하지만 보라의 몸은 정직하다. 젖꼭지는 잔뜩 서 있고, 입술을 깨물어도 새어 나오는 신음을 전부 감추지는 못한다.
"허억! 학! 흑! 죽여버릴 거야! 개새끼!"
하지만 점차 쾌감에 패배를 예감한 보라는 차라리 입을 열어 날 비난하기 시작했다.
"나쁜 자식! 쓰레기!"
신음을 뱉는 대신 내게 욕설을 퍼붓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속이려 하고 있다.
한 번만...
난 보라에게 액티브 카드 < 표현 >을 활성화했다.
"으흑! 좋아! 아아아! 아! 왜?"
보라가 당황했다.
"무, 무슨! 헉! 너무 좋아! 어떻게 해! 뭐야? 왜 이래? 나? 미쳤나 봐!"
그녀는 자신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고백에 너무나 당황해 어쩔 줄 몰랐다.
"안돼! 이건 아! 학! 이 미친 새끼! 왜 씹질은 이렇게 잘해! 아냐! 이건 내가 헉! 허억!"
보라는 패닉에 빠졌다. 그리고 그 감정이 다시 민감한 자극으로 변해 보라를 몰아세웠다.
이쯤만 하자.
더 이상 하면 그녀의 날카로운 칼날이 무뎌질까 두려웠다.
난 거기에서 다시 액티브 카드 < 표현 >을 비활성화했다.
"흑! 흐윽!"
보라가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날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런 거 아냐! 새끼야! 네까짓 놈이랑 하는 거 하나도 안 좋아! 남편... 그 사람이 훨씬 좋아!"
보라의 분노는 자신을 향한 걸까? 아니면 날 향한 걸까?
"싼다."
잠깐 만으로 난 충분한 쾌감을 얻었다. 즐거워서, 너무 재미있어 죽을 지경이다.
여자가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바로 전의 패닉이 아직 살아지지 않아서인지, 몸이 굼떴다.
아니면 그저 내 사정이 너무 빨랐는지도 모른다.
보라의 입이 귀두에 닿기 전에 사정이 시작되었다.
"웁!"
보라는 얼굴을 가득 덮은 정액 속에 허우적거렸다.
"아! 진짜! 이 나쁜 새끼야!"
화가 잔뜩 났으면서도 그녀는 욕실을 향해 기어서 갔다.
그동안의 노고가 결실을 보는 모양이다.
이제는 더 이상 웩웩거리지 않는다.
그냥 조용히 씻고 나올 뿐이다.
"이제 가도 돼?"
욕실을 나온 보라가 내 앞으로 기어와 내게 물었다.
"아직 만족을 못 했어. 조금 더 빨아봐."
보라는 아직도 정액이 남아있는 내 물건을 입에 물었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혀로 자극을 시작한다.
더이상 싸울 여력도 없는 모양이다.
보라의 봉사를 받으며 난 나대로 생각에 잠겼다. 3,000만 원을 썼다. 그리고 카드 아홉 장을 얻었다.
엄청난 과소비. 하루에 3,000만 원이라니.
하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다.
그 중 세 장은 캐스팅 카드로 언제고 돈을 버는 데 활용할 터이고... 체력과 자존심이라...
보라의 반응을 보면 커진 게 맞는 것 같다. 원래 그런 건 소유주보다, 매일 만지고 입에 넣는 사람이 더 잘 아는 법이다.
그렇다면 체력도 효과가 있을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체력이 얼마나 좋아진 걸까?
그건 그렇게 이제 왜 그런 카드가 있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사실 AV 메이킹이라는 일에 둘 다 중요한 요소이다.
체력이 있어야 하룻밤에 여러 번 할 수 있다.
성기가 커다고 딱히 여자를 만족시키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각적으로도 유리하다.
그러니까 성인물의 본질은 여자를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어쩌면 내 체력과 물건이 기준에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일까?
조금 자존심이 상하는데...
하지만 뭐 보통 성인 영상에 나오는 남자들의 성기 크기를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그리고 그 남자들 하루 대여섯 번도 충분히 한다 했었지.
그렇다면 나도 그 수준의 체력이 되려나?
흠...
하루에 한 편을 만들려면 적어도 세 번은 사정을 해야 하겠지...
시험해 볼 필요가 있는데...
누구에게?
당연히 지금 내 물건을 빨고 있는 이 도도한 부인에게.
"내일 낮에 시간 되지? 논현동으로 나와."
아직도 아무 생각 없이 펠라에 열중인 보라에게 내일의 일을 통보했다.
"논현동은 왜?"
보라가 입에서 물건을 빼고 물어왔다. 집 밖에서 만나자고 한 적은 없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논현동 112-23 한울 빌딩 앞에서 한 시에 만나지."
난 굳이 그녀에게 이유를 설명해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통보만 하면 그만이다.
"혹시 혼자 거기까지 가기 싫으면 같이 가줄 수 있어."
"알았어. 한 시까지 갈게."
보라에게는 그런 위험을 감수할 생각이 없었다.
다음날 약속 장소인 한울 빌딩에 보라보다 먼저 도착한 나는 그녀가 오기 전에 미리 그곳을 올라가 한 번 확인하고 내려와 그녀를 기다렸다.
정확히 한 시 보라가 도착했다.
우리는 함께 빌딩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내부의 패널 위에 배치된 버튼에 새겨진 숫자는 20까지가 전부이다.
어디에도 우리의 목적지인 23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23층을 가려면 특별한 수단이 필요하다.
난 사이트 카드 < 수영장 >을 꺼내 하단부에 가져대었다.
띵!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1, 2, 3, 4.....20, 21, 22, 23
우리가 탄 엘리베이터는 정확히 23층에 섰다. 문이 열리고 그리 넓지 않은 로비가 나타났다.
로비에는 몇 개의 문이 있었고, 각 문 앞에는 멋드러진 글씨로 쓰여진 현판이 있다.
그중 The Pool이라는 아주 작은 현판이 달린 문 앞에 섰다.
"여긴 어디지?"
보라의 목소리는 평소에 비해 더욱 날카로웠다. 어딘지도 모르고 끌려왔으니 그럴 수밖에.
"여기 써있네. 수영장이라고"
난 그녀에게 그 현판을 가리켰다.
"수영장? 무슨 수영장이 이래? 건물 꼭대기에... 사람도 한 명도 없고."
"프라이빗 수영장이야. 대관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지. 아까 봤지? 23층은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고."
"프라이빗 수영장? 아!"
문을 들어가자마자 바로 나타난 수영장의 모습에 보라가 살짝 탄성을 질렀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깨끗한 수영장.
한쪽 벽면에서 시작해 사선으로 꺾이며 천장의 일부분까지 차지한 커다란 채광창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수영장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그리 넓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열댓 명 정도는 충분히 수영이나 파티를 즐기기 모자람이 없다.
뭐. 대부분은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것 같기는 하지만...
그렇다. 이곳은 내가 알고 있던 바로 그 수영장이다.
아마 우리나라 남자들 절반은 알고 있지 않을까?
"꽤... 고급스러운 곳이네..."
보라도 그건 인정했다.
내가 영상에서 보았던 그 수영장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적지 않다.
우선 풀이 두 배 가까이 넓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유흥을 즐길 수 있다.
단지 넓은 것으로 전부가 아니다.
무엇보다 수준이 다르게 고급스럽다.
수영장의 바닥과 벽면은 전부 고급스러운 대리석으로 되어있다.
그렇다고 너무 고풍스럽지도 않고, 흰색의 깔끔한 대리석이라 아주 모던한 인테리어이다.
풀 바깥의 장소도 훨씬 더 넓고 고급스럽다.
풀에 비해서도 몇 배는 되는 풀 사이드 곳곳에는 선베드가 놓여있다.
한 번 앉아보니 어지간한 소파 수준으로 푹신하다. 꽤나 고급이라는 것은 슬쩍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리고 채광창 가까운 곳에는 아주 편하게 쉴 수 있는 카바나가 있었고, 안에는 침대와 이불도 준비되어있다.
무척이나 아늑한 공간이다.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우면 커다란 채광창을 통해 강남의 거리를 한눈에 내려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일 평범한 커플이 방문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으리라.
내가 알고 있던 그 수영장은 물이 담긴 풀 자체도 그리 크지 않고, 연식이 좀 된 장소로 그 커다란 채광창만 아니라면 그리 대단하다 싶은 곳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은 그 커다란 채광창이 주는 이미지는 그대로이면서도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서, 21세기의 럭셔리한 인테리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호평받을 수준이다..
여러모로 그 수영장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그리고 한쪽으론 음료가 가득한 냉장고, 음식으로 가득한 뷔페 테이블까지 준비되어있다.
사실상 작은 규모의 호텔 수영장 수준이다.
"이거 당신이 빌린 거야?"
보라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어봤다.
"물론. 아무렴 몰래 쓰는 걸까?"
"꽤 비싸지 않아? 당신 좀 이상해? 얼마 전에 준 천만 원도 그렇고? 여기도 몇만 원, 아니 몇십 만 원 정도로 빌리지는 못할 거 아냐? 당신 그렇게 돈이 많아? 설마 나한테 잘 보이려 그런 거야?"
이런! 이 여자 엉뚱한 상상을 한 모양이다.
"설마 한 달 뒤에 두고 보자고 한 약속 때문에 그러는 거야? 참 어리석은 사람이네? 정말로 내가 이딴 거 때문에 당신한테 반하기라도 할 거 같아? 멍청하기는... 하긴 그러니까 이딴 짓이나 하고 있지."
보라는 잠시도 쉬지 않고 내게 쏟아부었다.
어우야!
좀 쓰라리다.
그러니까 내가 의도한 행동에 대한 비난은 즐겁기 그지없지만, 그게 아닌 경우에는 억울해서인지 결코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아... 그래도 섰다. 그녀의 비난을 듣고 있으니 잔뜩 발기해버린다.
"뭐. 한 달... 아니 이제 이십 일 좀 넘게 남았나? 그때 보면 되지."
난 보라의 오해를 풀어줄 생각은 없다. 오히려 더 오해받고 싶다.
"허!"
여자가 혀를 찼다.
"대화는 조금 이따가 하고..."
난 보라를 끌고 수영장 한쪽에 위치한 탈의실로 갔다.
특이하게 남녀 탈의실의 구별이 없다.
심지어 문도 없어서 밖에서 안쪽이 그냥 들여다보인다.
이래서야 탈의실의 의미가 없잖아?
샤워실도 마찬가지이다. 이쪽은 그나마 유리로 막혀 있지만, 투명한 유리로 막을 수 있는 것은 튀는 물방울 정도가 전부이다.
이따위로 만들어 놓은 의도가 도대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용하겠습니다.
사이트 카드에는 캐스팅 카드나, 마스터 카드에 적혀있는 소모성 카드란 말이 없다.
그러니까 그 카드는 아직 없어지지 않았고, 난 이곳을 다시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고 보니 혜자인데?
이 멋진 수영장을 아무 때라도 쓸 수 있다고?
"미리 말을 하지. 수영복을 챙겨왔을 거 아냐?"
보라는 여전히 뾰족했다.
"이리로 와."
탈의실 한쪽에 놓인 옷장에서 아직 포장도 뜯지 않은 수영복을 찾아냈다.
적어도 수십 벌은 된다.
디자인은 전부 다른 모양이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하나같이 전부 푸른색 원피스 수영복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이런 곳에서는 반드시 푸른색 원피스 수영복을 입어야 한다.
아! 반드시는 아니다. 대략 90% 정도의 확률로 수영복 물은 푸른색 원피스 수영복이 룰이다.
"마음에 드는 걸로 입어."
"어쩜 전부 이렇게 촌스러워?"
보라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