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1. 나를 남자로 보지 않던 여사친이 짓궂은 장난을 치며...
턱! 턱! 턱!
누런 현금 뭉치가 하나 씩 생겨나더니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만 원권 묶음이 다섯 개, 그리고 만 원권과 천 원권이 함께 섞인 묶음이 한 개.
다섯 개의 오만 원권 중, 네 개는 각기 백 장짜리 묶음 같고, 하나는 그 절반도 안 돼 보인다.
세어보지 않아도 현금 21,723,000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어... 이거 돈벼락? 맞지?
몇 번이고, 난 내 앞에 떨어진 지폐 뭉치를 만져보았다.
음... 그러니까 이건... 은희를 팔아 생긴 돈...
물론 그 영상 속 여자는 누가 봐도 은희가 아니었지만, 적어도 난 그게 나와 그녀의 섹스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양심의 가책!
그리고 돈...
"감사합니다."
어차피 세상 누구도 그게 은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계속 마음에 걸리면 나중에 걔한테 크게 한턱 내면 되지 뭐.
한 10% 쯤 찔러 줘?
여배우 개런티로 그 정도면...
아! 잠깐!
뭐? 개런티?
문득 아까 정산 중간에 개런티라고 했었지?
개런티라면 배우의 몸값...
동영상에 등장하는 배우라면 나와 은희 둘 뿐...
내 개런티는 당연히 아니고...
은희? 아니면 동영상에 등장하는 은희와 비슷하지만 은희는 아닌 어떤 여자?
그런 내 의문을 풀어주기라도 하려는 듯 다시 안내해준다.
- AV 메이킹이 끝난 후 캐스팅된 배우에게 반드시 개런티를 지급해야 합니다.
"캐스팅된 배우면 은희를 말하는 거겠지?"
- AVM-001에 출연한 김은희 배우에 대한 개런티 지급이 필요합니다.
와우... 그러니까 은희한테 주는 돈이 맞는 모양이다.
- AV 마스터는 자신이 캐스팅한 배우의 개런티 지급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 배우 개런티는 배우의 등급과 성별에 따라 차등 됩니다.
응? 그런데 개런티가 전부 같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등급이 뭐지?"
성별은 물어볼 필요도 없고...
- 여배우의 등급은 다음의 다섯 가지로 나뉩니다.
1. 스타급 여배우 - 연예인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미모를 지닌 여배우에 한정합니다.
스타급 여배우의 개런티는 최하 2,000만 원 이상입니다.
2. 전속 여배우 - 소수의 상위 여배우입니다.
모두가 미인이라 인정할 수준의 미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개런티는 최하 1,000만 원 이상입니다.
3. 기획 단체 여배우 - 준수한 외모를 지닌 여배우입니다.
이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수준의 미모를 지니고 있는 경우입니다.
개런티는 최하 500만 원 이상입니다.
4. 기획물 여배우 - 밉지 않은 외모의 여배우입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이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귀여운 여자라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개런티는 최하 100만 원에서 최대 500만 원까지입니다.
5. 아마추어 여배우 - 일반적으로 마주치는 외모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한 외모입니다.
개런티는 최하 50만 원에서 최대 200만 원까지입니다.
- 데뷔작에는 기본 개런티의 50%에서 1,000%까지의 할증이 붙습니다.
- 장르에 따라, 난이도에 따라 추가 할증이 붙을 수 있습니다.
- 남자 배우의 개런티는 최하 30만 원에서 최대 200만 원까지입니다.
남자 배우라니. 관심도 없다.
그러면 은희의 개런티가 1,000만 원이면, 데뷔작 할증을 고려하면 대략 기획 단체 여배우 수준인 듯하다.
뭐 굉장한 미인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다들 이쁘다고는 하니 대충 맞는 것도 같다.
그때 다시 새로운 안내가 시작되었다.
- 배우 개런티를 지불합니다. 지급 방식을 선택하세요.
1. 기명
2. 무기명
- 기명은 AV 마스터의 이름으로 송금하거나, 직접 주는 것입니다.
- 무기명은 누구에게 받은 것인지 알 수 없게 특별한 방식으로 지급하게 됩니다.
"흠..."
이건 조금 애매하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안 될까?
근데 언제까지 줘야 하는 거야? 마냥 미룰 수는 없을 것 같고...
- 배우의 개런티는 AV 메이킹이 끝난 후 열흘 이내에 지급 완료해야 합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1주일이 지났구나. 어차피 줘야 한다면 미루지 말자.
난 곧 지급 방식을 선택했다.
"그러면 기명 송금으로 하지."
그녀에게 돈을 줘야 한다면, 굳이 내 이름을 감추고 싶은 생각은 없다.
또 직접 만나서 주기에는 조금 어색하다. 당분간은 그녀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 기명 송금을 선택하셨습니다.
- 송금 완료되었습니다.
서비스가 나쁘지 않다. 내가 직접 송금해 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몇 분이나 지났을까? 전화벨이 울렸다.
"너 이거 뭐야?"
인사도 하기 전에 대뜸 공격적으로 물어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은희였다.
"응?"
"이 돈 뭐냐고? 이 미친놈아!"
"아! 그거?"
송금이라더니 벌써 보낸 모양이다. 일 처리 속도가 무척 빠르다.
"너 설마 이거 그 일 때문에 그런 거 아니지?"
"그 일? 무슨 일?"
난 시치미를 뚝 떼고 모른척하기로 했다.
"으... 여튼 이거 뭐야. 설명해."
그녀도 우리의 실수(?)를 다시 거론하기는 불편한 모양이다.
"공돈이 좀 생겨서 말이야."
"공돈?"
"어. 잠깐만."
난 바닥에 놓인 오만원권 뭉치를 재빨리 찍어 그녀에게 메시지로 보냈다.
"어? 이거 뭐야? 설마 너 토토라도 한 거야?"
"넌 내가 언제 도박 같은 거 하는 거 봤어?"
"하기는... 그럼 뭐야?"
"전에 보너스로 주식 사놓은 게 이번에 제법 올랐어. 계속 넣어두면 다시 떨어질 것 같아서 뽑았는데, 니 생각 나더라고. 너 요즘 돈이 필요하다며?"
"..."
그녀는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빌려주는 거야? 그럼 미리 말이라도 했어야지."
"친구 사이에 빌려주는 게 어딨어. 그냥 니 거니까 써."
어차피 줘야 할 돈. 최대한 생색을 내기로 했다.
"아니. 무슨 이렇게 큰돈을 그냥 쓰라 그래? 정 그러면 나중에 갚을..."
"아. 시끄럽고. 그냥 나눠 쓰자. 나 친구한테 돈 빌려주고 그런 거 안 한다구."
난 그녀에게 그 돈을 무조건 줘야만 한다.
그러니까 빌려주는 건 안 돼! 그냥 받아.
그래야 또 AV 메이킹인지 AV 마스터인지 계속 할 수 있단 말이야!
"... 영웅아"
그녀의 목소리는 살짝 젖어있었다. 괄괄하기만 하던 목소리가 그렇게 젖어 드니 불현듯 그날의 일이 생각났다.
그녀가 내 아래에 깔려 가냘픈 목소리로 애원하던 모습이 떠오르자, 갑자기 물건이 성을 내기 시작한다.
"갑자기 돈이 생기니까 니 생각이 나더라고. 뭐 너라면 안 그러냐? 의리! 알지? 의리!"
그녀는 의리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짜식. 잘 아는구나! 나도 의리는 있어."
다시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로 돌아갔다.
하지만 한 번 그녀의 알몸을 떠올린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수록 점점 더 흥분되어 가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다시 그녀와의 섹스를 원하고 말 것 같았다.
뭐... 꼭 나쁠 건 없지.
은희랑 다시 섹스를 하고, 다음 작품을 내고... 또 돈을 벌고, 그녀에게도 득이 되고...
머릿속이 복잡하다.
안 돼!
하지만 안 돼!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다시 그녀와 그런 식으로 얽히면 안 된다고 경고를 한다.
그러다가 몸정까지 들어버리면 연인 관계로 직행이다.
그렇지만 난 AV 마스터로 수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래. 은희와 다시 관계를 맺는 것이 파국적인 결말로 이어질 것이 너무나도 명백하게 보였다.
"됐지? 여튼 니 거니까 너 필요한데 써. 그리고 나 지금 바빠."
난 그녀와의 통화를 빨리 매듭짓고 싶었다.
계속 은희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만나자고 할 것 같았고, 다시 만나서 함께 자자고 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여튼 고맙다."
은희는 정말로 감동받은 듯싶다. 천만 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요가 학원을 시작하고 벌써 몇 달 동안 수익이 없고, 지출만 있는 상황에 그 돈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은희와 통화를 끝내고, 난 다시 생각에 잠겼다.
2,170만 원이라...
다시 AV 메이킹을 하면 또 이런 돈을 벌 수 있겠지?
상당히 기대된다.
그런데 그러자면 여배우가 필요하고...
캐스팅 카드가 있어야 하는데...
처음 받은 캐스팅 카드는 이미 써버렸다.
캐스팅 카드! 그게 필요한데...
그러니까 지금쯤 안내가 나와주지 않으려나?
아니나 다를까? 내가 고민을 시작하니, 지체 없이 안내가 나온다. 이제 대충 사용 방법을 알 것 같다.
- 추가 카드를 원하시면 다양한 종류의 카드가 혼합되어있는 카드 팩을 구매하셔야합니다.
- 한 팩에는 반드시 한 장 이상의 캐스팅 카드를 포함하는 세 장의 카드가 들어있습니다.
- 카드 팩의 가격은 1,000만 원입니다.
"천만 원?"
처음에는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바로 생각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정산에서 대략 2,000만 원을 넘게 받았다. 그런 수익을 다시 올리기 위해서는 다시 한 편의 영상을 찍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캐스팅 카드가 필요하다.
세 장의 카드 중에 캐스팅 카드가 없을 수도 있다면, 무척이나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 장은 들어있다고 하니 부담이 준다.
그러니까 손해는 보지 않는다.
캐스팅 카드가 한 장 이상이라고? 어쩌면 두 장이나 세 장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설정과 액티브에 대한 호기심도 생겼다.
두 카드의 효용성은 이미 은희와 관계를 하며 충분히 체감했다.
흐흐흐... 좋은데?
"카드를 구매하겠어."
말을 마치자마자 내 앞에 놓여있던 돈다발 중 두 개의 다발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정말 트레이드 카드에 사용되는 카드 팩이 나타났다.
난 카드 팩을 들어 포장을 뜯었다.
과연 어떤 카드가 나올까?
설정 카드 < 면역 >
액티브 카드 < 불임 >
캐스팅 카드 < 능욕형 주인공 >
우선 가장 중요한 캐스팅 카드부터 확인해보았다.
캐스팅 카드 < 능욕형 주인공 >
- 캐스팅된 배우는 AV 마스터에 의해 능욕당할 때 쾌감을 얻습니다.
- 능욕으로 얻어지는 쾌감은 본연의 성적 욕구와 무관합니다.
- 굴욕적인 관계, 수치스러운 상황, 의지에 반하는 행위, 자존심의 파괴, 협박 등이 효과적입니다.
- 느끼는 쾌감의 크기는 느끼고 있는 굴욕, 수치의 크기에 비례합니다.
와우! 쩐다! 이거야말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성인물에서만 가능한 설정이다.
세상 어느 여자도 정말로 억지로 당하면서 쾌감을 얻지는 못한다.
아니.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이다.
아니라고?
내가 만약 내 나이의 두 배쯤 되 나이든, 나보다 50kg 정도 더 무거운 여자에게 억지로 당하고 있다 생각을 해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일이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수십억 인구 중 한 명도 없다고 단언할 수야 없겠지만, 뭐 정신이 이상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하지만 성인을 위한 영상물에서는 아주 빈번하게 그런 설정이 이용된다.
처음에는 거부하다가 몸이 느끼는 쾌감에 함락되고 만다는 설정은 늘 먹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게 나한테는 설정이 아니게 되었다?
흐음...
쩌는데?
설정 카드 < 면역 >
- AV 마스터는 성적 관계에서 모든 감염병에 면역되어있습니다.
음... 확실히... 내가 이 능력을 지니고 있는 이상, 앞으로 적지 않은 여자들과 관계를 맺을 터이다.
다수의 상대와 관계를 한다면 아무리 조심해도 운이 나쁘다면 좋지 못한 병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그건 콘돔을 사용한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면역>이라는 카드는 정말 신의 한 수이다.
마지막으로 액티브 카드를 확인해보았다.
액티브 카드 < 불임 >
- 성관계를 통해 상대를 임신시키지 않습니다.
- 주의! 상태를 해제하면 매우 높은 확률로 상대를 임신시킵니다.
좋다. 정말이다.
관계를 통해 누군가를 임신시킬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다니, 이제 여자들과의 관계에 아무런 부담도 없다.
세 장의 카드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좋다.
천만 원이라는 거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돈만 더 있었다면 팩을 하나 더 사고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남아있는 천만 원은 아직 쓸 수 없다. 다음 캐스팅에서 배우 개런티로 사용해야 한다.
물론 정 필요하다면 내 통장을 털 수도 있지만, 그럴 생각까지는 없다. 아직 이 AV 마스터라는 것에 완전히 신뢰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 두 번째 주인공을 찾아 다시 실험을 해봐야겠다.
과연 이번에도 내게 돈더미를 안겨줄지...
주변에 있는 여자 중 누가 적절할지 고민이 들었다.
다시 한번 은희와? 하는 생각은 이미 보류했다.
더군다나 그녀를 능욕? 하고 싶은 생각은...
갑자기 반항하는 은희를 마음대로 농락하는 장면을 머리에 그리자 엄청나게 꼴린다.
아. 안돼! 안 해!
그건 정말로 그녀와의 관계를 파탄 낼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다른 여자를 생각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