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화 〉@1. 나를 남자로 보지 않던 여사친이 짓궂은 장난을 치며... (6/377)



〈 6화 〉@1. 나를 남자로 보지 않던 여사친이 짓궂은 장난을 치며...

"이제 자자..."
욕실에서 나온 은희는 벌거벗은 몸으로 침대에 누워 날 껴안았다.

"너 이젠 발기해도 아무것도 안 해준다."

"나도 이젠 기운이 없어."

"자자."


그리고는 마지막 키스라며 내게 입을 맞추었다.


정말로 피곤했던 모양이다. 그녀는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코를 쌕쌕거리며 잠이 들었다.

나도 피로가 몰려왔다.

그대로 잠이 들려는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첫 번째 메이킹이 끝났습니다. 촬영한 메이킹 필름을 편집해야 합니다.
- 자동 편집과 수동 편집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원하는 방식을 선택해주세요.


거의 잠에 빠져버릴 듯한 순간이었다.
무언가를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자동 편집을 골랐다.


편집을 시작합니다.
- 편집이 끝난  자동 제출을 원하십니까?


자꾸만 귀찮게 한다. 거의 비몽사몽 지간에  그냥 그렇다를 선택했다.


- 편집이 끝난 영상물의 레이블을 정합니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알려오지만, 난 정말로 지쳐있었고, 더이상 생각할 정신이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니 방에는 나 혼자뿐이다.
은희는 어느새 일어나 먼저 나간 모양이다.


몇 시인지 확인하려 전화기를 켜자 몇 개의 메시지가 와있다.

- 니 얼굴 보기 어색해서 먼저 간다.


- 어제 일은 미안.


- 그래도  좀 너무한 듯.


솔직히 죽여줬음.


- 아! 진짜! 쪽팔려서  얼굴 다시 못 볼 듯!


- 그니까 당분간 연락하지 마! 나 잠수탄다.

- 혹시 서운한  있으면 이고 보고 화 풀어.

그리고는 사진 하나가 보내져 있다.
그녀가 입에 내 물건을 물고 손으로는 V자를 만들고 찍은 사진이다.
얘는 이런 사진을 찍었다가 잘못돼면 어쩌려고...


여하튼 땡큐!

아... 시바. 보내지 말걸... 벌써 후회하는 중.


- 메시지도 보내지 마. 죽을 거 같으니까.




횡설수설하는 걸로 봐서 메시지를 보낼 때까지도 여전히 정신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보고 있던 나도 자책감과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결국 저질렀구나.


하필이면 친구를 실험 대상으로 삼고 말았다.


...
그래도 후회가 되지는 않는다.

그만큼 좋았다.

은희와의 관계가 그렇게 기분 좋을 줄은 몰랐다.

아... 또 괜히 미안해지네...

그건 그렇고... 어제 있었던 일은 정말로 AV 마스터라는 것 때문이었을까?

이제 내게는 더이상 캐스팅 카드가 남아있지 않았다.
은희를 대상으로 삼고 사라진 뒤부터 다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흠... 그럼 이걸로 끝인 건가?
이제 내게 캐스팅 카드는 더는 남아있지 않았다.


은희와의 관계가 끝나면 뭔가 생길  알았는데...


그때였다.

- 편집된 영상이 마켓에 성공적으로 업로드되었습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느닷없이 알려오는 소리에 당황하고 말았다.


"마켓?"

AV 마스터가 메이킹한 영상은 편집 후 마켓을 통해 유통됩니다.
- 주요 유통 채널을 확인해주십시오. www.dvm.co

"하하... 무슨 소리야..."
난 정신이 홀린 듯 스마트폰의 브라우저를 켜고 알려주는 주소를 적었다.

그리고 성인 비디오가 잔뜩 늘어선 사이트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동양과 서양의 성인물이 가득하다.

개인 동영상 따위는 하나도 없고, 기업에서 정식적으로 제작된 레이블이 있는 영상들이다.


영어와 일본어로 구성이 되어있고...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세계 최대의 성인물 유통 사이트라고 한다.


성인 동영상을 다운로드 방식은 물론이고, 통신 판매, 대여점 유통 등 모든 채널을 통해 배급하는 곳.
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은 성인물 유통 전반에 지배적인 사업자란다.


그러니까 여기에 내가 찍은 영상이?


아! 이거 뭐냐? 완전히 좆됐다...
만약에 은희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놈이 되었고, 어쩌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응? 그런데 난 동영상 같은 거 찍은 적 없는데...

당황한 나는  수많은 동영상 중 내걸 찾아보려 했지만, 수가 너무 많다.

영상물의 유통 넘버는 AVM-001입니다.

친절하게도 품번을 알려줘 금세 찾을 수 있었다.

- 나를 남자로 보지 않던 여사친이 짓궂은 장난을 치면서 유혹해오던 날에...


제목이 참으로 길기도 했다. 하긴 대개 성인물의 제목은 길 편이다.


그런데 섬네일에 나온 여자 사진이 정말로 은희와 비슷한데 조금 분위기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섬네일을 눌러 들어가니 스크린 샷이 나온다.

"엉? 뭔가 다른데?"


여자 주인공의 모습이 은희와 굉장히 비슷한 분위기였지만, 또 꽤 다르다.

그러니까 언뜻 비슷하다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같은 사람은 아닌...

아! 포토샵 보정인가?


요즘의 사진들은 포토샵으로 전부 보정을 해서 모델과 사진이 전혀 다른 경우가 많다.


뭐 성인물도 대개 그렇기는 하다.

그렇다해도 조금 많이 다르다.

아무래도 동영상을 직접 봐야 할  같은데?

- 편집 완료된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합니다.

스마트폰의 무비 플레이어로 확인하니 정말로 그 이름의 동영상이 들어와 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플레이를 눌렀다.

...


"오랜만이다."
첫 장면은 1인칭 시점으로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는 장면이다.


묘하다. 사무실이 내가 근무하는 장소와 비슷한  다르다.
분위기는 무척 비슷하지만 누가 봐도 그 사무실은 아니다.

포토샵 따위로 어찌할  있는 수준이 아니다.
차라리 3D 프로그램으로 배경을 새롭게 만든 것이라면 모를까?

어쨌든 영상을 계속 시청했다.


장면이 바뀌어 술집으로 가니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가 반겨준다.

확실히 은희는 아니다.

분위기는 많이 닮았지만, 누가 봐도 그녀는 아니다.


함께 술을 마시고,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다가, 모텔로 들어가서 옷을 벗었다.


몸매는 그녀가 맞다.


하지만 얼굴은 그녀가 아니다.

남자의 얼굴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요즘 유행하는 1인칭 시점의 영상물이다.

그리고 두 남녀의 진한 성행위가 이어졌다. 역시 성인물은 섹스신이 전부로구나.
볼맛이 있다.


무엇보다 여배우의 리액션이 훌륭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남사친에게 장난을 치며 유혹을 하다가, 막상 성교 장면에 들어가선 금세 느끼는 모습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특히 표정 연기가 일품이다.


그걸 보고 있으니 금세 발기가 된다. 당장  번 뽑고 싶을 정도였다.

뽑았다...

조금 자괴감이 들었다...



휴우...

그래도 동영상을 보고 나니 안심이 된다.

틀림없이 나와 은희의 이야기이지만, 다른 배우가 나오는 영상이다.

은희를 알고 있는 누군가가 그걸 본다면, 그녀를 떠올릴  있겠지만, 분위기가 무척 비슷하다 생각할 것이다.
절대 같은 사람이라 여길 수는 없다.


AV 메이킹이 이런 거였나?
내가 여자를 캐스팅해서 섹스하면 그게 동영상이 된다?
그리고 그걸 전 세계적인 성인물 사이트에 올린다고?

음...
이건... 좀... 아닌데?

내가 여자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기분이 나빠진다. 꼭 함정에라도 빠진 기분이다.

동영상은 꽤 잘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아 몰입감이 있었다.

뭐. 진짜니까...


하지만 다 보고 나니 심각한 현타가 온다.

아... 이걸 왜 미리 알려주지 않은 거야?

하기는 미리 알려주었다면 내가 그 캐스팅 카드인지 뭔지를 소중한 친구에게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니 그 어떤 누구를 대상으로도 쉽게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동영상은 내 스마트폰에 남았지만, 난 더는 그걸 볼 생각도, 남은 네 장의 카드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자꾸만 기망을 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설정 카드는 여전히 효과가 있었다.
지하철이든 거리에서든, 혹은 사무실에서든 여자들의 은밀한 장소를 목격하거나, 예상치 못하게 직접 접촉하고는 한다.

그렇다고 그걸로 날 불쾌해하는 여자도 없다.

오히려 얼굴이 빨개져서 사과를 하거나, 감사를 표시하곤 한다.

나쁘지 않은데?

솔직히 남자라면 그렇잖아? 흐...


그렇게 난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있었다.



은희로부터 메시지가  것은 우리가 사고를 치고 닷새 정도 흐른 뒤였다.

- 머함!

- 일하다 쉬는 중.


- 잘 지냈냐?

- 머 그냥 그렇지.


- 뭐 줄 거 있어서. 받아!

사진이 한 장 왔다. 벌거벗은 여자가 거울 앞에서 손을 V자로 하고 찍은 사진이다. 스마트폰으로 얼굴을 가려 누군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난 그 주인공이 은희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다시 또 한 장의 사진이 날라왔다.

이번엔 그녀가 바닥에 앉아 다리를 M자로 펼치고 다시 손으로 V자를 하고 있는 사진이다. 역시 얼굴은 가렸다.

다시  장의 사진이 왔다.


그녀가 바닥에 엎드려 엉덩이를 뒤로 한껏 빼고, 고개를 돌리고 스마트폰으로 거울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이다.

와우!
마지막 사진은 정말로 취향 저격이다.

- 감사! 감사! 백만 번 감사!


왜 이런 사진을 보내준 건지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걸 받고 기분이 나쁠 수야 없다.

- 말할까 말까 고민 많이 했는데. 아무래도 해야 될 거 같아서.


- 뭘?


그날  잠들었을 때, 내가  발기시키고 사진 찍었거든.


음... 그럴 줄이야! 조금 그런데...
하지만 뭐 내가 저지른 일이 있으니...


너랑은 다시는 안 하기로 결심했으니까, 딸감으로 쓰려고.


- 그럼 인정.


-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너 때문이야.

- 그것도 인정.

그래서 사실  양심에 찔렸는데. 생각해보니까, 너한테도 뭔가 주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서 말이지.

- 그니까 니 사진도 얼굴은 안 나왔어. ㅋㅋㅋ. 고맙지?

- 감사! 감사! 그래서 내 사진 보고 딸쳤어?


- 00.... 졸라 좋음. 걔랑 할 때보다 니 사진 보고 하는 게 더 좋음. 그니까 너도  사진 보고 딸쳐.


- ㅇㅋ. 지금 바지 벗는 중.

미친놈. 여튼 이게 마지막! 앞으로는 이런 얘기는 다시 하지 않기.

- ㅇㅇ. 알았어. 그럼 더 진한 사진 하나만  보내주삼.

ㅇㅇ;; 어떤 거?

- 너 자위하는 거?


- ㅗ 0..0 ㅗ
- 이거 먹어.
- 많이 먹어. ㅗㅗㅗㅗㅗ

그리고 메시지는 끊어졌다.


하지만 한 시간 정도 지나 정말로 파일 하나가 왔다.
이번엔 동영상이다.
거울 앞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자위하고 있는 여자의 동영상이다.
스마트폰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너무나  알 수 있었다.


영상의 마지막에 스치듯 그녀의 얼굴이 나왔다.


확실히 착한 친구이다.


또다시 양심에 가책을 받는다.

응? 하아... 그래도 좋았던 것은 어쩔 수 없다.


뭐. 그녀도 만족한 것 같으니 죄책감이 덜하다.

- 메시지 보내지 마. 쪽팔려 죽을  같아.
- 다시 잠수한다.

그렇게 다시 은희와의 연락은 끊겼다.


그때즈음 AV 마스터라는 것에 대해 점점 신경을 쓰지 않게 되어가고 있었다.



- 영상물 AVM-001의 정산을 시작합니다.

응? 뭐라고?
이놈은 항상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짓을 한다.


정산이라니?



- AV 마스터의 첫 번째 영상물인 AVM-001이 마켓에 출시되고 일주일이 경과되었습니다.

- 첫 번째 정산을 시작합니다.

- 해당 영상의 카피 당 소매 가격은 $29.9입니다.


- 당일 환율 기준 ₩31,200입니다.


이하 모든 환율은 대한민국 원화를 기준으로 합니다.

- 변경을 원하시면 언제라도 변경 요청을 해주십시오.

- 출시 후 1주일 동안 집계된 판매 수량은 1,521카피로 총매출액은 47,455,200원입니다.

해당 기간의 렌탈액은 39,352,300원입니다.

- 총매출액은 86,807,500원입니다.

- 소비세, 판매 수수료  홍보비, 기타 제반 비용으로 매출액의 60%에 해당하는 52,084,500원이 청구됩니다.

- 자동 편집 비용 3,000,000원이 청구됩니다.

배우 개런티 10,000,000원이 소요됩니다.

- 총 수익은 21,723,000원입니다.

- 수익을 수령하실 수 있습니다.

"수익이라고?"
생각지도 못한 정산이라는 말에 엄청나게 당황했다.

그것도 한두 푼도 아니고 2,000만 원이 넘는 거금이다.

내가 1년 동안 아껴 쓰며 살아도 모으기 힘든 금액.

'수령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뭐지? 뭐지? 뭐야? 뭔데?
정말 주는 거야?
언제 주는데?
어떻게 주는 거야?


- 수익을 수령하시겠습니까?

"예!"
당연히 내가 해야 할 대답은 하나뿐이다. 안 받을 이유가 없다.

- 수익의 수령 방식을 선택하세요. 현재 현금과 송금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현금?"
얼떨떨한 가운데 난 현금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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