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화 〉 보라의 이유 있는 질투
* * *
3월... 차츰 푸르름이 캠퍼스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리고 계절뿐 아니라, 내 세 마리 암고양이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리고...
암고양이들 중 한 마리는 특히 더...
* * *
점심 시간.
"오늘은 왠지 매점에서 파는 새우 버거랑 달콤한 바나나 우유가 땡기네.."
"오빠~ 에보니 아기 낳으면 오빠에게 매일 신선한 우유 줄 수 있어요~!"
"에보니. 어른이가 모유 먹으면 배탈 나서 안 돼."
고양이 미소녀 에보니의 변태적 모유 드립에 내 옆에서 걷고 있던 보라가 내 얼굴을 쳐다보며 빙긋 웃는다.
여자를 젖소 취급하는 섹드립에 부끄러워 하기는 커녕 미소를 짓다니...
내 여친이 된지 1년. 우리 보라도 남친 닮아 점점 변태가 되어 가고 있다.
* * *
옥상.
"에보니."
"네~ 언니~"
"찬우야."
"어. 왜?"
"우리 나래 오면...."
"나래 오면...?"
다음 순간, 내 사랑스런 여친 보라가 자신이 변태임을 당당히 커밍아웃하는 말을 내뱉는다.
"나래 오면, 우리 넷이서 여기 옥상에서 포썸할까?"
"네! 네 명이 사이좋게 포썸해요~! 냐아아앙~!"
"......"
"오빠. 포썸이 뭐예요?"
"푸우웁~~!"
'포썸'이 뭔지도 모르고 명랑하게 대답부터 하는 에보니. 하지만 내 입에선 대답 대신 씹고 있던 문어 모양의 비엔나 소시지가 튀어나왔다.
"아앙~"
에보니가 자신의 얼굴로 날아오는 비엔나를 덥썩 입으로 캐치하더니 씹지도 않고 꿀꺽한다.
"냐아옹~ 오빠 침이 묻어 있어서 더 맛있어요~"
"보라 너 지금 포썸이라고...?"
"바보. 농담이야. 소시지 토하지 마."
"오빠~ 소시지 하나 더 주세요~"
"......"
입을 앙~ 벌리고 소시지 날아오기를 기다리는 에보니.
"에보니. 너무 귀여워."
"언니. 에보니 귀여워요?"
"응. 고양이 같아서 너무 귀여워."
"언니가 에보니를 좋아하니까 에보니도 보라 언니가 많이 좋아요~"
"휴우~"
정신 없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자,
"어제 나래랑 무리했지?"
"무슨 무리...?"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나래가 늦네..."
살짝 그늘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보라.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걸까?'
보라를 흘깃거리고 있자,
"아~ 시원해~ 옥상이라 경치도 좋고. 아! 에보니! 보라야~ 주인님~!♪"
옥상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나래가 명령하게 외친다. 뒤를 돌아보자 옥상 문쪽에서 나래가 도시락통을 흔들며 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주인님. 좀 늦었어요. 할아버지 교수님이 강의를 늦게 끝내 줘서..."
끝나기 10분 전에 강의실 뒷문으로 빠져나온 나와 달리, 범생인 나래는 강의를 끝까지 듣고 옥상으로 올라온 모양이다.
"이보라. 나래 왔으니까 니가 말한 대로 여기서 포..."
내 입에서 포썸이란 말이 나오려는 순간, 보라가 찌릿 도끼빔을 발사한다.
"포.... 포근하게 점심이나 먹을까?"
"네? 주인님. 재밌어요~"
"냐아옹~ 포근하게~! 포근하게 점심 먹어요~!"
"앞으로 너한테 농담 안 할래."
"......"
"주인님. 오늘부터 여기서 점심 먹을 거예요?"
"도시락 까먹는 장소로 옥상보다 더 좋은 곳은 없어."
"저, 주인님이 시키신 대로 도시락 준비해 왔어요~"
그렇게 말하며 나래가 보라의 밥 반 반찬 반 도시락과는 차원이 다른 3단 찬합을 눈 앞에 펼쳐 놓는다.
소고기, 참치, 우엉 김밥, 샐러드, 과일. 영양 밸런스까지 챙긴, 요리 좀 하는 거 티 팍팍내는 본격적인 도시락이다.
"주인님, 많이 드세요. 에보니도 많이 먹어."
에보니... 나래가 먹으라고 하기도 전에 이미 참치 김밥 손으로 집어 먹고 있다...
"넷이 먹으려고 많이 싸왔어. 보라 너도 먹어 봐."
"미안, 먹고 싶은데 배불러서..."
'내 도시락이랑 너무 비교 돼...'
보라가 싸온 도시락은 비엔나 소시지랑 어묵볶음에 깨 뿌린 흰 쌀밥.
아무거나 잘 먹는 내가 이미 다 먹어 치워서 도시락통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내가 다 먹어서 배고플텐데 보라는 나래가 싸온 도시락엔 손도 안 댄다.
"맛있긴 한데 보라가 싸온 도시락 내가 거의 다 먹어서 별로 식욕이..."
"바보. 그러니까 내가 싸온 도시락 조금만 먹지. 나래가 이렇게 맛있는 도시락 싸 왔는데..."
"보라 네가 싸온 도시락 되게 맛있었어."
"보라 언니~ 비엔나 소시지 정말 맛있었어요~"
"에보니. 숙녀는 남이 뱉은 거 냉큼 받아 먹으면 안 돼. 앞으로는 그러지 마."
"오빠는 남이 아니라서 괜찮아요~"
'에보니는 정말 솔직해. 부러워...'
* * *
방울 토마토, 참외, 망고, 바나나. 칸막이로 구분된 과일 찬합에 있는 과일을 하나하나 맛있게 집어먹는 에보니.
그 모습을 빙긋 웃으며 언니의 눈빛으로 쳐다보는 나래와 보라.
내가 하나 남은 망고 조각을 이쑤시개로 찍어 그냥 손에 들고 있자,
"오빠~ 그 망고 안 먹을 거예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올려다보는 에보니의 눈빛 공격에 먹고 싶은데 먹겠다는 말을 못하겠다.
"망고가 그렇게 좋아?"
"네! 망고 달콤해서 너무 좋아요~"
'이게... 고양이면 생선이나 먹지...'
"오빠. 그거 안 먹을 거예요?"
'먹을 거야.'
"나도 망고 좋...."
"냐아옹~ 잘 먹겠습니다~!"
먹으란 말도 안 했는데, 망고를 덥썩 문다.
'망고... 나도 좋아하는데....'
* * *
"아~ 날씨 진짜 좋다."
망고 빼앗긴 게 분해,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중얼거리자 옆에서 보라가 핀잔을 준다.
"먹구름 끼는데 뭐가 좋니?"
"여친은 난데, 요며칠 나래하고만... 궁녀들 중 방치된 궁녀A가 된 기분이야...'
요며칠 방치했더니 보라가 단단히 삐친 모양이다. 이럴 땐...
"에보니, 나래. 너희 먼저 내려가. 난 보라랑 좀 할 얘기가 있어."
"네, 오빠~"
"네, 주인님."
도시락을 모두 비우고, 나래와 에보니를 보낸 뒤 먼 하늘을 바라보자,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질 듯 하늘이 흐려지면서 먹구름이 낮게 깔렸다.
하늘을 쳐다보고 있자, 보라가 먼저 입을 연다.
"할 얘기 있으면, 빨리 해. 오늘까지 레포트 끝내야 해서 시간 별로 없어."
보라가 쌀쌀맞게 쏘아붙이며 휙 고개를 돌린다.
"30분 정도면 끝나니까 걱정마."
"뭐? 무슨 얘기를 그렇게 길게...아...."
보라의 뒷말은 내 입술에 막혀 더 이상 새어나오지 않았다.
* * *
소나기가 퍼붓고 있다. 옥상 물탱크 뒤. 나는 보라의 두 손을 잡고 위로 치켜올려 펜스에 밀어붙이고 거칠게 입술을 빼앗었다.
쏟아지는 빗줄기로 주위의 사물을 분간하기도 쉽지 않다.
혹시 누가 올라올지도 몰라 일단 [러브러브 결계냥!]으로 옥상 전체를 내 나와바리로 지정한 뒤 방치한 여친을 빗속에서 뜨겁게 사랑해 주기로 결심한 상냥한 남친...
"하기 전에 샤워할 필요 없겠는데?"
"바보. 흠뻑 젖어서 기분 나빠. 속옷까지...."
"아~ 시원해. 너무 상쾌해."
옥상이 거대한 노천 샤워장이 된 기분이다. 게다가 나와 보라가 서 있는 이 샤워실.. 너무 아름답다. 단점이라면, 물을 잠글 수도 수압을 조절할 수도 없다는 거.
기분 좋은 소나기에 뼛속까지 흠뻑 젖자, 온몸에 쌓인 묻은 먼지가 모두 씻겨내려가는 기분이다.
'설레여.. 역시 난 찬우를 좋아해. 찬우가 좋아. 다른 여자를 만나도 찬우를 미워할 수가 없어.'
쏟아지는 소나기 속에서 딥키스를 교환한 뒤, 보라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내려다보자, 흠뻑 젖어 속옷까지 비춰 보이는 블라우스 속에서 몸을 떨고 있다. 품에 안아 버리자...
"바보. 여친 방치해 두고 다른 여자랑...."
"내가 미워.."
"아니. 질투해서 미안. 사과하는 의미로..."
그동안 쌓인 서운함을 토해내더니 갑자기 청바지 지퍼를 내리고 팬티 안에 손을 집어 넣어 곧바로 자지를 감싸고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이거, 어제 나래한테 넣었어?"
"........"
넣었지만 분위기 깨질 것 같아 침묵으로 얼버무리자 더 이상 추궁하지 않고 보라의 손이 굳어지기 시작한 자지를 천천히 훑기 시작한다.
"왜 빨리 안 서?"
"뭐? 그야..."
"나래가 만져 주면 빨딱 서지? 내가 나래보다 매력이 없어서 그래? 그래서 빨딱 안 서는 거야?"
"뭐...?"
"나... 며칠 전에 동아리실에서 너랑 나래가 하는 거 봤어. 나래가 네 항문까지 핥으면서 황홀해 하는 그 얼굴이 잊혀지지 않아..."
[러브러브 결계냥!]도 안 치고 문도 안 잠그고 동아리실에서 떡치다 보라에게 딱 들킨 모양이다. 어쩐지....
좆됐다... 보라가 질투하며 앙칼지게 나올 만도 하다....
"변태가 좋아?"
"뭐?"
"지금도 비오는 옥상에서 나한테 변태짓하고 있잖아?"
"좋을지도...."
"알았어. 나도 변태가 될 거야."
'찬우 네가 원한다면 항문을 핥으며 좋아하는 나래처럼 나도 변태가 될 수 있어...!'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청바지 지퍼에 손을 집어 넣은 보라가 흠뻑 젖은 손으로 흠뻑 젖은 자지를 계속 훑고 있다.
"찬우야. 나도 노력할 게. 나도 나래처럼 네 항.... 그러니까 나도 나래 만큼 변태적인 거 할 수 있어."
내 항문까지 혀로 핥는 나래에 대한 질투심과 라이벌 의식에 불타는 보라가 팬티 속에 집어 넣은 손을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나를 위해 기꺼이 변태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보라에게 우월감과 정복욕을 느끼며, 나는 청바지를 벗고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팬티 속의 발기 자지를 꺼냈다,
그리고 보라에게 변태가 될 기회를 주기 위해 음란한 명령을 내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