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화 〉비오는 여름밤. 내 원룸에서 보라와 하룻밤 (1) (7/137)



〈 7화 〉비오는 여름밤. 내 원룸에서 보라와 하룻밤 (1)

-비오는 여름밤. 내 원룸에서 보라와 하룻밤 (1)-

"아, 비..."


"아, 정말..."

갑자기 맑은 하늘에서 여름 비-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내 옆에 바싹 붙어 같이 걷고 있던 보라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린다.

"저녁에 소나기 온다고 했는데.. 우산 깜빡 했어.."


"나도."

"어쩌지?

"거의 다 왔으니까, 집까지 뛰어갈까?"


"내가 만든 저녁 먹고 싶다고 했잖아? 집  슈퍼에서 사려고 아직 요리 재료 하나도 안 샀는데..."


"다음에. 오늘은 그냥 피자 시켜먹자."

"아, 정말~ 너한테 맛있는 거 만들어 주려고 어제 밤새도록 유명 요리 유튜버 동영상 보면서 레시피 연구했는데...."


나는 투덜대는 보라의 숄더백을 낚아채 가슴에 안고 외쳤다.


"보라야, 뛰어!"

"아! 찬우야! 같이 가!"

* * *

[짝짓기 어플]을 이용해 호감도를 만렙(10)으로 올린 뒤 내 원룸에서 순결한 여사친 보라와 짝짓기를 한 뒤, 서로 모솔을 졸업한지 일주일 정도 지났다.

에보니가 튜토리얼 겸 [짝짓기 어플]의 위력을 보여 주기 위해 일시적으로 만렙으로 Up시켜 놓은 보라의 호감도는 다음날 원래대로 돌아갔다. 오늘 학교에서 [짝짓기어플]을 실행시켜 [스파이냥] 스킬로 슬쩍 확인해 본 결과, 현재 보라의 프로필에 표시된  호감도는 [5] 즉 남친으로 날 인식하는 단계다.

호감도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하면, -(마이너스)는 혐오. 0은 무관심. 그리고 1~3까지는 어느 정도 호감이 있는 정도. 그리고  4~5는 이성으로 끌리고 남친으로인식하는 단계. 6~7은 흔한 연인 관계 . 호감도가 8이 넘으면 주인님으로 인식하면서 복종하는 단계. 마지막으로 9~10(만렙)이면 주인님으로 섬기면서 노예처럼 절대복종하는 단계다.


보통은 손을 잡고 키스를 한 뒤 페팅(petting) 단계로 넘어가 섹스에 골인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단계를 완전히 거꾸로 밟아 짝짓기부터 시작해 사귀기 시작한 우리 두 사람.

이미 볼 거 다 보고  거  했지만 내가 사귀자고 고백해, 보라가 승인, 커플이 된지 오늘로 겨우 이틀째다. 보라의 호감도가 [5]로 상승한 건 내가 첫남자이기 때문. 하지만 나와 보라 사이엔 꽁냥꽁냥한 추억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추억을 만들기 위해 어제, 저녁을 만들어 달라고 말해 봤는데, 보라도 같은 생각인지 그 자리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도착!"

"하아.. 세이프.. 하아..."

거의 비에 젖지 않고 무사히 원룸 정문에 도착.


"들어가자."


"나, 남자가 사는 방에 들어가는 거 처음이야. 왠지 긴장 돼."

그날 원룸에서 있었던 일은 일시적으로 상승시킨 호감도가 원래대로 돌아갈 때 모두 사라져, 보라의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다. 나와 섹스를 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뿐이다.

복도에 서서 원룸의 문을 열자,


"찬우야."


"응?"


"나,  방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 거야?"

"뭐? 뭐가 어떻게 돼?"

"그러니까 내 말은.. 이방에서 날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거.. 아니지?"


"아, 아무 짓도.. 안 해..."


"정말?

"어...."


"피, 아무 짓도  할 거면 뭐하러..."

"뭐?"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호호~ 찬우야, 어서 들어가자~"


"......."


"찬우야, 뭐해?~ 들어 와~"

"어? 어..."

주인보다 먼저 쏙 방 안에 들어간 보라가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다.


내가 보라를 자빠뜨리는  아니라, 보라가 날 자빠뜨리고 따먹을 것 같은 행복한(?) 예감이...
정말 기억이 모두 사라진 듯, 호기심어린 눈으로 방을 두리번거리는 보라.


"미안. 방 엄청 지저분하지. 치운다고 치웠는데..."

"정말 치우긴 치운 거야?"


"어? 어.. 나름..."

"누가 남자 아니랄까봐... 알았어. 치운 걸로 인정해  게."


"쌩큐~"


"후훗. 사귀는 사이니까, 내가 가끔 놀러와서 방청소 정돈  줄 게~"

"어? 어.. 고마워. 보라야, 거기 아무데나 앉아."


"응."


방 중앙으로 걸어간 보라가 누가 여자 아니랄까봐 치마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더니 바닥에 여자스럽게 앉는다. 보라와 마주 보고 앉자... 주체 못할 정도로 심장이 뛰고 얼굴이 화끈거려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찬우야, 왜 그래? 얼굴이 빨개. 괜찮아?"

"어? 어.. 괜찮아..."


"정말 괜찮아? 숨 쉬기 어렵니? 콧구멍까지 벌렁거리고..."

"이보라!!!"

나는 보라를 덮쳐 그대로 바닥에 자빠뜨렸다.

"자, 잠깐!?"


불과 며칠전까지 모솔이었던 소심한 내가 덮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보라는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있는 보라의 두 손을 잡고 위로 치켜올리자,

"꺄아아아, 짐승! 아무짓 안 한다고 했잖아?"


'나에 대한 보라의 호감도는 [5]. 호감도 [6]부터 자연스럽게 몸을 허락하니까....

나는 한손으로 보라의 몸을 누른 채,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짝짓기 어플]을 실행시킨 뒤, 호감도를 Up시키는 스킬, [부비부비냥]의 [Play] 버튼을 눌렀다. 59... 58.... 57.... 1분 안에 보라의 몸에 내 뺨을 부비부비 비비면 나에 대한 보라의 호감도가 Up된다. 그러면 99.9프로의 확율로 보라와 짝짓기가 가능하다.

스마트폰을 다시 바지 주머니에 넣고, 천천히 얼굴과 얼굴 사이의 거리를 좁히자, 보라의 숨결이 얼굴에 닿는다.


'엄청 좋은 냄새... 오렌지...? 레몬...? 시큼하면서 달콤한 감귤계통의 향기가 기분 좋게 코 속으로 스며든다.

나는 고양이처럼 보라의 뺨에 내 뺨을 부비부비 비볐다. 뺨을 떼자, 눈을 슴뻑거리다 놀란 눈을 뜨면서 입을 벌린다. 어떻게 나올지 몰라 두근두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자,


"찬우 너, 정말 남자다워."

"화 안 났어...?"


"전혀. 이럴 거라 어느정도 예상했 거든. 근데..."


"근데?"


"설마 이렇게 박력 있게 덮칠 줄은 몰랐어..  남친이지만 정말 굉장해."

"굉장하다는 거, 좋은 뜻?"


"응. 완전 좋은 뜻. 나.. 네가 사귀자고 고백했을 때 속으로 완전 기뻤어. 우리, 사귀기 전에 잤잖아? 그래서 속으로 엄청 불안했 거든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까, 남자는 잡은 물고기한테 절대 먹이  준다고 적혀 있어서 내 순결만 냠냠하고 모른  할 거라 생각했어."


"나 그렇게 나쁜 놈 아니 거든."


"솔직히 너랑 사귀기 시작하면서 좀 불안했어."

"이유.. 물어 봐도 돼?"

"난 적극적이고 정열적인 남자가 좋거 든. 근데 찬우  학교에서 되게 얌전하잖아? 존재감이 희박해 눈에도 잘 안 띄고.. 수수하달까? 밋밋하달까?"


"보라야~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죽 거든~"

"그런데 날 집에 초대한 것도 그렇고 과감하게 덮친 것도 그렇고 여친한텐 완전 적극적~ 정열적~ 다시 봤어."

"그럼 내가 잘 덮친 거네?"

"응. 너무 갑작스러워 처음엔 좀 당황했는데.. 솔직히 기뻤어. 내가 너무 좋아서 덮친 거잖아?"


"어? 어.. 응!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짐승처럼 덮쳐 줘서 고마워~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될 거야."


"트라우마 아니고?"


"기쁘다고 했잖아? 내 소심한 남친이 여친에게 만은 적극적이고 정열적이란  알게 돼서 엄청 기쁘 거든."

"비꼬는 거 아니지?"


"아니. 기뻐. 정말 기뻤어. 앞으로 나랑 사귀다 보면 싫어도 알겠지만 난 직설적인 성격이라 싫었으면 싫다고 외치면서 널 옆으로 밀치고 발로 차 버렸을 거야~"

[부비부비냥]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호감도는 최대 [1]. 호감도가 최대한으로 Up 됐다고 해도 보라의 반응은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라는 건.. 혹시 전부터 날 좋아했던  아닐까...?

"난 솔직히 보라 네가 곧바로 달아날 줄 알았어."

"찬우야, 난 너한테서 달아나지 않아."

"보라야..."

"니가 내게서 달아나지 않는 한, 난 네 옆에 있을 거야. 알았지?"


혹시 [부비부비냥]의 부작용....?

사귄지 일주일도   여친이 날 너무 좋아해 주는 게 부담스러워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얼음처럼 꽁꽁 굳어진 소심한 초식남-나-


"그러니까...."


여자여자스러운 요염한 눈빛으로 변한 보라가 바닥에서 고개를 들어 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접근시킨다. 마치 키스를 조르는 것처럼...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 은은한 샴푸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고 레몬과 오렌지 향기가 뒤섞인 듯한 시큼달콤상콤한 보라 냄새가 비강으로 스며들자, 눈앞이 아찔해지면서 가벼운 현기증이 일었다.


"나.. 하고 싶어."


"나, 나도...."


"찬우야. 키스해 줄 래?"


"나.. 너랑 하루종일 키스하고 싶었어."


"나도.. 그러니까 원하는만큼.. 찬우 네가 싫증날 때까지 해도 괜찮아."

나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서 인지 아니면 내숭 없는 솔직한 성격 때문인지   없지만 세상 솔직하고 적극적인 내 여친 보라.


"정열적인 키스.. 해 줄 거지?"


"......."

대담한 말을  던지고, 보라가 지긋이 눈을 감더니 키스를 조르 듯 입술을 뾰족 내민다.


키스를 조르는 보라의 사랑스러운 얼굴에 이성이 통째로 안드로메다로 출장...

"보, 보라야!"

"으음.. 음, 으음.. 흐음...음...."


내 입술이 보라의 붉고 작고 도톰한 입술을 통째로 덮쳤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