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화 〉첫암코양이 : 여사친 이보라 (3/137)



〈 3화 〉첫암코양이 : 여사친 이보라

[짝짓기 어플] : 여사친 이보라

뭐 손해 볼 건 없으니까... 그런 가벼운 기분으로 나는 유리구슬 크기로 줄어든 헤어볼을 주워서 입에 넣었다. 삼키려면 물이 필요할  같아 일어서려는 순간, 거짓말처럼 마치 솜사탕처럼 사르르 입 안에서 녹아 버리는 헤어볼.

침대에 누워 폰을 만지작거리자, 왠지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힘이 잔뜩 들어가 바지를 쨍쨍하게 밀어올리고 있던 분신이 조금씩 고개를 수그린다.

헤어볼을 먹었더니, 블랙 말처럼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짝짓기 욕망이 안개가 걷히  사라졌다...


차분해진 마음으로 폰을 손에 쥐고 살펴보자,

"대박! 정말 스마트폰에 못 보던 앱이 깔려 있어."

[짝짓기 어플]? 사용할 수 있는 스킬 목록을 보자,

스킬명 : [부비부비냥]


개요 : 스마트폰 화면의 [Play]버튼을 누르고, 1분 안에 상대의 신체에 뺨을 부비부비 비비면, 상대의 호감도가 극적으로 Up된다.

사용법 : [Play] 버튼을 누른 뒤, 1분이 지나면 스킬의 효과가 발휘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시간내에 실행해야 한다. 개인차가 있지만 몇분 안에 호감도가 상승하며 나에 대한 상대의 기본 호감도에 따라 효과가 극적으로 상승할수도 거의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 역시 개인차가 있지만 통상 3시간 정도. 빨리 깨어나는 사람은 1시간 안에 스킬의 효과가 사라지면서 호감도가 원래대로 되돌아 간다. 반복적인 사용에 의해 호감도의 지속시간을 연장시키는 것도 가능.

"수상한 고양이의 수상한 선물이라.."


반신반의하면서도 내 머릿속에 문득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 * *

다음날, 강의가 끝난 뒤,  그녀를 스타박스(Star box)로 데려갔다. 같은 동아리의 여사친이자, 몰래 짝사랑하고 있는 여자 아이다. 어깨까지 오는 검은 머리가 잘 어울리고 성격도 명랑해서 동아리에서도 노리는 녀석들이 많다.

"먹고 싶은 거 먹어도 돼?"

"응."

"블루베리 치즈 케이크, 블루베리 머핀, 카라멜 마키아또~"


가난한 대학생인 내가 주문한 건 '아메리카노' 톨  잔...

"아, 미안. 문자 확인 좀."

"응."


나는 전화를 받는 척하며 스마트폰을 꺼내 [짝짓기 어플]의 기본 스킬인 [스파이냥]의 [Play] 버튼을 눌렀다.


'와, 대박. 진짜 폰에 보라의 프로필이 뜨잖아?'

상대의 프로필을  수 있는 스킬 [스파이냥]을 누르자, 그동안 그렇게 알고 싶었던 보라의 신체의 비밀(?)이 폰에 표시된다.

Name : 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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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d type :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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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st : 83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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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st : 6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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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ps : 83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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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ights : 168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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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ights : 권한 없음.

몸무게가 '권한 없음'으로 표시되는 건 나에 대한 보라의 호감도가 낮거나, 내가 보라의 남친이 아니라 남사친이기 때문인 듯 ㅜ.


폰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고 다시 고개를 들자,


"네가 먼저 말을 걸다니 신기해. 사주는 거니까 잘 먹을 게."

"날씨도 좋고. 가끔은 아름다운 꽃을 앞에 두고 커피 한잔 마시고 싶었거든."

"꽃? 나? 그럼 찬우 넌 벌이니? 커피 한 잔 사 주고 꿀 빨 생각은 아니겠지?"

"하하.. 서, 설마."

'보라의 보지에 있는 꿀.. 진짜 빨고 싶다.'


보라가 명랑하게 깔깔거리며 먹고 마시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자, 왠지 나까지 웃음 바이러스에 감염 돼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보라를 수상한 고양이가  수상쩍은 어플의 효과를 테스트하는 피험자로 선택하자, 최책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어쩔  없다. [짝짓기 어플]을 사용할 생각을 하자, 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게 여사친 보라니까.


게다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현시점에서 이렇게 편하게 불러낼 수 있는 여자는 사실상 보라밖에 없다. 그래서 난 보라를 카페로 불러냈다.

'고양이도 아닌데, 갑자기 얼굴이나 다리에 뺨을 비비면 미쳤다고 생각하겠지? 남사친에 불과한 내가 부비부비할 수 있는 건.. 손. 그래 손밖에 없어'


보라가 테이블 위에 놓인 카라멜 마키아또를 손에 들고 창가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나는 재빨리 바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호감도를 올리는 스킬인 [부비부비냥]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오직 하나. 1분 안에 보라의 몸에 부비부비 뺨을 비비는 것!


* * *

만약 내가 뺨을 보라의 손에 부비부비 비벼도보라가 화를 내지 않고 나를 용서해 준다면 그건 나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다는 증거다. 하지만 화를 내거나 싸대기나 날아온다면 그걸로 게임오버. 블랙이 날 가지고놀았거나, [부비부비냥]스킬로도 호감도가 절망적일 정도로 미미하게 올랐다는 얘기다.

나는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장난이었다고 대충 얼버무릴 수 있는 방법으로 보라의 손등에 내 뺨을 부비부비 비비기로 마음 먹었다.

* * *

"고양이 좋아하지?"

"응. 찬우 너도 좋아하잖아?"

"고양이는 이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동물이야."


"찬성!"

"나 며칠 전부터 고양이랑 동거 시작했는데, 침대에 누워 있으면 손이나 뺨에 부비부비하는 애교 쩌는 개냥이야."

"진짜 귀엽겠다. 나도 고양이 키우고 싶은데, 엄마가 못 키우게 해."

"부비부비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 줄까?"


"뭐?"

나는 숨을 크게 한번 내쉬고, 보라의 손을 잡고 손등에 뺨을 부비부비 비볐다.

"어머, 찬우야 갑자기 뭐해?


몇초 정도 부비부비한 뒤 잡았던 보라의 손을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곁눈질로 눈치를 본다.

숨막히는 긴장 속에서 느릿느릿 시간이 흐른다.

화를 내거나 싸대기를 날리는 대신, 수줍게 뺨을 붉히는 보라.


'성공? 이 분위기.. 성공한 것 같은데...?'


"아~ 나도 진짜 고양이 키우고 싶은데..."

멋대로 자신의 손등에 뺨을 부비부비한 나에게 전혀 화를 안 내는 보라.

"보라야, 고양이 보러 우리 집에 같이 안 갈래?"

수줍게 뺨을 붉히는 보라의 반응에 용기를 쥐어짜내 처음으로 여자를  집에 초대하자,


"그래. 좋아."


흔쾌히 미끼(?)를 무는 보라.

"정말?"

"응. 부비부비하는 개냥이 보고 싶어. 진짜 귀여울  같아."

호감도가 오르지 않았다면, 여사친에 불과한 보라랑 이렇게 잘 될 리가 없다.

[짝짓기 어플].. 진짜일 확율 99.9퍼센트.


* * *

"여기가 내가 사는 곳이야. 자, 들어가자."


"응."


 원룸에 여자가 찾아온 건 보라가 처음이다. [부비부비냥] 스킬로 호감도를 끌어올리지 않았다면 보라가 날 따라왔을 리가 없다. 하지만 솔직히 이렇게까지 술술  풀릴지는 몰랐다.


집으로 걸어오는 내내 보라의 표정이나 행동을 살펴봤지만, 특별히 달라진 건 없었다. 집에 가자고 했더니, 순순히 내 집까지 따라온 거다.


바로 커피샵을 나온건 아니다. 커피를 마시며 동아리 얘기를 하면서 20분 정도  있은 뒤, 학교 근처의 원룸인 내 집으로 걸어온 시간이 약 15분.


호감도 UP의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은 3시간 정도. 하나 불안한 건 빠른 경우 1시간 안에 효과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거. 1시간은 분명히 더 지났다.

혹시 모르니까, 한번 더 [부비부비]를 하는 게 좋겠어.

[반복적인 사용에 의해 호감도의 지속시간을 연장시키는 것도 가능]

나는 그 말을 떠올리며 보라에게  커피를 타기 위해 커피포트에 물을 담았다.


* *

"찬우야, 커피 맛있게 먹었어. 남자 혼자 있는 집에 너무 오래 있으면.. 알지? 그만 돌아갈게."


벌써 호감도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 걸까? 커피를 마시고 내가 개냥이라고 소개한 블랙과 가볍게 장난을 치며 놀더니 돌아갈 준비를 하는 보라.

'아니 보지 꿀 빨기 전까진  돌아가'


난 [부비부비냥] 스킬을 발동시킨 뒤, 다시 보라의 손을 잡고 내 뺨에 거칠게 부비부비 비볐다.


'됐어. 이걸로 최소한 1시간 이상은 호감도 Up 상태야'

"찬우야, 장난치지마. 나 그만 갈래."


'싫어, 보라를 보내고 싶지 않아.'


나는 명령조로 보라에게 외쳤다.

"앉아!"


하지만 곧바로 후회가 밀려 왔다. 여사친일뿐인 보라에게 마치 남친이나 되는 것처럼 고압적으로 소리를 지르다니....


"니가 뭔데 그런식으로 말하니?"


보라의 입에서 당장이라도 그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아 쫄려서 시선을 피하며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씨발, 날 미친 새끼라고 생각할 거야.

만약 [짝짓기 어플]과 [부비부비냥] 스킬이 수상한 고양이의 질 나쁜 장난이었다면, 여기서 나와 보라의 관계는 영영 끝이다. 쫄려서 심장이 우그러들고 있는데....

"알았어."

 방에서 나가려던 보라가 순순히 내 명령에 복종해, 다시 얌전히 자리에 앉는다. 쓸데 없는 말은 1도 하지 않고 고분고분 다시 자리에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다.

'혹시 날 놀리는 건 아니겠지?'

꿈같은 상황이 믿기지 않아, 우선 보라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다. 기분 탓인지 눈이 살짝 풀려 있고 뺨이 엷게 상기되어 있다. 눈동자까지 흐릿하게 변해 있다. 남자들이 흔히 말하는 백치미가 이런 걸까? 왠지 전보다 더 귀엽게 보였다.

아니, 이 정도로는 진짜 [부비부비냥] 스킬 때문에 그러는 건지 알 수 없어. 갑자기 앉으라고 고함을 쳐서 겁을 먹고 그냥 앉았을 수도 있잖아?


그래 이걸로는 몰라.  확실한 걸로 시험해 보는 거야. 만약 나에 대한 보라의 호감도가 낮다면 화를 내거나 내 싸대기를 때릴 그런 말을 해 보는 거야.

나는 얌전히 앉아 있는 보라의 희고 매끄러운 다리를 빤히 쳐다봤다.

"찬우 너, 왜 그렇게 빤히 내 다리 쳐다 봐?"


"꿀 빨고 싶어서."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보라 네 다리 사이에 있는 꿀 빨기 전까진 돌려 보내지 않을 거야."


"니가 뭔데 그런 말을 해?! 미친 새끼! 돌아 갈 거야!"


겁대가리를 상실한 내 성희롱 발언에 당장이라도 보라의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아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입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있는데....

"찬우 너.. 정말 응큼해."

오래된 연인에게 하 듯 가볍게 눈을 흘기는 보라.

찐.. 찐이야 [짝짓기 어플] 찐어플이었어.

"냐옹~"


보라가 들어온 뒤에도 소파에 자리잡고 잠만 자던 블랙이 갑자기 울음소리를 냈다. 고개를 돌리자, 나를 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마치 짝짓기 잘  보라는  벽을 잡고 허리를 흔든다.

발정기를 맞이한 털없는 수컷의 핑크빛 짝짓기 시즌이 이제  시작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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