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H로레밸업-162화 (162/174)

00162 두 번째 스페셜 퀘스트 =========================

"...오빠...어...나."

"...정...이지...잠이...시다니깐."

흐릿한 시야에 교복을 입은 소녀 한 명과 야시시한 에이프런을 한 탄력 있는 갈색 피부를 한 미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나서야 나는 무심코 침대에 누워서 감촉을 즐기다 그대로 잠들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으음."

눈을 다시 뜨자 이제 좀 제대로 윤곽이 잡혔다. 빈이와 루시가 내 어깨를 한쪽씩 잡은채 흔들고 있었는데, 솔직히 그만뒀으면 했다. 멀미날 것 같으니 말이다.

"...몇 시야?"

내 물음에 루시가 입을 열었다.

"7시요. 어제도 하루종일 주무셨으니까, 아무래도 오늘 저녁은 드셔야할 것 같아서 깨웠어요."

"아, 고마워."

정신이 좀 드니 사정없이 배를 두들기는 공복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잠들었다간, 내일 아침엔 손가락 하나도 까딱 못할 뻔했다.

내 말에 루시가 피식 웃으면서 빈이를 데리고 방 밖으로 나왔다.

"어서 오세요. 준비 다 해놨으니까."

그 말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개운하게 기지개를 켜면서 천천히 침대에서 빠져나오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여유도 오랜만이구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밖으로 나오니 왠일로 죽이 있었다. 내가 죽을 쳐다보면서 루시에게 묻자 곧바로 루시가 대답했다.

"왠일로 죽이네?"

"그냥 에피타이저에요. 빈 속에 갑자기 음식을 집어넣어도 별로 몸에 안 좋으니까요. 죽 다드시면 밥 드릴게요."

루시의 세심한 배려에 감탄하면서 나는 고맙다고 한 뒤 천천히 죽을 떠서 먹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목구멍을 술술 넘어가는 죽. 그것도 자세히 보니 전복죽이었다. 루시의 요리 실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나는 죽이 담긴 그릇을 모두 비웠다.

그렇게 죽을 모두 먹자 루시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릇을 받아들고는 제대로 된 반찬을 내놓기 위해 냉장고 쪽으로 향했고, 나는 루시를 기다리는 김에 빈이에게 학교생활이나 물어보기로 했다.

"요즘은 학교에서 무슨 힘든 일은 없니? 내가 도와주거나 할 일은 없어?"

이래봬도 나는 나름대로 괜찮은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빈이가 원한다면 공부 정도는 조금 봐줄 수 있다. 물론, 빈이의 성적이 내 성적보다 비슷하거나 더 높은 이상 별 의미는 없겠지만 말이다.

내 말에 빈이가 잠시 고민하더니 뭔가 떠오른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딱히 힘든 일은 없고, 특이한 일은 있었어."

"응? 그게 뭔데?"

내가 그렇게 물으면서 입을 헹굴겸 옆에 있는 물통에 담긴 냉수를 컵에 부었고,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물을 마시면서 빈이를 바라봤다.

"근데, 오늘 우리 반에 머리가 새하얀 여자애가 왔어."

"푸우우웁!!"

뿜었다. 다행히도 빈이에게 뿜은게 아니라 벽을 향해 고개를 돌린 뒤에 뿜었다.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기침을 쿨럭쿨럭 해댔다. 사레 를 어찌나 심하게 들렸는지 제대로 숨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빈이는 그런 나를 걱정하면서 등을 토닥여줬지만 그래도 놀란 마음이 진정되지는 않았다.

"쿨럭!! 쿨럭!!"

"오, 오빠? 괜찮아?"

"허억... 어, 이제 좀 괜찮아졌어."

그렇게 말하면서 빈이를 쳐다보니 정말로 나를 걱정하는 기색이었다. 좋아, 아무래도 내가 뿜은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감을 못 잡은 것 같으니 자연스럽게 넘기자.

"그, 그런데 머리가 새하얗다니? 그게 무슨소리야?"

"응? 말 그대로야. 머리카락 색깔이 완전 흰색이어서, 애들도 그렇고 선생님들도 그렇고 다 난리났거든. 우리 학교가 두발에 관대한 편이긴 하지만 흰색은 좀 눈에 튀니까."

조금이 아니지. 엄청나게 눈에 튄다.

"근데 걔 부모님이 꽤나 잘 나가는 모양인지 교장이랑 교감이 아무 말도 않고 있다가 걔가 병 때문에 이렇게 됐으니 예외로 인정하자고 다른 선생님들을 말렸어."

100%다. 무조건 백령이다. 그건 그렇고 백령이 왜 그 학교, 그것도 빈이네 반에 있는거야?!

속으로 절규를 했지만 아는지 모르는지 빈이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오늘 우리 반에 왔는데... 예쁘긴 예쁘더라고."

그렇게 말한 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빈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한 나는 슬쩍 시선을 돌렸다. 젠장, 이거 걸렸다간 최소 감금 2주다. 그것도 자기네 반 애들이랑 했다는걸 걸렸다간......

'아, 그러고보니 수빈이랑 수연도 있는데.'

걔들이야 빈이가 내 동생이란 걸 아니까 알아서 피하겠지만....... 설마 백령이 빈이가 내 동생이라는걸 알아보진 않겠지? 그래야하는데.

사실 괜한 걱정인가 싶었지만 지난번에 백령이 했던 짓이 있다보니 쉽게 안심이 되질 않았다. 설마 지난번에 맡았던 냄새를 기억해서 빈이한테 말을 걸거나 한다면.......

"끝이지."

"응? 오빠?"

"...아무것도 아냐."

적당히 둘러댄 나는 다시 식사를 계속했다. 분명히 무척이나 맛있는 냄새가 났지만, 그날의 식사에서는 더 이상 미각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전에 하던것처럼 운동을 하러갔다. 한동안 백령의 병간호를 하느라 몸이 조금 굳긴 했지만 두 시간 정도 달리니 어느 정도 페이스를 되찾았다.

숨도 고를겸 잠깐 쉬는데 어디서 본 것 같은 토끼 모양의 후드를 쓴 소녀가 좀 떨어진 벤치에 앉아 졸고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꾸벅, 꾸벅 졸면서 벤치에 앉아 있는걸 보니 무척이나 재밌었다.

'근데 쟨 학교 안가나?'

체형이나 외모로 봤을 때 고등학생, 그것도 고1~2 정도로 보이는데 말이다. 동기들 중에도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애들은 있지만 특유의 분위기라는게 있는 법이다.

실제로 성인이 됐을 때 1년 정도의 차이는 무척이나 크니 말이다. 그래서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토끼 후드 소녀가 눈을 뜨더니 주변을 휙휙 둘러봤다.

아직 이른 아침인만큼 사람이 있을리가 없었고, 그녀는 고개를 돌리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눈을 한 번 깜박깜박거리더니 천천히 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가 약간 몽롱해 보이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오."

늘어지는 말투에 내가 피식 웃으면서 대답해줬다.

"그래, 여전히 졸려 보이네."

"이게 체질이라서...후아암."

말하기 무섭게 입을 벌리며 하품을 하는 그녀를 보니 아무래도 진짜인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하품하는 순간 토끼귀과 팔랑거렸는데 기분탓이겠지? 저거 자꾸 살아있는 것 같아서 신경쓰이는데.

"...그건 그렇고 오빠."

그녀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갔다. 사실상 처음 보는 사이나 다름 없는데, 뭔가를 부탁할 생각인 걸까? 백령처럼 불치병이나 그에 준하는 병이라도 있는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밥 좀 사주세요."

그 말과 함께 성대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잠시 멍하니 앉아 있던 나는 거의 10초가 지나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고, 일단 눈 앞의 소녀를 데리고 집으로 가기로 했다.

식당으로 갈까 생각도 들었지만 수중에 돈도 별로 안 챙겨왔고, 집에서 루시가 반찬을 준비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루시를 바람맞힐 수는 없지 않는가.

혹시라도 의심하거나 하지 않을까했는데 그녀는 특유의 졸린 눈을 한 채 내 뒤를 잘도 쫄래쫄래 따라오고 있었다.

겁이 없는건지 생각이 없는건지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어찌됐든 평범한 애는 아니었다.

지금 이 시간에 혼자서 돌아다니는 것도 그렇고, 여유로운 태도도 그렇고, 적어도 곧 학교를 가야하는 학생의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진짜로 성인인가?'

후드를 쓰고 있어서 그런지 제대로 가늠이 가질 않았다. 일단 내가 봤을 때는 고등학생인데, 후드 때문도 있고, 그녀 특유의 몽롱한 인상이 묘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으음."

그렇게, 나는 뒤에 혹을 하나 붙인 채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왔을 때 내 뒤에 있는 토끼 후드 소녀를 본 루시의 표정이 활짝 웃는 표정에서 싸늘하게 변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루시가 밥을 하는 것을 기다리면서 나와 토끼 귀 후드를 입은 소녀는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그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척하면서 슬쩍 그녀 머리 위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이상하다. 오랜만에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몸이 끌리는데로 갔지만 눈을 반쯤 떴을 때 내가 있는 곳은 어느 한적한 공원이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그 공원에서 한참동안 멍하니 앉아 있자, 어디선가 본 것 같지만, 기억에는 없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몸은 남자를 본 적이 있다고 소리를 지르는데, 기억에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 말은 저 남자와 만난적은 있지만 많이 만나지는 않았다는 소리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때까지도 그랬으니 말이다. 한 두 번 만난 사람들의 경우 몸이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고 반응을 하지만 수십번을 만난 사람들의 경우 기억이 누적되어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디서 봤더라?'

혹시라도 어제 걸렸던.......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무튼, 그 호구처럼 나한테 걸렸던 남자라면 별로 좋은 꼴은 못 볼 것이다. 피할까? 도망가야하나?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생각보다 몸이 앞섰다.

나도 모르게 이끌리듯이 일어난 몸은 자연스레 그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 도착한 나는 말했다.

"...안녕하세요오."

그리고 그런 날 보고 남자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아무래도 전에 안 좋게 만난 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그럼 대체 어떻게 만난 것일까?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곧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어차피 이 기억도 곧 지워지리라. 그렇다면 굳이 신경쓸 필요도없다. 나는 그 생각을 더 이상 멈추고 남자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남자의 대답을 듣고나서야 나는 내가 뭔가를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전히 졸려 보이네.'

라는 말을 듣는 순간 '몽유병 상태'의 자신이 아닌, 지금의 자신과 만났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멍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상태의 자신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게 자신은 이미 심각한 정신병자였기 때문이다. 정신분열로 인해 일어난 '이중인격'과 '몽유병' 거기다 세트로 딸려온 '기면증'까지. 때문에 자신은 늘 망가져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고치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또 다른 자신은 지금의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주고 있었으니까.

자신과 똑같이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나온 동생들과 지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집세와 식비 등의 큰 돈을 고작해야 18살의 소심한 소녀인 자신이 구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래서 바랬다. 내가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다면, 조금만 더 어른스럽다면 돈을 벌어서 동생들과 지낼 수 있을텐데.

그리고 그 생각을 하던 날 밤, 나는 보았다.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한 상태에서 자신의 몸이 다른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몸을 일으켜서는, 평소엔 입지 않을 얇은 셔츠와 핫팬츠를 꺼내입고는 밤의 거리로 나가는 자신을 말이다.

그리고 그 뒤의 일은 평소의 자신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담했다.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남자들을 상대로 대화를 하는 것도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모텔로 들어가 지갑의 돈을 털고 유유히 나온다는 점이 말이다.

그 일이 옳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고, 결코 이 상황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 역시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의지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나 자신에게. 또 다른 나는 대담하고, 자신보다 어른스러운 그녀에게 빠졌다. 소심한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그녀가 대신해줬고, 더욱 더 깊은 잠에 빠지는 시간이 늘어났다.

요즘에는 하루 중에서 절반이 넘는 시간을 그녀가 차지하고 있었으니 사실상 몸의 주체가 역전된 셈이다. 그래도, 집에 갔을 때 행복하게 웃고 있는 동생을 보면 그런 것쯤은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눈 앞의 남자. 아니, 오빠를 본 순간 뭔가 다른 감정이 치솟아 올랐다. 가슴이 따끔거렸다. 또 다른 자신이 나와 똑같이 이 오빠를 보고 있다는게 불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자신이 이 오빠에게 작업을 건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열어 말했다.

"밥 좀 사주세요."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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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어...지금 H씬 파트를 적고 있는데, 저도 모르게 다소 폭주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분량도 최소 5편, 게다가 내용도 꽤나 하드... 아니, 플레이는 평범(?)한데 묘사가 하드해졌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이전에 비해 다소 적나라하고 짐승적인 편이 됐습니다.

2.H씬 파트는 편당 분량이 조금 적을 수 있습니다. 아마 11~14 사이를 갈 것 같습니다. 대신 편이 많으니 양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여러분도 H씬을 바랄 것 같아서 오늘 연참을 하면 내일이나 모레 중으로 H씬 돌입가능할 것 같아서 이렇게 한 편 더 올립니다. 후후.

4.그리고 수인족 아니에요!! 아니, 타천사도 나왔는데 수인족도 상관없나...? 아, 아무튼 수인족은 안 됩니다!! 물론 만년발정이라는건 토끼에서 따온게 맞긴 하지만... 흠흠.

5.쿠폰이랑 추천 늘 감사합니다. 글 쓰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글쓰는 틈틈이 쿠폰과 추천이 늘어가는걸 보면서 열심히 H씬을 적는 중입니다. 야동보다 H씬 적는게 더 꼴려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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