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H로레밸업-144화 (144/174)

00144 병약 소녀 공략을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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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퀘스트: 'Poison Apple'

눈 앞의 소녀는 독사과를 머금은 백설공주나 다름 없는 상태입니다. 내버려둔다면 한 달 안에 사망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행동에 의해 공주님은 조금 더 살아갈 희망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공주님의 숨이 멎기 전에 어서 공략하세요.

이번 퀘스트에 한해서, 그녀의 동의를 받지 않고 진행해도 퀘스트는 성공 처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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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나는 갑작스레 떠오른 알림창을 보고 경악했다. 그도 그럴게 내 앞에 있는 소녀가 시한부라는 소리가 아닌가. 정작 이 두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말이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난은 눈 앞의 백발 소녀를 손짓으로 불렀다.

"에이, 그냥 와도 돼. 괜찮죠, 태훈 씨?"

소난의 말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두 사람이 꽤나 친해보이는데, 퀘스트를 위해서라도 소난과 함께 있는 지금 정보를 어느 정도 들어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이 애 이름은 '한백령'이에요. 병원 환자긴한데, 어쩌다 보니 만날일이 많아서 친하게 지내다보니 같이 놀고 그래요."

그렇게 말하면서 한백령을 자신의 위에 앉힌 소난은 그녀를 끌어안으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저 년도 정상은 아니구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나는 백령을 응시했다. 조명 때문인지 은은하게 빛나는 그녀의 머리칼은 단연 눈에 띄었다.

염색한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찰랑이는 은발, 아니 본래는 백발을 나는 유심히 보고 있었고, 그런 내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한백령은 자신의 머리칼을 뒤로 쓸어넘겼다.

"안녕하세요. 한백령이라고 불러주세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그녀를 보며 나도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난 최태훈이야."

그리고 그 순간, 나를 힐끔거리던 백령이 뭔가 놀란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멍하니 쳐다봤다. 뭐지? 싶은 순간 소난이 백령을 끌어당겼다.

인사가 끝나자 소난은 백령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며 비비기 시작했다. 백령은 내 앞에서 그럴 줄은 몰랐는지 당황한 표정을 하고 소난을 밀어내려하는 듯 보였지만.......

'약해.'

그녀의 팔은 무척이나 가냘팠다. '뼈밖에 남지 않은 몸'이라는 단어를 실제로 실감할 수 있었다고 할까. 그녀의 몸은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사람보다 훨씬 말라 있었다. 앙상한 그녀의 팔을 쳐다본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봐도 그녀의 몸 상태는 지극히 심각한 상황이었다. 대체 무슨 병이길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딱 봐도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애가 시한부가 될 정도라면 무척이나 심각한 병이 틀림없으리라.

나는 백령을 유심히 쳐다보며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고민하는데 소난이 먼저 입을 열었다.

"흐음~ 태훈 씨, 혹시 백령이한테 관심있는거에요? 그거 범죄인데~"

그런 소리를 하며 피식 웃는 소난을 보니 한 대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거든요."

"그런 것치곤 시선이 너무 노골적이잖아요. 완전 끈적거릴 정도로 정열적인 시선이었으면서."

소난의 말에 백령이 부끄러워하듯이 고개를 살짝 돌렸다. 창백한 그녀의 새하얀 얼굴 위에 옅은 홍조가 떠올랐다.

"......."

나는 더 이상 말하는 것을 그만두고 그냥 한숨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무래도 소난과 대화를 더 해서 딱히 얻을 수 있는 소득은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내가 대화를 포기하고 백령에 대한 정보나 조금 더 캐볼 요량으로 침묵하고 있는데 백령 쪽에서 내게 먼저 말을 걸었다.

"저기..."

백령은 머뭇거리면서도 나와 시선을 맞췄고, 나는 그런 그녀의 예상 외의 접근에 의아해하며 그녀를 마주봤다. 새하얀 백발과 조그만 살이 붙으면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생각될 얼굴, 가녀린 팔과 다리까지.

"...그...저를..."

그런 내 시선을 받아낸 백령은 자꾸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몇 번 정도 하고 나서야 백령은 고개를 푹 숙인채 소난에게 안겼다.

이유를 모르는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의문을 표할 수 밖에 없었고, 소난은 백령과 나를 번갈아보더니 오늘은 이만하고 내일 다시 와달라고 했다. 나는 그녀의 부탁대로 방을 나섰다.

병원을 빠져나오는 와중에도 나는 백령이라는 소녀를 떠올렸다.

백령...백령이라.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흔치 않은 이름이니만큼 기억한다면 분명 그녀와 내가 접점이 있을터인데......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상담실을 방문한 내게 소난은 무척이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어제 본 백령이는 사실 한 달 정도 밖에 못 살아요. 수술을 하면 수명을 좀 늘릴수야 있겠지만 성공 확률은 두 자릿수를 못 넘어요."

10%도 채 안되는 확률의 수술이라. 그것도 사람의 목숨을 건 도박판이다. 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

누군가의 죽음을 고하는 말을 들었더니 기분이 약간 불편했다. 특히 백령이라는 이름이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맴도는 것만 같았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나는 소난이 굳이 내게 그 말을 해주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것도 이렇게나 무척이나 직접적으로 말이다. 그렇게 한참 동안 고민하고 있는데 소난이 먼저 말을 걸었다.

"그래서, 태훈 씨가 백령이를 한 달 동안 백령이와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아니, 하다못해 수술 전인 3주 만이라도요. 이건 태훈 씨의 상담사로서도 내린 결론이에요. 실연을 잊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의 새로운 관계를 맺는게 훨씬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평소에는 말수가 적고 쑥스럼도 많이 타는 편인 백령이가 태훈 씨를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어디서 본 적 있어요?

덧붙인 소난의 말에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내 착각이 아니었구나. 그녀가 나한테 첫 눈에 반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그녀와 내가 과거에 만났을 가능성이 높았다.

사실 소난도 내가 쉽게 수락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지 나를 어떻게든 설득하려는 기색이 역력했고, 나는 소난의 말대로 해주기로 했다. 윤하를 봤을 때와는 또 다른 데자뷰가 떠올랐다.

백령...백령... 분명 어디선가 들어봤는데,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렇게 깊은 접점은 아니어도 어딘가에서 분명 만난적이 있는 것은 맞을텐데.

"알았어요, 할게요."

"제발 부탁....네?"

"한다고요. 어차피 시간도 남아도는 대학생이고. 사람 하나 살리는셈 치고 하죠."

내 말에 소난이 고마움을 표하면서 내 손에 백령이 입원한 방번호와 증명 카드를 건네주었다. 간호사를 만난다면 이걸 보여주면 괜찮을거라고 하던데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심리 상담실을 빠져나와 소난이 준 쪽지에 적혀있는 방번호를 확인했다. '1701'이라고 새겨져 있는 백령이 위치한 곳은 최상층인 17층의 개인실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7층으로 올라가니 카운터에서 앉아 있던 간호사들이 나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여기는 허가받지 않은 사람들은 출입할 수 없습니다."

그 말에 나는 소난이 건네줬던 증명 카드를 건넸고 간호사는 나와 증명 카드를 번갈아보더니 말했다.

"따라오세요."

최상층이라 그런지 밖으로 보이는 경치가 무척이나 신선했다. 사람들이 개미처럼 보이고, 무엇보다도 다른 많은 건물들 조차도 무척이나 작게 보일 정도였다. 대체 이런 건물을 지으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었을까.

나는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는데 어느새 방문 앞에 도착했고, 간호사가 문 옆에 붙어 있는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문이 열렸다.

"그럼, 부디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백령 씨는 몸이 안 좋으니 무슨 일이 있다면 바로 호출해주세요."

간호사는 그렇게 말하고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가버렸고, 나는 떨떠름한 기분으로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1인실이라고 해도 무척이나 넓은 방. 그리고 조금 떨어진 침대에 백령이 앉아 있었다.

초점없는 눈으로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있는 백령은 금세 사라질 것같은 분위기였다. 그림같은 풍경이었지만 나는 헛기침을 하면서 내 존재를 알렸다.

"흠흠."

그리고 그제서야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마주한 백령은 믿을 수 없다는 듣이 눈을 치켜떴다.

"...태훈 오빠?"

다소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그렇고 오빠라고 자연스럽게 부르네. 어제 워낙 부끄러워 하길래 미워하는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했는데 아무래도 기우인 모양이었다.

"아, 아니... 여긴 어떻게."

"소난 씨 말도 있고, 나도 약간 궁금한게 있어서."

"...그런가요."

그렇게 말하면서 백령은 나를 지긋이 응시했다. 그녀의 탁한 눈동자를 보니 그녀의 정신이 온전하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슬픔과 체념이 가득 담겨 있었다.

분명 나는 이 소녀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그녀의 탁한 눈을 응시하자 확신이 들었다.

전에도 분명 이런 눈을 한 그녀를 본 적있다는 직감. 하지만 정작 그녀의 모습이 떠오르질 않으니 난감할 따름이었다. 결국은 직접 물어보는 수 밖에 없나.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천천히 그녀의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옆에 있는 의자를 끌어오며 물었다.

"앉아도 돼?"

"네, 무, 물론이죠."

말을 더듬으면서 나를 힐끔거리는 백령을 보니 문득 소난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백령이도 널 보고 싶어했으니까.'

젠장, 대체 어디서 본 거지? 백령이라는 흔하지 않은 이름을 까먹을 정도로 내 기억력이 안 좋았던가? 나는 머릿속에서 어떻게는 한백령이라는 이름을 쥐어짜내려 했지만 자꾸만 무언가가 가로막고 있는 듯이 기억이 나질 않았다.

"... 저기, 질문이 있는데."

결국 나는 강행돌파를 택했다. 솔직히 말하면 쉽게 쉽게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퀘스트 창에는 백령의 동의를 받지 않고 진행해도 된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 말은 수면제나 다른 미약을 사용해서 일종의 강간 같은 짓을 해도 된다는 소리였다. 그건 이때까지 해왔던 공략 퀘스트와는 어느 정도 동떨어져 있는 이야기였다.

시스템이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이 퀘스트의 난이도가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을 의미했고,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백령을 살릴 수 없다는 것과 동일한 뜻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죽이되든 밥이되든 들이댈 타이밍이라고 판단한 나는 곧바로 물어보기로 결론을 내리고 입을 열었다.

"우리, 어디서 본 적 없어?"

내 말에 백령의 표정이 굳었다. 희미하게 미소 짓고 있던 입가가 굳고, 그녀의 얼굴에 약간의 실망과 슬픔 같은 감정이 맴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백령은 잠시 동안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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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오늘부터 편당 분량이 조금 늘어나고, 연재 주기가 조금 늘어납니다. 최대한 노력은 해보겠지만... 시험기간이라 조금 연재가 뜸해져도 이해해주세요;

2.저도 물론 환자를 마음대로 공략하거나 할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뒷사정이 나름대로 있으니 부디 천천히 기다려 주시길.

3.추천이랑 코멘트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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