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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로레밸업-99화 (99/174)

00099 레베카와 데이트 =========================

다소 의아한 주문이었지만 레베카가 부탁하는 눈빛으로 '안 돼?'라고 묻고 있었기에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하아, 나야 딱히 상관은 없는데... 왜 그게 먹고 싶은거야?"

내 말에 레베카가 살짝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그게, 내가 다니는 대학에서는 나 때문이라고 할까, 나를 의식해서라고 할까... 일반적인 대학생이 가는곳으로 식사하러 가질 않더라고. 가더라도 꼭 파스타 집이나 피자집으로만 가고."

음, 그 사람들 나름대로 레베카를 배려한 것일까. 이렇게나 예쁘고 매력적인 레베카니까 의식하고 행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긴 했다.

"그래서, 보통 대학생들은 삼겹살집에 가서 술도 마시고 그런다고 하길래... 한 번 해보고 싶어서."

레베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보통 돈 없고 시간만 넘치는 대학생들이 다같이 모여서 일반적으로 갈만한 곳은 치킨집이나 고깃집이 전부다.

나만 해도 몇 번이나 고기 굽는 역할로 참가한 적이 있었다. 게임 시스템을 얻기 전에는 가끔씩 참가해서 고기만 굽곤 했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알았어, 사실은 나도 오늘 고기가 좀 땡겼거든."

"정말? 다행이다."

"그럼, 내가 아는 고깃집으로 가도 될까?"

일단은 내가 이쪽 동네 지리를 잘 아는만큼 내가 아는 고깃집으로 가자고 하니 레베카는 신난 표정으로 내 팔을 자신의 가슴골 사이에 끼운 채 방방 뛰듯이 걷기 시작했다.

그 행동이 육감적인 몸매와 달리 어린애 같아서 무척이나 귀여웠다. 주변의 사람들의 시선들이 이쪽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옛날에 서연과 다닐때만큼은 아니었다.

그 때는 '남자한테 과분한 여자'라는 시선이었다면 지금은 '독특한 커플'이라는 시선이랄까. 이래봬도 내 외모는 객관적으로도 꽤나 잘 먹히는 훈남이 됐고, 몸도 꽤나 다부져 보이면서 적당히 마른 균형 잡힌 몸이었다.

과거에는 자책감에 찌들어 살아서 스스로를 비난하고, 가둬왔지만 이제는 꽤나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에 저런 시선에도 당당히 레베카의 곁에서 걸을 수 있었다.

팔에서 느껴지는 풍만한 가슴 계곡의 감촉을 즐기면서 나는 레베카와 사소하고도 의미 있는 대화를 이어갔고, 어느새 고깃집에 도착해 있었다. 내가 우리 학과애들이랑 가끔씩 일이 있을때마다 오는 곳이었는데, 이곳 서비스가 좋고, 뭣보다도 1,2인을 위한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입구에 있던 점원이 나를 보고 '2인실로 안내해드릴까요?'라고 말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점원의 안내를 받아서 안쪽에 있는 2인석에 앉을 수 있었다.

고깃집에 들어오니 특유의 고기 굽는 향과 채소 향들이 풍겨왔는데, 레베카는 신기한듯이 주변을 휙휙 둘러보고 있었다. 정말로 고깃집에 처음 왔는지 연기 빨아들이는 통로를 툭툭 건드리면서 내게 물어보기도 했다.

대략적으로 설명을 해준 뒤, 나는 점원에게서 받은 메뉴판에서 적당히 목살과 삼겹살, 그리고 밥 세 공기를 주문했다. 일단 이 정도 시켜놓고 나중에 추가하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한 내가 점원에게 말을 걸었는데, 주문을 하던 도중 레베카가 끼어들었다.

"삼겹살 2인분이랑 목살2인분. 그리고 공깃밥 세 그릇..."

"아, 그리고 소주도 두 병 주세요!"

"...소주도 두 병 주시고요."

내 말에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린 여점원은 해맑게 웃는 레베카를 힐끗 보면서 돌아갔다. 그리고 3분 정도 지나자 접시에 고기와 밥 세 공기를 올린 방금 그 점원이 와서는 세팅을 해줬다.

"그럼, 즐거운 식사되세요."

여점원의 말에 레베카와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감사를 표했고, 점원이 사라지자 레베카가 입을 열었다.

"오빠오빠, 저 점원 오빠한테 관심있는거 같아."

"뭐?"

"방금 오빠를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았다고. 분명해, 내기해도 좋아."

"...그래?"

어쩐지 조금 이상할정도로 친절하다 싶었는데 그런거였나?

"나중에 번호달라고 해도 절대 주면 안 돼. 알았지?"

"알았어, 걱정마."

"히힛."

뭐가 그리 좋은지 배시시 웃던 레베카는 방금 전의 그 일은 까맣게 잊은 듯이 금세 고기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내가 고기 구울까?"

기대감 가득해 보이는게 고기 굽는 것도 해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작업을 시킬 수는 없지. 이래봬도 고기 굽는 것도 꽤나 고난이도의 작업이다.

"아니, 일단 처음엔 내가 구울게. 좀 먹으면서 굽는 법을 익힌 다음 네가 구워 봐."

내 말에 수긍한 레베카는 내가 고기 굽는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고기를 집어서 천천히 불판 위에 올려놓고, 익기를 기다리면서 중간중간 대화를 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레베카의 시선은 고기에 박혀 있었다.

그렇게 조금 시간이 흐르고, 적당히 고기가 익어가는 것을 살펴 보던 나는 고기를 뒤집었고, 잘 익은 고기의 면이 뒤집혔다. 레베카는 그걸 보면서 감탄을 터뜨렸다.

"우와, 어떻게 익은 타이밍을 아는거야?"

"몇 번 굽다보면 익숙해져. 그렇다고 계속 집게로 뒤집으면 오히려 맛이 없어지니까 조심하고."

사실 나도 경험만으로 익힌 거라 딱히 가르치고 뭐고 할 게 없다. 그나마 타이밍을 잡는 것에 조금 도움을 준다는 것 정도?

그런 내 행동이 신기했는지 구경하던 레베카에게 처음 부었던 고기들이 대부분 익자 내가 고기 몇 점을 집어 접시에 담아주자 레베카는 조심스레 고기를 집어서는 간장에 찍어 먹었고.

"...맛있어!"

"그거 다행이네, 밥이랑 같이 먹어."

내 말대로 고기들을 밥이랑 같이 먹기 시작한 레베카는 연신 행복한 표정을 하면서 고기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내 생각보다 훨씬 빠른게 정말로 배 터지게 먹을 생각인 것 같았다.

나는 레베카에게 고기를 덜어주면서 다른 부위를 더 주문했고, 주문한 고기가 오기 전까지 옆에 놓여 있던 마늘과 감자를 불판 위에 올렸다.

"읍...그것도...먹는...거야?"

고기랑 밥을 입 안에 잔뜩 넣고는 후후 부는게 무척이나 귀여워 보이는 레베카는 감자랑 마늘을 굽는게 생소했는지 내게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래, 먹어보면 놀랄걸."

고기를 굽고 남은 기름들 덕분에 감자나 마늘을 구우면 노릇노릇하고 맛있게 구워진다. 내 말대로 금세 구워진 감자를 잘라 고기와 함께 놓아주자 레베카는 한 입 먹고는 황홀한 표정으로 말했다.

"맛있어어~"

"그치?"

레베카의 행복한 표정을 보니 나는 안 먹어도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레베카가 복스럽게 고기 먹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레베카가 나를 바라보더니 물었다.

"오빠는 고기 안 먹어?"

"조금 있다가 고기 오면 다시 구워야지. 다 굽고 나서 먹을게."

내 말에 뭔가 탐탁잖은 표정을 하던 레베카는 불만스런 표정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후 추가로 주문한 고기들이 오자 나는 다시 고기를 구워 레베카에게 덜어주었다.

그리고 고기 굽는 굿에 집중하던 도중, 레베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아앙~"

어느새 상추에다 고기 몇 점과 밥을 올려서 싼 상추쌈을 손으로 모아서는 내게 내밀고 있었다. 금발의 미녀가 '먹여주기'를 한다는 황홀한 이벤트는 내 인생에 두 번 다시 없을 것 같았기에 망설이지 않고 천천히 입을 벌려서 받아먹었는데, 왠지 주변에서 박수가 터져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참된 아가씨구만. 외국인인 것 같은데 한국 문화에 잘 녹아들었어."

"와, 나도 먹여주면 잘 먹을 자신있는데."

나긋한 중년 남자들의 목소리와 질투와 부러움 가득 담긴 20,30대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물론 나로서는 레베카가 먹여준 쌈이 무척이나 맛있다라는 감상밖에 돌려줄 게 없었다.

고작 쌈 하나 먹었을 뿐인데 배가 잔뜩 부른 기분이었다. 정신적인 충족감일까.

그렇게 나는 행복한 기분으로 고기를 마저 구웠고, 레베카가 몇 번이고 먹여주는 쌈을 기분좋게 받아먹었다.

그래, 거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기세를 탄 레베카가 소주를 까기 시작한 순간부터였다.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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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소설에 참고하려고 조아라 웹툰에서 성인 만화를 찾아보는데 대부분 유부녀 물이 많네요. 그다음으로 많은게 BL이고... BL은 제 취향이 아니라 일단 19금 로맨스 만화들을 보고 있습니다만 모자이크나 새하얗게 된 부분이 너무 많네요 ㅠㅠ. 오랜만에 그곳에 가봐야하나...

2.가끔씩 동인지(성인 만화)를 보다보면 '이런 장면 비슷한 느낌의 씬을 꼭 소설로 써보고 싶다'라는 욕구가 드는 씬이 있습니다. 빈이나 유민은 그런 제 망상의 피해자중 하나라고 볼 수 있죠. 그래도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들 중 하나입니다.

3.참고로 저는 주정 엄청 심합니다. 처음 술마신 날 오빠 뺨을 잡아당기면서 '나한테 왜 그랬어 나쁜놈아!'라고 소리질렀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도 오빠도 술이 약한 편이라 잔뜩 취해서 저한테 욕을 했고, 다음날 둘 다 사이좋게 화해했습니다.

4.여러분의 취향을 댓글로 한 번 알려주세요. 혹은 '이 단어를 들으면 흥분된다'라는 단어를 적어주셔도 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무척이나 성에 개방적인 편이라 딱히 신고하지 않으니 걱정 마시길.

5.참고로 요즘 제가 흥미있는 단어들은 '오나홀','TS''육변기' 이 정도일까요. 그래서 그런지 조아라에서 이런 소설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이런 계열의 재미있는 소설 있으면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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