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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로레밸업-71화 (7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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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공략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여행이 끝나고 돌아오며 내가 얻은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유민과의 새로운 관계. 정확히 말하자면 기형적이지 않은, 정상적인 관계였고 다른 하나는...

[오빠, 보고 싶어.]

나를 오빠라고 부르는 건 빈이밖에 없다고 생각해왔지만 지금 내가 문자를 하고 있는 상대는 빈이가 아니었다. 지난번 여행때 번호를 교환한 레베카! 레베카가 내게 문자를 보낸 것이었다.

솔직히 레베카는 내 주변의 다른 여자들에 비해 굉장히 육덕진... 물론 유민과 루시도 그렇긴 하지만 뭐랄까 그녀들에게서 느껴지지 않는 또다른 색기가 폴폴 풍겼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남자를 유혹하는 듯한 그런 여자였다.

...그냥 금발 미녀라는 점에 혹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내가 입꼬리가 잔뜩 올라간 채 문자에 답장을 보내려 하는데 멀리서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태훈아!!"

누군가 했더니 멀리서 뛰어오고 있는 녀석은 다름아니라 지훈이었다. 지난번에 서연이랑 있었던 일 이후로 같이 다니지 못했는데도 녀석은 여전히 유쾌하게 시간이 나면 나와 밥을 먹거나 대화를 하는 고마운 녀석이었다.

'이 녀석이 아니었으면 대학 생활이 배로 힘들어졌겠지.'

대학은 최소한의 인간관계가 필연적으로 요구되니 말이다. 녀석 덕분에 무난한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이 녀석이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평소라면 절대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기에 나는 조금 호기심이 들었다.

"후우...후우... 야, 태훈아."

"뭔진 몰라도 일단 숨부터 돌려, 숨 넘어가겠다."

내 말에 헥헥 거리는 녀석과 자세히 보니 녀석의 뒤로 뛰어온 남자가 한 명 보였다. 누군가 했더니 한석이었다. 나와 몇 번 만난적은 없지만 지훈과 마찬가지로 꽤나 유쾌하고 그리 크게 모나지 않은 녀석이다.

지훈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몇 번 대화해본 적이 있었는데 딱히 나를 싫어하지도 않고, 오히려 가까워지기 위해서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던 사람.

'두 사람이 왠일이지?'

그런 내 말에 호응하듯 심호흡을 몇 번하고 진정한 지훈이 갑자기 내 어깨를 잡고는 소리를 질렀다. 문제는 단순히 잡는 것뿐만 아니라 정말로 애타게 울부짖으며 내 어깨를 흔들어댔다는 것이다.

"태훈아, 한 번만 도와주라!"

"...무슨 말인지...말을..."

으악, 멀미날 것 같아. 그건 그렇고 대체 뭘 도와달라는거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지훈을 진정시키는데 한참을 보내야 했다.

"...그래서."

""네가 여친이 있는건 알지만 그래도 한 번만!!""

지금 내 앞에서는 두 사람이 양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잠깐, 그거 그만 둬. 내가 꼭 죽은 사람 같잖아.

"...후우."

녀석들이 한 말을 요약하면 대충 이랬다.

'옆에 있는 여대의 소위 말하는 '퀸카들'이랑 미팅을 어찌어찌 낚아냈는데, 당장 오늘 미팅에 나갈 멤버중 하나가 갑작스레 빠지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 나야 공략도 겸사겸사하고 좋기야 하지만... 일단 대학 안에서는 서연이랑 사귀고 있다는 설정이니 못 이기는 척 한다는 태도를 취해야겠지.

나는 한 번 한숨을 내쉬고는 두 사람에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이거, 서연이한테는 비밀이다?"

내 말에 두 사람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손을 맞잡았다. 남자 둘이 이런 반응을 보이니 솔직히 조금 징그러웠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왜 굳이 나한테 온거야? 솔직히 여대 퀸카들이랑 미팅하고 싶어하는애들은 넘칠텐데."

"아하하... 그게 사실."

지훈은 멋쩍게 웃으며 사실을 실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된거야."

"진짜냐."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그 정도로 방금 전 지훈이 말해준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아니, 무슨 전설 속에서 나오는 요녀나 판타지의 서큐버스도 아니고 그런게 가능하다고?

나는 속으로 방금 들은 말을 곱씹으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물릴 수는 없으니까, 그냥 그 여자는 지훈이나 한석이한테 맡기면 되겠지.

"그래, 뭐. 지훈이랑 한석이 너네가 알아서 그 여자 담당해. 나는 그냥 앉아만 있다 가던가 할테니까."

내 말에 지훈과 한석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신나게 웃어댔다. 물론 나도 앉아만 있다가 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여대 퀸카라니. 내가 그런 이들을 언제 또 만나보겠는가?

심지어 방금 전 지훈의 말대로라면 미팅했을 때 대부분의 경우 '원나잇'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뒷일을 걱정할 필요도 없이 퀸카를 한 번 따먹을 수 있는 기회를 이대로 날려보낼 멍청이가 아닌 나는 이번 무조건 갈 생각이었다.

'좀 독특하긴 하네.'

다 그런건 아니지만 일단 퀸카에 가까운 여자애들일수록 도도하거나 간을 보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남자애들이랑 노는걸 좋아하고, 즐길 줄이야.

'뭐, 다 그런건 아닐거니까.'

적어도 나한테는 좋은 일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지훈과 한석을 따라 미팅 장소로 이동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이동하던 도중에 지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듣기로는 그쪽 리더랑 떡친 남자애는 다음날 완전히 핼쓱해져서는 보기 안쓰러울 정도라고 하더라고. 걔네들 대부분이 그 날 이후로는 다른 여자애들은 보지도 않고 리더만 쫓아다니면서 사귀어달라고 하는데...'

대체 떡을 어떻게 치면 그렇게 눈에 띌 정도로 핼쓱해진다는 말인가? 게다가  퀸카들이랑 미팅을 할 정도면 어느 정도 돈이 있거나, 잘생긴 애들일텐데 그 정도로 그녀에게 빠진다니. 대체 어떤 여자인지 조금은 궁금해질 정도였다.

아무튼 그래서 잘 모르는 애를 데려갔다가 애가 망가지면 책임질 자신이 없으니 나를 데려가겠단 소리였다.

'뭐, 나하곤 상관없겠지.'

나는 어디까지나 퀸카들 중 한명을 따먹고, 잊으면 될 뿐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앞장서서 걷는 지훈을 따라갔다.

* * *

우리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와인바였다. 슬슬 저녁때라 그런지 와인바에는 사람들이 절반 정도 차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테이블이 있었다.

왼쪽에 앉은 웨이브 진 갈색의 머리를 한 여자가 유쾌하게 웃으면서 우리를 향해 한 손을 흔들며 어서오라고 재촉했고, 오른쪽에 앉은 여자는 짧은 포니테일을 한 채 우리를 탐색하듯이 한 번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 있는 여자를 바라본 순간. 나는 숨이 멎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절세미인. 그 단어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가 있었다. 긴 흑발은 멀리서봐도 눈에 띌 정도로 윤기가 흐르며 새하얀 피부와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그녀 특유의 분위기가 그녀를 바라본 순간 경직될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지게 했다.

그녀는 도도한 표정으로 와인잔을 손에 든채 갖다대며 핸드폰을 보고 있었는데, 눈이 마주치지 않고도 이 정도라면 그녀의 앞에 앉았을 때 파괴력이 얼마정도일지 나는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내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옆을 봤을 때 멍하니 침이라도 흘릴듯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두 녀석이 있었다. 나는 녀석들의 옆구리를 툭툭 치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한석이 가장 왼쪽에, 지훈이 중앙에, 내가 오른쪽에 앉으며 미팅이 시작됐다.

나는 최대한 중앙에 앉은 여자를 바라보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내 앞에 앉은 포니테일의 여자에게 집중하도록 노력했다.

그래, 애초에 넘볼걸 넘봐야지. 지금 내 앞에 있는 여자만해도 당장 평소의 나라면 말조차 못 걸어볼 퀸카가 아닌가. 괜히 어리버리한 짓을 했다가 나만 까였다간 몹시 쪽팔릴 것이다.

"안녕하세요, 김하나에요."

유쾌하게 웃던 웨이브 진 머리의 김하나가 입을 연 것을 기점으로 지훈과 한석도 헤벌레 웃으면서 열심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훈과 한석의 소개가 끝나자 내 앞에 앉아 있던 포니테일의 여자도 자신을 '하지연'이라고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최태훈입니다."

나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짤막하게 인사를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는데 자리에 앉는순간 어째서인지 중앙에 앉은 그녀와 눈이 마주친 기분이 들었다.

'진정해라 나. 분명 자의식 과잉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멍청하게 굴지 말고 앞에 있는 여자한테 집중해.'

그렇게 내가 속으로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색기가 들어있지만 청순하고, 도도하지만 친근한. 실로 모순적인 것들이 뒤섞인듯한 목소리였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남자의 마음을 휘어잡는데 최적화된 목소리였다.

"...세미나에요."

그 목소리에 지훈과 한석의 시선은 방금 전 자신을 '세미나'라고 소개한 여자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나야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시선을 돌렸지만 말이다.

그렇게 내 앞에 있는 '하지연'이라는 여자에게 집중하기 위해 그녀의 상태창을 보려는 순간 '세미나'와 눈이 마주쳤다.

'...오, 시발.'

그리고 눈이 마주치며 그녀의 머리 위에 떠있는 상태창을 목격한 나는 속으로 욕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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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오랜만에 글을 썼더니 엄청 필속이 느려졌네요. 빨리 제 페이스를 찾아야겠습니다.

2.늘 그렇듯 쿠폰과 추천에 비례해서 연참 확률이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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