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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로레밸업-12화 (12/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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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공략을 시작합니다.

문자를 확인하고 나간 자오에는 긴 흑발을 단정하게 정돈한 여자가 자리에 앉아있었다. 새하얀 셔츠에 짧은 치마를 입은. 그야말로 풋풋한 대학생이란 느낌이었다.

'나보다 두 살 많다는게 안 믿어지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양복을 갖춰입은 전형적인 여비서가 검은색 가방을 들고 서 있었다.

"왔네."

그녀가 날 처음보고 내뱉은 말은 그것이었다. 문자와 상반되는 싸가지 없는 말투로, 마치 귀찮은 벌레나 그에 준하는 무언가를 보는 시선으로 날 대했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 더 이상 하송희에게 접근하지마. 그것만이 내 요구 조건이야. 물론 그에 대한 보답은 제대로할게."

그렇게 말한 그녀가 턱짓하자 그녀의 옆에있던 여비서가 들고 있던 가방을 덜컥하고 열었고, 그 안에는 5만원짜리 지폐 다발이 가득차있었다.

"정확히 2000만원. 미리 말해두지만 이건 통보야. 설마 고작 만난지 며칠안된 여자한테 떨어져달라는 부탁으로 이 이상을 바라는건 아니겠지?"

"...이러는 이유는?"

"그건 네가 알 필요없는 일이야."

"그렇군."

내가 잠시 침묵하자 그녀는 다시 말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부드러운 방법이야. 협박이나 폭력을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안 그랬거든. 넌 내 동생이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의 의도가 무엇인지 대충 간파한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게...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야. 혹시 몰랐어? 그 애가 이 날씨에 매일같이 긴팔에 긴바지를 입고 다니는 이유가 뭐겠어? 흉터랑 멍을 가리기 위해서야."

네가 직접 보면 정이 다 떨어질걸. 온몸이 퍼렇게 물들 정도니까. 그것땜에 수업도 제대로 안나가는것 같았지만.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녀는 킥킥거렸다.

"그건, 네가 한건가?"

"물론이지. 의붓아버지한테 내가 이 학교를 물려받기 위해선 친자식인 걔가 완전히 사라져줘야하거든. 혼자서 놔두고 폐인이 되길 기다렸는데... 너 때문에 일이 틀어졌지."

그렇게 말한 그녀는 '아, 말해버렸다.'이러면서 실실 웃고있었다.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지금 눈 앞의 이 여자는 내 심기를 제대로 건드리고 있었다.

마치'나를 한대 쳐주세요'라고 시위하듯이 말이다. 정작 그녀는 자각이 없는지 도도하게 앉아있었다.

아니, 도도한 것을 연기했다는게 더 맞는 표현일것이다.

아무튼 나는 더 이상 내 눈앞의 그녀를 나와 같은 인간으로 재단하지 않기로했다.

그녀는 금수만도 못한 존재인것과 동시에 내가 본 사람들중 가장 개같은 년이었다.

'시발'

속으로 욕을 내뱉으면서 눈앞의 그녀를 두들겨 패버리고 싶은 욕구를 억눌렀다.

그녀는 계속해서 내 심기를 건드리는 말들을 내뱉고 있었지만 더 이상 그 대화에 어울려줄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그래, 네 말 덕분에 확실히 정했어."

"그래, 잘 생각했어. 입단속은 당연히..."

"좆까 시발년아."

내 말과 동시에 세계가 정지했다. 내 욕설을 들은 하민의 표정이 멈추고 옆에 있던 비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째서?"

"니같은 썅년한테 대가릴 숙일바엔 죽고말지."

그렇게 말하며 나는 당당하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아아,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어릴때의 본성이. 찌질한 지금과는 극단적으로 상반되는 본성이 꿈틀댔다.

'그래도, 설화라면 이해해주겠지.'

내가 본성을 누르게 된것은 설화 덕분이다. 폭력을 싫어하고 평화주의적이던 설화였지만 부조리와 악의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내 폭력을 묵인했다.

일종의 정당방위같은 것이었다.

내 말에 유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다음순간, 유민의 옆에 있던 비서가 황급히 박수를 한 번 치자 카페 내부에서 각양각색의 복장을 한 남자들이 튀어나왔다.

세보니 대충 6명정도 돼 보였다.

그들의 손에는 각자 몽둥이와 각목, 쇠파이프 같은 것들이 들려 있었다. 심지어 그들중 한명은 사시미칼까지 들고 있었다.

'이러려고 카페 전체를 빌린건가.'

피식웃으면서 유민을 힐끔봤지만 그녀는 차가운 분노를 목소리에 담은채 말했다.

"반쯤 죽여버려. 가운데 손가락은 잘라버리고."

"물론입죠."

그녀의 말에 남자들이 대답하며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하지만 나는 그저 웃는표정을 지으면서 유민을 보며 음침하게.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마. 어릴때 내 별명이 뭔줄아나."

아, 실수로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올라온 뒤엔 거의 하지않았었는데.  뭐, 상관없겠지.

"...?"

눈 앞의 남자들은 미친놈을 보는 눈으로 날 바라봤다. 하긴 난 지금 무장도, 동료도 없다. 하지만 그게 어떻단 말인가. 난 어릴때부터 그랬는데.

"미친개다 이 새끼야. 한 번 물면 죽을때까지 절대 안 놓는다고. 뒤지게 쳐맞아도 미친놈마냥 덤벼서 붙은 별명이다. 데려올거면 제대로 작업할새끼들을 데려와야지. 그리고 뭐? 반쯤 죽여?"

계속해서 실소가 튀어나왔다. 이건 내 습관이었다. 어릴때부터 싸우기 전에는 이런 기분이 들었다.

희열과 비웃음. 그리고 분노.

"그래, 어디 한 번 보자. 니들이 반쯤 죽일 생각으로 날 이길수 있는지."

"이런 미친놈이!"

말하던 도중에 식상한 대사를 하면서 내 앞에 있던 놈이 내 머리를 향해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궤적을보니 내가 피하려하면 그대로 내려찍을 자세였다.

나는 그렇게...

깡! 둔탁한 타격감과 함께 소리가 울려퍼졌다. 내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내 코를 타고 흘러내렸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쇠파이프가 정통으로 맞을 것이라 예상못한것인지 그 반동으로 팔이 풀린채 쇠파이프를 놔버린 녀석을 바라봤다.

씁쓸한 피맛이 입안에서 느껴졌다. 음, 오랜만에 맛보는 피였다. 딱히 흡혈귀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싸움을 한다는 것이 실감이났다.

나는 비틀거리면서 바닥에 떨어진 쇠파이프를 주워들었다. 묵직한 감촉이 손에 느껴졌고, 나는 녀석에게 충고를해줬다.

"개수작부리지마라 새끼야. 남의 행동을 예상하고 공격하니까 어설픈기다. 공격은..."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쇠파이프로 그대로 녀석의 어깨를 부숴버렸다.

콰직. 하는 나서는 안 되는 소리가 그의 어깨에서 울려퍼졌고, 그는 비명을 지르면서 게거품을 물었다.

"처음부터 팔을 부쉈어야지. 병신같기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피칠갑을 한 악귀처럼 웃었다.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바닥에 뚝뚝 떨어졌지만 오히려 그 광경이 녀석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고 있었다.

"확실히 한동안 병신같이 살았더니 몸이 익숙하진않네."

전이었다면 저딴것 한대 맞고도 멀쩡했을텐데. 설화를 만나고 공부만했더니 근육이나 체형이 완전히 범생이처럼 되버렸다.

설화가 죽고난뒤에서 술이나 퍼마셨으니 당연한걸지도.

뭐, 몸은 달라졌지만 상관없었다. 미친개시절의 맷집과 싸우는 감각. 이 두 가지만으로도 앞의 다섯놈 정도는 조질 수 있었다.

'C랭크는 개뿔.'

적어도 B랭크, 아니. A랭크는 되어야할 난이도였다. 깡패놈들 조지고, 저 썅년까지 조져야 비로소 하송희를 공략할 수 있으리라.

만약 그녀가 지금 이 광경을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경악할까? 아니면 무모하다고 만류할까. 그녀가 날 걱정하는 모습이라니. 잘 상상이 되지않았다.

"퉷."

입에 살짝 고인 피를 내뱉고 나를 바라보는 다섯놈들한테 말했다.

"그러니까 상대를 잘 골랐어야지. 범생이처럼 보여서, 찌질이처럼 생겨서 만만할거라 생각했냐?"

물론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의 본성이 어디가겠는가.

"왜, 이제는 반은 못 죽이겠냐?"

너넨 사람 잘못건드린거야 새끼들아. 니들한테 의뢰한 저 썅년이나 원망해라.

나는 작게 중얼거리며 아직도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은 창을 두들겼다.

지금은 생각없이 저질러야 하는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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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력에 10스텟이 투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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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많은 스텟이 투자되어 적응에 시간이 다소 필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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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조금 다를거야 친구들."

그렇게 나는 실로 오랜만에 본성을 내뿜었다.

스스로를 쓰레기라 여겼기에 사람과의 접촉을 피했었다. 그들이 나와 닿으면 그들이 더러워질것이라 생각했기에.

그날 이후로 만난 서연을 비롯한 친구들에게도 최대한 배려하며 상냥하게 대했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 걸음 나아가는것도 망설이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것에 서툰 내가 간신히 이어진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이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시궁창 인생의 동료들이었다.

망설일 것도, 배려할 것도 없는 내 소중한 친구들 말이다.

"그럼, 다시 가볼까?"

내 말에 다섯 남자의 얼굴이 검게 죽었다.

============================ 작품 후기 ============================

어...이게 공유기라 와이파이 없는곳에선 못쓸줄알았는데 서울에는 시내에서도 계속 공용와이파이가 되더군요... 버스타고오는 4시간 동안 지루해서 메모장에 틈틈히 적어서 폰으로 업로드합니다. (주인공이 드디어 찌질이 티를 조금 벗었어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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