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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략을 시작합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서연은 반쯤 기절해 있었고 나 역시도 완전히 지쳐서 탈진한 상태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잔뜩 흘러나와 바닥을 적시고 있는 정액과 애액이 내 시야를 가득 채웠고, 몇 번이나 살을 겹쳤는지 증명하는 냄새가 잔뜩 풍겼다.
밤꽃 냄새와 처음 맡는 살내음이 뒤섞여 결코 맡기 좋다고는 할 수 없었기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옷을 갈아입고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꽤나 시간이 지났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4시간이나 지났을 줄이야. 벌써 4시가 한참 넘은 시각이었다. 그러고보니 지훈 녀석과 서연이의 친구랑도 만나기로 했었는데.......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지훈에게서 걸려온 전화가 몇 통이나 있었다. 하아, 뭐라고 변명하지.
속으로 한숨을 내쉬는데 서연이 정신을 차렸는지 움찔하더니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커다란 가슴이 출렁거렸고 나도 모르게 시선이 그쪽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변태."
내 시선을 읽은 것인지 서연이 핀잔을 줬지만 어째서인지 배시시 웃는듯한 표정이었다.
"...어, 음... 미안."
내 사과에 서연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내 목에 그녀의 팔을 감았고 나는 움찔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었다.
"선배, 선배는 뭐랄까... 두려워하는것 같아요."
나는 뜨끔했기에 슬쩍 고개를 돌리려했지만 그녀는 휘감은 팔로 내가 그녀를 제대로 응시하게 했다.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지고 달콤한 냄새가 났지만 그런걸 신경쓸 겨를도 없었다.
'도망칠 구석도 없는건가.'
"......"
"무언가에 쫓기듯이 자신을 강제로 바꾸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요. 사람하고 관계를 맺는 것이 서툰데도 억지로 하려고 노력하면서도 두려워하죠."
"...그건."
"말하지 않아도 대충 알아요. 선배도 선배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죠. 솔직히 말해서 지난번에는 꽤나 자존심에 상처 입었지만... 이제 됐어요. 선배가 원래 이런 사람이란걸 알았으니까."
"...미안."
다시 한 번 내가 사과하자 그녀는 갑자기 손으로 내 등짝을 후려치며 소리질렀다.
"그러니까 그런 소리좀 하지마라고! 이 찌질한 놈아!"
쫘악 소리가 울려퍼질 정도로 엄청난 스냅이었다. 하필이면 관계 후라서 알몸인데 그 상태로 등짝에 스매싱을 맞았더니 살이 얼얼하다못해 터질 것 같았다.
차마 비명을 지를 순 없어서 꾹 참았지만 진짜로 아팠다. 곱상하게 생겼으면서 손이 엄청나게 맵네...
"후우, 그래서 선배. 어떡하실래요?"
"응? 뭘?"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할 말이 뭐가 있겠어요? 설마 선배는 청순한 후배의 처녀를 따먹고도 그냥 버릴 생각은 아니시겠죠?"
"......아."
그렇게 말하는 서연의 눈이 이글이글거렸다. 어라? 이거 정말로 기억상실제를 사용해야 하는건가?
"제대로 대답해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내 앞에서 서 있는 서연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고민끝에 정답을 내리고 입을 뗐다.
사실 그녀는 내가 제대로 말을 하고,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된 이성이나 다름 없었다. 편의점 알바 분과 같이 짧게 보는게 아닌 제대로 된 '대등한 인간관계'.
그리고 지금 내가 하는 말에 따라 이 관계는 급변하게 되리라. 서연이 그럴 인물로 보이진 않았지만 지금 내가 거절한다면 그녀가 내게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고 다닐지도 몰랐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서연이 먼저 덥치긴 했지만 그걸 받아먹고도 도망치는 것은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책임을 져야한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과연 이 상태로 서연과 사귄다고 하더라도 진심을 다해서 사랑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서연에게 가지는 것은 명백한 호감. 그것도 이성적인 호감이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이라고 단언할 자신이 있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오랜만에 가지는 인간관계라 그런 것인지 감정을 제대로 정리할 수가 없었다.
과거의 나는 분명 설화를 사랑했다. 하지만 지금 서연에게 느끼는 것은 그것과는 무언가 조금 다른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사귀면 되잖아. 그녀도 그걸 바라고 있고. 너한텐 넘치도록 과분한 여자라고.'
내 머릿속의 어딘가가 그렇게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미안하지만... 사귀진 못할 것 같아."
이렇게 말하는 순간 나는 한 대 뺨을 맞을 각오는 하고 있었다. 일단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나는 후배를 따먹고도 버린 희대의 개새끼중의 개새끼였으니 말이다.
심지어 그 후배가 미인에다가 육감적인 몸매. 더불어 성적인 욕구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기에 생각했다.
'나 따위한테는 과분하지.'
어떻게보면 그녀는 나에 의한 희생자였다. 어쩌다보니 내 손의 능력의 시범 타겟이 됐고, 어쩌다보니 다시 만나서 몸을 섞었다.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분명 비겁하게 손을 쓴 나같은 놈과는 달리 제대로 그녀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첫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그녀가 한 대를 치기를 기다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솔직히 약간 겁나긴 했다. 방금 전 등짝을 후려칠 때도 엄청나게 아팠는데 뺨도 그런 힘으로 친다면 나는 당분간 병원에 입원해야 할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어째서인지 뺨이 얼얼해지지 않고 부드러운 감촉이 이마에 느껴졌다.
눈을 조심스레 떴을 때 그녀의 목덜미가 들어왔고 나는 그제서야 그녀가 내 이마에 키스를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잠시 내 이마에 키스를 한 서연이 천천히 입을 떼며 말했다.
"칫, 그 정도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고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주섬주섬 옷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럼... 왜 물어본거야?"
"사실 선배가 별 생각없이 오케이 하면 진짜 한 대 치려고 했거든요. 저랑 사귀면서 마음이 다른 여자한테 가있다니. 그런건 절대 용서할 수 없죠. 양다리는 물론이고요."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뭐, 선배가 적어도 저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해주고 있었단 건 알았으니까 됐어요. 오늘 있었던 일은 불장난 정도로 하죠."
"그래?"
나는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그녀와 사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녀를 보내고 싶지 않다니. 내가 지독히도 이기적인 놈이란 생각이 들어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서연은 어째서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응? 그렇다고 선배를 포기한다고는 안 했는데요?"
"...네?"
그렇게 말하는 서연의 눈빛이 흡사 먹잇감을 노리는 사자같아서 나도 모르게 존댓말이 나왔고, 서연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누군진 몰라도 선배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거고, 그래서 지금 당장은 저랑 사귈 수 없다는 거잖아요. 맞죠?"
"...그렇...지?"
"그럼 제가 그 여자보다 매력적인 여자가 된다면 선배는 저를 선택하실 거잖아요. 이미 오늘 한 번 몸을 섞어봤는데 저희 궁합 꽤 잘맞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몇 번 더 만나보면 선배는 그 여자는 금방 잊고 저한테 푹 빠질거라고요. 후후, 제 취향은 정면으로 부딪치는 거랍니다?"
아.
아아.
내 앞의 이 여자는 진심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럼... 방금 전 불장난이란 소리는?"
"오늘 있었던 일은 지우고, 내일 부터 제대로 관계를 정립하자는 뜻이죠. 선배는 그렇게 잘생기지도 않고, 돈이 많아보이지도 않지만... 왠지 모르게 상냥한 것 같거든요."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섹스를 잘 하기 때문인 것 같지만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요염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본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야, 나도 처음이었거든? 정신 못차리고 해댄거야."
"거짓말치지마요. 처음인데 그렇게 기분좋게 할리가 없잖아요."
그녀는 정말로 믿지 않는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거 나중에 다른 스킬이 더 생겨나면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한데. 마침 그녀의 특징인 만년발정도 있으니 특수한 플레이도 해보고 싶다.
"후후."
그렇게 웃으면서 그녀는 제대로 옷을 고쳐입었다. 그녀가 입은 짧은 핫팬츠가 축축하게 젖은 것은 내가 그녀의 안에 몇 번이나 사정을 했기에 닦아도 닦아도 계속 흘러나왔기 때문이리라.
속옷이 살짝 비치고 다리를 후들거리면서도 그녀는 해맑게 웃으면서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선배와 후배관계부터 다시 시작하죠."
"그래, 잘 부탁한다고 후배님."
"아, 덧붙이자면 섹스 파트너도 추가할거니까요. 가끔씩 정도는 어울려주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내 물건을 툭툭 건드린 서연이 요염하게 웃었고, 동시에 팡파르가 터지는 소리가 울리며 알림창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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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30000p가 지급됩니다.
보상으로 투자 가능한 스텟이 8 지급됩니다.
추가 보상으로 스킬 '에로스의 페로몬'이 지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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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략 성공 보상으로 20000p가 지급됩니다.
보상으로 투자 가능한 스텟이 2 지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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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략에 성공하셨기 때문에 '첫 공략 보정'이 사라집니다.
공략 난이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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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대상에 '김서연'이 추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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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알림창들을 본 내 감정은 두 가지가 상반되고 있었다.
드디어 첫 번째 관문을 깼다는 안도감과 이제부터 더욱 어려워질 공략을 떠올리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연은 내게 달라붙은 채 나가자고 재촉했고, 나는 씁쓸히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나는 옷을 갈아입고 다리가 풀려서 못 걷겠다고 업어달라고 칭얼거리는 서연을 업은 채 여자화장실을 빠져나왔다. 풍만한 가슴의 감촉이 몹시 인상적이었다고만 말해두겠다.
이미 밖에는 노을이 질 정도로 시간이 늦어있었다. 그러고보니 강의도 몇 개 째버렸네. 뭐, 첫날이니 괜찮을 것이다.
화장실을 나오는 순간 화장실 바로 앞에 있는 벤치에서 책을 읽고 있는 여자를 보고 움찔했다.
그 여자는 이쪽을 응시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위치상 필연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위치였다. 나는 잠깐 다리가 굳었지만 그 여자는 정말로 책에 집중했던 것인지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검은 머리칼을 짧게 정돈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녀를 힐끔 쳐다보는 순간 서연이 내 목을 조르며 '벌써부터 바람 피는거에요?'라고 했기에 나는 다른 사람들이 주변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레 공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니, 애초에 넌 나랑 사귀지도 않잖아.'
물론 이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후환이 두려우니 말이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본격적인 공략 시작! 열심히 글쓰고 있습니다. 오늘 중에 선작 200이 된다면 죽어라써서 2편 더 올릴지도... 일단 한 편 정도는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