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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로레밸업-4화 (4/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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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략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그녀에게서 도망치다시피한 나는 완전히 자괴감에 빠진채로 다시 집에 돌아왔다.

어차피 해야하는데 꽁무니를 빼는 나 자신에 대한 한심함과, 설화가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그녀에게 호감을 품었다.

아니, 조금 더 솔직해 지도록하자. 그녀에게 이성적으로 흥분했고, 범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보는 순간 몇 년 동안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성욕'이라는게 끓어올랐다.

그래서 제대로 나 자신을 제어할 자신이 없었기에 도망쳤다. 그게 진실이었다.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일단은 준비를 하기로 했다. 이번의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은 튜토리얼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지만 나는 일종의 이미지 변신같은걸 했기에 이전과는 다르게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있었다.

이상한 짓을 하다가 실수로 후배가 같은 학과 애들한테 걸리기라도 했다간...

이거 완전 게임이지만 게임이 아니구만.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나는 그럭저럭 현재의 상황을 정리하며 며칠을 보냈다.

정리하자면 첫 번째로 '상점'에는 별의별 아이템이 다 있었다. '정력 최대치 증가' 혹은 '정력 회복'같은 효과를 가졌다고 적혀있는 수상쩍은 약병이 그려진 아이템부터 시작해서 특수한 효과를 가진 알약들까지. 그것말고도 '투시 선글라스'같은 것도 있었지만 일회용이 아닌만큼 값이 비쌌다.

사실상 내가 가진 포인트로 살 수 있는 것은 알약이나 정령 회복 포션 같은 것들 뿐이었다. 그런데 특이하게 마지막 항목에 '현금'이 있었는데 '1p를 100원으로 바꿀 수 있다'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약간 미묘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내가 가진 9500p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95만원인가. 자취하는 대학생에겐 큰 돈이지만 바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미 튜토리얼을 클리어한 이상 포인트를 벌 다른 퀘스트나 업적이 마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딱히 돈이 궁한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일단 이 포인트를 남겨두기로 했다.

두 번째로 스텟. 이 스텟이란 것도 범상치 않을 것이라 예상하긴 했지만 내 예상보다도 훨씬 더 골때리는 것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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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레벨:1

주 스텟

지력:29(C)  근력:12(D)  행운:7(E)  매력:11(D)

부 스텟(성행위 관련)

외모:10(D)  테크닉:0(동정)  크기:23(C)  정력31(B)

현재 투자 가능한 추가 스텟: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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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나는 움찔했다. 물론 이런걸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스텟의 항목 중에 저런게 있을 줄이야.

속으로 한숨을 내쉬면서 나는 슬쩍 주변을 둘러봤다. 아니, 뭐 어차피 우리 집이라서 다른 누군가가 있지는 않았지만 지금부터 내가 할 일은 굉장히 쪽팔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떨리는 손을 잡고 천천히, 천천히 부 스텟에 있는 '크기'를 살짝 눌렀다. 그리고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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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스텟. '크기'에 1투자 되었습니다. 남은 현재 투자 가능한 스텟은 5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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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알림이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나는 왠지 모를 미묘한 기분이 아래쪽에서 느껴진다는 것을 알았다. 슬쩍 바지를 당겨 확인해보니 조금이지만 확연하게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딱히 크기에 콤플렉스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를 남자의 자존심이란 말이다.

투자 가능한 스텟이 하나 사라지긴 했지만 하나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뭣보다 스텟이 이렇게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걸 알았으니 잘 써먹으면 어딘가에서 변수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고..."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빈곤한거 아닌가. 외모는 애초부터 별 기대도 안했지만 테크닉도 0. 물론 동정이긴 하지만. 그나마 준수한게 이 쓰잘데기도 없는 정력이랑 크기 뿐이다.

'그냥 외모에 투자할걸 그랬나.'

아니, 고작 1스텟 가지고 이렇게 침울해할 필요 없다. 지금 나한테는 아직 5스텟이 남아있으니까. 물론 무조건 외모에 넣는 것보다는 상황을 보고 찍는게 좋겠지만 말이다.

'일단은...'

곧 있을 개강을 준비하는 것부터다.

나 자신도 내가 이렇게 변한게 신기한데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여자들이나 후배들과도 밥을 먹을 수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생각해보니 큰맘 먹고 나갔는데도 결국 제대로 말한 건 두 번 뿐이었다. 두 번 모두 여자였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긴 하지만.

작년에 내가 1학년일 때 동기들은 선배들한테 밥을 얻어먹거나 놀러 다녔는데 나는 그런 일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 결국 밥을 한 번도 얻어먹지 못하고 사줘야 한다는 것에 약간 불합리함을 느끼긴 했지만 어차피 자업자득이니 그런 생각은 그만두기로 했다.

목표는 후배 중에서 한 명을 꼬셔서 공략을 하는 것이다. 동기인 여학생들은 이전의 내 이미지 때문에 공략이 힘들 것 같으니 말이다. 마침 내 동기중 남자애들은 군대를 간 녀석들도 있으니 보다 확률이 올라가리라.

"적어도 3~4달은 걸리려나."

일단 말을 트고, 가까워진다음 밥도 사먹고, 그리고나서......잠깐.

"사귀어야 하는건가?"

생각해보니까 가뜩이나 좁은 캠퍼스에서 바람이라도 폈다간 끝장인데. 한 번 공략하고 나면 다른 여자를 공략해야 하는데 그랬다간 양다리잖아. 나는 그제서야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치지 않고서야 밥 몇끼 사준다고 후배가 나랑 섹스를 해주겠는가! 제대로 사귀고 시간이 꽤나 지나야지만 해줄텐데! 설령 에로스의 손을 쓴다 하더라도 섹스를 한 후에 갑자기 입을 닦았다간 과 내에서 내 평판이 바닥을 찍을지도 몰랐다.

제기랄, 설마 이런 기본적인 문제가 있었을줄이야. 나는 허겁지겁 상점에서 이런 상황에서 쓸만한 아이템이 있나 찾아봤는데 운 좋게도 하나 있긴 있었다. '기억상실제'라고 적힌 약이었는데 약을 먹은 경우에 플레이어가 원하는 기억의 일부를 지울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일단 친해지고 나서 섹스를 한 뒤 이 약을 먹여서 섹스했던 기억을 지우면 되는건가?'

기억상실제의 가격은 2000p로 생각보다 그리 비싸진 않은 가격이었다. 나는 그제서야 안심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정비했다. 일단 목표는 1달, 1달 안에 후배들과 친해진 뒤  공략을 완료하고, 기억을 지워서 다시 다음 공략을 준비한다.

"좋아."

나는 양 손으로 뺨을 쫙 치며 기합을 넣었다. 그렇게 나는 방을 정리한 뒤 며칠간은 시간표를 정리하고 교재를 구입하거나 새로 입을만한 옷을 사며 시간을 보냈다.

적어도 변수가 없다면. 내 계획대로 무사히 진행될 수 있을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싶은 것을 억누르고 내 옆에 있는 친구인 '지훈' 녀석과 함께 앞에 있는 여자애 둘한테 인사했다.

""안녕.""

"안녕하세요?"

지훈과 내 말에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하는 지훈 앞에 서 있는 갈색 단발의 소녀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애교가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그 태도에 나도 모르게 시선을 뺏길 뻔했지만 직후 나는 오싹한 한기를 느꼈다.

"....안녕하세요."

곧이어 약간은 차갑게 느껴질정도로 무뚝뚝한 말투로 대답하는 소녀가 내 앞에 있었다. 덧붙이자면 그녀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상태창은 내게도 어딘가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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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서연

성감대:귀,가슴, 허벅지

공략 랭크: C

현재 호감도:18%

현재 흥분도:4%

(Lv증가시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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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다름 아니라 며칠 전 내게 번호를 요구했던 그 여자였다. 나보다 앳되어 보인다는 점에서 당연히 대학 새내기라고 대충 짐작은 했지만 이 동네에 있는 대학은 우리 대학이 유일하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알고보니 내 과 후배라니.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현실도피를 하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지금 내 앞에 있는 그녀는 완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잡아먹을 것만 같은 눈빛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약간 움츠러들 정도였다.

'호감도가 오르긴 개뿔이! 이거 뭔가 잘못된거 아냐?'

알림창에 의하면 분명 지난번에 비해 호감도는 올랐지만 지금 그녀의 태도만 봤을 때 그럴 가능성은 절대 없었다. 그렇게 내가 조금이라도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날 방법을 생각하는데 갑자기 내 앞에 있던 그녀가 차가운 눈빛을 거두고 갈색 단발의 후배처럼 애교 있는 목소리로 지훈에게 부탁했다.

"선배, 혹시 시간 비신다면 학교 안내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오늘이 처음이라 길을 잘 모르겠네요."

"응? 물론이지. 후배를 위해서 그 정도도 못해주겠어?"

그렇게 말하며 호쾌하게 웃어대는 지훈을 보며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이 정신나간 놈이. 지금 실시간으로 썩어들어가는 내 표정 안보이냐?

내가 속으로 그렇게 욕을 해댔지만 지훈은 아무런 생각이 없는지 계속 웃어댔고, 나는 후회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녀석이랑 다니는게 아니었는데...

개강을 한 오늘, 첫 강의인만큼 대부분의 교수들은 간단한 설명을 하고 조금씩 수업을 일찍 마쳤다. 나는 수업이 끝나고 공강인 동안 점심을 먹으려고 교실을 나섰다. 그런데 들어갈 때는 못 봤던 지훈 녀석이 날 알아보고는 같이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고 했기에 나도 따라갔고, 그 결과가 지금 이 상황이었다.

'이 녀석은 작년에도 그랬지만 엄청나게 긍정적이구만.'

작년 나랑 같은 조에 됐을 때도 군말 없이 내 지시대로 자료를 알아오거나 힘쓰는 일을 도맡았다. 다른 조원들이 땡땡이를 치거나 해도 그저 웃으며 자신이 그들의 몫까지 하겠다고 하는 우직한 녀석이다.

나도 맘같아선 답지않게 계속 땡땡이만 치며 제대로 하지 않는 그 녀석들의 이름을 제출내용에서 빼버리고 싶었지만 지훈 이 녀석의 부탁 때문에 참았었다. 아무튼 그런 성격 덕분에 동기들 중에서도 인간관계가 굉장히 좋은 편이었고 잘생긴 얼굴 덕분에 인기도 많았다.

약간 마른 편인 나에 비해 건장한 체격을 유지하고 있는 지훈은 소위 말하는 엄친아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눈치가 더럽게 없는건가?'

"그럼, 지혜야. 넌 지훈 선배랑 같이 구경다녀. 난 이 선배랑 같이 다닐테니까. 30분 정도 뒤에 점심 때 보자."

"응? 같이 다니는게 좋지 않아?"

지훈의 말에 내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굳이 따로 다닐 필요는..."

내가 맞장구를 치려 하는순간, 다시 서연의 눈이 날카로워지더니 갑자기 지훈의 옆에 가서는 지훈에게 뭐라고 속삭였다. 직후 지훈이 갈색 단발 소녀를 힐끔 쳐다보더니 그녀에게 보이지 않도록 엄지를 세웠다.

잠깐, 혹시 방금 친구를 팔아치운건가?

"그럼, 갔다올게."

한 대 치고 싶을 정도로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가버리는 지훈과 갈색 단발 소녀에게 손을 흔들어주면서 나는 금방이라도 얼어붙어버릴듯한 한기를 느꼈다.

"헤에... 왜 그렇게 아쉬운 표정을 지으세요, 선배?"

오싹할정도로 차갑고, 섬뜩한 목소리에 나는 절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 글쎄. 왜 그럴까..."

아마도 네가 표정에 드러날정도로 '이 놈을 구워먹을까 삶아먹을까'같은 태도를 드러내고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라는 말을 할 용기가 내겐 없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는 사랑입니다.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필자가 대학생이 아니라 요즘 대학이 어떤지 모르겠네요. 현역 대학생들은 전에 비해 말도 안 되게 바쁘다고 들었는데. 혹시 이 글 보시는 분들 중 있다면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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