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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로레밸업-3화 (3/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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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나는 머리를 쥐어싸매고 방금 전에 느꼈던 풋풋한 사람의 정이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영락없이 성추행이 아닌가. 10%. 아니, 권능이 2배로 적용된다고 했으니 20%가 어떤 수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강제로 누군가를 발정시킨다는 점이다.

"으으..."

그렇게 속으로 한참을 앓던 나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지하철역을 향해 걸어갔다. 길거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을 상대로 그런짓을 할바엔 차라리 밀접된 공간에서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닿게하면 조금이나마 괜찮으리라.

하지만 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게 있었다. 하나는 이 스킬의 효력의 수준이었고, 하나는 만약 상대가 발정할경우 지하철에서 어떻게 처리를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후우."

크게 심호흡을 한 뒤에 조심스레 교통카드를 개찰구에 넣었다. 나는 별 생각없이 최대한 사람이 많은 곳으로 향했고, 방금 전만큼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정장을 입은 남자들과 내 또래의 남녀가 잔뜩 서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이긴한데.'

적어도 이 상황이라면 누군가와 몸이 닿는 것은 필연적이리라. 문제는 그 상대가 누구냐는 것인데...

'아청법에 걸릴일은 없어서 다행이네.'

지금 이 시간에 지하철을 타는 여자들중 고등학생이나 중학생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이 대학생이나 20대 중후반의 여성들 뿐.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지하철이 도착한 순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지하철을 비집고 들어갔다. 지하철이 왜 지옥철이라 불리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 틈에 끼여 겨우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는 문의 구석에 쳐박혀 있었다.

"...후우."

오랜만이라 그런가. 사람들이 많은게 적응이 되질 않았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힐끔힐끔 살펴보는데 내 주변에는 대부분이 이어폰을 쓴 20대의 남자들이 있었다.

드물게 정장을 입은 아저씨가 있었지만 한 마디로 여자는 단 한 명도 내 주변에 있지 않았다.

"으으..."

일단은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한 순간 출입문이 열리며 내 옆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빠져나갔다. 구석에 쳐박혀 있던 내 옆으로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몸이 구겨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꾹 참고 견뎌냈다.

그렇게 사람들이 내리고 다시 타는데 어째서인지 여자들은 타는순간 열차의 중간 손잡이 쪽으로 향했다.

나 역시도 그쪽으로 이동하려했으나 그들의 뒤로 타는 남자들이 다시 지하철을 가득 메웠다. 그렇게 하는 수 없이 다시 구석으로 돌아온 나는 이번에도 글렀다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는데 그 순간.

허겁지겁 지하철에 뛰어오며 아슬아슬하게 탑승한 여자가 있었다. 제일 마지막에 간신히 탄만큼 가장 구석에 설 수 밖에 없었고, 사람들이 가득찬 지하철에서는 몸이 밀착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관심이 없는걸 연기하기 위해 등을 돌리고 있었지만 내 손등과 그녀의 팔이 닿고 있었다. 이 정도는 오해받지 않으리라.

'그건 그렇고, 퀘스트의 완료 조건이 뭐더라.'

나는 구석에 쳐박혀 있던 퀘스트창을 살짝 건드려 내용을 확인하고 의문을 가졌다.

에로스의 손은 분명 '패시브 스킬'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손이 닿은것만으로 발동해야 정상이고 퀘스트도 완료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건...

'시간이 조금 지나야하는건가?'

나는 살짝 초조했다. 지하철이 다음 역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대략 3분 남짓. 그 사이에 에로스의 손이 발동되어 준다는 보장이 없었기에 나는 어떻게해야하나 고민중이었다.

아슬아슬하게 닿고 있는 내 손등에 닿은 그녀의 뒷모습을 슬쩍 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앞의 얼굴을 본다면 조금 더 잘 알 수 있겠지만... 등을 닿은 상태에서 얼굴을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아..."

나는 그저 다음 역에 도착하기 전에 제발 에로스의 손이 발동하기를 빌며 초조하게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내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고 다음 역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올 때까지 퀘스트 완료 창은 뜨지 않았다.

{이번역은......}

무기질한 목소리가 들려오며 나는 반쯤 포기했다. 사람들이 나가고나면 그녀 또한 내게서 거리를 두겠지. 손이 떨어지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한다는건데.

그런데 그 순간. 내 눈앞에 팡파르 비슷한 연출이 터져나오는 것과 동시에 세계가 정지했다. 말 그대로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시간이 멈췄고, 나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뭐야?"

알림창이 떠올랐다. 그것도 지금처럼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의 알림창이 동시에 말이다.

[축하드립니다! '에로스의 손'발동조건을 충족시켜 튜토리얼 퀘스트 (3)가 완료되었습니다!]

[튜토리얼 퀘스트를 모두 완료했기에 '정식 공략'을 할 수 있습니다!]

[튜토리얼 퀘스트를 완료했기에 '에로스의 손'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가 기록됩니다.]

[튜토리얼 퀘스트 완료 특별 보상으로 5000p가 지급됩니다! 투자 가능한 스텟이 3 지급됩니다! 현재 투자 가능한 스텟은 6입니다.]

[업적. '천리길도 한 걸음'을 완료한 보상으로 2000p가 지급됩니다! 현재 포인트는 9500p입니다.]

그렇게 다섯 개의 창을 하나하나 확인한 나는 구석에 있던 8개의 메뉴중 '스킬'을 눌렀고, 이전과는 다른 '에로스의 손'에 대한 정보가 기록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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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이름: 에로스의 손(Lv2)(Passive)

효과: 손에 닿은 이성의 호감도가 40%증가. 흥분도 40%증가. (주신의 권능에 의해 강화된 능력치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 증가.

발동 조건: 대상과 3분 이상 자신의 손이 접촉해 있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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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보다도 훨씬 뻥튀기된 능력치에 내가 움찔했다. 아직 체감이 잘 되지 않지만 흥분도가 40%증가한다는건...

'아니아니, 지금 이걸 생각할 때가 아니지.'

나는 허겁지겁 창을 닫았고. 창을 닫는순간 세계가 반전했다.

말 그대로 온 세상이 뒤집어지는 듯이 눈부신 빛을 발하고 내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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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서연

성감대:귀,가슴, 허벅지

공략 랭크: C

현재 호감도:11%

현재 흥분도:16%

(Lv증가시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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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최미나

성감대: 클리토리스, 가슴

공략 랭크:D

현재 호감도:2%

현재 흥분도:4%

(Lv증가시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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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동수빈

성감대: 가슴

공략 랭크:E

현재 호감도:3%

현재 흥분도:5%

(Lv증가시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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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는 달리 내 눈앞에 있는 수십명의 여자들의 머리 위에 모두 이런 알림창이 떠올라 있었다. 갑자기 일어난 현상에 내가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데 다시 한 번 무기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닫힙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나는 그제서야 이미 지하철이 다음역에 도착했고 사람들이 다 탔다는 것을 깨닫았다. 하지만 지금 내 손에는 여전히  사람의 감촉이 느껴지는데 그녀는 이동하지 않은건가?

방금전이야 비좁아서 그렇다쳐도, 문이 열렸을 때 충분히 이동할 수 있었을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힐끔 고개를 돌리는 순간, 5c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그녀의 얼굴을 응시하며 그녀와 내 눈이 마주쳤다.

""앗.""

나는 고개를 곧바로 돌렸지만 얼굴이 익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저 여자는 갑자기 나를 왜 보고 있는거지?

나는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머릿속을 정리하는데 그 순간 내 뒤에 있던 그녀가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네,넷."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말을 더듬으며 몸의 방향을 돌리던 내 손이 그녀의 다리를 스쳤다. 그 순간 그녀가 움찔하는 것 같았지만 아마 기분탓이리라.

그렇게 그녀와 마주선 순간 나는 방금 전에 비해 지하철의 사람들이 꽤나 줄어 있어서 밀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그녀의 얼굴이 미묘하게 붉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기... 혹시, 전화번호 좀 주실래요?"

사고가 정지했다. 뭐야, 나 헌팅 당한건가? 심지어 내가 남잔데? 아니 여자가 헌팅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일반적으론 남자가 하는게 정상이잖아. 그런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휘감으며 날 자극했다.

나는 슬쩍 피하고 있던 시선을 그녀에게 마주하자 그제서야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칼이 허리까지 흘러내리고, 아무리 봐도 결코 작아보이지 않게 솟아 올라있는 둔덕이 보였다.

잘 나가는 남자들이 한 번 쯤 어떻게든 꼬셔보고 싶어할만한 미녀.

약간 앳되어 보이지만 그녀가 입은 하얀 셔츠와 약간 짧은 치마가 오히려 요염한 분위기를 풍겼다. 성숙한 것과 동시에 청초한 느낌의 미녀였다. 방금전보다 더 붉어진 표정이 왠지 모르게 심장에 불을 질렀다.

뭐, 간단하게 말해서 나같은놈이랑은 평생 연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핑크색 커버가 씌워진 핸드폰을 내게 건넬 준비를 한 채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전화번호는 왜요?'라는 말을 했다간 눈치 없다고 한 대 맞지 않을까.

'번호교환 정도야 뭐.'

그렇게 나는 알았다고 대답한 뒤 그녀의 핸드폰에 손을 뻗으려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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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서연

성감대: 귀,가슴, 허벅지

공략 랭크: C

현재 호감도:17%

현재 흥분도:31%

특기:만년발정Lv2(일반인들에 비해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성욕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수한 취향을 가지고 있을지도? 그녀의 연인은 고생좀하겠네요.)

(Lv증가시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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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알림창이 갱신된 것을 본 순간 반쯤 열렸던 입이 닫혔다. 뭐야, 이렇게 청초해보이는 사람이 그런 이상한 특기가 있다고?

그 순간 다음역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죄..."

"네?"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얼굴을 내게 들이밀었다. 요염한 입술과 오똑한 콧날이 유난히 인상적인 그녀를 마주한 나는 결국은 지하철의 문이 열리는 직후.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갔다.

"죄송합니다아!!"

그렇게 그대로 지하철을 뛰쳐나가며 한참을 지나서야 나는 그녀가 쫓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중얼거렸다.

"뭐하냐...진짜 병신...나란새끼..."

============================ 작품 후기 ============================

남주가 좀 한심한걸 좋아합니다. 뭐 결국에는 하렘왕이 되긴 하겠습니다만... (웃음) 이 소설은 '화려함'과 '추리' 대신에 '사랑'에 대해 정의를 해보고자 합니다. 사실 현실에서 단순히 욕을 먹을 뿐이지만, 복잡하게 이뤄진 관계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그게 궁금해서 써보는걸지도요. (선추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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