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나는 여장하면 비각성자처럼 보이는 편이니.
조금 위화감 느낄만한 부분들을 특성으로 건드리면, 어지간하면 아무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겠지.
'생각보다는 금방이었네.'
결국 이곳의 주인인 아스타는, 자신을 사랑하는 비각성자들을 믿고 있기에.
이 안에서는 굉장히 자유롭게 행동하더라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애초에 모두가 주인님을 사랑한다고 다 같이 믿고 있으니, 그렇기에 오히려 서로를 믿는 그런 이상한 장소였다.
특성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위화감이 생길 수 있다는 걸 고려하면.
본래 최대한 조심해서 찾아야 하는 부분인데.
의심이 전혀 없어, 굉장히 편하게 목표를 찾을 수 있는 상황이라서 금방 도달한 느낌이다.
"당신이 자드군요?"
"네? 아, 새로 오신 분이군요. 반가워요."
그리고 처음으로 만난 자드의 모습은.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밝고 활달한 모습이었다.
좀 더 연구원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네, 그래서. 주인님을 위해서...."
그리고 나는 그녀를 만나자마자.
주인님을 위해서, 그것에 대한 정보를 말하는 것처럼.
착각할 수 있도록 특성을 쏟아부었다.
"...그건 이상한데요?"
"네?"
"그 사실은 주인님도 모르고 계셔요. 주인님을 위해서, 제가 조용히 묻어둔 내용이니까요. 당신은 누구죠?"
"......!?"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당황했다.
방금 정도로 특성을 사용했다면, 아무리 내 말에 논리가 이상해도.
확실하게 속았어야 할 텐데.
"그러게, 그건 좀 이상하네. 『너무 무섭긔』"
급한 마음에 그녀의 기억을 봉인해서, 의심 가는 상황은 없던 일로 만들었지만.
능력으로 속이는 것조차 꿰뚫는, 주인에 대한 애정은 이미 이쪽까지 전해져 왔고.
그런 의지가 인위적으로 생긴 것이라는 사실은, 나를 굉장히 소름돋게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다들 사랑에 대해서는, 내 특성 때문이 아니라는 묘한 확신 같은 걸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특성의 영향에서 벗어날 정도로 강해졌을 때, 그런 마음이 바뀌지도 않았다.
쾌감과 향락에 대한 부분은, 확실히 느꼈고.
중독도 되어서 사람이 망가지거나 떨어질 수 있지만.
그것과 사랑은 별개라는 걸, 다들 증명해왔다.
애초에, 다른 건 몰라도 사랑만큼은 그런 '조작'에 지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느낌이었다.
따라서 진심을 담은 사랑은 이런 정신 조작을 부숴버릴 매개체로 작동한다는 것.
여기까지만 보면, 굉장히 로맨틱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설정이지만....
문제는 그 사랑을 강제적으로 심어주는, 엘프라는 종족의 구조에 있다.
'사랑은, 사람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적 같은 힘이지만.'
정작 그 사랑이 가짜로, 강제로 이루어진다면.
그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부분일까.
솔직히 많이 어렵다.
"그래서, 아직 고민 중인 거군요."
"지금처럼 내 특성이 강화된 상태에서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솔직히 어지간한 상대라면, 아무리 비각성자여도 이렇게까지 고생하지는 않았을 텐데.
자드는 비상식적일 정도로 의지가 강한 편이라서.
솔직히 말해서 많이 골치가 아팠다.
"그렇다고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기에는, 정답을 가진 자드를 포기하기 너무 애매하잖아."
"그건 그렇죠."
자드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다른 위험을 어떻게든 잘 분석하고 피해내는 편이라서.
가장 끔찍한 '사랑'을 만드는 시스템을 한동안 버텨냈을 정도다.
그러니 내 특성으로 간단히 그녀를 속이기는 어려워서 고민이다.
그녀를 붙잡고 장기적으로 잘 속이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하지 않은 것에 시간을 투자하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자기 자신보다 타인을 아끼는 상대라면, 무슨 짓을 할지 예상하기 어렵기도 하고.
"아스타를 이용해서 일을 시키는 건요?"
"가장 먼저 생각났던 부분이긴 한데.... 그것도 들키더라고."
너무 충신이기 때문일까.
주인이 진심으로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속아서 어떤 행동을 주문하는 거라면.
그것에 대해서도 알아차린 뒤, 따르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괜히 아스타가 다른 각성자는 믿지 않아도.
자신이 질내사정했던 비각성자 만큼은 신뢰하는지 알 것 같더라.
심지어 그녀가 모은 비각성자들은, 전부 그녀가 인정할 정도로 대단한 능력자들이었으니.
자기 자신이 평범하다고 평가하는 아스타로써는, 오히려 비각성자의 말을 신뢰하고 잘 따르는 편이다.
"결국, 아스타 본인을 떨어트리는 수밖에 없겠지."
"결국 그렇게 되나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것 같아."
역시 아스타를 공략하는 것이 유일한 답인 것 같긴 하다.
자드는 본인이 판단하기에 주인님인 아스타에게 가장 좋은 미래를 만들려고 움직일 테고.
그사이에 끼어드는 내 속임수, 즉 특성 정도는 회피할 수 있는 모양이지만.
정작 아스타는 그런 능력이 없으니까.
일단 나로서는 가장 큰 적이 '사랑'인 셈인데.
아스타는 그 강제적인 사랑에 힘에 묶여 있지 않은 '각성자'다.
그러니 아스타를 조교하는 것 자체는, 자드를 조교하는 것보다 간단한 편이다.
물론 자드가 내가 조교를 모습을 보고.
뭔가 이상함을 느끼며 나를 막으려고 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런 건 잘 숨어서 진행하면 되는 부분이니까.
그리고 사실 본인을 설득하고 속이는 게 어려운 거지.
내 특성을 이용해서 움직임을 막거나, 기억을 봉인하는 것 등은 가능하므로.
들킨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나름대로 보험은 있다는 소리네요."
"방향성도 대충 잡혔어."
너무 기존과 다른 스타일의 개조가 된다면.
아스타의 바뀐 모습이, 자드에게 있어서 잘못된 것이라 인식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아스타가 원한다고 해도 따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아스타라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는 설득력이 존재하는 전개이면서.
자드가 생각해도 아스타가 이렇게 살아가는 게 행복하다고 생각할.
그런 타락 엔딩이 안정적으로 먹힐 것 같다.
"그리고 타락한 후에는, 우리에게 그 정보를 넘기는 편이 오히려 행복해야 해."
"그게 될까요?"
"결국 지금 이 정보는, 주인님이 위에 군림해서 행복하다는 거잖아?"
반대로 주인님이 나락에 떨어져, 군림하지 못하는 편이 행복한 마조 변태가 되어 버린다면.
자드 입장에서는 어떤 것이 주인의 행복인지 다시 생각해볼 거다.
여기까지가, 잠시 대피하는 동안 생각해낸 내 계획이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타락시킨다.... 말은 그럴듯해도, 그런 게 정말 가능해요?"
"아스타 녀석의 성격을 고려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해."
아스타는 기본적으로 동족조차 믿지 않을 정도로, 누군가를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신뢰하고 자신을 맡기는 것이, 바로 비각성자들이다.
굳이 자신이 명령해서, 그것을 똑바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고민해서, 최선의 행복에 도달하게 도와주는 완벽한 존재들이다.
이는 자드만 보아도 알 수 있는데.
자드는 알아서 자신이 연구하던 것을 묻어두고 얌전히 지내고 있고, 실제로 본인도, 굳이 그런 부분을 명령으로 묻어두게 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그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되는 거지.'
여장 상태의 내가, 그녀에게 강간당한다는 환상을 만들어서 그녀에게 보여준다면.
그녀에게 있어서 나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셈이다.
그것에 추가적인 특성 사용을 곁들이면, 내가 해주는 모든 것들이 그녀를 위한 것이라고 속아서 움직이겠지.
물론 조금 기분 나쁜 조건이 들어가긴 했지만.
여장하고 세계 규모의 아이돌로 활동한 전적도 있는데.
그 정도는 못 할 것 없다.
'내가 직접 하는 것도 아니고, 환상을 보여줄 뿐이니까.'
아무튼 그런 식으로 그녀가 내 말이 전부 진심이라 생각하게 된다면.
내가 누가 봐도 미친 소리나 행동을 해도.
다 뜻이 있을 거라며, 어울려 주게 될 거다.
그리고 나는 그 틈을 이용해서, 그녀를 완전히 함락시키면 되는 거고.
"예전에 혜은이가 보여준 만화 중에, 그런 게 있었거든."
"만화요?"
"최면에 거는 능력이 아니라, 최면에 걸려주는 척하게 만드는 능력."
물론 무조건 그 결과에 도달한다는 점에 있어서.
최면 자체는 거는 것과 다름이 없게 된다.
하지만 본인은 그게 걸린 '척'을 해준다고 생각하게 되는, 뭐 그런 방식이다.
"나를 신뢰하게 만든 다음, 그 신뢰를 바탕으로 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당위성을 만드는 거지."
물론 저것에 대해서 본인이 싫다거나, 의심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회피할 수도 있지만.
그 부분은 내 특성을 이용해서 가능성을 제거해버린다.
"그게, 최면을 거는 거랑 다른 건가요?"
"같으면서 다르지."
최면을 건다는 것, 즉 정신 조작에 걸리는 건 사실이다.
다만 자신이 최면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최면에 속아줬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점이 다르다.
"일종의 롤플레잉이군요."
"그래 맞아."
그리고 그렇게 그녀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자신의 의지로 이런 변태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고.
점점 그 부끄러운 행위를 한 이유를,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라고 착각하게 될 거라는 거지.
"그리고 본인이 당해주겠다고 판단해서 당해준 거니까. 나한테 뭔가를 따지거나 의심할 가능성도 현저히 낮아져."
"의지는 없었지만, 의지로 선택했다고 기억에 남는 거네요."
"응."
상식개변 같은 경우에도,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하긴 하지만.
그건 결국 그 개변이 사라지는 순간, 속았다고 생각하게 될 뿐이다.
하지만 지금 이 방법은 잘못된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게 되기에, 어지간하면 문제가 드러나도 회피하기 쉽다.
"확실히 장점이 많네요."
"뭐, 가장 큰 장점은 따로 있긴 하지만."
이 방법이 혜은이가 알려준 만화에서 온 만큼, 당연하게도 가장 큰 장점이 있다.
바로 이것 나름대로 가진 특별한 '꼴림'이 존재한다는 것.
기본적으로 자신이 최면에 당한다는 자각 자체는 있지만.
그 최면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맞춰주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부끄럽지만 나를 위해서 어떤 행동이든지 해주려고 한다는 사고 과정이 이루어지는데.
그 부끄러움이나, 내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폭주할 가능성 등이 있어서.
확실히 이것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라고 열띤 주장을 펼치던 혜은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무튼, 앞으로는 아스타한테 직접 접근해서. 방금 이야기한 부분부터 시험해볼게."
"네, 선생님. 관련 정보는 모으는 대로 다 보낼게요."
"응, 고마워."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이번에는 자드가 아니라 아스타 쪽으로 장소를 옮겼다.
저번에 실험을 위해서 숨은 채로 만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실제로 마주쳐야 하니, 여러모로 신경을 써서 준비해야 했다.
'아스타가 나를 가지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유능하다는 걸 느껴야 해.'
그러면서 내가 그녀에게 최면을 건다고 해도.
좀 어색하지 않은 직업일 필요가 있었고.
나는 고민 끝에 카운슬러를 연기하기로 했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각성자를 연기하지만. 아스타는 눈치챌 수 있도록 은근히 힌트를 주자.'
이제까지는 다들 각성자인 줄 알아서 강간당하지 않았지만.
아스타만큼은 나를 비각성자라고 알게 되고.
이 상태에서 내가 하는 상담들이 의미가 있고, 나름대로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분명히 욕심을 내게 되겠지.
"아, 어서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아, 네."
"이곳에는 무슨 일로 오셨죠?"
"그게....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요."
아스타는 이번에 거의 처음으로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는데.
일지에 나와 있던 것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유한 성격이었다.
괜히 전체적인 평판이 좋은 게 아닌가 보네.
'각성자 엘프라고, 너무 안 좋게만 봤나.'
그녀 산하에 있는 비각성자들도, 나름 괜찮은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내가 주인 없는 비각성자라는 힌트를 그녀에게 던져줬고.
그제야 그녀는 본심 같은 것들을 내뱉기 시작했다.
아스타는 기본적으로는 경계심이 많고 가면을 쓴 것처럼 행동했다.
물론 겉으로는 유하고 착한 척을 했지만, 실시간으로 그런 행동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 전해져 왔으니까.
...그런데 내가 주인 없는 비각성자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부터는, 행동이 조금 달라졌다.
'...뭐지?'
어느새 친근하고 장난스러운 수다쟁이가 되어서.
자기가 가지고 있던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진심으로 나를 대하고 있었다.
본심이 튀어나오긴 했는데, 그 모습이 내 상상과는 매우 달랐다.
나를 마음대로 할 수 있기에 막말을 하거나, 뭐 그런 것이 아니라.
임신시키는 것으로 믿을만한 사람이 될 수 있기에.
자신을 숨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으음....'
자신을 조금 숨기는 것이야,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당연하고.
그렇게 대하지 않는 대상이 아니라면, 확실히 마음가짐이 편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당연한 일일 텐데, 그래도 조금 마음에 걸렸다.
오히려 비각성자가 아니라 각성자에게 데인 것이 많아서.
그렇기에 다른 각성자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즉, 지금의 비각성자를 대하는 태도가 원래의 그녀라는 것.
'생각해보면, 비각성자 치고는 이쪽 애들은 되게 잘 지내고 있었지.'
사실 비각성자는 어떻게 관리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웃어줄 텐데.
아스타 밑에 있는 녀석들은, 굉장히 자유롭고 편하게 아스타를 대했다.
물론, 일지에는 무슨 벌이랍시고 성고문을 하는 것 같은 내용도 있었지만....
'자세한 내용이 적혀 있는 게 아니라서, 솔직히 잘 모르겠네.'
벌이랍시고 그냥 잔뜩 애호해줄 것 같은 성격으로 느껴져서.
솔직히 말해서 좀 깨는 기분이다.
내가 상상했던 무시무시한 악당은 어디 간 거냐고.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너무 신경 쓰면 지는 건데.... 맞아요. 절 사랑해주는 사람이 참 많은데. 바보 몇 명의 말에 휘둘리는 건 멍청한 일이겠죠."
"깨달으셨다니 다행이에요."
물론 그렇다고 해도 마냥 착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녀가 이렇게 나를 편하게 대한다는 건, 나를 강간할 준비를 마쳤다는 소리가 되기도 하니까.
결국은 그녀도 이 세계의 상식대로 움직이는 '평범한 각성자 엘프'의 틀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은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 악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솔직히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그런 존재라도 없으면, 견디기 힘들었던 거겠지.'
묘한 기분이다.
내가 너무 무른 건지, 가끔 이렇게 적인데도 마음이 흔들리고 만다.
...정신 차려야지, 결국 우리가 하려는 것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적이라는 점은 사실이니까.
다만, 만약 그녀가 지금 내가 파악한 것과 완전히 같은 사람이라면.
그저 무조건 괴롭히고 고문해 망가트리는 대상이라기보다는.
나름 행복한 엔딩을 맞이하게 해줄, 페미니즘의 대상으로 해주고 싶다는 생각 정도는 하고 있었다.
그래, 나는 페미니스트니까.
극악무도한 쓰레기가 아니라, 그래도 나름 여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행복을 위해 노력할 의무 같은 것이 있는 법이겠지.
"아스타?"
"네?"
"뭔가 신경 쓰이는 거라도 있으세요? 계속 저를 이리저리 쳐다보시고."
음, 진짜 노골적으로 따먹고 싶다는 애정 깊은 표정으로 보니까.
오히려 좀 깨는 부분이 있긴 하네.
분명 여자인데도, 남자한테 훑어지는 것 같다고 할까.
'하긴, 그쪽 경험 자체는 항상 그 성별에 가까웠을 테니까.'
심지어 저런 생각에 어느 정도는 맞춰줘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일단은 결국 그녀를 타락시키려면, 그런 가짜 기억 정도는 심어줄 필요가 있다.
확실히 신뢰 관계를 얻는 것이 먼저니까.
"오늘, 이 업무가 마지막이라고 하셨죠?"
"네? 그렇죠. 아, 친해지신 김에. 저녁이나 드시러 갈래요?"
"...저녁 좋죠. 우리 집에서 드시는 건 어때요?"
굳이 납치할 필요가 없어져서 정말 좋다는 표정.
이렇게나 티가 나는 사람인데, 이제까지 어떻게 문제없이 잘만 강간해왔는지 모르겠다.
...하긴, 비각성자는 힘 자체가 차이 나니까 어쩔 수 없나.
"직접 요리도 하세요?"
"네, 누군가한테 요리해 주는 것도. 요리를 받아서 먹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어느 한쪽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이 봤는데. 둘 다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이네요."
"...양쪽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있어서, 둘 다 좋아요."
요리를 해준다는 건, 사랑을 담아서 전해주는 것이기에 즐겁고.
받는 건 그런 마음을 받는다는 걸 알아서 즐겁고.
뭐 그런 느낌인 모양이다.
'요리 잘하네.'
혹시 음식에 약이라도 타나 싶었지만.
그런 성격은 아닌 모양이다.
그냥 힘으로 제압해서 강간해서 상황을 바꾸는 스타일인 모양.
"이런 데이트라니, 『이거 나만 불편해?』"
그리고 저녁 식사가 끝나고.
슬슬 그녀가 나를 강간할 것 같은 느낌의 분위기가 되었을 때.
나는 내가 있던 자리에 사람 크기의 대형 오나홀을 대충 올려두고는.
그것을 완전히 나로 착각하도록, 그녀가 느끼는 감각들을 전부 바꿔버렸다.
이렇게 하면, 내가 강간당하지 않더라도.
그녀의 기억에는 강간했다는 경험이 남을 수 있겠지.
"미, 미안해요.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반쯤 광기에 물든 눈동자의 아스타가, 짐승처럼 오나홀을 짓누르며 허리를 흔드는 모습은.
이제까지의 그녀가 보여주고 있던 이미지를 박살 냄을 넘어서.
나름대로 그녀를 괴롭힐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혐오감을 채워주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정말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지만.
그래도 그녀를 안정적으로 속이고, '최면'이라는 개념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가진 기억과 내 기억의 괴리감이 최대한 적어야 했기에.
나는 그녀가 오나홀을 강간하고 있는 장면을.
꽤나 적나라한 모습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음, 정말 오랜만에 작전 스타일에 회의감을 가지게 되는데.
다음엔 절대로 이런 방법은 쓰지 말아야겠다.
'그래, 결국 저 녀석도 엘프 각성자니까.'
그 깊은 부분까지 내가 받아들일 수는 없다.
내 성적 지향성과는 그다지 맞지 않는 부분이니까.
혜은이는 그런 장르도 꽤나 재미있다고 말했던 것 같지만, 나는 맞지 않는 모양이다.
'뭐, 왜 좋아하는지를 아예 이해 못 할 건 아니긴 한데.'
순진무구해 보이던 소녀가.
갑자기 저렇게 욕망에 가득한 표정이 된다는 건, 꽤나 재밌는 일 같긴 하니까.
다만 굳이 타락시킨다면, 다른 방법도 많지 않나 생각할 뿐이다.
뭐랄까 상대방에 뭔가 달려있다는 전개 자체가 생리적으로 무리야.
"...진짜 이상한 애긴 하네."
강간을 마친 뒤.
내가 강간당하며 울고불고하는 광경을 보았을 아스타는.
난장판이 된 오나홀을 욕실로 데려가더니, 정말 소중하다는 표정으로 열심히 씻기기 시작했고.
뽀송뽀송하게 드라이하여 말린 뒤.
침대에 곱게 눕혀서, 나름대로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있었다.
...강간범이라기에는 굉장히 친절한 부류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잘 자라면서 굿나잇 키스까지 해주고 나가는 걸 보고.
내 예상보다 많이 사랑받는 모습에 굉장히 당황했다.
자신이 강간하지 않은 사람들을 극대로 경계하는 만큼, 주지 못하는 사랑을 강간한 사람들에게 퍼붓는 건가?
"으음...."
그렇다고 새것이라 아끼는 것 같지는 않은 것이.
방을 나가자마자 자신이 강간했던 모두에게 한 번씩 전화해서.
활짝 웃는 얼굴로 즐겁게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냥 모두를 무지하게 좋아하고 있는 바보였다.
시스템을 이용해서, 누군가를 강제로 복속시키는 나쁜 녀석이지만.
그 시스템 안에서는 진심을 가진 로맨티시스트.
...진짜로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이상한 녀석이었다.
'일단, 작전만큼은 잘 맞췄다고밖에 볼 수 없긴 하네.'
어느 정도는 내 계획과 성격이 달라서, 반 정도는 개변을 시켜놓고 시작할 생각도 있었는데.
이 정도면 그런 작업은 전혀 필요 없을 거다.
내가 시스템에 굴복해, 그녀를 완벽히 사랑하게 되었다고 믿게 되는 순간.
그녀는 나를 완전히 신뢰하리라.
그런 내가 최면을 걸어서 그녀를 역으로 강간하려 하더라도.
그게 나름대로 좋아서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서, 귀엽다며 걸린 척해주려고 하겠지.
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상냥함이라면, 분명히 그렇게 해주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어울려준다고 생각할 무렵에.... 최대한 괴롭혀서 떨어트려 주는 거지.'
이제까지 자기가 수컷이라고 생각하던 망가진 개체를.
진짜 자신의 몸에 맞는 성별인, 암컷의 행복을 깨닫게 해주는 것으로.
내가 생각하는 여성의 행복을 알게 해주는 것으로.
부끄러우면서도, 좋아하니까 그 취향에 어울려주려던 그녀는.
어느새 가 행위에 푹 빠지고 중독되어서.
이제까지의 자기 삶의 방식이 아니라, 암컷으로서 박히는 삶을 동경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협박이나 굴복, 최면에 당해서가 아니라.
그저 장난 같은 최면에 어울려주려고 생각했을 뿐이겠지만.
실제로는 그 최면들은 정말로 그녀의 몸과 마음을 지배해서, 잔뜩 희롱할 테니.
몸과 마음이 타락한 것은, 오로지 자신의 의지일 뿐이고.
암컷의 기쁨을 깨닫는 것은, 자신의 본래 욕망에 솔직해지는 것이니.
모든 원인을 자신에게 찾기에, 오히려 더 빠르게 추락하리라.
"음, 내일이 기대되네."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를 조교하게 되는 셈이라.
누군가가 암컷이 되어 추락할 것을 상상하면, 당장이라도 하반신에 피가 쏠린다.
저 아이는 암컷으로 타락하면, 과연 어떤 표정을 보여줄까?
짧은 시일 만에 끝낼 수 있는 조교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 긴 시일 내에 쌓일 변화의 과정은.
마음 같아서는 영상으로 전부 기록해두고 싶을 정도다.
'으음, 그것도 좀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한데.'
그녀의 얼굴이 쾌락에 물들어서, 박히고 싶다고 열심히 허리를 흔드는 모습 따위가 찍히면.
그것을 나중에 본인에게 보여주면서 매도하는 식으로, 더 빠르게 추락시킬 수 있을 것도 같다.
정석적이지만, 역시 정석적인 건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좋아, 그럼 그것도 일정에 추가.'
나는 아스타의 타락 계획을 구체화하며, 즐거운 상상들을 노트에 끄적여댔다.
"...후우, 오늘도 저질렀네."
오늘 알게 된 아이와의 첫 관계를 마치고.
그 아이를 씻겨 침대에 눕히자마자.
정말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매번 드는 생각임에도,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저런 아이들에게 내 마음을 내주고.
그로 인해서 생긴 욕심은, 이렇게 내 아래에 복속시키는 결말로 이어진다.
이 시스템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도 꽤 긴 시간이 지났으면서....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나 같은 녀석을 누가 좋아하겠어.'
이렇게 이기적이고 역겨운 엘프를.
사랑해줄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겐 지옥 같은 그 시스템이, 나에게 있어서는 희망이었다.
같은 각성자는 믿을 수 없으니까.
상대방의 진심이라니, 그런 신기루 같은 것을 믿는 짓이라니.
나는 이제 더 이상 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런데도 나는 사랑받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싶다.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기에, 잘못되었음에도 나는 이 행동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잘 자요."
나는 누워 있는 소녀의 뺨에 짧게 키스한 뒤.
천천히 방을 빠져나왔다.
아까까지는 조금 저항이 있었지만, 그 정도라면 내일 아침부터는 나를 사랑해줄 것이다.
대부분은 그 정도 시간이면, 나라는 사람에게 푹 빠져버렸으니까.
그게 비각성자 엘프라는 존재가 가진 특성이자 저주다.
정작 그 저주 덕분에 나는 이렇게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자드.'
이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이 시스템을.
내가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게 된 원인이 되는 아이였다.
내가 강간했음에도, 한동안 나를 따르지 않았던 유일한 아이.
나를 무척이나 원망하고.
내가 꿈을 무너트린 아이.
처음 겪는 상황에 무서워서, 벌이라는 이름으로 잔뜩 괴롭혀서 그 아이의 마음을 바로 꺾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에는 울면서 싫다고 하는 것을, 결국 나를 좋아하게 만들려고 잔뜩 사랑해줬었지.
결국은 나를 좋아하게 되면서, 그 아이는 꿈을 포기했고.
나는 이 자리를 지켜내게 되었지만....
'아, 나쁜 생각 그만해야지.'
그러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들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나는 진짜 멍청이인가.
나쁠 거면, 그냥 당당히 나쁘게 살자고 했었으면서.
어쩔 수 없다.
이기적으로 태어난 나는, 결국 다른 사람들을 그렇게 괴롭힐 수밖에 없다.
바뀔 자신도 없는 주제에, 굳이 고민하는 것이 오히려 위선이다.
"아, 전화해야지."
이렇게 마음이 우울해질 때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마음을 정리하기 좋은 방법이라고 했었지.
어제 저 아이가 나에게 해줬던 말이다.
"후우...."
전화로 사랑한다는 말을 나누고.
오늘 있었던 일상을 공유하는 따뜻한 시간.
온종일 거짓말로 가득한 일터에 있다가, 이런 시간을 보내면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다.
'내일은 주말이니까, 다행히 쉴 수 있겠네.'
첫 경험이었기에 피곤했는지, 오늘 만난 그 아이도 지쳐 잠든 지 오래고.
이제 나도 슬슬 자고 일어나야겠다.
내일은 그 아이가 나를 사랑하게 한 것이 미안한 만큼, 나도 그만큼 챙겨줘야지.
"...으음."
그런 생각을 하며 잠자리에 누웠더니, 생각보다 금방 잠이 들었다.
어제 좋은 만남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결국 업무가 끝나고 나서 진행된 일일 뿐이었기에.
피곤했던 모양이다.
"아, 일어나셨어요?"
"...응?"
"아침 준비해놨어요. 입에 맞으실진 모르겠지만."
"아, 으응."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서 조금 당황했다.
처음이다 보니, 다음 날에는 다들 당황하는 느낌이었을 텐데.
저렇게 바로 웃어주면서 아침을 준비해주다니.
나는 순간 강간했던 것에 대해서 원망하지 않느냐고 물어볼 뻔했지만.
그런 강제적으로 이루어내는 대답에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조용히 식탁에 앉아서 토스트를 집었다.
"맛있네. 고마워."
"그렇게 말씀해주시니까, 준비한 입장에서도 힘이 나네요."
저렇게 말하면서 웃어주는 모습이 너무 천사 같다.
몸도 좀 탄탄한 게, 평소에 많이 보던 스타일과는 다른 느낌이기도 하고.
뭔가 저 큰 키의 저음의 목소리가, 여러모로 가슴을 떨리게 한다고 할까.
심지어 대화하면서 느껴지는 저 천사 같은 성격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나도 모르게 몸이 달아오를 정도로....
'아, 아니지. 오늘은 그렇게 흘러가는 건 좀.'
당장 어제 억지로 그렇게 했다 보니.
오늘 그런 상황이 다시 된다면, 아무래도 ㅇ제 기억을 떠올리게 할 것 같아서.
뭔가 좀 미안했다.
"아스타?"
"네?"
"음, 역시. 어제 말씀하신 것처럼 스트레스가 많은 모양이네요."
"스트레스...."
"최근 제가 개발한,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있는데. 한번 체험해보실래요?"
"스트레스 푸는 법?"
"상담 일을 하다 보니까, 여러모로 필요할 것 같아서 익혀두는 것들이 있거든요."
물론 나로서는 저렇게 웃어주는 그녀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리지만.
나를 걱정해서, 나를 위해서 뭔가를 해주려고 하는데.
필요 없다고 말하기도 조금 애매했다.
음, 이건 어울려주는 게 좋겠지.
어떤 방법이길래 저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건지도 조금 궁금하고.
"그럼 한 번 부탁해볼까요."
"네, 엄청 효과 좋거든요."
어딘가 신나 보이는 그녀는, 방에 들어가서 무언가를 꺼내 오더니.
내 눈앞에 꺼내 들어서 흔들고 있었다.
저건 뭐지?
"...에? 이건 뭐죠? 동전?"
"자, 이 동전을 집중해서 바라보세요. 아스타."
"네? 아, 네...."
천천히 흔들리는 동전의 모습을 보며.
도대체 이게 뭘 하는 건가 싶어서 당혹스러워졌다.
갑자기 눈앞에 동전을 흔들고, 시선은 그 동전을 따라간다....
"자, 아스타는 지금부터 천천히 힘이 빠지기 시작합니다."
"...응?"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고.... 점점 편안한 기분이 됩니다."
별생각 없이 따라 하고 있자니.
이것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가끔 TV를 보면 나오는 '최면술'의 도입부 같은 느낌인데....
"몸에 쌓인 피로가, 긴장이 풀려납니다. 편안하고 기분 좋은 감각이, 이 동전의 움직임에 맞춰서 천천히 가라앉습니다."
"어, 어어...."
별로 뭔가 특이한 효과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지만.
나한테 최면을 걸어서 뭘 어떻게 하려는 거지.
딱히 커다란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맞춰줘야 하는 건가?
맞춰줘야 하는 건가?
'으음, 일단은 맞춰 줄까.'
뭔가 머리를 울리는 느낌으로, 그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저 아이는 나를 위해서 준비한 건데.
이상하다면서 사양하면 불쌍하니까....
"아스타는 점점, 제 목소리에 집중하게 됩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기분이 편안해지고 따뜻해집니다."
"......"
"제 목소리가 말하는 것은 기분 좋아요. 듣는 것도, 따르는 것도...."
"응...?"
방금 뭐라고 한 거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자, 아스타. 그대로 치마를 올려서 팬티를 보여주시겠어요?"
"...응?"
잠시만, 잠시만.
뭔가 최면 요법으로 치료하거나 하는 건 줄 알았더니.
왜 야한 걸 하게 시키는 거지?
설마 최면을 걸어서 나를 마음대로 하겠다는 건가?
하지만, 나를 굉장히 좋아해서 하는 거 아니었나?
내가 지쳐있어서 해주려는 건 줄 알았는데...?
아,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식으로 내가 당하는 건 조금 이상한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최면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하고, 문제가 있다고 말해야 할 것 같은데.
아,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이런 식으로 내가 성적으로 당하는 느낌이라니.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하, 하지만 여기서 내가 걸리지 않았다고 하면 상처받으려나.
상처받으려나....
하, 하긴 루시는 내가 좋아해서 해주려고 한 건데.
그걸 내가 이런 이유로 멈춰 버리면....
"으, 으으...."
결국 나는 치마를 천천히 올려서, 그녀에게 팬티를 보여주었다.
...지금이면 야한 생각이 잔뜩이라서 여러모로 티가 날 텐데.
뭔가 엄청나게 부끄럽네.
이제까지 우리 애들이 나한테 이런 자세로 유혹해준 적은 많았지만.
내가 직접 이런 부끄러운 자세를 취하게 되는 건 처음이었다.
다, 다들 이런 부끄러운 걸 어떻게 참고해줬던 거지?
'하,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여기서 최면에 안 걸렸다면서 넘어가기도 애매하고....'
"귀여운 팬티네요. 그럼 이제 팬티를 벗어주시겠어요?"
"......!?"
패, 팬티까지?
진짜로 나한테 야한 짓을 할 생각이잖아.
역시 여기까지는 좀 아닌 것 같은데?
치마를 들어 올린 채로, 새빨갛게 변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모습이 조금 귀엽다.
으음, 역시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자각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따라주는 게 정말 귀엽네.
"귀여운 팬티네요. 그럼 이제 팬티를 벗어주시겠어요?"
"......!?"
'패, 팬티까지?'
내 다음 명령을 듣자마자.
그녀의 당황한 마음속 소리가, '웅, 완전 공감해'의 힘으로 흘러들어왔다.
나는 그 마음속 소리를 천천히 듣다가, 내 최면 명령을 따를지 고민하는 부분에서 집중했다.
'하, 하긴. 이상한 짓을 시킨 것도 아니고. 어제 다 본 사이인데....'
'하, 하긴. 이상한 짓을 시킨 것도 아니고. 어제 다 본 사이인데....'
그녀가 떠올린 생각을 내 마음으로 다시 한번 읽어내며.
그 생각의 감도를 증가시켰다.
이러면, 이쪽 생각이 더 신경 쓰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런 선택을 하게 된다.
그게 전부 본인의 선택이라고만 생각하면서 말이지.
"으, 으우...."
그녀가 애액으로 젖은 치마를 천천히 벗어, 한쪽 발 근처에 떨어트렸다.
음, 다리 한쪽을 들어 올리면서 팬티 벗는 거 존나 야하네.
그리고 사실 저것으로 끝이 아니라, 저 상태에서 치마까지 들어올려야 하지만.
"정말 예쁘네요...."
그녀가 자는 사이, 그녀의 클리토리스는 정상적인 사이즈와 동작으로 몰래 바꿔 놓았기에.
딱히 내 시야를 테러하거나 하는 일 없이, 상상했던 그대로의 야릇한 자세를 구현했다.
제대로 입고 있는 옷 대부분과 다르게, 치마 안쪽의 팬티만 벗은 모습이라니.
내가 시킨 것이지만, 참 좋은 자세라니까.
음, 감동적이야.
위쪽 옷은 전부 입고 있으면서.
하의만을 완전히 벗어, 저렇게 치마를 들어 올린 모습이라니.
그 아이러니한 격차가, 최면이 가지고 있는 미학을 보여주고 있으면서.
정작 그 행위를 하는 이는, 이것이 비정상적이고 야하다는 것을 다 알고 있지만.
내 뜻을 따라주고 싶다는 이유로, 그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그 행동을 하고 있기에.
최면이 아니라 정말 좋아서 부끄러운 행위를 한다는 미학까지 만들어낸다.
'물론 그 부분에서, 최면의 미학이 줄어들 수 있는 법이지만.'
정작 저 감수한다는 행동 자체가 최면에서 비롯되었기에.
그 의식의 차이에서 발생한 미학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뭐,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겠지만 나로선 굉장히 맛있는 장면이다.
"팬티는 저한테 주시겠어요?"
"아, 으...?"
아스타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면서도.
인제 와서 내 명령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기에.
천천히 내 손에 팬티를 떨어트렸다.
보지가 닿아있던 부분이 줄 모양으로 축축하게 젖어.
찐득한 애액의 감촉을 보여주고 있다.
딱히 감도를 올리거나 하지 않았음에도, 상황 자체가 야해서 젖어버린 거겠지.
'하긴, 지금 저 음탕한 표정만 봐도. 얼마나 흥분했는지 알 수 있지만.'
그녀는 이런 일을 처음 당하는 거긴 하지만.
반대의 관점에서 구경한 적은 많아서 그런지.
어떤 게 야하고 기분 좋아지는 상황인지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 모든 것들이 상대에게 사랑에 푹 빠진 상태에서 적용된 상식이지만.
그녀가 아는 그런 행위는 그런 것 뿐이기에.
오히려 그게 당연하게 느껴질 것이다.
'예상했던 것처럼, 여러모로 잘 먹히는 편이네.'
그래서 지금은 가볍게 노출하는 정도에서는 용납하게 되었고.
이제는 추가로 특성을 사용하지 않아도, 말하는 것을 전부 잘 따라주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더 난이도 높은 것을 시도해볼까.
"여기, 아스타의 팬티를 내려놓을게요."
"응...?"
나는 그녀를 화장실로 데려온 다음.
그녀의 팬티를 화장실 구석에 던져 놓고.
팬티 바로 앞으로 데려왔다.
"지금부터 쪼그려 앉은 다음. 정확하게 저 팬티를 노려서 오줌을 갈겨주세요."
"오, 오줌!?"
굉장히 라이트한 성격인 그녀에게 있어.
이런 비정상적인 행위에는 면역이 전혀 없을 거다.
'오, 오줌을 싼다니. 남이 보는 앞에서 오줌을.... 아니, 그건 둘째치고 내 팬티를 오줌으로 적시라니. 영문을 모르겠어....'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
도대체 왜 이런 행위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 비정상적이고 일탈에 가까운 행위를 해내는 것이 최면.
'이건 정말로 아니야. 이제까지는 솔직히 나도 조금 흥분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건....'
'흥분되는 부분.'
'그, 그래. 이제까지 흥분되는 부분이 있었지. 하지만 이번에는.... 서, 설마 내가 모를 뿐이고. 이것도 엄청나게 흥분되는 무언가가 있는 건가?'
'이것도 엄청나게 흥분되는 무언가가 있는 건가?'
그녀가 마음속으로 갈등하는 것들을 듣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그 와중에 조금씩 키워드를 강화하면서.
그녀의 생각이 결국 나를 따르는 것으로 향하도록 조작하는 것도, 나름 재밌는 일이었다.
"하우, 하우웃...."
쪼르르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