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완벽하게 공부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공략하는 곳은 이전과 다를 거고.
어디까지나 참고하기 위한 상식이나 상황을 배우기 위함이었으니까.
"이건...."
"다른 애들이 너한테 주는 선물이래. 하기 전에 열어보라더라."
"......!"
나도 무슨 내용물인지는 모르고, 밀봉된 상태로 받아왔는데.
물건을 꺼내며 감탄하는 아스카의 손에는.
새하얀 드레스 느낌의 무언가가 들어 있었다.
"아."
속옷 느낌의 야한 웨딩드레스가 안에 들어 있었다.
웨딩드레스라는 포지션이긴 해도, 사실상 다 헐벗은 치녀 복장 같은 것인데.
아마 혜은이가 제작했겠지, 저런 취향이면 뻔하다.
"어, 어때요?"
"예쁘네...."
다만 그런 변태 같은 복장이어도.
워낙 예쁜 사람이 그렇고 그런 타이밍에 입으면, 그저 예뻐 보이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타이밍에 저 옷은 치트키나 다름없다.
"
지금부터 해야 하는 일을 알고 있어서인지.
자연스럽게 자지를 쥘 듯한 손 모양을 하는 아스카를 보며.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옷차림도, 하는 행동도 굉장히 야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윽하게 내 하반신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이.
어째서인지 나를 빨아들이는 것만 같아서....
"용사님?"
"응, 응?"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었나요?"
"미안, 너무 예뻐서 멍하니 바라봤네."
"하, 하우웃...."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니까, 이제야 좀 평소의 아스카 같다.
나도 그제야 조금 긴장이 풀렸고.
맹약의 진행을 위해, 바지를 벗어 던졌다.
"저부터, 하면 되는 거였죠?"
"응."
자궁의 맹약은, 주체가 나였기에 나부터 시작해야 했지만.
자지의 맹약은 아스카가 주체이기에, 아스카부터 맹세를 내뱉어야 한다.
"후우...."
잠시 숨을 고른 아스카는 한참 동안 내 자지에 시선을 고정하더니.
천천히 눈을 감고, 맹세를 담은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제가 이 사람의 삶을 책임질 것을 맹세합니다."
본래라면 내가 내뱉고 배꼽에 키스하는 명세의 말이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아스카가 나를 대상으로 내뱉은 뒤.
천천히 내 귀두에 입을 맞추었다.
"
부드러운 감촉에, 순간 움찔했지만.
눈을 감고 키스 중인 아스카의 진중함 때문인지.
야한 생각보다는 진짜로 저런 위치를 통해 키스를 받는 기분이었다.
아스카는 그렇게 한참을 내 자지에 입을 맞댔고.
그 오묘하면서 야릇한 감촉에, 나는 그것만으로도 사정할 뻔했다.
...이제 슬슬 내가 해야 할 것도 해야겠지.?
"
"반드시 이 사람을 임신시킬 것을 맹세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자세를 바꾸었고.
그에 맞춰서 아스카도 자세를 바꿔주었다.
...축축하네.
"자, 빨리해주세요."
"응."
본래 자궁의 맹약은 새로 생겨날 자궁 부분인, 배꼽에 키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아스카의 경우에는 기존 자궁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으므로.
굳이 새로 자궁을 생성할 필요가 없어졌다.
즉, 이번에는 본래 그녀의 자궁이 들어가는 입구인.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젖어있는, 이 반들거리는 보지에 키스를 해줘야 했다.
나는 천천히 아스카가 벌리고 있는 다리 사이로 기어들어 갔다.
"흣...♡"
"쯉...."
소리가 날 정도로 진하게, 그녀의 아기씨 투입구에 키스해준다.
마치 그녀의 보지 둔덕이 입술이라도 된다는 듯.
한참을 진하게 키스하며, 나중에는 혀까지 집어넣어서 휘젓는다.
"프하...."
내가 키스를 끝내고 멀어지자.
내 입술과 그녀의 보지 사이에 투명한 실이 길게 늘어섰다.
음, 아스카의 애액이 립밤이라도 바른 것처럼 내 입술 건강을 지켜주고 있네.
"하음...♡"
"읍♡"
이번에는 보지가 아니라 그녀의 입술에 제대로 입을 맞춘다.
서로를 껴안고, 잠시 온기와 사랑을 나누는 순간.
강렬한 빛이 서로의 사타구니에서 흘러나오며, 우리의 시야와 감각을 가리기 시작했다.
"고마워 아스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저도 용사님 아기 가지고 싶었는데 잘 된 거죠."
"응."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방금 맺은 맹세를 증명하기 위한 여행길에 올랐다.
"...여긴?"
아예 처음으로 보는 광경은 절대로 아니다.
분명히 본 적이 있는 지형과 건물들이니까.
꽤 오랜만에 보는 것 같긴 하지만.
'역시, 이 시절로 오는 건가.'
이제 몇 년이나 지나서, 어렴풋한 기억이긴 하지만.
아스카를 처음 만났던 묘족들의 차원이다.
아스카와 관련된 맹세의 증명이니, 이쪽이 배경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긴 했었다.
[대상에게 남아 있는 비틀림을 바로잡아, 대상의 맹세를 증명하십시오.
"
[시간의 비틀림: 과거 시점에 당신이 간섭합니다. 비틀림과 관련된 사건을 찾아서 정상적으로 처리하십시오.
"
이것도 예상했던 것과 같은 '시간의 비틀림'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물론 우리의 관계가 좀 꼬여 있는 탓인지, 텍스트가 좀 달라져 있긴 했지만.
해야 하는 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너무 뻔하긴 했어."
이전에 이상하게도 아스카가 나를 알아보는 듯한 분위기가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내가 모르는 첫 만남이 있는 것 같았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자지의 맹약을 진행하는 상황이 된다?
그건 자연스럽게 '시간의 비틀림'을 통해,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는 상황을 예상하고.
그걸 기준으로 짜둔 계획 덕분에, 이 시절의 상황들은 머릿속에 다 들어 있었다.
뭐, 그렇다고 해도 이 시절 이야기는 모르는 게 많지만.
특히 그걸 말해주면 이제부터 있을 일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는지.
아스카도 정확한 내용을 설명해주는 일은 없었다.
그냥 옅게 미소를 지으면서 웃어줄 뿐이었지.
'그나저나, 여기서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네.'
F급 헌터 없이, 홀로 적진에 돌입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나는 최대한 주의하면서, 자연스럽게 이곳에 녹아들 수 있도록 행동했다.
'이곳에서 해야 하는 건....'
아마도 아스카가 나에게 반할만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과.
그것과는 별개로 아스카가 지구로 도움 요청을 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이 요청에 담긴 기술이, 우리가 사용하던 것을 바탕으로 해서 당황했는데.
지금 보면 굉장히 당연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그야, 그 요청을 보내는 것 자체가 우리랑 관련되어 있잖아?
'내 기억과 크게 다르지는 않네.'
하긴 내가 묘족 차원에 도착하기 전 이긴 해도,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과거는 아니다.
어느 정도는 달라졌을 수 있지만, 전부 싹 바뀔 정도의 차이는 아니겠지.
"여전하네...."
과거로 온 것이니 당연하지만.
이 세계는 여전히 엘프들에게 지배받던 상태 그대로였다.
이상 성욕의 엘프들로 인해서 변태같이 착취당하는 모습들.
'...아까 블랙 마켓에 조금이지만 비슷한 분위기가 있었지.'
기본적인 엘프들의 생활에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사실상 질내사정만으로도 노예가 되는 것이 비각성자일텐데도.
이런 식으로 대놓고 떠들고 다니지는 않는 느낌이었으니까.
'기껏해야 처녀인 비각성자를 납치해서 강간하는 정도였지.'
일단 그것부터 제정신이 아니지만.
그거야 소유욕으로 인한 것이라고 치고.
당장 그 강간도 눈앞에서 바로 강간한 게 아니라, 다른 곳에 데려가서 했잖아?
최소한 부끄러움도 있고, 평범하지 않다고 숨기는 분위기 자체는 있었다.
질내사정하고 나면 온전히 종속되는 자신의 소유물이니, 남과 공유하기 싫었던 걸지도 모르고.
정확한 문화의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기본적으로는 그런 것들이 숨어있는 분위기가 엘프의 차원이었다.
그런데 블랙 마켓에서는 그런 일반적인 윤리를 벗어나는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숨어서 하던 미친 짓들은.
식민지인 묘족 차원에서 억제제 없이 풀려나면서.
이곳을 이렇게 만들었겠지.
'좋아, 대충 상황 파악은 끝났고. 슬슬 아스카를 찾아볼까.'
지금 아스카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
이 시점에 뭘 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레지스탕스 쪽 정보는 꽤나 알고 있으니까.
'나랑 직접 접촉한 적은 없는 것 같으니, 조심해야겠지만.'
그래도 나름 근처를 돌아다니다 보면, 만날 가능성이 있겠지.
정 안 되면 과거가 바뀌더라도 정면 돌파해야겠지.
...어차피 나이랑 여장 스타일이 바뀌어서 못 알아볼 것 같기도 하고.
'응, 그렇게 하고 원래 모습은 아스카한테만 보여주면 되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내가 기억하는 레지스탕스와 관련된 곳들을 전부 살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돌아다니면서 만나려고 하는 느낌이다가.
나중에는 일부러 접선 암호까지 댈 정도였다.
"어라, 이게 아닌 거 같은데."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는데도 진전이 없다.
내가 아는 사람들 대부분은, 해당 위치에 없었다.
그렇다고 레지스탕스가 아닌 것 같지는 않은데.
이건 다른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너무 예전이라, 사람과 암호가 맞질 않는 거구나.'
이래서는 접선할 수 없다.
무력도 없는 상태에서 괜히 레지스탕스라는 걸 안다면서 접촉했다간.
입막음을 위해서 죽일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쉽게 지진 않겠지만.'
기껏해야 나와 같은 S급 헌터일 테니.
1대1이라면 어지간해서는 내 경험치가 높은 만큼 이길 자신이 있었다.
레지스탕스에 S급 헌터가 꽤 많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
하루가 전부 가버릴 정도로 시간을 쓴 이후에야.
지금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는 절대 아스카를 못 찾을 것 같은데.
애초에 아스카는 원래부터 숨어서 지내는 게 당연한 캐릭터다.
레지스탕스기도 하고, 능력이나 태생 자체가 특이한 녀석이니까.
괜히 엘프들이 납치해서 연구하겠다고 한 게 아니란 말이지.
"...일단 오늘은 그냥 잘까."
최대한 엘프와 관련이 없을 법한 시골로 이동해서.
그 어떤 사람도 내 쪽에 접근하지 않도록, 특성으로 조작한 뒤.
그렇게 마련한 은신처에 몸을 뉘었다.
"하루를 그대로 날려버린 느낌이네."
이 세계는 미래의 나와 아스카가 구하게 될 거다.
이미 그렇게 정해져 있기에, 따로 공략 자체에 무언가를 투자할 필요는 없다.
지금 필요한 건, 그 미래에 도달하면서 원인이 빈칸이었던 것들을 채워 넣는 거다.
근데 그걸 시작하려면 일단 아스카부터 만나야 하네?
이번 공략은 꽤 어려워질지도 모르겠다.
내가 편지를 받은 시기보다는 훨씬 옛날이니, 시간 제약이라면 좀 여유 있는 편인 것 같지만....
"...일단 자고. 내일 생각해야지."
차라리 내 능력을 활용해서, 어떻게든 이곳에서의 영향력을 늘리고.
그걸 이용해서 레지스탕스와 접촉하거나, 아스카에 대한 정보를 찾아서 직접 만나러 가야 할 것 같다.
우연에 기대거나, 기존 정보를 활용하는 건 꼼수가 먹히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그냥 순수하게 들이박는 정공법만 남는 셈이니까.
이미 '맹세의 증명'을 시작한 이상, 그렇게라도 일을 해결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린 뒤.
온종일 신세 졌던 모든 여장을 풀어버리고.
욕실에 가서 깨끗하게 몸을 닦아냈다.
역시 이 망할 화장은 익숙해지지 않네.
...그래도 엘프 차원까지만 공략하고 나면,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테니.
이번 공략까지만 참자고 다짐했다.
"좋아, 그럼 슬슬...."
내가 잠들기 위해 침대에 누우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눈앞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사람의 인영이, 반쯤 누운자세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바닥으로 떨어져서 다칠 것 같은 모양새였기에.
나는 급하게 몸을 움직여서 받아냈다.
약간 본능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구해내긴 했는데....
구한 직후에 생각해보니까 여러모로 이상한 상황이었다.
여기로 갑자기 사람이 왜 순간이동을 해?
심지어 마력 파동도 거의 느끼지 못한 걸 보면, 내가 아는 순간이동 특성들이랑 다른 것 같다.
"...어?"
방금까지 자위 중이었는지, 사타구니와 손이 질척질척한 한 소녀가 내 손 위에 들려 있었다.
심지어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는 듯, 당혹감에 빠진 표정.
...바보 같은 표정의 그녀는, 아까보다 조금 앳되어 보이는 아스카였다.
순식간에 붉게 달아오르는 아스카의 표정이 엄청나게 귀엽다.
엘프 혼혈인 만큼, 지금 시기의 아스카도 굉장히 젊어 보이지만.
이때는 아무래도 몇 년 전이라 그런지, 조금은 차이가 느껴지는 정도네.
아니면 행동 자체가 조금 더 어려서 그런 건가?
"저, 저, 저기...."
"아, 죄송합니다."
나체인 상태로 나에게 공주님 안기를 당하고 있었으니.
그녀로서는 굉장히 당황스러웠을 거다.
이 시점에서는 나와 처음 만나는 타이밍일 테니까.
...첫 만남은 제대로 망한 것 같네.
'그나저나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아스카는 확실히 절정을 통해 내 앞까지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건 이 시기의 아스카가 아니라, 바깥에 있는 아스카가 가능한 거다.
그래서 내 눈앞에 이동한 이 아스카도 당황한 거잖아?
"다, 당신은 누구죠? 여긴 어디고요."
"...여긴 제가 지내는 숙소인데요. 당신이야말로 누구죠? 왜 이런 곳으로 순간이동을?"
"네? 다, 당신이 부른 게 아니에요?"
"...아닙니다만."
역시 자각이 없다.
방금까지 평범하게 자위를 했던 것일 텐데.
그 절정의 순간에 모르는 사람 품으로 순간이동 한다니.
이건 당황하지 않는 쪽이 오히려 정신병이 있는 거다.
'...설마.'
생각해보면, 이 자지의 맹약이라는 건.
기존 자궁의 맹약을 어떻게든 호환시켜 발동한, 꼼수의 결정체다.
그것으로 인해서 맹세의 증명 대상이 내가 아니라 아스카로 표기되는 버그 비슷한 것도 있었지.
'기억을 가지고 활동하는 건 나 뿐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지금 내 눈앞에 소환된 과거 아스카의 몸에는.
방금 나와 맹약을 맺던, 현재 아스카가 빙의한 느낌인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스카 무의식 자체에 기록된, 내 옆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마음이 자위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발현되는 거고.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지만.'
아스카의 능력이 특성을 거부하는 만큼.
자세한 것을 직접 알아보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예측하는 것이 전부겠지.
"일단 옷부터 입으세요."
"넷, 네엣...."
으음, 아스카와 만나야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납치하는 느낌으로 만날 생각은 아니었는데.
뭔가 묘한 느낌이 되어버렸다.
"이거, 너무 커요...."
"어쩔 수 없잖아요. 제 옷밖에 없으니까."
내 옷 정도는 아까 미리 몇 벌 구해서 들어왔는데.
아스카가 여기 올 걸 어떻게 예상하고, 아스카 사이즈에 맞는 옷을 준비해뒀겠어.
일단은 내 옷이라도 입혀서, 간단히 몸을 가려줬다.
'뭐, 마음은 이해하지만.'
어떻게든 알몸을 벗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흘러내리는 커다란 옷은, 그것대로 강렬한 에로함을 풍기고 있었으니.
초면인 사람 앞에서는 아무래도 불편하겠지.
아스카는 잠시 우물쭈물하면서 침대에 앉아 있다가.
내가 건네주는 핫초코까지 마신 이후에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당신은 누구죠?"
"응?"
"귀가 짧은 엘프...? 아까 저를 붙잡을 때 힘이 빠지신 걸 보면, 각성도 한 것 같은데. 왜 가슴은 작은 거죠?"
"......."
"이상해요. 외견이 엘프라기엔 너무 남성적이고...."
음, 하긴 갑자기 자신이 소환된 장소에 이상한 생명체가 있는 셈이니까.
본래라면 여장을 하고 있어서 티가 나지 말아야 했지만.
지금은 숙소에서 다 씻어내고 원래 모습을 되찾은 타이밍이었잖아?
"저는 지구에서 왔어요."
"...지구?"
"엘프들이 현재 침략을 노리고 있는, 또 다른 차원이죠."
"다른 차원.... 우리랑 같군요."
"조금 다르죠. 이곳은 이미 패배했지만, 저희는 아직 패배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승리가 결정되어 있다.
이미 저쪽에서는 내가 열심히 뛰면서 승리의 방법을 찾고 있을 테니까.
시기상 얼마 남지 않았을 거다.
"...그럼 여긴 왜 오신 거죠?"
"저희는 곧 엘프에게서 승리할 예정입니다. 사실상 거의 승리했죠. 뭐, 승리라고 해봐야 내쫓는 것이 전부입니다만."
"네?"
"다만, 결국 엘프들이 다시 쳐들어오지 않게 하려면. 또 다른 식민지인 이곳에서도 내쫓아야겠더군요."
"서, 설마. 저희를 구하러 오셨다는 건가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요, 용사님이었군요!"
"네?"
으음, 이 시절의 아스카도 꽤나 머리가 꽃밭이었네.
이런 애가 레지스탕스의 희망이어도 되는 걸까.
나름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을 지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밝은 건지 모르겠다.
대단한 녀석이야.
"저, 저희를 구하러 오신 이세계의 용사님! 지금은 탄압받아서 사라지긴 했지만, 과거에는 유행했다는 소설이나 만화 장르에서 많이 봤어요!"
"어...."
아니면 레지스탕스라서 할 수 있는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런 대화로 부드럽게 연결된 것도 참 이상하네.
의심스럽지도 않은 건가?
"제가 당신한테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드세요?"
"네? 서, 설마 거짓말인 건가요?"
"...그걸 떠나서요. 당신은 묘족의 귀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엘프의 귀도 있잖아요. 그런 사람에게 엘프를 쓰러트리는 이야기를 한다니. 조금 이상하잖아요."
"그, 그러네요?"
"하아.... 그것부터 눈치채고 물어봐야죠."
진짜 괜찮은 거 맞나.
...그래도 마음만큼은 착하고, 진심으로 세상을 구하고 싶어 하는 애니까.
나는 그걸 알고 있으니, 아스카가 저렇게 바보 같은 표정을 지어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저는 미래를 조금 볼 줄 알거든요. 그 미래에서 당신과 만나, 이 세상을 구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제가 용사님이랑 세상을?"
"뭐, 그런 느낌으로 본다면. 마왕을 함께 물리치는 공주님 동료 같은 느낌일까요."
"헉...."
사실 그것도 그거지만, 마왕성에 붙잡혀 있는 걸 내가 구출했으니.
그 시점에서 그런 구도가 더 강해지는 거긴 하다.
음, 이 부분은 조금 이따가 자세히 설명해도 되겠지.
"그래서 이곳에 도착한 이후로, 여장을 한 채로 돌아다니며. 아스카 당신을 찾고 있었습니다."
"제, 제 이름을 알고 계시군요."
"방금 말씀드렸잖아요. 미래에서 보았다고."
"그랬었죠. 제가, 용사 파티의 공주님...."
"그렇게 좋아하실 일이 아닙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길이 아니니까요."
"그야, 뭐 그렇겠죠. 레지스탕스의 일이란 그런 거니까요."
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가 씁쓸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응, 그냥 사람이 밝은 거지 경험이 밝은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 너무 제 말만 했네요. 저는 박은혁이라고 합니다."
"네, 박은혁 용사님! 기억할게요!"
"......."
저 용사라는 호칭은 그렇게 오래 들었는데도 적응이 안 된다.
차라리 헌터라는 호칭이었으면 익숙할 텐데.
비슷한 의미인데, 왜 이리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저는, 아시다시피 아스카라고 합니다."
"네."
"엘프와 묘족의 혼혈이라, 이런 이상한 몸을 하고 있죠."
레지스탕스를 비롯한, 자신에 대한 소개를 쭉 이어가는 그녀를 보며.
역시 바보 같고 귀여운 모습은 성격일 뿐.
실제로 하는 행동들은 똑 부러진다는 것을 느꼈다.
'하긴, 원래 진짜 능력 있는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자주 보이니까.'
당장 혜은이만 봐도, 맨날 변태 같은 소리나 야한 아이디어만 잔뜩 가져오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없으면 나라 하나가 큰일 날 정도로 많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그런 모습들은, 그 빡센 일들의 스트레스 해소용에 가깝다.
아스카의 언니가, 왜 그렇게 아스카에 대해서 높이 평가했는지.
원래도 이해했지만, 더 느끼게 되는 효과가 있네.
이렇게 열심히 하고, 마지막까지 자신을 희생해가면서 싸웠으니.
그래서 어지간하면 그 이후 일처리는 맡기지 않으려고 했던 거겠지.
"대단하네요. 정말 고생 많으셨겠어요."
"아뇨. 좋은 언니가 있어서요.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이대로 내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면.
그녀는 어떤 걱정도 없이, 짧은 평화를 만끽할 수 있겠지.
레지스탕스 활동이 평화인지 까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언니나 동료들과 함께하는 시간일 테니까.
"조금 안타까운 일이지만...."
"네?"
"아스카, 당신은 곧 엘프에게 붙잡히게 될 거예요. 당신의 힘에 대해서 들키고, 실험동물처럼 다뤄지겠죠."
"...네?"
하지만 나는 모든 것을 말해줘야만 했다.
아스카는 이 모든 것을 알고 편지에 담아서 나에게 보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내가 미래에 대한 모든 것을 아스카에게 말해줬다는 소리고.
나는 그 행동을 바꾸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아스카에게 존재하는 비틀림은 해결되지 못하고.
과거가 바뀌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내가 아스카를 임신시키는 것만큼은 불가능해지리라.
"그, 그게 무슨."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거, 기억하시나요?"
"네?"
"용사 이야기요."
"분명 제가 공주라고, 잠시만요. 그럼...."
"네, 그런 의미로 말씀드린 겁니다."
아스카는 마왕들, 즉 엘프들에게 붙잡힌 공주님이고.
그 공주를 용사인 내가 구출하는 것이, 미래에 있었던 일이라고.
나는 그 이야기를 전부 해줘야만 했다.
"제가, 납치당해서.... 실험...."
"그래도, 다행이라면. 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제까지 제가 봤던 미래는 틀렸던 적이 없거든요."
"저는, 혹시 괴물이 되어 있다거나...."
역시 그런 작품을 좋아해서 그런지.
나쁜 상상부터 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안심을 시켜줘야겠지.
"아뇨. 아무런 문제 없이 구출됩니다. 특별한 소재라는 이유로, 돌이킬 수 없는 짓은 하지 않거든요."
"그건 다행이네요."
그리고 최종적으로 아스카가 어떤 목표에 도달해야 하는지도 말해줘야 한다.
나는 그걸 설명으로 받았으니.
이 시점의 아스카는 전부 알고 있었던 셈이 되니까.
"그렇게 구출된 아스카가, 세상을 구하게 될 거예요."
"제, 제가요?"
"네, 저희 차원도 단 한 명이 엘프에게서 모두를 구해냈거든요. 여기서는 그게 당신인 겁니다."
그렇기에 당신은 엘프들에게 붙잡히는 공주인 동시에.
"하, 하지만.... 제 능력이라는 건, 결국 특성의 능력을 봉인하는 정도란 말이에요.
"아닙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일부 기능일 뿐이에요."
그녀의 근본적인 힘은, 그녀가 무의식적인 규칙으로 알고 있는 '당연함'을 되찾는 것.
그렇기에 엘프들이 그녀를 세뇌하는 쪽으로 연구를 진행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뭐, 능력이 통하지 않는 이상 그것도 쉽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망가질 걸 각오했다면....'
마력이 담기지 않은 약물 등은, 아스카도 이능력이라 판단하지 않았을 테니.
자연스럽게 그것으로 인한 피해는 모두 입었을 거다.
그걸 통해서 뇌가 망가지든 말든 세뇌를 했다면, 상황이 달라졌겠지.
아무튼 그런 무지막지한 힘이 원래의 능력인 만큼.
아스카는 그걸 이용해서, 정말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다.
"제가, 정상이라고 믿는 상태라면...."
"엘프는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아시는 만큼. 충분히 내쫓는 것이 가능하다는 거죠."
"이제까지 접촉했을 때는, 불가능했는데요."
"그거야, 힘이 부족했으니까요."
이능을 없애는 정도는 평소의 힘으로 가능하지만.
다른 차원으로 사람을 보낼 정도의 힘이라면, 굉장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걸 광역으로 펼쳐서, 전 세계에 효과를 발휘하려면 더더욱.
"부족하다는 건, 채울 수 있다는 걸로 들리네요."
"네, 일반적인 상황보다 훨씬 어떤 것에 집중할 수 있다면 됩니다."
"집중...."
"그나마 다행이라면 집중력이라는 건 일종의 에너지라는 점이에요."
"에너지요?"
"즉, 동력원인 셈이죠. 따라서 어떤 행위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뭐라도 집중하면 에너지는 생겨요."
A라는 행위로 인해 생기는 집중력이라도, B의 발동에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
사실상 이게 모든 작전의 핵심이 되었었지.
"그리고 일반적으로 그 집중력이 가장 잘 발휘되는 순간은, 오르가즘이에요."
"...네?"
"인간이 가장 짙은 감각을 느끼는 순간이잖아요? 뇌가 어떤 감각을 가장 강렬하게 느끼는 순간이니. 어떻게 보면 가장 강한 집중력이 발생하는 순간인 거죠."
농담을 하는 줄 알았는지, 그녀는 부끄러워하면서 장난치지 말라고 했지만.
내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진짜라고 말하자.
조금 전에 이쪽으로 이동했던 것이 떠올랐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럼 방금도...."
"제가 미래를 본 것이, 조금 영향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꿈 같은 걸로 제가 본 미래가 공유되는 때도 있으니. 아마 기억은 못 하셔도, 그 순간만큼은 저와 같이 있는 게 당연했을지도 모르겠어요."
"당연.... 자, 잠시만요. 미래의 저랑 용사님은 어떤 사이인데요!?"
"...아기를 같이 만드는 사이?"
"후와앗!?"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그녀는 후다닥 도망치더니.
침대에 숨어서 얼굴만 빼꼼 내밀고 있었다.
이런 면모도 있었구나, 귀엽네.
"그, 그래서 처음 제가 왔을 때. 크게 당황하지 않으신 거군요."
"그야 얼마 전에 본 미래에서도, 알몸으로 몸을 섞었으니...."
"모, 몸을 섞...? 제, 제가 용사님이랑?"
"예쁘다고는 생각해도, 놀랄 일은 아니었죠.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셨으니 놀라긴 했지만, 알몸이라 놀란 건 아니었어요."
"하으...."
아무래도 꽤 충격적인 내용이었는지.
아스카는 계속 침대 뒤에서, 숨는 것과 나를 빤히 보는 것을 반복했고.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는지 바깥으로 나왔다.
"이제 좀 진정하셨어요?"
"네...."
"지금은 몸에 닿지 않는 부분에는 영향을 주기 어렵지만, 집중력이 강해진다면 세계 전체까지 커버할 수 있습니다."
"강한 집중력...."
"따라서 아스카는 최대한 쾌락을 강하게 느낄 방법을 찾아주세요."
그것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는 건, 그녀에게 숙제로 남겨두는 게 나을 것 같다.
사랑이 중요하다면서 나에 대한 사랑을 강요한다면.
오히려 정이 떨어져서 사랑이 식을 테니까.
"어렵네요...."
"일단은 한숨 자고, 그다음에 생각하시죠."
"그, 그럴까요?"
아무래도 좀 졸린 것 같아서 이야기를 꺼냈다.
아직은 괜찮은데, 조금 있으면 내 설명이고 뭐고 졸아버릴 것 같더라고.
그렇게 급한 건 아닐 테니, 내일 이야기를 이어가도 괜찮을 거다.
"네, 자기 직전에 이쪽에 오신 것 아니었나요?"
"그렇죠, 자기 전에 심심해져서 가볍게.... 아, 아니 그게."
"괜찮아요. 저도 밤에 자주 해요."
"용사님도요? 제, 제가 이상한 건 아니죠?"
"당연한 욕구라고 생각하는데요."
"에헤헤...."
아스카는 내 배려에 금방 잠들었고.
나는 그런 그녀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이 고양이는, 정말이지 너무 귀여웠다.
"하음...."
한참을 그렇게 쓰다듬었더니.
오히려 이러고 있는 내가 안심되는 느낌이라.
그녀의 옆에 잠시 기대자마자, 나까지 그대로 잠이 들었다.
천천히 눈을 뜨자, 평소와는 굉장히 다른 전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제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죠?
평소에 지내는 숙소와는 다르게, 침대를 비롯한 시설이 너무 좋습니다.
"아...."
그 순간,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왜 제가 이곳에 있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제가 자위를 한 직후, 갑자기 이곳으로 이동했었죠.
문득 어제 제가 잠들 때까지 같이 있었던, 그 용사님이라는 분이 떠올라서.
고양이라도 함께 있는 것처럼 온기가 느껴지는.
제 옆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하우웃...."
레지스탕스는 전원 암컷으로 이루어져 있고.
적들인 엘프들도 전부 여성형이다 보니.
이렇게 가까이서 수컷의 얼굴을 보는 건 처음입니다.
'이, 이상한 기분이에요.'
어제 자위를 통해 오르가즘을 느끼는 순간.
눈앞에 저 사람이 나타나 버렸는데.
그 순간부터 두근거리더니, 지금도 비슷한 감각입니다.
'미래의 제 남편....'
용사님이라던가 마왕을 무찌르는 파티라던가.
그런 이야기에도 굉장히 관심이 많았지만.
솔직히 그것보다, 저분이 제 남편이 된다는 사실이 너무 신경 쓰였습니다.
'그, 그렇다면 역시 이 감정은 좋아한다는 감정이겠죠?'
어제 처음으로 만난 사람이지만.
이 세상에는 첫눈에 반한다는 것도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첫눈에 반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 그냥 확인차 하는 것일 뿐이니까요.'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제가 정말로 좋아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
저는 제 옆에서 조용히 자는, 용사님을 껴안아 버렸습니다.
잠결인 척.
별생각 없이 그렇게 행동하는 척.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최대한 억누르며, 따뜻한 온기에 몸을 맡깁니다.
'하으...!?'
그냥 두근거리는 걸 넘어, 터질 것 같은 심장이 쿵쿵거리고.
부드러우면서 단단하게 닿는 살결의 감촉은 굉장히 기분 좋았으며.
묘하게 흘러나오는 특유의 체향은, 제 머리를 핑 돌게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확신해도 좋지 않으려나요...?
잠깐만 느껴보고 떨어지려고 했는데.
이상할 정도로 욕심이 나서, 계속 그러고 있다가.
결국 제 온기가 너무 더웠는지, 용사님이 하품하며 깨어나셨습니다.
"어라...? 아, 인형인 줄 알았나 보네."
그렇게 말씀하신 용사님은.
천천히 저를 떼어놓으시더니, 곧 저를 흔들면서 깨우셨습니다.
...제가 무안할까 봐 배려해주시는 모양입니다.
"아침 드셔야죠."
"아, 네...."
용사님은 간단히 여장하셨고.
저도 머리카락과 귀를 숨긴 채로, 같이 아침을 먹으러 갔습니다.
그리고 간단히 식사를 마친 후에,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설명을 시작하셨습니다.
"죄송해요. 좀 편하게 해드리고 싶은데...."
"괜찮아요. 시간이 없으시다면서요?"
"...그건 그렇죠."
용사님은 이곳에 계속 계실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잠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고, 지금 있던 일은 본인이 잊게 될 거라고 하더군요.
"미래를 보는 능력의 제약사항이에요. 그리고 제가 미래를 봤다는 것도, 잊어버린 제가 알면 안 되고요."
"그럼...."
"네, 제가 알려드리는 상황이나 조건에 맞춰서 편지를 보내주세요. 그걸 받는 미래도 봤으니, 아마 작성만 하시면 도착은 확실할 거예요."
제가 해야 하는 일은, 제가 납치되기 전에 기억을 잃은 용사님께 편지를 보내는 것과.
용사님이 이곳에 오기 전까지, 가장 강력하게 오르가즘을 느낄 방법을 찾아내는 것.
그렇게 두 가지인 셈입니다.
"과거의 저는 이쪽으로 오는 방법이나 기술에 대해서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도 깃들게 해야겠죠."
"이건...?"
"제가 미리 만들어둔 편지지입니다. 찢는 걸로 이쪽으로 오게 만들 수 있어요."
"와...."
"이거에 편지를 적으셔서, 이 펜던트에 담은 다음 보내주시면 됩니다."
용사님은 전부 준비해놓으셨나 봅니다.
이곳에 제가 용사님에게 도와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적어서 보내주시면.
정말로 이쪽에 와서 싸워주신다는 거였죠?
"조금 주의할 사항이 있어요. 차원을 넘을 때는 0레벨 각성을 하지 않은, 10레벨 각성자만 이동할 수 있어요."
"0레벨.... 그쪽 세계는 그걸 성공했던 건가요?"
"네, 이쪽도 과거에 성공한 기록이 있을 겁니다."
"...거기까지 알고 계셨군요."
레지스탕스에는 꿈과도 같은 일입니다.
이제는 남자들은 각성하지 못하는 몸이 되었기에.
재현할 수 없는 상황이죠.
"아, 하긴. 용사님이 10레벨 남자였죠...?"
"네."
"이해했어요."
...즉, 0레벨 헌터가 있다는 건.
저 말고도 다른 부인들을 이미 임신시켰다는 뜻이군요.
하긴, 이런 완벽한 용사님이 저만을 바라본다니.
너무 큰 욕심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죄송해요. 이런 녀석이 미래에 남편이라서."
"네? 아, 아니에요."
...그런 걸 알고 있어도 욕심나는 걸 보면, 그냥 제 문제니까요.
미래의 제가 용사님이 가지고 싶어서 안달이 났던 것뿐이겠죠.
저는 두근거리는 감정을 최대한 숨기며, 편지를 어떻게 쓸지에 대해서 고민하려고 했습니다.
"
'...어라?'
그런데 그 순간, 스쳐 지나가듯 어떤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열심히 고민하면서 편지를 쓰는 기억이, 어렴풋하게 스쳐 지나갑니다.
정확하게 어떤 내용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그 편지를 쓰면서 제가 즐거워하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였습니다.
'미래의 기억...?'
그러고 보니, 용사님은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하셨었죠.
아마 이런 느낌을 말씀하신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왜 저리 즐거운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지도 않고.
그저 지금 준비하고 있는 편지를 쓰는 도중일 뿐인데 말이죠.
저 때는 심지어 제가 납치당하기 직전인 것 아니었던가요?
곧 납치당할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감정입니다.
정확하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용사님과 관련된 생각이겠죠.
"아스카?"
"네, 네?"
"괜찮아요? 갑자기 멍해 보이던데."
"괘, 괜찮아요. 그냥 많은 생각이 들어서요."
"죄송해요. 갑자기 와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버렸네요."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운 건 사실입니다.
당장 이번 주 레지스탕스 자금 관리에도 정신이 없다가.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아무래도 그렇죠.
'하지만....'
결국 그건 레지스탕스의 존재의의를 이루는 일.
제가 원래부터 해야 했던 일입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저희 대에서 끝내지 못할 것 같았던 숙원을.
용사님 덕분에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니까요.
절대로 사과받을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그저 감사할 뿐이니까요."
물론 처음 보는 사람을 이렇게 믿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방금 봤던 그 미래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
제 직감 자체가 용사님이 좋은 분이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돌아가는 대로, 이번 계획에 대해서는 정식 안건으로 올려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묘족의 독립을 위해서."
"위해서."
이런 표현을 할 줄 아시는 것만 봐도.
뭔가 오랜 시간 알고 있던 동지 같은 기분이고요.
...여전히 제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결혼까지 한다는 사실은 잘 믿기지 않지만.
용사님이 좋은 사람인 것 자체는 이해했습니다.
"뭐, 자잘한 건 저도 도와드릴게요."
"네."
"...그럼,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네요."
아, 그렇죠.
생각해보면 용사님은 저에게 이 모든 것을 전해주러 오신 것일 뿐.
작전 개시 전까지는 한 번 돌아가셔야 합니다.
애초에 제가 편지를 쓴다는 행위를 하는 것도.
돌아가서 기억을 잃은 용사님이, 자연스럽게 이곳에 찾아오시도록 의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일이 끝났으니, 돌아가셔야겠죠.
"레지스탕스에서, 놀만 한 곳들이 있나요?"
"네?"
하지만 용사님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것과는 좀 다른 것이었습니다.
아직 시간이 좀 있다면서, 놀 것이 없냐고 물으셨습니다.
이, 이 흐름은!?
"미래에서는, 싸우느라 바빠서 그런 부분까지는 챙기지 못했거든요."
"......."
"아까 레지스탕스가 가진 유산이라던가, 용사님이라던가 이야기했잖아요?"
"아...."
...화, 확실히 제가 전문인 분야이긴 하죠.
그런 문화 활동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좋아하고 있는 게 저니까요.
"네, 네! 안내할게요!"
그렇기에 처음입니다.
저와 같이 이런 것에 관심을 주는 사람은.
물론 일은 해야 했기에, 이번 프로젝트에 관한 것은 정리해서 처리하고.
제 보물창고로 용사님을 데려갔습니다.
...뭐, 제 소유물은 아니고 레지스탕스 소유의 '독립 문화 기록실'이지만요.
"뭐, 이름만 거창하지만요."
엘프들에게 선조가 점령당하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서 누리던 문화의 결정체들입니다.
상당수는 연재 도중에 식민지가 되어, 그 이후가 남아있지 않지만요.
"전자 도서관 느낌이네요."
"실물은 대다수 처리당했죠."
실물과 다르게 데이터는 복사가 쉬워서, 어떻게든 살릴 수 있었습니다.
이 디스크들도 훨씬 작은 곳에 백업을 만들어둔 것일 뿐.
실제 원본 서버는 엘프들에 의해서 처리당했습니다.
"일부는 실물만 있는 것을 전자책으로 스캔해둔 것도 있어요. 그중 상당수는 불법 스캔본인 것 같지만.... 그 덕분에 남았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죠."
"그건 그렇네요."
"아, 물론 저희가 찾아서 스캔해둔 것도 있고요."
전부 이런 데이터는 아니고.
책장 몇 개 정도는 실물로도 가지고 있는 게 있긴 합니다.
물론 상태도 좋지 않고, 훼손의 위험도 있어서 어지간하면 데이터로만 열람하지만요.
"추천하는 작품 있어요? 아무래도 시간에 한계가 있으니...."
"아, 그런 거라면."
딱히 엄청난 일들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용사님은 제가 추천해주시는 작품을 보고, 저는 오랜만에 그 작품들을 같이 정주행하며.
다 보고 나면 작품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하는, 그런 평범한 시간이었습니다.
'...평범이라.'
다만 그 평범한 시간이라는 걸, 처음으로 겪는다는 점이 아이러니한 것이겠죠.
평범한 생활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작품들 덕분에 알게 되고 배웠던 것이니까요.
저에게 있어서 실질적인 평범은, 지옥과도 같은 식민지 생활입니다.
"확실히 재밌네, 우리 쪽이랑 관점이 은근히 다르구나."
"그래요?"
"응, 만약 우리였으면...."
제가 가장 좋아했던 작품들은, 이제 우리가 좋아하는 작품이 되었고.
제가 사랑하던 캐릭터는, 이제 우리가 사랑하는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혼자였던 시간이, 어느새 용사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되어 있었습니다.
"용사님...?"
하지만 웃고 떠드는 즐거운 시간은 금방 지나갔고.
용사님은 결국 집으로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시간 제약은 본인도 정확한 시기를 모른다고 하셨었는데, 그래서인지 말도 없이 돌아가셨고요.
'이상하네요....'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즐거웠다지만, 그 잠깐 같이 있었을 뿐인데.
용사님이 돌아가시자마자, 이상할 정도로 텅 비어버린 느낌입니다.
'...역시, 저는 용사님이 좋았나 봐요.'
이제는 제가 왜 편지를 쓰면서 즐거워하게 되는지 알 것 같습니다.
당장 지금의 저도, 용사님만 떠올리면 행복해지니까요.
그러니 더 그 빈자리가 그리운 것이겠죠.
'이럴 때가 아니었죠.'
용사님이 저에게 맡긴 것이 있었잖아요.
지금부터 그 방법을 찾지 않는다면.
나중에 용사님이 오셨을 때, 똑바로 얼굴을 쳐다볼 자신이 없습니다.
물론 용사님은 기억을 잃으셔서 모르시겠지만.
그래도 제 마음이 불편해지는 법이니까요.
해야 할 것을 전부 하고, 용사님이 돌아오셨을 때 당당하게 맞이해야겠죠.
"하읏♡ 흐으응...♡"
그렇기에 저는 기존보다 더 자주 자위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