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메이킹이 강해서, 착하고 좋은 사람으로 표현되긴 했어도.
말투나 분위기마저 숨길 수는 없었으니까.
애초에 그녀가 천사라 불리는 이유라는 영상들도, 대부분 전투의 촬영본일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일부러 오늘 화장이나 머리 스타일을 부드럽고 맹한 스타일로 해놓고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 남아있던 날 선 느낌이, 옷을 갈아입는 순간 제대로 꺾였다.
이제는 천사라는 별명이, 자애로운 어머니로 느껴져서.
오히려 천사보다는 여신에 가까운, 그런 감각이 전해져온다.
...다른 사람 아니야?
"채유 울겠다."
"에?"
"엄마 아닌 줄 알겠는데? 와, 이렇게 하고 다닐 수 있구나."
"야, 장난.... 허억!?"
내가 거울을 보여주자, 본인도 깜짝 놀랐는지.
멍하니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더니.
나중에는 이것저것 표정을 짓거나, 몸을 움직여봤다.
"어때, 신기하지? 아니, 이렇게 꾸밀 수 있는 사람이. 맨날 그러고 다녔단 말이야?"
"이, 이게 나라고?"
"뭐, 원판이 예쁘니까. 분위기만 바꿔도 느낌이 사는 거지."
"아니...."
처음에는 쪽팔리고 싫다더니.
그런 감각을 뛰어넘을 정도로 신기했는지.
지금 자기 얼굴을 신기해하느라, 다른 것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설득력 있을 것 같아?"
"아마...?"
"그리고 채유는 엄마 좋아하니까. 엄마가 했던 거면, 더 거부감 없이 할 거야."
"그, 그런가? 아빠 좋아하지 않아?"
"엄마를 더 좋아해."
그 엄마에 그 딸이라고.
유채화 헌터를 존경하고 따르던 채린이처럼.
우리 딸 유채유씨도, 유채린 헌터를 엄청나게 존경하거든.
평소에 남자처럼 행동하던 것도.
이제 언론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남자처럼 팍팍 행동하는 채린이를 따라 한 거겠지.
그럼 채린이가 귀여워지면, 우리 채유도 귀여워질 가능성이 크다.
"뭐야. 아빠, 왜 그렇게 실실거려? 기분 나쁘게."
"오늘 채유한테 선물이 있거든."
"...선물? 혹시 새 축구화라도 샀어? 그건 조금 기대될지도."
음, 내가 주는 선물이 딸한테 평가가 좋았나 보네.
오늘 마련한 선물도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채, 채유야."
"어...."
조금 기대하면서 들어간 채유의 표정이.
굉장한 당혹감에 물든다.
분명 목소리도 외모도 엄마인데, 풍기는 분위기는 전혀 달랐을 테니까.
"엄청 귀여운 엄마가, 오늘 선물이지."
"저, 저게 엄마!? 거짓말이지?"
"와, 부끄러워하는 거 봐. 귀엽지 않아?"
"우으...."
채유에게 있어서 충격적인 장면이었는지.
한참을 우물쭈물하더니.
결국은 자기 엄마 품으로 쓱 들어가는 모습이, 꽤 귀여운 편이었다.
"마음에 들어?"
"모르겠어.... 이상해."
평소였으면 과격하게 안아주며 장난쳤을 채린이가.
다소곳하게 채유를 안아주며.
부드러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니,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어때, 이제 귀여운 걸 좋아하는 애들 마음을 알겠어?"
"조금...."
"해볼까?"
"응.... 에?"
걸렸다.
나는 웃으면서 엄마의 옷과 세트로 샀던 딸 옷을 꺼내 들었고.
바로 도망치지 못하게 잡아서 갈아입혔다.
"시, 싫어! 쪽팔린다니까!"
"정말? 채유는 엄마 닮아서, 엄청 예쁠걸?"
"그.... 그래?"
은근히 잘 파고들면 귀 얇아지는 것까지 엄마랑 똑같다니까.
나는 그 귀여운 모습을 즐기며, 완벽 무장을 시켰고.
그 뒤에 행동 강령을 알려준 뒤, 귀여워진 엄마의 품에 안겨줬다.
"우, 우리 채유 엄청나게 귀여워졌네?"
"몰라...."
부끄러워하는 채유가 엄마에 품에 쏙 안겨서, 반짝거리는 외모를 뽐내고 있는 것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감격의 박수를 치고 말았다.
우리 딸 최고다...!
"그래서, 그 친구랑은 친해졌어?"
"응.... 나보고 엄청 귀엽다고, 요즘 계속 옆에 붙어 있어."
"축구는 안 해?"
"...하는데?"
그런 예쁜 옷을 입고 축구를 한다고...?
하긴, 채유 실력이면 그런 것도 가능하겠지.
그런 이유로, 채유가 평범하게 좋아하는 걸 하는데도.
옷과 외모를 꾸미는 것만으로도, 여자애들이 채유를 꽤 좋아하게 된 모양이다.
"만족스러워?"
"응! 요즘 다들 나보고 천사님이래!"
"오.... 엄마랑 같은 별명이네?"
그 별명은 대가 바뀌어도 비슷하구나.
역시 천사는 유전이 되는 건가?
"근데, 아빠."
"응?"
"여자애들 조금 이상해...."
"이상하다고?"
"응. 특히 은혜랑 아는 애들."
"은혜가 왜?"
서은혜.
은하와 내 딸로, 채유랑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
항상 얌전하면서 예의 바른 느낌인데, 어딘가 어른스럽고 놀아달라고 보채지 않아서 조금 걱정이었다.
"나는 딱히 은혜랑 자매인 거 말 안 하고 다녀서 몰랐는데.... 여자애들 사이에서, 은혜가 엄청나게 유명하던데?"
"유명하다고?"
"응. 나랑 노는데, 갑자기 은혜한테 허락을 맡는다던가.... 뭔가 이상했어!"
...허락?
은혜가 주인님도 아니고, 왜 애들이 은혜한테 자기 노는 걸 허락받아?
그냥 약속이 있었는데, 그걸 깨려고 한 말 아니려나?
"그건 아니야. 내가 그것도 모르겠어?"
"하긴, 우리 채유는 똑똑하니까.... 그럼 도대체 뭘까?"
"예전부터 그랬나 봐. 나는 남자애들이랑 놀아서 몰랐어."
"흐음...."
은혜가 학교에서 인기가 많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친구들에게도 호평 일색이라, 전혀 걱정 안 했고.
그런데, 애초에 친구들 자체가 이상하게 행동하는 거라면.
그렇게는 판별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알았어, 아빠가 은하 이모랑 같이 알아볼게."
"응. 애들이 자꾸 그 이야기하면서 안 놀아준단 말이야."
은혜가 잘못한 건지.
아니면 은혜 주변 애들이 이상한 애들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오해가 겹친 건지.
제대로 알아봐야 할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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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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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야, 나 이번에 새로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있는데...."
"아까 말씀하신 분이죠? 궁금하네요. 알려주실 수 있나요?"
"그게...."
혹시 제가 모르는 사람과 친해지면서, 아이들이 머리가 커질 수 있으니.
항상 인간관계 부분은 주의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누군가와 친구가 되고 사귀는 것에 불안을 느끼던 아이들을, 하나씩 저에게 의존시킨 거라서.
제가 좋은 사람인지 판단한 뒤에 사귀라고 하면, 말을 잘 듣고 사전에 허락받으러 옵니다.
그리고 그렇게 알게 된 새로운 녀석은, 제가 조사해보고 괜찮고 귀여운 애면 제가 함락시키는 거죠.
그렇게 그 아이가 저를 좋아하게 되면.
그 뒤로는 그 둘은 서로 좋은 친구 사이가 되는 느낌으로 친해지지만.
나중에는 저를 좋아하는 라이벌 사이로 변모해서.
결국은 저만을 좋아하는 귀여운 애완동물이 되는 겁니다.
'후후, 다들 저를 서로에게서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너무 귀엽다니까요.'
다들 저한테 마음이 묶여서, 완전히 제 것이 되었으면서도.
정작 본인들은 연약한 저를 보호해준다고 생각하며, 서로를 견제합니다.
제 애완동물은 다들 착하고 귀여우니까, 무서운 주인님인 저 말고는 걱정할 게 없는데 말이에요.
'그나저나 유채유라.... 이건 좀 잘못 걸렸을지도 모르겠군요.'
얘가 조금 멍청해서 그렇지, 써먹기 좋은 녀석이었는데.
하필이면 유채유와 친해졌을 줄은 몰랐어요.
아마 높은 확률로 아빠한테 이야기가 들어가겠냬요.
아까 전화로 저한테 놀아도 되냐고 물은 걸, 안 된다고 했으니까요.
'하아....'
아까 통화할 때, 상대가 유채유인 걸 말해줬으면 허락했을 텐데.
하필 그냥 새 친구라고 하는 바람에, 평소처럼 상황을 보고 움직이게 하려다가.
제대로 실수해버린 느낌입니다.
"그렇군요. 고마워요. 그런데, 채유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친해지세요. 나쁜 아이가 아니니까요."
"저, 정말?"
"그럼요. 저도 잘 알고 있는 친구랍니다."
...일단 들키더라도, 최대한 변명을 할 수 있도록.
채유와는 관계를 이어 나가도 괜찮게 해야겠네요.
아빠는 파고들면 모르는 게 없던데, 진짜 큰일입니다.
'오랫동안 준비한 학교인데, 아깝게....'
제가 하는 걸 알아차리면.
아빠가 무조건 못하게 막을 겁니다.
그래서 어른의 개입을 최대한 막으려고 노력해왔는데, 이런 부분에서 사고가 터질 줄은 몰랐습니다.
"으헤헤...."
"머리 쓰다듬는 거 기분 좋아요?"
"응! 역시 은혜가 제일 좋아!"
"고마워요. 저도 유라가 좋아요."
내가 가식적으로 웃어주자.
감동한 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머리를 더 내미는 모습을 보니.
여전히 충족감이 느껴져서 즐거워집니다.
'하, 이걸 어떻게 참아요.'
이 바보는 처음에 그 누구보다 까칠했는데.
그런 까칠한 애를, 제 손길 하나에 얌전한 애완동물처럼 만드는 과정은.
굉장히 즐거운 일이었고.
저에게 잔뜩 영향을 받아서, 집착하듯 푹 빠져 있는 모습은.
볼 때마다 질리지 않는 달콤함입니다.
이걸 포기하는 건, 진짜 싫은데....
"나도, 나도 쓰다듬어줘."
"알았어요. 같이 쓰다듬어드릴 테니까, 여기 앉으세요."
"응!"
최대한 자애로운 표정을 연기하며.
순진한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턱을 만져줬습니다.
역시 말할 수 있는 강아지만큼 귀여운 게 없다니까요.
솔직히 다른 사람들이 애완동물 기르는 건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말이 통하는 애들을 잔뜩 제 마음대로 조교 하면.
얼마나 피드백이 귀여운데요.
어차피 인간도 동물인 이상.
본인이 원하는 부분을 파고들어서, 잔뜩 즐겁게 해주면.
그 행복감에 중독되어서, 바보가 되어버리니까요.
"미안해요. 계속해주고 싶긴 한데. 다른 분들도 저를 원하셔서요."
"아니야. 만족했어. 나만 독점할 수는 없으니까."
말은 저렇게 하지만, 순간 싸늘하게 식는 눈빛을 보면.
저를 독점하고 싶어서 참을 수 없는 것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독점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죠.
'반 전체의 여자애들이 저를 좋아하니까요. 심지어 최근에는 다른 반의 재밌어 보이는 애들까지 추가했으니....'
혼자 독점하겠다고 나서면.
그 모든 인원한테 혼이 나겠죠.
저는 오히려 독점하려고 하면, 어쩔 수 없다는 듯 받아주면 됩니다.
저는 그렇게 마음이 여리고 약한 설정이니까, 다들 제 탓을 할 일은 없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완벽한 상태인데, 역시 아까워요.'
다시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도 방해가 들어와서 난이도부터 올라가겠죠?
으음, 엄마면 이해해 줄 텐데 하필 아빠라서 방법이 없네요.
"은혜 너 무슨 고민있어?"
"네? 아, 아빠한테 조금 혼날 것 같아서요. 잘못을 하나 했어서...."
"에이, 은혜가 뭘 잘못할 리가 없잖아."
"그럼, 그럼. 은혜네 아빠도 그렇게 생각할걸?"
...들키지 않았다면 그렇긴 하겠죠.
실제로도 저를 의심하는 눈치는 없으셨으니까요.
다만 아빠는 유채유랑 자주 놀아줄 텐데, 그 부분이 걱정입니다.
유채유 성격상, 이번 일은 바로 아빠 귀에 들어갈 것 같으니까요.
아빠는 사람과의 관계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라.
아마 제가 이런 식으로 아이들을 애완동물처럼 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시면.
저는 강제로 전학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사실 아직 한 번도 혼나본 적이 없긴 해서요."
...너무 지레 겁먹는 걸 수도 있겠죠.
실제로 아빠는 어지간해서 저를 비롯한 딸들에게 화내시는 걸 본 적이 없으니까요.
오히려 화내시는 모습은 뉴스에서 더 많이 봤을지도요?
엄마랑 이모들한테 하는 걸 보면.
가족한테는 좀 약한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거면, 경고 정도로 넘어갈지도 몰라요.
'그 정도라면....'
들키지 않고 간단히 넘어가는 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방심에서 생긴 일인 만큼.
다음부터는 그런 이야기가 절대로 아빠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면 되는 거니까요.
"서은혜."
"...네?"
음, 어림도 없었군요.
도대체 아빠는 어떻게 이리 빨리, 제 상황을 알아차린 걸까요.
"그래서."
"네?"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거야. 그 애들, 이제 너 없으면 난리가 날 텐데."
"그건.... 계속 제가 키우면 되는 거 아니에요?"
애완동물을 버리는 건 말도 안 되잖아요.
평생 제가 돌봐줘야죠.
그게 주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각오는 하고 하는 말이야?"
"...네?"
"아빠는 13명인데 죽을 것 같은데. 너 진짜 후회한다?"
"...네?"
아니, 뭔가 이상한데요.
제가 잘못했다고 혼날 줄 알았는데.
방향이 조금 이상합니다.
"아니다. 이런 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하는데. 아빠가 너무 참견하는 걸지도 모르겠네."
"...어."
"하고 싶은 대로 해. 대신 네가 다 책임지는 거야. 원래 초등학생한테 할 만한 말은 아니지만. 은혜는 엄청나게 똑똑하니까, 이해할 수 있지?"
"네!"
그야 당연합니다.
...그럴 생각이 아니었으면, 처음부터 그 바보들한테 손 안 내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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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이미 알고 있었지?"
"그야 그렇지. 어쩌겠어. 자기랑 내 딸인데."
"오지랖 넓은 두 사람이 딸을 낳으니까, 진짜 무서운 애가 나와버렸네...."
그게 무서워서, 은혜를 키울 때는.
어느 정도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었는데.
그냥 마음속으로 흑막놀이를 하면서, 실제로 하는 행동은 착해빠져 있었다.
"본인은 다른 애들을 애완동물처럼 기르는, 학교를 목장으로 개발했다는 듯이 말하던데?"
"...이거 우리가 교육한 거 전부 무의미했잖아."
억울하고 힘든 애들이 있으면 다 품어주고.
그 애들이 또 누군가에게 속지 않도록, 인간관계 하나하나 챙겨주고.
그러면서 더 늘어난 인간관계까지 전부 다 책임지려고 하는.
구원의 괴물 같은 애가 되어 있었다.
저런데도 인기가 없으면 이상하지.
그걸 넘어서 단체로 집착해도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본인이 위험하다는 걸 알아야 할 텐데....
"그래도, 애들이라 순수해서 다행이지. 저걸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나는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응?"
"...나처럼,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더 큰 욕심으로 덮을 수 있는 법이니까."
"그런 거야?"
그런 거야.
...경험자인 은하가 말하니까, 뭔가 설득력이 있어서.
이번 일은 그냥, 조용히 눈감고 넘어가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심란하겠네."
"그렇다니까."
"흐먀아...."
"어, 혜미야 조심해. 그러다 떨어져."
셋이서 알몸으로 침대에서 뒹구는, 평소와 다름없는 광경 속에서.
나는 혜은이에게 은혜의 상황에 관해서 이야기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이쪽은 이쪽 딸들로 정신이 없을 테니.
은혜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그다지 없지만.
그냥 이런 건 말하는 것만으로도 편해지는 법이니까.
"아빠가 되어보니까 알겠지? 원래 엄청나게 걱정되는 법이라니까?"
"그러게."
혜은이는 그렇게 말하며, 귀엽게 내 정액을 보지로 퓻퓻 내보내고 있는 혜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쟤는 자면서 정액 역사정하네.
방금도 귀엽다고 잔뜩 따먹었는데, 금방 면간이 마려워진다.
"음, 역시 은혁이는 꼴잘알이야."
"너만 하겠냐. 그래도 그만두자. 요즘 많이 피곤한 것 같으니까."
"그런가? 기뻐할 것 같은데."
"기뻐는 하겠지만 피곤하기도 할 거 아니야. 잠들었을 때 자야지."
아무튼 혜은이는 동생인 혜미를 오랫동안 키워왔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부모 파트에 대한 선배라고 볼 수 있었다.
...나보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오래 고민했을 테니, 잘 알 것 같긴 하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 애들은 훌쩍 크는 법이니까."
정신 차리면 어느새 자기가 판단한 걸 토대로 나아가는 멋진 애가 되어 있는 법이라며.
그 멋진 애가 가끔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고 보듬어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진짜 그럴듯하게 말한다니까.
내가 아는 유혜은 맞나?
"그건 실례네. 나름 존경받는 언니인데."
"야한 걸로 존경받고 있잖아."
"그전에도 받았어!"
아, 그랬지.
야한 것 때문에 환멸 했다가, 역으로 야한 걸 좋아하게 되면서 존경받는 거니까.
결론적으로는 모든 부분에 있어서 존경받는 셈이다.
"그리고, 우리 딸들도 신경 써줘."
"야, 그걸 다 같이 놀이공원 다녀온 밤에 말하냐?"
애들을 재워놓고 와서 3P로 실컷 떡 쳤을 뿐이지.
당장 낮은 애들한테 다 썼잖아.
"그렇긴 해. 뭐, 우리 애들은 그런 걱정 필요 없어 보이지만...."
혜은이와 혜미는 원래 자매였던 만큼, 조금 특이하게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데.
일단 혜은이의 딸인 혜정이가 언니, 혜미의 딸인 혜자가 동생인 걸로 해서.
진짜 친자매처럼 지내도록 하게 하면서 키워왔다.
자매라고는 해도, 동갑내기긴 하지만.
아이들은 언니 동생 관계를 딱히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서로 되게 친해서 신기할 정도로.
'엄마가 둘이라서 그런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이가 좋아서 나쁠 건 없지.
"근데 뭔가 반대 느낌이 있더라."
"반대 느낌?"
"응."
혜은이의 딸인 혜정이가 좀 더 혜자한테 휘둘리는 느낌이라고 할까?
혜자가 특색도 강하고 실천력도 강해서 잘 밀고 나가는데.
정작 혜정이는 하자고 하면 거절을 잘 못 하는 분위기다.
"확실히, 그럴지도...."
그리고 평소에 엄마 찾는 것도 반대로 찾더라.
이상하게 혜자는 혜은이한테 자주 가고.
혜정이는 혜미한테 자주 가고.
...취향이 맞는 엄마랑 오랜 시간 같이 있으니까 성격도 옮은 건가?
언니, 언니.
"응...?"
"곧 무슨 날인지 알아?"
"...무슨 날?"
갑자기 묘한 질문을 던지는 동생 혜자의 모습에.
언니 혜정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실제로 뭔가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기억 안 나?"
"아. 아빠 생일!"
"정답!"
그리고 뒤늦게야, 기억을 떠올린 그녀가 정답을 외치자.
혜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제의 답이 바르다고 말했다.
그녀들의 아빠인 박은혁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뭘 해드려야 할지 고민이라서. 매번 편지 써서 주는 것도 좀 그렇잖아."
"아빠는 매번 좋아하시던데?"
"내가 재미없어!"
혜정은 아빠 생일인데 왜 네가 재밌어야 하냐고 태클을 걸고 싶었지만.
어차피 그렇게 말해도 들을 리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굳이 그런 비생산적인 행동에 열을 올리지는 않았다.
"나 근데 아빠가 좋아하는 거 뭔지 몰라."
"아빠가 좋아하는 거...."
둘은 잠식 고민에 빠졌다.
항상 아빠는 그녀들이 좋아하는 걸 찾아서, 그걸 전해주는 역할 위주로 행동했을 뿐,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녀들에게 제대로 어필한 적이 없었으니까.
"아! 나 하나 알고 있어."
"뭔데?"
"엄마들을 엄청나게 좋아해. 오늘도 혜미 엄마한테 아빠 냄새 심하게 나던데. 어제 잔뜩 했을걸?"
"오.... 구경하고 싶었는데. 자는 척만 할걸."
"어차피 문 잠그고 몰래 했을 텐데?"
"아하.... 아무튼 언니 말이 맞는 것 같아. 아빠는 엄마들을 좋아해."
그렇다면 아빠의 생일 선물로는 무엇을 주어야 할까.
그것에 관한 결과는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지게 되고.
아이들은 그것을 금방 깨달았다.
"엄마들을 선물하면 되는 거네?"
"그렇지. 엄마를 선물하면,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걸 선물하는 게 되잖아?"
"오.... 그치만 어떻게?"
"엄마를 포장해야 하지 않을까? 박스에 넣어서 줘야지."
"아하!"
어느새 무지막지한 이야기가 되어버린 상황이지만.
본인들은 그것에 문제가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오히려 정말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하는지, 이제는 노트까지 가져와서 연필로 낙서를 해가며 논의하기 시작했다.
"상자 디자인은 엄마 컨셉에 맞추는 게 좋겠지?"
"혜미 엄마는 약간 고양이 같은 거 좋아했으니까. 상자에 고양이 장식하자!"
"그럼 혜은 엄마는?"
"밧줄에 묶이는 걸 좋아하시니까, 밧줄로 묶는 거지."
"어, 그거 좋은데?"
자신들이 준비할 선물에 대해서 확신이 생기자.
둘은 차오르는 기분을 흘려보내지 못하고.
서로의 자매애를 확인하기로 했다.
"정!"
"자!"
"크로스!"
혜정과 혜자의 뒷글자를 딴.
두 사람의 자매애를 증명하는 구호로.
다른 사람들은 들을 때마다 당황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자랑스러워하는 괴상한 선언이었다.
"이제 엄마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되겠다."
"응, 응."
초등학생 아이들이 무시무시한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던 엄마들은.
아이들이 놀고 있는 곳에 돌아오자마자 묘한 질문의 세례를 받아야 했다.
"엄마, 엄마."
"응?"
"엄마가 이렇게 쭈그려 앉으면 어느 정도 크기야?"
"...글쎄? 그걸 아는 사람이 더 적지 않을까?"
"그럼 지금 확인해보는 건?"
"우리 혜정이, 그게 궁금해?"
"네!"
"그럼 한 번 해볼까?"
혜미는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혜정이에게 몸을 맡겼고.
혜정이는 줄자로 엄마의 크기를 기록하며, 이번 생일 선물에 필요한 상자의 크기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물론 그 옆에서는 혜자와 혜은이도 비슷한 일을 했다.
"근데 이 크기는 왜 궁금한 거야?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거야?"
"으음, 비슷한데.... 엄마들이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상자를 사려고요."
"...상자를?"
상자에 숨는 건가.
그런데 갑자기 왜 상자에 숨으라고 하는 건지, 둘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낙서해둔 것들을 보고 나서야, 대강 상황을 이해했다.
"...이거 무슨 상자야?"
"선물 상자요!"
"누구한테 주는?"
"아빠! 곧 생일이라!"
"아하...."
아이들다운 무시무시한 생각이면서도.
아빠가 엄마들을 좋아한다는 간단한 논리에서 시작한 귀여운 생각이라.
두 엄마는 곧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딸들이 이번에 아빠한테 주는 선물을 만드는 거였구나?"
"네!"
"이 장식들은 뭐야?"
"엄마한테 어울리는 고양이 장식! 박스에 꾸미면 예쁠 것 같아서!"
"우리 혜정이가 뭘 좀 아네. 역시 똑똑해. 누구 닮아서 이리 똑똑할까."
"엄마!"
"으히그...!"
어느새 혜정이는 혜미에게 붙잡혀서, 볼 부비부비형을 당했다.
모녀가 꺄르르 거리는 즐거운 시간.
유일하게 신나게 웃을 수 없는 사람이 있었다.
"크흠.... 그래서, 이건 어디서 찾은 건데?"
"엄마 방에 있잖아요!"
"...분명 옮겼는데."
딸아이에게 SM 플레이용 밧줄을 들켰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혜은은.
깊은 고민에 빠져야만 했다.
...도대체 저걸 언제 들킨 거지?
"괜찮아. 우리 다 알아. 어제도 엄마들이랑 아빠 동생 만들기 했잖아."
"흐익!?"
이번에 반응한 것은 오히려 당황하고 있지 않던 혜미 쪽이었다.
이 애들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그야, 혜미 엄마한테서 아빠랑 뒹굴고 나면 나는 냄새가 났단 말이야."
"부, 분명 씻었는데...."
"킁킁.... 지금도 나!"
초등학생치고는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는 자기 딸아이들의 모습에.
엄마들은 꽤 어지러워졌지만.
여기서 무조건 화를 내기에는, 자신들의 행동 중 양심에 걸리는 것이 많아서.
가만히 고개를 떨궜다.
"그래서, 이건 왜 여기 묶여 있는데?"
"엄마는 밧줄에 묶이는 플레이 좋아하니까, 엄마랑 가장 어울리는 장식이야!"
애가 엄마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문제였다.
...그렇게 한참을 씨름한 뒤, 결국은 아이들의 뜻대로 필요한 상자와 장식이 도착하고.
아이들이 기다리던 아빠의 생일이 되었다.
"생일 축하드려요!"
아빠인 박은혁의 수많은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선물을 주는 시간.
두 아이가 준비한 선물이, 압도적인 크기로 시선을 끌었다.
"쟤들은 또 뭐 하냐...."
가족들 사이에서도 악동으로 유명한 자매라서, 다들 또 쟤들이 뭔가 꾸몄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애들이 대체 뭘 준비한 건가 싶어서 상자를 보면, 묘한 디자인이 신경 쓰인다.
한쪽은 굉장히 귀엽게 고양이 스타일로 묶여 있는데, 다른 한쪽은 뭔가 밧줄 같은 걸 써서 대강대강이고....
"저희가 준비한 선물이에요!"
"선물...? 대체 어떻게 이리 큰 선물은 준비했대?"
"저희가 생각하고, 엄마들이 도와줬어요!"
"아하...."
그 이야기를 듣고 문득 생각나서.
은혁은 혜은이와 혜미를 찾아봤지만, 이상하게도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이런 타이밍에 화장실이라도 간 건가?
"열어봐도 되니?"
"네!"
"바로 열어보세요!"
그런데 상자를 열었더니.
사라졌던 혜은이와 혜미가, 아이들에 의해 꽁꽁 묶인 채로 상자에 갇혀 있었다.
"너, 너희 왜 거기 있어!"
"아빠는 엄마를 좋아하니까,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걸 선물로 준비했어요!"
...그렇게 두 소녀는 아빠의 생일 파티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아, 아영아."
"달링!"
"우리 공주님은?"
"자고 있지."
아영이의 딸인 유미는, 엄마를 닮았는지 동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공주님이었다.
아니, 닮았다기보다는 아영이에게 옮았다고 보는 게 맞으려나.
뭔가 공주님 동화 종류만 가득 사다 놓는데, 애가 그거에 안 물들면 이상하지.
"...그럼 오랜만에 둘이서 외출이나 할까?"
"와, 데이트다. 데이트 좋아."
어차피 이제 애들도 많이 컸는데.
굳이 밤마다 집을 지킬 필요도 없으니까.
솔직히 원한다면 언제든 집에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의미도 없고.
"이렇게 달링이랑 외출하는 것도 오랜만이네."
"그러게. 한동안 애들 키운다고 바빴으니까."
"히히히."
사실 서로 즐기고 싶어지면.
어지간하면 방에 틀어박혀서 야한 플레이 쪽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아무래도 이렇게 평범한 데이트는 횟수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변태 남편이라 싫어?"
"좋은데?"
"그럼 오늘도 밖에서 막 만지고 그래야지."
"변태, 그치만 그런 달링이 좋아."
실실 웃고 있는 아영이의 웃음은, 역시나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
F F F
"
"
"하음.... 엄마?"
잠에서 깨어나 일어났더니, 엄마가 옆에 없습니다.
평소처럼 아빠 방에 놀러 간 건가 싶어서.
아빠 방 앞으로 달려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엄마? 아빠?"
하지만 반응이 없습니다.
아빠 방에 있는 거라면, 일단 대답하신 다음에.
뭔가 열심히 헐떡이면서 정리하고 나오시던데.
오늘은 여기도 아닌 모양이에요.
"으음, 어디 가셨지...."
이모들한테 물어보면 될 것 같기는 한데....
아니면 전화를 해볼까요?
집에 공용 휴대폰이 있으니까, 그걸 쓰면 아빠한테 전화할 수 있으니까요.
"어라, 공주님이잖아."
"안녕하세요. 언니들."
매번 자기들을 정자 자매라고 소개하는 언니들이에요.
혜정 언니랑 혜자 언니였었죠?
그나저나 이 시간에 무슨 일이시죠?
"공주님이 혼자 있다니 별일이네. 어지간하면 아영 이모랑 같이 있더니."
"자고 일어났더니, 안 계시던데요."
"아까 아빠랑 데이트 가시는 것 같더라."
"아, 그래요? ...혼자 자야 하나."
"심심하긴 하겠네. 우리 지금부터 모험할 건데, 공주님도 낄래?"
"모험이요?"
"아빠의 성에 들어가서, 전리품을 가지고 나오는 거야."
"와.... 저도 같이 가도 되는 거예요?"
"당연하지."
성이라니, 모험이라니.
동화에 나올 것 같은 이야기들입니다.
물론 왕자님은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저를 공주님이라고 불러주는 언니들이 있으니까요.
"에헤헤...."
"대신, 오늘 있었던 일들은 엄마한테 비밀이다?"
"왜요?"
"이건 아이들의 비밀이니까! 나중에 아영이가 어른이 되면, 그때는 말해도 되지만. 지금은 우리끼리의 비밀인 거야."
"아하!"
비슷한 걸 동화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아이들끼리 하는 여행은 부모님들이랑 상관없으니까요.
이제까지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언니들이었는데, 지금 한 이야기만 생각하면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이것부터 같이 보자."
"이게 뭐예요?"
"엄마 휴대폰."
"어, 여기가 보여요."
"엄마 휴대폰으로 이 성의 안쪽과 주변을 살펴볼 수 있거든. 다른 어른들이 오는지 볼 수 있는 거야."
"성.... 아, 그렇군요!"
이제까지는 그냥 아빠의 방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빠가 살고 계시는 성이었던 거에요.
그래서 아빠랑 결혼한 엄마랑 이모들만 들어갈 수 있고.
저희는 초대받지 못했던 거군요.
"그렇지, 우리 공주님 엄청나게 똑똑한데?
"혜자야. 이제 아무도 이쪽 확인 안 해."
"오, 그럼 진입해도 되겠네."
"확인 안 한다고요?"
"이건, 우리 엄마뿐만 아니라 모든 이모랑 아빠까지 확인할 수 있는 거거든."
"아하."
"그런데 보고 있으면 보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인지 나온다는 거지."
"지금 몇이라고 쓰여 있어?"
"일이요!"
"그리고 우리가 보고 있으니까, 우리 말고는 여기를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거지."
"아하, 그럼 이모들한테 걸리지 않고 성에 들어갈 수 있겠네요?"
"와, 이해 빠르네. 공주님 나중에 공부 좀 잘하겠어."
"지금도 선생님한테 자주 칭찬받아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보는 사람이 없을 뿐입니다.
여기 방문은 항상 잠겨있는데, 어떻게 들어갈 수 있는 걸까요.
"그렇게 간단하면 모험이라고 부르지도 않았지."
"같이 혜은 엄마 방으로 가자."
"혜은 이모 방이요?"
"응, 혜은 엄마 방에서 가져올 게 있거든."
혜은 이모라면, 항상 다른 이모들이나 엄마한테 묘한 농담을 자주 하는 분이셨죠.
아, 물론 아빠랑도 이야기가 잘 통하는지.
알 수 없는 이야기로 몇 시간씩 이야기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혜은 엄마는, 아빠를 무지 좋아해서. 몸의 일부를 아빠로 대체했대."
"진짜요?"
"정확한 건 모르겠는데, 엄마 몸에서 나오는 액체가. 아빠의 거랑 비슷하다던데? 이건 나도 다른 이모한테 들은 거야."
그리고 저 성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빠라는 것을 인정받아야만 하므로.
아빠의 몸에서 비롯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헉, 그럼. 혜은 이모는 아빠 방에 혼자서 들어갈 수 있다는 거예요?"
"거의 유일하게? 그리고 우린 그걸 이용해서. 저 성을 가끔 놀러 갔었지. 우리만 아는 비밀이라는 말씀!"
"와아...."
엄청나게 똑똑한 언니들이에요!
마치 여행하다가 알게 된 정보들로, 나쁜 사람들을 처치하는 용사님 같아요.
물론 이번에는 그냥 모험하는 것일 뿐이고, 나쁜 사람도 없지만.
아무튼 멋있어요!
"오.... 공주님도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
"동화에 나오는 모험,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하긴, 그런 걸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에헤헤...."
그렇게 되어서, 저희의 첫 번째 임무는.
혜은 이모의 방에서 신기한 것들을 찾아내는 거예요.
이제까지 문을 열 때 사용했던 건, 대부분 축축한 거였다고 하네요.
"축축한 거...."
"우리도 정확하게 어떤 게, 혜은 엄마가 아빠의 몸을 이어받은 건지는 모르지만. 이제까지는 그랬어."
"사실 찾기 어렵지. 아무래도 젖은 건 금방 말라버리니까."
그래서 마른 뒤의 물건을 찾아야 해서,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고 합니다.
힌트가 있는 것과 없는 건 다르니까요.
"이런 건 어떨까요?"
"피?"
"원래 피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하잖아요."
"확실히, 엄마가 피를 흘릴 일이 없어서 생각 못 했었네.
"하지만 지난번에는 피가 아닌데 열렸잖아."
"여러 가지가 동작할 수도 있으니까. 피도 원래 젖는 거니까, 시험해볼 가치는 있지 않을까?"
"흐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면, 같은 물건도 동작을 안 하게 되어버리지만.
이 피는 오늘 던전에서 다치시면서 생긴 피라서.
될 가능성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더 챙겨보고."
"네!"
저희 아빠 성 탐험대는, 혜은 이모의 방을 잔뜩 뒤져서.
그럴듯한 물건들을 잔뜩 챙겨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