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페미헌터-260-17화 (277/289)

부, 분명. 좋아해 주시겠지?

"느흡...!"

그러니까, 이건 무언가를 노리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주인님에게 더 사랑받아, 기뻐하고 싶은 내 본능인 거야.

엘프의 배제는, 내 쾌감을 위해 필요한 행위다.

아직 그래도 조금이나마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 때.

정신을 잃은 나도 포기하지 못할만한 것으로, 엘프 제거에 관한 생각을 고쳐놓...!?

흐윽, 흐앙...!

기분 좋아. 기분 좋아앗...!

"자, 지금부터 숫자를 셀 거야. 그리고 0이 되는 순간 너에게 잔뜩 질내사정 할거고."

"학...!?"

질내사정.

이제까지 가버린 절정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분 좋은, 사랑하는 사람의 결정체와 같은 행위.

쾌감과 관련된 내용이라 그런지, 이제까지 돌아가지 않던 머리가 깨끗해지며.

그게 얼마나 기분 좋은 행위인지를 알려준다.

빠르게 이제까지 본 질내사정 절정 영상들이 스쳐 지나가고.

이제까지 애매하게 느껴지던 자궁의 희미한 쾌감은.

갑자기 두근거릴 정도로 강대한 것이 되어, 정자를 받아들일 준비를 시작했다.

"흐븝, 프하, 흐앙...!"

천천히 숫자가 호명되고.

꼬리가 자극받을 때 절정하는 것과 별개로.

카운트다운이 하나 떨어질 때마다, 정신적인 쾌감으로 인해 절정한다.

연달아 이루어지는 절정은 쾌감을 약화하기는커녕.

마치 잘 쌓인 돌탑처럼, 차곡차곡 다음 쾌감의 발판이 되어 쌓이기 시작한다.

이미 한계와 다름없는 쾌감에, 다음 절정의 파워를 줄일 법도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질내사정 카운트를 들을 때마다, 그런 피곤함을 이겨내고 쾌락을 한 번 더 쌓는다.

한계를 아득히 초월하고, 또 초월하며 쌓아 올린 쾌감은.

당장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위태로....

"으븝, 븝...!"

"제로."

나, 뭐 하고 있었지?

순간 리셋된 듯한 머릿속의 혼란한 느낌과 함께.

간질간질하지만 절대로 채워지지 않던 내부에서, 따뜻한 감각을 느낀다.

아?

아아?

아아아아아...!

뒤늦게야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것이 질내사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아닌가.

방금 있었던 일이라기에는, 뜨겁던 섹스의 열기가 없다.

모든 것이 싸늘하게 식은 듯한 감각이야.

"......!"

그리고 그 순간, 너무 강렬해서 잊은 쾌감의 기억이 밀려들어 왔고.

마치 기억이 내 뇌에 사정되어 들어와, 임신이라도 시킬 것 같은 쾌락에.

내 옆에 있는 용사님을 꽉 붙잡았다.

그래, 지금 나는 질내사정 당하고 한참 동안 누워있었고.

여전히 그 한순간의 감각에 붙잡혀, 계속되는 절정 기절을 반복하고 있었다.

따뜻하고 진한 용사님의 정액이, 내 자궁을 때리는 순간.

마치 내 자궁의 모든 세포 하나하나가 꼬리처럼 민감해져.

셀 수 없는 수의 꼬리가 동시에 가버린 것 같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쾌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고.

그 쾌감은 뇌를 있는 힘껏 후려쳤다.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전율이 일고.

너무 강렬한 쾌감에 정신을 잃을 것처럼 어지러워진다.

내가 용사님의 것이 되었다는 행복감은, 상상했던 것을 아득히 초월할 정도로 기분 좋아서.

내 약해빠진 의지로는 모든 감각을 담아낼 수 조차 없다.

"흐에에에...."

앞으로 용사님이 나를 버려도 상관없어.

더는 야한 짓을 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이런 경험을 해줬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영원히 용사님을 위해 살아가야 하리라.

이건 이 세상 그 어떤 가치로도 잴 수 없는.

내 존재조차 뛰어넘는 행복이었으니.

죽어서도 영혼이 되어 용사님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

"아아, 용사님...."

이렇게 저를 비싼 값에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분명 후회하실 정도로 아까운 선택이시겠지만.

그 후회의 정도만큼, 최선을 다해서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가 방금 뭘 본 거지?"

제대로 질내사정까지 마치고, 갑자기 그녀의 몸에서 빛이 퍼져나가기에.

계획이 성공했다는 것 자체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래, 분명 내가 하려고 했던 최강 절정을 완성하는 것 자체는 성공했다.

"느흐으윽!?"

"야, 야?"

그런데 그 타이밍에, 거의 뇌정지가 온 듯한 표정으로 얼굴을 파르르 떨던 아스카는.

지금은 모든 행위가 끝났음에도.

바닥에서 주기적으로 발작하며, 이제까지 본 적 없는 무서운 얼굴로 절정하고 있었다.

설마 자궁에 남아있는 정액 가지고 저렇게 가버리는 건가?

그럼 질내사정 당할 때는 얼마나 쾌감이 강했다는 거야?

내가 만든 상황이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았다.

"망가진 건 아니겠지...."

그건 진짜 봐줬으면 좋겠는데.

나는 결코 아스카를 희생시켜서 결과를 내려고 했던 것이 아니니까.

...하, 이거 특성도 통하지 않는 몸이라서 뭘 할 수가 없네.

딸꾹질 마냥, 발작하며 가버리는 그녀의 얼굴만큼은.

정말 행복으로 가득 차 있긴 했는데.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 동물 같은 소리를 내는 건, 아무래도 좀 반인륜적인 느낌이 있었다.

"...하, 모르겠다."

이미 절정은 던져졌다.

그 뒤에 망가질지 안 망가질지는 신의 선택이겠지.

나는 방금까지 놀라서 벌렸던 그녀와의 거리를 좁히고, 천천히 그녀를 내 무릎 위에 눕게 해줬다.

"여하튼 고생했어. 네가 이 세상을 구한 거야."

"하으, 하으으윽!"

푸슈우우욱!

아까 질내사정 절정 때처럼 심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강렬한 절정이었다.

"흐에에에...."

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그녀는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고.

이제까지 본능적으로 행하고 있던 가슴 자극과 꼬리 삽입을 멈췄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며.

심호흡을 유도해, 진정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다행히 큰 문제가 있는 수준은 아닌가 보네.

"수고했어."

"아아, 용사님...."

"응? 뭐 필요한 거 있어?"

나는 주변에 있던 수건에 물을 묻혀, 그녀의 얼굴을 깔끔하게 닦아주며 물었다.

음, 이제 좀 괜찮아 보이네.

"푸하...."

"너무 과했나? 그래도 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했던 건데."

"과하긴 했죠."

"미안."

"네? 용사님이 왜 사과하세요?"

"응...?"

그야 과했으니까 사과하는 거지.

나야말로 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과하게 좋은 걸 경험하게 해주셨으니, 제가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죠."

"엣...?"

뭔 소리야.

애초에 세상을 구하려고 절정시킨건데.

네가 그걸 왜 갚아야 하는 건데.

"그건 저도 같이 가진 목표였으니까, 당연한 거잖아요."

"음, 그 와중에 생긴 절정도 당연한 거잖아."

"그 이상으로 행복했어요! 이미 그 당연한 정도를 넘어섰다니까요?"

즉, 오히려 좋았으니까 갚을 건 자기라는 건가?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절정하고 깨어나니까 애가 헛소리를 막 하네.

"그러니 여분을 갚아야 하는데...."

...역시 너무 강한 쾌감에 애가 망가진 것 같은데.

대체 자기가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걸 왜 갚아야 한다는 건지 모르겠어.

괜찮다는 것도 아니고, 갚는 건 뭔데?

"용사님에게 사랑받으면서 가버린 덕분에 뒤늦게 깨달았어요. 용사님이 주시는 절정이야말로 진정 가치 있는 것이라는 걸!"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어요.

그러니까 그 이전 일들은 저에게 있어서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진짜 중요한 건, 용사님이 저에게 주신 질내사정 절정이 지닌 가치죠.

'응, 전혀 모르겠어.'

나는 너무 어지러워져서 머리를 부여잡아야 했다.

이미 그녀는 절정 중에 어긋난 사고로 해버린 생각이 뇌에 각인이 되어버린 상태였고.

저 정도면 설득으로 해결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그러니, 앞으로 제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마음 놓고 써주세요."

"뭐...?"

"저는 제 모든 인생을, 아까의 절정을 주신 용사님에게 바쳐야 하니까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이런 보잘것없는 것이라도 받아달라며.

죄지은 사람처럼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대로 기절할 뻔했다.

"알았지? 제발 정신 좀 차려."

"알았다니까요."

알기는 뭘 알아.

지금도 거의 나를 극진한 주인님 모시듯 하고 있으면서.

역시, 본인은 싫어하더라도 어쩔 수 없네.

"흐냑!?"

"그냥 그러고 있어."

"자, 잠시만요! 저는 용사님한테 이렇게 사랑받으면 갚을 자신이...."

"갚지 말라고. 그냥 받아."

내가 공주님 안기로 안아버리자, 열심히 바둥거렸지만.

그 정도로 놓칠 거라면 안고 나오지도 않았다.

그냥 포기하고 얌전히 있어라.

"요, 용사님은 대체 저한테 얼마나 빚을..."

"빚 아니야. 갚지 말라니까?"

어차피 나는 여길 떠나야 할 사람이고.

그녀는 특성 때문에 이동도 어려울 텐데.

그렇게 나한테만 올인하면 어떻게 살 작정인지 모르겠다.

차원간 장거리 연애 자체도 꽤 빡센데, 저렇게 나밖에 모르면 위험해.

"엄청나게 시끄럽네."

"끝났어?"

"응, 여파가 심해서 진정하는데 시간이 좀 지났지. 밖은 어때?"

"혼란스럽지. 최대한 통제하고는 있는데...."

엘프만 해결이 되면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돌아가는 던전 시스템 구축도 시간이 좀 걸려서, 아직 출발도 못 하니.

지금은 최소한 무력 정도는 도와주는 중이었다.

"그나저나, 그 자세 짜증 나네. 그냥 내려오면 안 되냐?"

"아직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아서."

"그래?"

"유림아, 원래 사람이 너무 가버리면 이상해지냐?"

"뭔지는 알 것 같다. 조금 쉬긴 해야겠네."

역시 유림이는 금방 이해해 주는구나.

그래서인지 더 물어보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를 보호해줬다.

"와, 이건 진짜 심하긴 하네...."

본래 수도였던 장소라서 그런지, 지금의 상황이 더 적나라하게 비친다.

수많은 방송으로 설명이 나오고 있지만.

그런데도 당황한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게 되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세뇌의 방향이 수동적으로 되어가는 것이었기에.

사태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도, 결국 엘프를 잃은 슬픔에 날뛸 뿐.

평범한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악질적인 범죄자들은 거의 없다는 거였다.

그리고 딱히 먹고사는 것 자체가 문제가 생길 거라는 것까지는 고민이 닿질 않는 모양인지.

슈퍼나 마트가 문제가 생기거나 하진 않는다.

하긴, 대부분은 자기 돈이 아니라 국가나 주인님의 돈인 셈이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나마 다행이라는 거지.

당장 지구에서 엘프를 내쫓았을 때와 비교해도.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었다.

"저쪽으로는 가지 마. 엘프를 잘 따르던 로얄들에게 공격받고 있으니까."

로얄.

엘프들을 따르는 각성자를 이르는 말로.

지금 유일하게 이 세계에서 무력을 가진 이들이다.

하긴 이곳은 정부 자체가 엘프로 돌아갈 정도로.

모든 권한이 엘프와 그 하위 계급인 로얄로 이루어져 있다.

이 로얄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게, 우선 문제겠지.

"그래도 꽤 많이 포섭했네."

"다 용사님 덕분이죠."

"아, 죄송합니다. 한창 바쁘실 텐데."

"아뇨. 은인께 감사 인사를 드리는 게 더 중요합니다."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최대한 많은 이들을 포섭해서.

당장 이 세계를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불만이 있는 이들은 저렇게 같은 묘족을 공격하며, 엘프를 돌려달라는 무력 시위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어차피 저희도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거겠죠."

엘프와의 연결점은 아까 아스카의 절정으로 사라졌다.

당연히 이쪽에 오는 길도 잃어버렸겠지.

물론 언젠간 다시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기술적으로 이쪽이 아니라 반대편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이미 모든 일이 끝났으니, 그들의 공격은 그저 화풀이가 되어버리고.

최대한 없이 적응해야 한다는 우리의 말이 중요해진다.

그리고 이런 충돌을 줄이기 위해, 엘프를 우리가 없앴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엘프는 알아서 없어졌고. 그것들은 이제까지 우리를 이용했을 뿐이니. 이김에 원래대로 돌아가자는 형태지.'

그런데도 우리 잘못이라고 예상하고 공격하고 있는 것이라.

시간이 지나면 의미 없는 일이라는 걸 깨닫고.

천천히 행동이 멈출 거다.

"용사님, 외람되오나. 혹시 대형으로 콘서트 한 번만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제까지의 간단한 세뇌 해제가 아니라.

최대한 강력하게 마력을 사용해.

최대한 많은 사람의 최면을 해제해달라는 뜻이었다.

"그럴게요. 저 수를 줄일 수만 있어도 괜찮겠죠."

"감사합니다."

"다른 문제는 없나요? 지금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셈인데."

그래도 다행인 건, 전 세계가 엘프로 인해 이미 통일되어 있기에.

돈이나 식량, 공장 등의 시스템이 굉장히 안정되어 있고.

그것을 온전하게 장악하는 데 성공한 만큼, 안정되는 속도도 빠를 거라는 거였다.

"이용할 건 이용해야죠. 잔재가 남는 건 아쉽지만...."

"중요한 건 자유지, 나중에는 원본도 모르는 잔재가 아니니까요."

그런데도 진실을 밝히고 투쟁하는 것을 택한 이유는.

혹시 엘프가 다시 쳐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경우 대부분이 엘프를 좋은 이들이라 믿으면, 바로 다시 점령당하는 셈이니까.

다만 문화나 시스템 같은 것은 기분은 나쁘더라도 급한 문제가 아니니까 미룬 거다.

물론 박물관 등에서 영웅들을 업신여기는 것은, 전부 불태워서 편히 잠드실 수 있게 했지만.

역사 왜곡도 아닌 평범한 시스템들은 고쳐서 그대로 활용하는 게 빠르지.

"기존에 엘프에게 판매하는 시스템은, 최대한 활용해서 공용 취업 시스템으로 바꾸었고. 로얄 시스템도 헌터 시스템으로 개조하고 있습니다."

"잘되고 있는 모양이네요."

치안을 비롯한 무력적인 것들도.

엘프들이 귀찮아한 탓에, 로얄이 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지금 혼란스러운 것은, 엘프를 좋아하는 로얄이 많기 때문일 뿐.

이것만 좀 해결되면 어떻게든 될 것 같다는 상황이었다.

"생각보다 긴급했군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용사라면서요. 마왕 잡았으니까 잔당 처리도 해야 하는 법이죠."

그 잔당 처리가 아이돌 콘서트라는 점은 마음에 걸리지만.

그것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진실을 깨달을 수 있고, 그 진실 속에서 해방된 미래를 가질 수 있다면.

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 눈을 떠. 앞을 보고 나아가!"

그저 노래에 작은 마력을 담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목소리를 목에서 내지 않고, 마력 자체에서 뽑아낸다.

이제까지 의심하지 않던 행복의 가치를, 이제는 의심할 수 있도록.

전 세계에 이 노래가 퍼져나가도록, 모두가 보조하여 마력 스피커가 되어주고.

그 흐름은 자연스럽게 이 노래를 동의하게 된, 잘 모르던 각성자들에 동조되어.

끝없이 퍼져나간다.

한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내 노래를 듣고 있다.

나는 그 무겁디무거운 무대에서, 전하고 싶은 말을 담아서 온 힘을 다해 쏟아냈다.

"헉, 허억...!"

"언니, 괜찮아요?"

"괜찮아. 마력 부족일 뿐이야.?"

계속하더라도 의미는 없다고 판단해, 슬슬 콘서트를 끝마쳤다.

이 정도면 노래를 통한 세뇌는 다 풀렸겠지.

남은 것은 긴 시간 기억과 행동으로 새겨진, 행동 양식에 가까운 고전적이고 확실한 세뇌다.

'이건 극복하는 수밖에 없어.'

내 특성으로 기억을 지우는 것도 불가능한 것이 이런 세뇌였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을 구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쾌감을 이용해서 나에게로 세뇌 방향을 바꾼 뒤.

그 바뀐 후에 자유를 주는 형태로 진행해야 했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한 명씩 해야하는 행위인지라.

이쪽 세계에 전부 적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일부 10레벨 로얄들을 정화하는 용도로는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지.

"효과는 어때요?"

"그냥 저희가 설득할 때보다 훨씬 빠릅니다. 특히 '루시퍼'는 워낙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그것 자체의 파급력도 엄청나고요."

"조금씩 일상은 되찾고 있어요?"

"네, 사치품에 대한 수요가 없긴 해서. 위험해진 산업들이 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그래도 조금 안타까운 부분들은 있었다.

솔직히 엘프가 사라진 만큼, 여러 부분에서 회복되길 바랐는데.

엘프가 만든 성적 학대 문화 중 상당수가 사랑받는 모양이었으니까.

"본인들이 좋다는데, 막기도 애매하고."

"그건 그렇죠."

카페 종업원이 모유로 카페라떼를 타주는 건, 이 세계에서 기본적인 상식이다.

심지어 그 모유의 맛은 긍지에 가까운 것인데, 그걸 빼앗으면 엄청난 반발이 있을 거다.

"그 수혜자가 없는 만큼. 본인이 그 대가를 온전히 받긴 하니. 그걸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각성자에 대한 처우는, 지구에서 실시를 시작한 스포츠형 시스템의 자료를 그대로 제공했다.

이곳은 그런 사치 행위에 돈을 쓰지 않는 분위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런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날 테니.

이곳에 맞게 잘 수정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 나오겠지.

"사실 마음 같아서는 지구에서 관광하러 오는 식으로 도와드리고 싶은데. 그게 쉽지는 않아서요."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더 도움을 받는 것도 죄송하죠."

...그리고 솔직히 이쪽 세계의 현재 문화는.

인간들이 즐기기에는 너무 색채가 강해서 위험하긴 했다.

가볍게 놀러 가라고 하기 힘든 느낌이야.

"침략당하기 전 문화도, 최대한 복구하고 있으니까요. 아마 어떻게든 될 겁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임시 대통령으로 직책을 정하시긴 하셨다면서요."

"...입후보하는 사람이 없어서요."

대통령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아 하던 사람인데.

결국 정치가 기초적인 수준으로 굴러갈 때까지는 맡으려는 모양이다.

하긴 다들 이 사람이 하길 원했으니까.

"대통령님, 급히 보고드릴 사안이..."

"무슨 일이죠?"

"아직 세뇌가 풀리지 않은 이들이, 하나로 뭉쳐서. 엘프 귀환 교단이라는 종교 단체를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하...."

어째 일이 잘 풀린다 했다.

엘프 귀환 교단.

엘프님을 다시 되돌려서, 우리의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는 취지로 모인 집단이다.

뭐, 아무리 숫자를 줄였어도 적은 수는 아니니까 이런 식으로 뭉칠 만한가?

'아니, 오히려 너무 많이 줄어서 뭉쳤을지도.'

기존에는 이런 식으로 뜻을 합칠 필요가 없었다.

그냥 찾아보면 비슷한 사람이 주변에 많았으니까.

하지만 이제 내 노래로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 사람들이 자립심이 없어 괴로울지언정.

아직은 홀로서기를 위해 노력을 해보는 시기다.

'그래서 지금 모이는 걸로, 조금이나마 원래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거지.'

주변에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줄었지만.

그렇다고 아무도 남지 않은 건 아니다.

전 세계를 기준으로 하면 여전히 엄청나게 많지.

그리고 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런 사람들만 옆에 남기게 되면.

다시 예전의, 자신의 의견을 동조해주던 사람이 많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

'솔직히, 오히려 저렇게 모여서 격리되어주는 게 좋긴 한데.'

문제는 이게 장기적으로 보면, 굉장히 위험성이 크다는 거다.

저 녀석들이 의도한 바는 절대로 아니겠지만.

지금 막을 필요가 있지.

지금은 새로운 가치에 도전하는 시작점이니, 대부분이 신정부의 이야기를 듣고 홀로서기를 시도하지만.

사람이라는 건, 무언가 꺾이는 것이 있다면 과거를 그리워하게 된다.

그럼 당연히 종교로써 바뀐 저 단체가, 마음의 안식처 따위가 될 거고.

자연스럽게 수많은 인구가 저 이상한 교단에 빠질 거다.

대놓고 밀어주는 형태는 가지 않더라도.

최소한 수많은 자금이 테러단체나 마찬가지인 저곳에 흘러 들어가겠지.

"죄송합니다. 사실 저희가 다 알아서 해야 하는 부분인데."

"괜찮아요. 저희가 구했는데, 그게 좋지 않은 결말로 가는 것도 찝찝하니까. 최대한 도와드릴게요."

솔직히 이곳에서 지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정도 들었고.

마지막까지 도와주고 싶은 건 사실이었다.

"감사합니다."

"다만, 저라고 해서 특별한 아이디어가 있는 건 아니라서요."

그나저나 피해자들이 저렇게 나오니까 힘드네.

약간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사람이, 괜찮다며 경찰을 돌려보낼 때.

그 경찰관이 된 기분이었다.

지금은 그것보다 훨씬 과격해서.

그 사람과 떨어트려 놓은 것에 대해서 반발하는 느낌인데.

뭐,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그 녀석들이 묘족을 노예나 물건으로 취급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걔들 기준이지.'

반대로 그 녀석들을 주인님으로 모셔야 하는 묘족들은.

마음을 다해 주인님을 사랑해야 한다고 배우고.

사랑의 마음을 키우고 있었을 테니.

아무리 상대방의 마음이 거짓이라고 말해도.

나는 좋아하니까 상관없다는 말이 나오는 건, 그다지 이상하지 않다.

결국 그런 식으로 세뇌된 노예란, 쉽게 해결할 소지가 있는 부분이 아니지.

세뇌의 영향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저 이상한 단체를 운영할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대부분이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어쩌겠냐만....'

사실 이건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다.

이곳 숫자가 더 많아서 그렇지, 이미 지구에서도 겪었지.

이 망할 엘프들은 항상 이런 문제가 있다니까.

지구에서는 이런 일을 해결하기 위해, '정화교육소'라는 걸 만들었다.

내가 모든 참여자의 정신을 뒤틀어서, 최소한의 기억을 남겨가며 깡통으로 만들었고.

그 사람들을 처음부터 교육하면서 정상적으로 복구하는, 일종의 치료 센터 같은 느낌의 장소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수가 너무 많아서.

그런 식으로 해결하기도 좀 애매하다.

일단 비정상을 가르칠 정도의 정상적인 선생님 자체가 그다지 없잖아?

'더 깊은 세뇌기도 하고.'

어디 어린애들을 가둬놓고 세뇌한 것보다는.

처음부터 그런 것이 당연한 세계에서 자라난 것이, 세뇌 효과가 크다.

훨씬 안정적이고 이상함이 없는 환경이니까.

아무튼 내가 다 특성을 걸어서 해결하는, 기존의 방식은 절대로 사용 불가능.

그나마 할 수 있는 거라면.

우리가 코코로를 육변기로 개조해서 선전용으로 썼던 것과 비슷한 행위 정도려나.

'일단 잔당은 한 곳에 알아서 모이고 있어.'

그 이동이 끝나고 나면, 굳이 내가 모으지 않아도 알아서 모인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그 녀석들을 특성으로 건드리는 정도는 가능하다.

전원에 하는 건 무리지만, 수뇌부 정도에만 하면....

"그때처럼 엘프 대신 인간에게 복종하라고 엘프가 말하게 한다?"

별로인 것 같은데.

그때도 그다지 효과가 있지는 않아서.

그냥 의지를 꺾는 용도로만 사용했으니까.

결국 그렇게 되면, 자신의 주인님이 패배했다고 생각할 뿐.

바뀌어버린 주인님의 말을 명령으로 듣지는 않는다.

으음, 뭔가 그럴듯한 시나리오가 있어야 엘프의 말이라고 인식하겠구나.

'근데, 엘프들의 이름으로 잠재우면 뭐가 해결 되냐고....'

결국 이건 우리가 초창기에 고민하던.

엘프들을 신격화해서, 엘프의 죄를 묻어가는 선택을 고르는 것과 같다.

결국 이 종교는 엘프를 기억할 거고, 나중에 엘프가 돌아오면 환영해버리겠지.

'적국을 환영할 정도로 세뇌당한 아군을 어떻게 해야하냐....'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열심히 고민은 해보고 있는데, 떠오르는 생각마다 문제가 있고.

그 문제 때문에 고를 수 없는 선택이 되어버리고 만다.

"끙...."

"언니, 너무 열심히 고민하는 거 아니에요?"

"고민해야지."

오늘의 판단에 따라, 미래 이 차원의 미래가 결정되는 셈이다.

물론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 때.

그 해결책을 단숨에 떠올리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지만.

"최대한 빨리 대응하고 싶긴 한데,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직은 방도가 떠오르지 않네요."

"도와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애초에 이제까지 도와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죠."

하, 진짜 방법이 없나?

내가 열심히 고민하고 있는데.

워낙 피곤한 탓에 살짝 휘청거리자, 옆에서 내 곁을 지키던 정아가 다가와서 부축해줬다.

"괜찮아요?"

"미안, 좀 앉거나 누워야겠다."

"넵."

"너 뭐해...?"

"자, 이리로 들어오세요!"

어느새 침대로 들어간 정아가, 나를 부르더니.

베개를 팡팡 치면서, 나보고 이불 안에 들어오라는 듯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음,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사라지네.

내가 마음이 무겁지 않도록 배려해주는 모습, 정말 대단해.

"이렇게 언니를 안고 있으면, 따뜻해서 엄청 좋은걸요."

"그래?"

"뭐라고 해야 할까, 어릴 때는 언니랑 헤어진 뒤로 계속 이 온기를 잃었으니까요."

"아...."

그건 미안하긴 하네.

심지어 내가 착하게 살라고 한 탓에.

과하게 그걸 지키면서 나를 기다리다가, 애가 더 고통받았고.

그게 망가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미안."

"미안할 건 아니고요. 우리 사이에 뭘 그런 걸 따져요."

무슨 사이인데...?

그나저나 아무런 생각 없이 대화하다가 깨달은 건데.

어찌 보면 정아야말로,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사람이 사라지고.

그걸 맹목적으로 기다린 상황이었잖아.

물론 정아는 어린아이던 시절이지만.

이쪽의 세뇌된 묘족들도, 상식이 부족한 일종의 어린아이들이니.

비슷한 느낌이 있지 않으려나.

"정아야."

"네?"

"만약 내가 사라졌을 때. 너한테 무슨 말을 하고 갔어야, 나를 포기했을까?"

"포기 안 했을 것 같은데."

"앗."

그런 미래를 부숴버리는 듯한 발언을 하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이 전혀 안 서잖아.

마음이 꺾여버릴지도 몰라.

"글쎄요. 오히려 진실을 몰래 알게 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진실?"

정아가 말하고 싶은 건은, 생각보다 복잡한 내용이라.

천천히 예시를 들면서 풀어서 설명해야 했는데.

그걸 천천히 다 듣고 나서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이해했다.

"확실히, 그렇긴 하네."

진실을 내가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물 등을 통해 알아차리게 하는 거다.

예를 들어 내가 들고 다니는 가방에, 일기장이 들어있고.

그것으로 인해, 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가 어린 정아한테 알려지는 셈이지.

그럼 애초에 그곳에는 계속 함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적혀 있을 테니.

어른도 어찌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워진다.

그러니 어지간하면 그 단계에서 포기한다는 것.

반대로 진실을 직접 말해주면, 무조건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진다고 한다.

나보다 훨씬 대단한 어른인데, 그 어른이라면 혹시 어떻게든 해주지 않을까.

이야기의 설명을 다 듣기도 전에, 그런 생각이 들어버리는 거지.

"이해하셨죠? 아, 그리고 가능하면 진실 부분에서. 찾는 행위가 민폐가 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으면 효과가 더 좋겠죠."

"아."

좋아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생기는 행동을 하는 셈이니.

그렇게 하고 싶지 않게 되어버리는 거다.

아이라고 해도, 그 정도 생각은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어떻게 자라줬으면 좋겠는지, 그런 것도 자세히 이야기해주면 좋고요. 가능하면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걸로."

"앗, 미안...."

생각해보면 내가 정아에게 요청한 건, 착한 아이로 자라달라는 두루뭉술한 요청이었고.

그녀는 그것을 이루기 위해,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은 나와 만날 때쯤에는 몰래 애들을 괴롭히는 나쁜 아이가 되어 있었다.

그건 그녀가 착하게 지내도 내가 오지 않으니까.

나쁜 짓을 하면 혼내러라도 와준다는 걸 바라고 했던 행동이지만.

결국 그 근본적인 원인은 그녀 생각에 맞는 착한 아이의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는 것이다.

"근데, 나를 다시 만나는 걸 포기했는데. 그게 의미가 있어?"

"제 경험인데, 만나지 못하더라도 조금은 옆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의외로 위안이 된다는 거구나."

"그렇죠."

생각보다 많이 도움이 되네.

이 정도면 충분히 써먹을 수 있겠는데?

조금 부족한 퍼즐이 있긴 하지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던 상황에 비하면 훨씬 낫다.

"고마워, 덕분에 길을 찾은 것 같다."

"도움이 되었다면, 아시죠?"

"어디 박히고 싶은데, 말만 해."

내가 사랑하는 만큼 박아줄 테니까.

"컷!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까지 찍은 영상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다음.

조명과 카메라들을 정리했다.

'브금으로 세뇌도 약간 있어서 그런가, 진짜 제대로네.'

지금 촬영하고 있는 영상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아주 중요한 것으로.

엘프 귀환 교단을 속일 거짓 증거 자료였다.

영상인 만큼, 실제보다 속이기 쉬워서 가능한 일인데.

아무리 영상이어도 전해지는 마력의 잔향도, 내 노래로 추가해서 그런지 퀄리티가 죽여줬다.

"절대로 구별 못 하겠네. 주작질의 신이야?"

"그렇게 말하면 내가 사기꾼 같잖아."

영상은 이번 상황을 모두 엘프들이 직접 계획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엘프들이 물러나는 것으로, 모두의 자립심을 키우려고 한다는 건데.

이것에 실패하면 세계수님에게 크게 혼난다는 것까지 나와 있었다.

물론 이 자립심에는, 엘프에 관한 것을 모두가 잊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엘프와 관련된 다수의 정보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까지 나와 있었으며.

이 프로젝트를 따르지 않다가 다칠, 아무것도 모르는 묘족들을 걱정하는 내용까지 넣었다.

'음, 그럴듯하게 잘 나왔네.'

물론 실제로 엘프들이 했던 행위를 잘 아는 사람들은, 무슨 개소리인가 싶은 내용으로 가득 차 있지만.

엘프에 미친 인간들 기준으로는, 충분히 믿을 가능성이 있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영상의 구도가 우연히 켜져 있던 카메라에 찍혔다는 느낌이라, 굉장히 현실감도 있고.

아무튼 이 영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실은 지금 정부가 되어서 엘프에 대한 것들을 탄압하는 이들이.

오히려 엘프들의 뜻을 이루려는 비밀 공작원이며, 따라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주인님인 엘프를 위해서, 엘프에 대한 모든 정보를 잊고. 우리끼리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보다 엘프를 향해 반기를 드는 것이며.

어머니와 같은 엘프를 고통스럽게 하는 위험한 패륜 행위를 하는 것으로 만든다.

즉, 누구보다 엘프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이들이 엘프를 지워야 하는.

그런 상황이 되는 셈이다.

"악랄한 방법이네요."

"하지만 효과적일 것 같지 않아?"

"그건 맞아요."

이 작전이 성공만 한다면.

엘프를 좋아하는 녀석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엘프에게 벗어날 거다.

물론 이런 영상 하나로 작전이 성공할 리는 없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다수의 인원을 설득하기 위한 증거 자료일 뿐이지.'

내 손이 닿는 한, 최대한 많은 수의 윗대가리들을 잡아서.

전부 내 특성을 이용해 머릿속을 조작할 거다.

그럼 교단의 다수는 저 영상을 근거로 자신들이 나아갈 방향을 바꿀 거다.

"진짜, 많기도 해라."

전부 모인 것도 아니고, 사는 곳까지 바꿀 정도로 엘프에 진심인 애들만 모였을 텐데.

그런데도 저 인원이 모여서 엘프를 찬양하는 걸 보고 있으니.

저절로 스트레스가 쌓이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심하게 짜증 나는 것일수록.

제대로 치워버릴 때, 더 기분 좋은 법이지.

나는 벌써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오싹거리는 쾌감을 느꼈다.

"그나저나,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저희의 기억까지 지우시겠다는 말. 진심이신가요?"

"뭐, 그렇죠. 아무리 아군이어도,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배신은 아니더라도, 실수할 수는 있잖아.

그래서 나는 우리 쪽 사람들도, 이번 계획에 대해서는 최대한 기억을 지울 생각이었다.

만약 엘프에 대한 모든 것이 지워지기 전에, 이번 프로젝트가 거짓말 덩어리라는 걸 알아차리면.

정말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

"미리 사과드리겠습니다. 저희가 감사드려야 하는 큰 프로젝트 중 하나인데, 정작 저희는 그 은혜를 잊고 지내야 한다니...."

"괜찮습니다.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요."

이런 것으로 생색낼 생각은 없다.

괜히 그런 이유로 처리하지 않았다가, 혹시 잘못되면 오히려 죄책감을 느낄 테니.

이런 건 완벽하게 처리하는 쪽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제가 엘프를 내쫓은 용사라는 것도, 가능하면 다 지우고 가고 싶은데 말이죠."

"그건 진짜 아닙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세대가 전부 바뀌고 나면 공표해야죠."

"끄응...."

그래도 내 기억도 아닌 걸, 함부로 지울 수는 없기에.

저렇게 완고한 부분까지 내 마음대로 하기는 좀 그랬다.

심지어 남겨야 한다는 저쪽 주장도, 꽤나 근거가 타당한 편이라서.

쉽게 설득 가능한 수준도 아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알고 진행하겠습니다. 억지로 지울 생각은 없으니까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세부적인 판단도 다 결정했고.

이번 일에 필요한 준비물도 다 완성했으니.

이제는 실제로 작전을 수행할 시간이었다.

교단이 정부를 적대하는 행위를 멈췄다.

그야, 이제 교단에 있어서 정부는 신인 엘프의 대리인이었으니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정부에게 잘 복종했다.

"음, 잘 되고 있긴 한데. 조금씩 예상을 벗어나네."

"그거야 그렇죠. 거기 있는 사람이 몇인데, 다 언니 의도대로 움직이겠어요?"

"끄응...."

물론 복종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우리가 그렇게 설득해도, 자신들이 주인님으로 모시는 엘프에 관한 내용을 미래에 남기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았으니까.

그것 때문에 엘프들이 위험해지더라도, 엘프라는 개념을 후세에 남기고 싶어 하더라.

'어찌 보면, 이게 더 좋은 상황이긴 해.'

엘프가 원하는 상황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는 자율성이 높은 행동이니까.

그런 자율성을 하필 엘프에게 복종하고 있는 애들이 가지고 있어서 문제인 거지.

해결만 할 수 있다면, 오히려 기뻐할 만한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직접 그 비밀 데이터 공간을 만들어서 제공하시는 거예요?"

"그렇지."

"아하...."

안 된다고 해봐야, 그건 반발심만 부를 뿐이다.

이미 완벽한 백업 시스템이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자신 있게 원본을 지워나갈 거고.

백업본이 사실 기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아주 먼 미래일 테니.

그때는 이미 모든 자료가 유실되어 있겠지.

"음, 진짜 생각 그대로 되네."

그리고 내 판단은 옳았는지.

교단에서의 엘프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지워지기 시작했다.

교단의 이름은 '엘프 귀환 교단'에서 '영원한 주인님 교단'으로 바뀌었고.

자신들의 전신이 '엘프 귀환 교단'이라는 사실조차, 모든 자료를 지워서 없던 일로 만들었다.

엘프들을 위해, 그들은 엘프들에게서 자립해야 했고.

그렇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자신들이 모시는 '주인님'이 엘프가 아니어야 한다.

그런 굉장히 모순적인 상황이, 점차 당연한 것이 되어간다.

'좋아, 잘 되고 있네.'

여기까지가 계획의 메인이었고.

그것까지는 생각했던 그대로 잘 진행되었으니.

일단은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볼 수 있었다.

'이제 마무리해야지.'

다만, 지금의 분위기는 어디까지나 시작 시점이라 가능한 것이다.

원래 시작할 때는 다 가능할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날수록 의지가 약해지는 거거든.

누군가는 자신의 주인님인 엘프에 대해서 전하고 싶은 욕심을 이겨내지 못할 거고.

결국 자신의 아이나 어린 애들에게 말해버릴 거다.

그런 일이 많아지는 순간, 이 프로젝트는 의미 없는 것이 된다.

"다음 단계로 진행할게. 부탁한 건 마무리했어?"

"네, 방금 보냈어요."

정아가 만든 자료를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런 건 진짜 잘 만든다니까.

한정적인 부분이긴 해도, 매니저 일에 익숙한 내가 작업하는 것보다도 훨씬 퀄리티가 높아.

"응, 그대로 진행하면 되겠다. 고마워."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조금 늦게 돌아간다고 큰일이 나는 건 아니니까요."

"알고 있어. 너도 몸조심하고."

"네, 언니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정아가 만들어준 이 자료는.

기존의 엘프를 숭배하는 내용을 기반으로 만든 성서였다.

엘프와 같은 존재라고 느낄 수 없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신을 창작한 셈이지.

'주어인 엘프를 금지당해서, 엘프에 관련된 이야기 자체를 못 하게 되는 건 힘들겠지.'

하지만 반대로 그 주어를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해준다면?

사람들은 참아야 할 것 자체가 사라지니.

엘프라는 단어 자체를 쉽게 잊어버릴 수 있게 된다.

'바깥에서 말하는 엘프랑, 이 신앙에서 말하는 주인님을 구별해내는 것에 성공하면 되는 거지.'

그렇게 되면, 세대가 지나면 지날수록 그 차이가 벌어질 거고.

엘프라는 개념은 묘족을 약탈하던 쓰레기들이 될 것이며.

이 종교가 믿는 '주인님'은, 그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신앙의 대상이 되어버릴 거다.

"하, 뒤질 것 같네...."

나는 그 성서의 보급을 위해.

최대한 많은 녀석을 대상으로 특성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모든 일이 끝나자마자,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최대한 많은 사람의 생각을 조작할수록.

이번 프로젝트는 안정적으로 흘러가다 보니.

본래 계획보다 무리해가면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고.

그 탓인지, 슬슬 몸에 무리가 오는 것 같다.

급하면 마력 포션 따위를 마셔가면서 일을 했으니.

몸이 망가지는 것도 당연하려나.

"에휴, 우리 자지는 항상 미련하다니까."

"...유림아."

"수고했어. 아까 보니까 엄청나게 상황 좋더라."

"그럼 다행이고...."

"일 끝나면 바로 집에 돌아갈 것처럼 굴더니, 결국은 끝까지 구한 책임이랍시고 완벽하게 다 처리하고 가네?"

"그러게, 나 호구인가?"

유림이는 내가 전세계급 호구인 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까 차원급 호구라고 매도하며.

힘없이 쓰러진 나를 안아주었다.

"그런 바보라서 우리가 이렇게 좋아하는 거지만."

"...응."

"근데, 널 좋아하는 건 잘못된 결정이었나 봐."

"응?"

"...이렇게 다쳐있는 모습을 보면, 엄청나게 마음이 아프거든."

유림이답지 않게,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눈으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본 순간.

나는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어졌고.

습관처럼 나왔던 미안하다는 말조차, 그 무거운 감각에 틀어막혀서.

...결국,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게 완성되긴 하는구나."

"뭐, 아예 없던 기술도 아니고. 엘프들이 닦아 놓은 걸, 최종적으로 수정하는 단계였으니까."

공주가 만든 귀환 장치를 보며, 나는 마냥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어떻게 만들지?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못 할 것 같은데.

"그때 원리는 다 알려주지 않았어?"

"그렇긴 한데. 나는 기껏해야 물건 하나 보내는 정도가 한계일걸."

그거랑 사람이 통과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물론 이렇게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태생 차원이 다른 경우.

0레벨 각성자는 이 너머로 넘어갈 수 없지만.

'뭐, 우리는 다 지구에서 태어났으니까.'

지구에 돌아가는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오히려 마음이 급했던 건, 다른 이유가 있었지.

만약 우리 아기를 여기서 낳으면, 지구가 아니라 이쪽 아이로 취급될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

'까놓고 말해서,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 녀석들도, 지금의 우리처럼 파견되어 0레벨로 활동할지도 모르잖아?

그런 상황에서 고향이 이런 낯선 땅이 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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