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 레벨업 시에, 그것도 최소 9레벨 이상에서나 일어나는 현상으로.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하지 않은 일이다.
역사적으로도 단 1번의 사례가 끝일 정도니까.
그때 심지어 10레벨도 아니고 9레벨의 폭주였는데.
10레벨이 아닌 9레벨 대부분이 덤비지 못할 정도로, 레벨을 뛰어넘은 강력함을 보였고.
대응 시스템이 전혀 없던 상황이라, 10레벨이 출동하고 나서야 겨우 사살할 수 있었다.
사실 이게 그 1번의 사건으로도, 모두의 기억에 남을 대사건이라 병명까지 있는 거지.
그게 아니라면 아무도 모를 수도 있을 만한 발생 빈도수였다.
물론 고의로 일으킬 방법을 찾았고, 그걸 이용해 무기로 쓴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금 아영이는 그런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정말로 우연히 폭주한 것이라서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건 좀 빡센데요."
"하윽, 끄으윽...!"
"아영아...!"
나도 일단 급하게 날개를 펼쳐서 대응했지만, 아무래도 내 쪽이 훨씬 밀리는 느낌이 강했다.
즉, 일반적인 등급보다 훨씬 강한 파워를 보인다는 건데.
이건 자신의 몸보다 더 강한 힘이라, 제어하지 못하게 되는 특성 폭주의 특징이다.
'...돌겠네.'
일단 10레벨이 되고 나면,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과하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10레벨이 되자마자 이렇게 폭주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 자신도 임신할 수 있다는 사실에 순수하게 기뻐하던 아영이의 웃는 표정이 머릿속에서 떠다닌다.
"언니, 괜찮아요?"
"나는 괜찮아. 아영이가 문제지...."
아영이는 자신의 몸에서 타오르는 열기를, 전부 정아에게 상쇄 당하는 중이었고.
그 덕에 더는 주변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신음만 흘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껴안고 토닥여주면서, 최대한 안심할 수 있게 도와주려 했다.
"...미안, 나는 역시 엄마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정신 차려. 약한 소리 하지 마."
사실 지금 아영이를 구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그녀의 가슴을 도려내서, 영구적으로 마력을 차단하면, 앞으로는 특성이 발동할 수 없게 되니.
자연스럽게 특성 폭주는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영원히 아영이는 헌터로 생활할 수 없고, 내 아이도 가질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결과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아영이가 그렇게 원하던 일인데, 그걸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날린다고?
차라리 모든 걸 깨달은 아영이가 내가 싫다며 거부했다면, 그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아영이의 마음조차 무시당하는 결과라니.
그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나 방법이 있긴 하네.'
그렇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분노하던 중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도박수를 하나 떠올렸고.
실패했을 때 모든 계획이 무너질 수도 있는 위험성과 아영이의 마음을 저울질하다가.
결국은 내가 고를 수 있는 유일한 답을 선택했다.
"어때, 좀 진정된 것 같아?"
"아프긴 해도 괜찮아. 그냥 큰 상처가 났다고 생각하면 버틸 만해. 뭐, 달링이 이렇게 간호해주니까 괜찮은 것도 있고."
"후...."
아영이가 새로 각성한 10레벨 특성은 '정화의 불'이라는 이름으로.
매우 강력하고 잘 꺼지지 않는 불을 붙여, 다른 기술에 연동할 수 있는 특성이었다.
문제는 이게 너무 강력해서, 본인조차 제어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 특성이 폭주한 탓에, 아영이는 지금 정아의 냉기로 불꽃을 억눌러 겨우 버티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서, 정아가 힘을 빼는 순간 다시 불꽃이 아영이를 잠식할 거고.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 아영이의 몸은 무리한 특성 운용으로 인해서 천천히 고장 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각성 제거 수술을 받는 거야?"
"...일단은 그게 최선이야."
"참, 싫네. 그렇게 각성자가 아닌 애들을 무시했는데. 이제 정작 내가 비각성자가 되게 생겼으니."
"아영아...."
"벌을 받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아영이는 정말 많은 사람을 구해왔다.
물론 인성이 좀 더럽고, 사람들을 깔보는 경향은 있지만.
정말 위험한 상황이면, 그 약자들부터 보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약자들을 업신여겼다.
뭐라고 해야 할까, 괴롭히더라도 내가 괴롭힌다는 느낌이었지.
'애초에, 헌터를 선망하고 좋아하는 비각성자는 싫어하지도 않았고.'
어디까지나 나처럼 비각성자인데 각성자한테 깝친다거나 하는....
그녀 나름대로는 목숨 걸고 열심히 하는 헌터들한테 그런 취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아서 했던 행동들이었다.
그렇다고 그게 옳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벌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일을 당할 만큼 나쁘진 않았다.
까놓고 말해서 각성만 빼앗으면 다행이지.
정아가 없었으면, 그냥 토벌되어서 죽는 몬스터가 되는 거나 마찬가지인 일인데.
그런 내용의 벌을 받기에는, 아영이는 꽤나 헌터라는 자리에 걸맞은 멋진 삶을 살았다.
"그리고 애초에, 누가 그런 벌을 줘. 벌을 줘도 내가 줘야지."
"달링...."
까놓고 말해서 아영이가 괴롭힌 일반인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직속 매니저인 내가 갈굼을 당했던 거니까.
따라서 벌을 준다면 내가 줘야지, 다른 누군가가 주는 것은 명백히 이상하다.
"애초에 나는 이미 용서했고."
오히려 나야말로 그녀에게 사과해야 하는 일이 잔뜩 있지.
다만 사과를 하려면 천천히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필요하고, 그녀에게 걸린 기억 봉인도 풀어줘야 하는데.
지금은 내 특성으로는 그녀를 건드리지도 못할 정도로 마력의 흐름에 문제가 있고, 그녀의 몸이 망가지는 걸 보면 시간까지 촉박했다.
"...아영아, 도박이지만 방법이 하나 있어."
"뭔데?"
"지금 바로 우리가 자궁의 맹약을 맺고, 임신까지 밀고 나가는 거야."
결국 아영이는 일반적인 10레벨보다 더 강한 10레벨 특성 때문에, 10레벨의 신체로 통제할 수 없어서 고통받는 건데.
그럼 반대로 10레벨에서 한 번 더 레벨을 올리게 된다면, 10레벨은 확실히 통제할 수 있는 신체가 된다.
즉, 0레벨에 도달해 F급 헌터가 됨으로써 10레벨 특성 폭주를 치료하겠다는 논리.
"...그랬다가 0레벨 때도 특성 폭주가 일어나면?"
"아마 이곳에서 엘프들을 조지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되는 걸 넘어서.... 네가 하나의 재앙이 되겠지."
일반적인 0레벨보다 강한 무언가가 폭주한다?
사실상 재앙이라는 말 말고는 다른 표현을 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특성 폭주라는 것이 어떤 이유로 나타나는 것인지 해명되지 않은 이상,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결말이란 말이지.
"......."
아영이는 고민에 빠졌지만, 나는 이미 이 질문에 관한 결정을 내린 상황이다.
나는 헌터고, 따라서 사람을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지만....
그 이전에 아영이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남자였고, 그녀의 웃음을 지킬 의무도 지고 있었다.
"아영아. 걱정하지 마. 네가 그렇게 변하면, 내가 막을게."
"달링...."
"그러니까, 나를 믿고 임신해줄래?"
이제까지 내가 망할 귀쟁이 녀석들과 싸울 수 있었던 건, 사랑이 담긴 착상 임신 섹스 덕분이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우리의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응...!"
아영이는 아영이답지 않게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고민하다가.
결국 내가 괜찮다면서 밀어붙인 끝에,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줬다.
여전히 좀 불안해 보이지만, 지금은 나를 믿으라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위험도가 높은 리스크는 항상 지고 살아왔어.'
오히려 그걸 뛰어넘고 모두를 구해내, 최대한 행복한 결말을 찾는 것이 헌터다.
물론 극복하지 못하고 고꾸라질 때도 있을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리 최고의 해피엔딩을 포기할 거였다면.
나는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겠지.
"뭔가, 달링이 말하니까 안심이 되네."
"그래?"
"응, 사랑하는 사람의 말이라 그런가?"
"크흠.... 아무튼, 전부 잘 될 거야. 걱정하지 마."
아영이는 몸이 꽤나 고통스러울 텐데도, 전혀 아닌 것처럼 몸을 일으키더니.
내가 그녀에게 맹세의 키스를 하기 좋도록, 배꼽을 벌리며 환영하기 시작했는데.
안심한 듯, 굉장히 안정된 미소가 걸려있어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흘렸다.
"그럼 시작할게."
"응, 와줘 달링."
"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가 흩날리고, 전용 장비에 매달려있는 목걸이의 방울이 애처롭게 딸랑거린다.
아영이는 고통스러운지 마력이 폭주하는 가슴 쪽을 꽉 쥐고 있지만, 표정으로는 티를 내지 않고 나를 기다렸다.
마음이 아프면서도, 나를 의지해준다는 사실이 행복해져서.
나는 최대한 마음을 안정시키며 그녀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사랑해 아영아."
"나도."
나는 물기가 젖어있는 아영이의 배꼽에 천천히 얼굴을 가져간다.
정아가 억지로 식히고 있는 탓에, 사람의 체온이라기에는 차가운 편이었지만.
그래서 더더욱 내 온기를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굉장히 길게 입을 맞췄다.
그 배꼽을 통해, 자그마한 기운이라도 보내주고 싶었으니까.
"제가 이 사람의 삶을 책임질 것을 맹세합니다."
아영이의 몸은 특성으로 폭주하고 있었지만, 시스템 수준의 단계에서 움직이는 자궁의 맹약은 정상적으로 돌아갔다.
살짝 빛나는 빛을 확인하며, 나는 바지를 벗어 자지를 꺼냈고.
아영이는 웃으면서 내 자지를 붙잡고 껴안아 줬다.
"키스만 하면 되는 건데."
"후후, 그건 맨날 하는 거잖아? 나는 처음인데, 달링만 여러 번 경험한다니. 적어도 이런 차이 정도는 둬서 기억에 남고 싶어."
"...절대로 잊을 생각 없어. 걱정하지 마."
자궁의 맹약 자체는 여러 번 했지만, 아영이와 맺는 자궁의 맹약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런 소중한 기억을 잊는 바보 같은 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건 다행이네. 우리 달링은 워낙 인기가 많으니까. 가끔 나는 달링한테 잊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걱정하거든."
"...뭐?"
"아니, 뭐라고 할까. 최근 들어서 더 나랑 멀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서운함이 존재했었나 보다.
아마, 슬슬 내가 아영이에 대한 마음이 커지면서 고민했던 것이 원인이겠지.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대하면서, 그것이 아영이에게는 거리를 벌리는 것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절대 그럴 생각 없어. 오히려 소중하니까 조심스러운 것뿐이야."
"...그럼 다행이고."
한동안 내 자지를 안고 있던 아영이는, 갑자기 자신의 가슴 가운데를 벌리더니 자지를 끼워 넣었다.
그녀의 전용장비는 고양이가 그려진 란제리 같은 디자인으로, 가슴 중앙이 뻥 뚫려있는데.
그 사이로 자지를 끼워서, 마치 가슴 보지를 쓰는 듯한 느낌을 만들었다.
사실 원래라면 굉장히 꼴리는 상황이고, 자지도 평소보다 팔팔해야 하지만.
상대가 아영이라서 단단한 편이었던 거지, 최대치까지 발기하기는 아무래도 어려웠다.
아마 이런 문제까지는 아영이도 생각을 하지 못했겠지.
'많이 아프겠네....'
그녀의 가슴도 마찬가지로 정아의 능력 때문에 차가운 상태였는데.
그렇게 보호가 되고 있음에도, 내부에는 엄청난 마력이 요동치며 아영이의 몸을 찢어발기고 있었다.
가장 마력이 많아서, 마력의 반발이 심한 가슴과 자지가 닿아서인지.
내부의 심각한 상황이 그대로 전달됐다.
"괜찮아?"
"달링이 있어서 괜찮아. 나에게 있어서 달링은 최고의 진통제니까."
"...최고의 진통제는 마약이라던데, 내가 그렇게 마약같은 사람이야?"
"당연하지."
나름 분위기를 풀려고 던진 농담이었는데, 저렇게 받아칠 줄이야.
오히려 내가 아영이에게 더 반해서, 아까까지 최대로 발기하지 못하던 자지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아마 좀 있으면 끝까지 커지겠네.
"자, 이렇게 하면 여기까지 오잖아?"
아영이가 자지의 각도를 위쪽으로 하여 가슴골로 통과하게 만들면, 가슴 위쪽을 통해서 자지가 빠져나오게 된다.
그럼 바로 거기는 아영이의 목과 얼굴이 있는 부분이고.
아영이는 그대로 얼굴을 아래로 숙여서, 올라온 자지의 귀두에 키스할 수 있었다.
아니, 방금 정말로 그 구도를 통해서 키스했다.
"오직 이 사람에게만 임신할 것을 맹세합니다."
"아영아...!"
내 자지와 그녀의 배꼽이 빛나며, 자궁의 맹약이 체결되었음을 알리기 시작한다.
나는 그 빛이 우리를 집어삼켜서 맹세의 증명을 시작하기 전에, 급하게 아영이를 끌어안았다.
평소의 아영이는 일반적인 사람보다 체온이 훨씬 높은 편이라서 뜨거운 느낌이 드는데, 지금은 마치 얼음덩어리로 만든 조각상처럼 차가웠다.
나는 그 조각상을 녹여서 안에 있는 사람이라도 꺼내려는 듯, 있는 힘껏 아영이를 껴안았지만.
그 순간 새하얀 빛이 시야를 뒤덮으며, 우리에게 더는 남은 시간이 없음을 알려왔다.
[대상에게 남아 있는 비틀림을 바로잡아, 당신의 맹세를 증명하십시오.]
[공간의 비틀림: 대상의 트라우마를 통해 만들어진 던전에 대상과 함께 갇히게 됩니다. 대상을 데리고 던전을 클리어하십시오.]
"...어라?"
눈을 뜨자마자 환한 하늘이 눈을 찌르며 나를 격하게 환영해준다.
새파랗고 눈부신 하늘과 부드럽게 흘러가는 구름.
그리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는 숲속과 아름다운 들판.
시스템 창이 없었다면, 조금 당황했을 정도로 예상치 못한 환경이다.
"던전, 이지?"
던전이 이런 식으로 커다란 필드 형태인 경우가 있긴 한데.
그걸 떠나서 내가 아는 던전의 이미지랑은 너무 다른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하긴, 오히려 그러니까 더 조심해야 하는 건가?
'일단, 아영이랑 같이 시작한 건 아니네.'
솔직히 말해서 그 부분은 예상 범주 내에 있었다.
처음 겪는 일도 아니고, 채린이도 따로 출발했으니까.
높은 확률로 아영이는 이미 공략을 진행 중인 것 같은데....
"일단 던전은, 엑스트라 난이도인가?"
이렇게 주변이 야외처럼 꾸며져 있어도, 기본적으로 던전은 실내에 가깝다.
따라서 이 바닥을 마력으로 때려보면, 어떤 던전인지 추측할 수 있고.
그런데 마치 던전 밖에 있는 것처럼 바닥에는 마력이 거의 깃들어 있지 않고.
흙은 파져도 일정 깊이 이상은 어떤 손상도 일어나지 않는 단단함을 보여주며, 평범한 땅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일반적으로 이런 특징을 가진 던전은 엑스트라 난이도일 가능성이 크니까, 당장은 그렇게 예상을 하면서 움직이면 될 것 같다.
그나저나 엑스트라 난이도면 까다롭겠네....
'끙.... 전투 계열은 아니면 좋겠네.'
엑스트라 난이도는 이곳에 돌입한 도전자의 스펙이 의미가 크지 않거나.
혹은 그 스펙만큼 난이도가 올라가게 되어 있는 특수한 던전인 만큼.
지금 아영이가 폭주한 상태라, 우리의 전투력이 높게 측정되고 있을 터라.
아무래도 실질적으로는 불리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아영이는 괜찮나.'
하필 던전에 들어와야 하는 공간의 비틀림이라, 여기서는 특성 폭주가 어떻게 적용될지 모르겠다.
일단 나는 지금 마력이나 특성이 정상적으로 움직이는데.
빨리 아영이를 찾아야,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결정 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보다 구현된 범위가 넓네."
한참을 숲이나 들판을 둘러보며 날아다니는데, 몬스터 같은 것도 보이지 않는 굉장히 평화로운 곳이었다.
아니, 오히려 식물이나 동물이 살짝 귀여운 것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곳이라,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
가끔 이런 동화처럼 귀여운 분위기의 던전이 있다고 듣긴 했다.
다녀온 사람마다 귀여운 인형을 보면 기겁하는 경우가 많은 걸 보면, 그다지 좋은 경험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그렇게 한참을 최대한 주위에 경계할 것이 있는지 살펴보며, 정찰하던 와중에.
처음으로 인영에 가까운 무언가를 발견해서, 급하게 그쪽으로 다가갔다.
제발 몬스터가 아니라 아영이었으면 좋겠는데.
"아영아...!"
그리고 다행히 그런 내 기도가 통했는지, 내가 발견한 사람은 아영이가 맞았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이라면, 마치 요정 같은 드레스와 날개를 달고 있다는 거였다.
...아영이한테 저런 옷이 있었나? 아니 애초에 저 날개는 뭔데 저렇게 자연스럽게 움직이지?
"
"아, 안녕. 맞아. 나는 아영이야. 너는 누구야?"
"뭐?"
마치 내가 누군지 모르는 듯한 반응에,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이런 엑스트라 난이도의 던전에서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일단 나한테 적개심은 없는 모양이라, 최대한 진정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어.... 나는 은혁이야. 반가워."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
"...소문을 들었다고나 할까."
"아하, 다른 여행객이 말해줬나 보구나. 너도 이 숲에 놀러 온 여행객이니?"
"아마도?"
사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일단 어색하지 않게 넘기기 위해,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아영이가 저렇게 나긋나긋하게 말하니까 엄청 기분이 이상한데.
당신 대체 누구야.
"흐응, 그럼 다른 손님들처럼 내가 안내해줄게. 만약에 숲이 마음에 들면 말해, 너도 이곳 주민으로 같이 살아가자."
"어, 어...."
잘은 모르겠는데, 아영이가 이곳을 안내해주는 것 같았다.
일단 아영이가 특성 폭주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 안심되기는 하는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지금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네.
"슈웅...!"
"어, 어?"
아영이는 투명한 요정 날개를 파닥거리며, 내 손을 잡은 채로 날아올랐고.
그녀의 주변에 있는 새나 나비들을 하나씩 가리키면서 이름을 말해줬다.
물론 내가 알고 있는 명칭과 다른 것이 많은, 뭔가 귀여운 이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나름 나한테 이것들을 소개해주는 것이 즐거운지, 진심으로 웃고 있길래 그냥 맞장구를 쳐줬다.
...아영이가 즐거우면 된 거지.
"나무들은 조심해야 해. 낮에는 괜찮지만, 밤에는 일어나서 자기들이 할 일을 하거든. 자칫 옆에서 자면 나무가 우리를 실수로 밟을지도 몰라."
아무리 밤이어도 그렇지, 왜 나무가 움직이는데?
사실 저 나무들 전부 다 몬스터인 거 아니냐?
그럼 지금이라도 그냥 다 불태워 버리는 게 맞지 않을까?
쟤들이 밤에 우리를 덮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낮에 덮치는 거지.
"물은 이쪽에 있는 시냇물을 마시면 되거든? 엄청 차가우니까 조심해."
"오.... 그럼 따뜻한 물은 직접 만들어야 하는 거야?"
"아니? 저쪽에 붉은 색 시냇물이 하나 더 있지? 중간에 합류해서 색이 없어지고."
"어, 그렇네."
"그쯤이면 온도가 섞여서 적당할 거야. 붉은색 시냇물은 너무 뜨거울 것 같네."
...선생님 강물이 왜 하나는 뜨겁고 차가운가요.
무슨 한쪽은 온천물이라도 되는 건가?
뭔가 어딘가가 엇나간 듯한 괴상한 상식들로 움직이는 숲이었다.
"여기는 달콤한 초콜릿이 열리는 나무고, 여기는 머핀이 열려. 맛있겠지?"
"...그래."
슬슬 생각하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그나마 멀쩡하게 생긴 버섯들의 경우에는, 먹으면 사이다를 먹는 느낌인 탄산 버섯이나 알코올이 포함된 해롱해롱 버섯 따위의 정신 나간 설정을 지니고 있었고.
나는 아영이와 버섯으로 건배를 하면서 천천히 이 숲의 설명을 들었다.
"별로야?"
"아니, 괜찮아. 먹을만해."
버섯 비슷한 걸 씹으면 강력한 탄산의 사이다즙이 나오는 식감이 비현실적이라 그렇지, 맛은 나쁘지 않다.
그나저나 이렇게 아영이랑 돌아다니면서 구경도 하고, 뭐도 먹고 하니까 힐링이 되긴 하네.
물론 그 와중에 이 던전을 어떻게 깨야 하는지 알아내야 하지만....
"하으...."
"여행 때문에 많이 지쳤나 보네. 음, 여기 누울래? 슬슬 어두워지고 있으니까 여기서 밤에서만 볼 수 있는 구경거리 구경시켜줄게."
아영이는 꽤나 거리낌 없이 자신의 무릎에 누우라고 추천했다.
물론 이제까지 대화한 결과, 뭔가 그런 부분에 대한 내성이 전혀 없는....
내가 과거에 알던 순수한 아영이의 느낌이라, 무언가 의도는 없는 순수한 선의로 보였다.
확실히 지쳐있는 것도 사실이긴 한데....
"네가 괜찮다면, 실례할게."
"편하게 누워. 나는 괜찮으니까."
나는 아영이의 선의를 받아들여, 그녀의 무릎에 누워 이질적인 색의 노을을 바라보았다.
당장 쉬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고, 좋아하는 사람 가슴을 직통으로 보는 명당이라는 것도 좋고.
서로 체온을 나누는 것도 좋아서, 나에게 있어서 여기는 최고의 자리였다.
"응? 나 말고, 저쪽을 봐야 한다니까."
"아, 미안."
그녀가 살짝씩 움직일 때마다 커다란 젖가슴이 눈앞에서 흔들리다 보니, 순간적으로 마음을 빼앗긴 모양이다.
나는 아영이의 지적을 받아들여, 그녀가 손으로 가리키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아까까지 가만히 있었던 나무들이 뿌리를 뽑고 나와서 정말로 움직이고 있었다.
"...허."
그렇다고 몬스터가 되어서 우리에게 달려들거나 하는 건 아니고.
나무들이 열심히 춤을 추면, 나무에서 반짝이는 빛의 가루가 하늘로 두둥실 떠올라서 밤하늘을 채운다.
원래는 검고 어둡던 하늘이 마치 별들로 가득 찬 것처럼 반짝거리게 변하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어때? 예쁘지?"
"...나무들이 일한다는 게, 이런 거였구나."
"응. 저렇게 열심히 밤에 별을 모아서. 다시 햇님이 별의 힘으로 떠오를 수 있게 일하는 거야."
과학적으로 태클을 걸고 싶은 부분이 한둘이 아니지만.
일단, 이 던전 내부는 정말로 저런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 같으니까 어쩔 수 없지.
근데 진짜 던전 내부가 너무 평화로워서 오히려 이상하네.
"후우...."
그렇게 한참을 아영이의 치마폭에 둘러싸여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런데 갑자기 눈을 찌르는 듯한 강력한 빛에 숲이 뒤덮였고, 빛이 사라져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나 혼자 들판에 남아 있었다.
"...아영아?"
이상한 것은 아영이가 사라진 것만이 아니었다.
방금까지 밤이었을 텐데, 어느새 처음 던전에 들어왔을 때처럼 환한 낮이 되어 있었다.
당황한 나는 하늘로 날아올라서 다시 정찰해보기 시작했고, 처음과 거의 비슷한 곳에서 아영이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아...."
"어라, 새로 온 여행객이야? 환영해. 나는 아영이라고 해."
"
하지만 아영이는 나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지, 평온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왔고.
나는 그제야 이 던전이 돌아가는 악랄한 시스템을 깨달아,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의 정보로 간단하게 상황을 정리하자면.
이 던전은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 일정 주기적으로 리셋되는 모양이었다.
심지어 같은 던전 출입자인 아영이도 포함해서 말이지.
"왜 그래?"
"아, 아니야. 좋다고. 안내해주면 고맙지."
따라서 아무리 내가 요정 아영이와 기억을 쌓아도.
특정 시간까지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지금처럼 완전히 처음으로 되돌아간다는 거다.
기회가 한 번이 아니라는 점은 나쁘지 않지만, 아무런 힌트도 없이 초기화해버리면서 방법을 찾으라는 것도 꽤 악질이었다.
'이런 던전은 기억에 없는데.'
물론 해외 던전의 경우 나에게 자료가 없었을 수도 있고, 애초에 공략된 적 없는 처음 등장하는 던전일 수도 있다.
내가 공략을 아는 던전이면 좋았을 텐데, 이번에는 정말 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겠네.
'일단 어제보다는 팍팍 친해질 필요가 있어.'
다행히 이쪽 아영이는 나에게 경계심을 거의 가지지 않고 다가온다.
그리고 이게 두 번째인 만큼, 나는 아영이가 지금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알고.
그만큼 그런 그녀에게 맞춰서 행동하면서 호감을 쌓을 수 있을 거다.
굳이 관계를 초기화하는 시스템이 있는 걸 보면, 관계가 쌓여야만 알 수 있는 정보가 있다는 거잖아?
따라서 지금은 아영이에겐 미안하지만,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도 부자연스럽게 빠르게 친해져야 한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그녀가 잘 모르는 영역을 이용해, 호감을 잔뜩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역시 나는 건 기분 좋지 않아?"
"뭐, 그야 알지. 나도 날개가 있으니까."
"아, 그렇겠네. 후후, 하지만 이렇게 예쁜 경치도 함께 볼 수 있는 건 여기뿐이라고?"
"그건 그럴지도. 아, 너도 좋은 걸 소개해주니까. 네 안내가 끝나면 나도 네가 모를만한 것들을 알려줄게."
"오, 그러면 좋지."
일단 아무리 지금의 아영이가 경계심이 없어도, 바로 접근하는 건 이상하게 느낄 거다.
그러니까 최대한 아영이가 하려는 분위기에 편승하는 편이 좋다.
그리고 원래 하루 정도 같이 있으면 더 경계심이 무뎌지는 법이고.
"아하, 그래서 여기 물이 딱 적당한 온도라는 거구나."
"그렇지."
"그럼 혹시 이거 마시는 거 말고, 몸 닦는 용도로 써도 되는 거야?"
"응. 더러워져도 금방 깨끗해지거든."
나는 아영이의 대답을 듣자마자, 옷을 벗고 씻을 준비를 했다.
놀랍게도 아영이는 내가 이렇게까지 노출해도, 어떤 부끄러운 기색이나 당황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본인까지 옷을 벗고 같이 씻자는 소리를 했다.
'...좀 대단한데?'
물론 원래 아영이가 좀 이런 맹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이쪽 요정 아영이는 좀 정도가 심하다는 느낌이다.
...나야 많이 봤는데도 아름다운 아영이의 나체를 관람해서 이득이었다.
"후우, 좋다. 역시 목욕은 기분 좋아."
"그러게."
온천처럼 따뜻한 물로 몸을 씻는데, 그 씻는 물이 빠르게 흘러가서.
마치 온천형 워터파크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듯한 감각이었다.
물론 그걸 알몸으로 아영이와 둘이서 한다는 점이 좋은 거지만.
그 뒤에는 다시 나무에 열리는 초콜릿이나 머핀 따위의 음식들을 구경했다.
달콤한 디저트 계열뿐만 아니라, 누가 봐도 식사 대용인 햄버거 따위도 나무에서 열리고.
여러모로 정신이 나간 세계였다.
"그럼 평소에 이런 나무들에 열리는 것들로 끼니를 해결하는 거야?"
"그렇지? 뜨겁게 먹고 싶으면 뜨거운 강에 넣었다가 먹어."
"아하...."
은근히 나름의 생활 방식이 있는 게 신기하다니까.
도대체 이 던전이 왜 이런 이상한 설정으로 돌아가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하여튼 실제로 동화책 여행이라도 하는 기분이 들긴 했다.
"이거 하나 마셔."
"어, 고마워."
아마 이 탄산 버섯은 사이다 맛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지난 회차에 마셨던 맛을 떠올리며, 버섯을 먹었는데.
놀랍게도 이번에는 사이다가 아니라 콜라 맛이 느껴졌다.
"음, 맛있네."
"다행이다."
...그러고 보니까 버섯 색이 조금 다른 것 같긴 했는데, 색에 따라서 맛도 다른 거구나.
진짜 이 미친 세상은 어디까지 디테일이 있는 거지?
"어때, 예쁘지?"
"그러게."
그리고 결국 밤이 되어, 나무들이 춤을 추는 시간이 된다.
반짝거리는 빛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하고.
우리는 잠시 그 아름다움을 구경했다.
"이제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다 보여준 것 같아. 어때, 마음에 들어?"
"응, 너랑 여기서 같이 살고 싶을 정도로 괜찮네."
"히히, 그럼 다행이고."
일단 아영이에게 나에 대한 호감은 쌓인 것 같았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다른 곳의 상식을 모르는 요정이라는 느낌이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하던, 딱히 의심 없이 받아들일 거다.
"아, 그러고 보니까. 너도 나한테 알려줄 게 있다고 했었지?"
"응. 미안한데 옷 좀 벗어줄래?"
"옷? 뭐야, 설마 씻는다거나?"
"아니야. 아까 우리가 하늘을 날 때, 굉장히 기분 좋았잖아?"
"그렇지?"
"이건 그것보다 더 기분 좋은 거라서, 알려주고 싶어서 그래."
"아하."
...거짓 없는 사실만을 말하고 있지만, 그런데도 약간 양심에 찔린다.
하지만 내 얄팍한 대가리로는 이것보다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단 말이지.
최대한 속이는 건 없게, 사실대로 말하면서 진행해야지.
"이렇게 알몸이 되면 되는 거야? 음, 슬슬 밤이라서 살짝 춥네."
"아, 미안. 나도 벗을 테니까 살짝 붙어. 붙으면 체온 때문에 같이 따뜻해질 거야."
"체온? 아, 이렇게 붙으면 따뜻하다는 거지? 이해했어."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애를 타락시키는 기분이라, 양심에 찔리면서도.
그래서 느껴지는 충족감이나 쾌감 같은 것도 있어서,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아, 발기했다.
"응? 뭐야, 그거 왜 커지는 거야?"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있으면 커지는 거야."
"내가 좋다는 거지? 고마워."
"어, 그렇지. 응.... 좀 많이 좋아하지."
"그 정도로? 오늘 처음 봤는데?"
"워낙 친절하게 많은 걸 알려줬잖아. 사실 여기 살고 싶다는 건, 여기가 좋아서도 있지만.... 네가 있어서일지도 모르거든."
"...그건 조금 부끄럽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무슨 학교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착한 말들로 반응하는 아영이를 보고 있으니, 여러모로 기분이 이상했다.
뭔가 순수하게 서로 좋아한다는 감정을 전한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런 상황이 되면 될수록 자지가 더 크게 발기했다.
"더 커졌는데?"
"...좋아하니까."
"아하. 좋아하는 마음이 클수록 더 커지는 거구나. 신기하네."
너무 발기 이야기로 넘어간 것 같아서, 나는 최대한 자지를 숨기면서 다음 내용으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일단 진정하고 최대한 천천히 나아가는 게 우선순위야.
마음이 급하다고 강간부터 할 수는 없는 거니까.
"자는 것처럼, 몸을 편하게 하고 누워볼래?"
"응? 이렇게?"
"어, 어. 그래야 체온도 나누겠구나. 응."
나한테 몸을 좀 비비면서 드러누웠는데.
아무래도 추위 때문에 체온을 나누기 위해서일 거다.
문제는 그 닿는 부위가 내 자지라서 조금 당황했을 뿐이지.
"이렇게 편하게 있으면 되는 거야? 이러다 자겠는데?"
"기다려봐. 편하게 있으면, 내가 해줄게."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 끝을 건드렸다.
허리나 쇄골등을 살짝씩 터치하기도 했지만, 가장 중점적으로 건드는 것은 유두 근처의 유륜이었다.
살짝 간지럼을 타는지 아영이는 꺄르르 웃으면서 하지 말라고 했지만.
내가 진지하게 집중해 있으니까, 뭔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얌전히 내 손길에 몸을 맡겼다.
슬슬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하는 걸 보면, 아마 제대로 되는 것 같다.
"흐응...♡ 응...?"
"어때, 뭔가 느낌이 와?"
"간질간질한데.... 응, 잘 모르겠는데. 살짝 묘한 감각이야."
"그게 처음에는 좀 간지러운데, 더 진행되면 간지럽다는 느낌보다는 기분 좋다고 느껴질 거야."
그나마 민감한 부분을 터치하면서 감각을 예민하게 만든다.
기본적으로 예민한 부위는 금방 피로를 느끼기 때문에, 처음부터 만지면 기분은 좋아도 금방 끝나거든.
하지만 이런 식으로 최대한 감도를 올려놓고, 약간의 터치로 계속 쾌감을 올려주면.
최대한 오래 쾌락에 빠지게 할 수 있다.
"하응...!? 응...♡ 읏...♡"
"그래, 그런 소리가 나오면 제대로 되는 거야."
"이, 이게 뭐야. 몰라.... 앗♡ 아흑♡ 응...!?"
그리고 실제로 내가 민감해진 유두나 클리토리스 쪽을 가볍게 자극하자.
깜짝 놀란 아영이가 몸을 파르르 떨면서 신음을 흘렸다.
기억 속에 없는 쾌락에 눈을 뜨니, 많이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처녀의 반응이네.'
나와의 시간이 전부 사라진 것 같아서 살짝 심술이 났지만.
어디까지나 던전 클리어의 일부라는 것을 상기하며, 지금까지 하고 있던 터치를 망치지는 않았다.
최대한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진행한다.
"하윽...! 핫♡ 하악...♡ 흐아아악...♡"
"자, 붕 뜨는 거야. 날개로 나는 것보다 더 기분 좋게. 정신이 행복한 세상으로 날아오르는 거지."
"흐으응...!"
푸슈우웃!
결국 아영이는 내 손길만으로 첫 절정에 도달했고.
거친 숨을 한참 내뱉으며, 엄청나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는 듯, 떨리는 몸으로 나를 껴안는데....
'역시, 가버린 직후의 표정은 예쁘네.'
그 아름다움에 나도 모르게 아영이에게 키스할 뻔했는데, 그 순간 시간이 되었는지 새하얀 빛이 시야를 가렸다.
그래도 이미 겪어본 일이기에, 일단은 진정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이 뭐라도 물어보기에 딱 좋은 상황이었는데, 하필 이럴 떄 리셋이라니.
아마 애무에 집중하다가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간 모양이다.
다음번에는 계획을 좀 타이트하게 잡아야겠네.
"...응?"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아영이를 찾았는데.
초기화 후의 그녀에게서 아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느껴져서 당황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아니, 시발 대체 이 던전은 어떻게 되어먹은거냐고.
무슨 양파도 아니고 이상한 일이 계속해서 튀어나오네.
아무리 생각해도 만든 새끼가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왜 그래?"
"어, 그게.... 아무것도 아니야."
지금 아영이의 꼴을 보면, 여러모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정작 그 본인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할 것이 뻔했기에.
나는 그냥 한숨을 내쉬는 것으로 끝낼 수밖에 없었다.
'대체 뭐지...?'
3회차가 시작하고, 나는 곧바로 아영이를 찾았다.
그런데 이제까지의 아영이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외관을 하고 있었는데.
일단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거의 알몸이나 다름없는 꼴을 하고 있다는 거였다.
물론 그런 복장이야 이제 익숙하긴 하고,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정상적이던 옷이 갑자기 그렇게 바뀐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애초에 그것만 바뀐 것이 아니다.
'왜 저런걸 달고 다니는 건지....'
마치 솜털로 만들어진 붓 비슷한 것이 옷에 달려있었는데.
그 붓은 헐벗어 있는 민감한 부위들을 자연스럽게 스칠만한 곳에 걸려서 고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그녀는 움직일 때마다 몸을 자극당해,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엄청난 변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응♡ 하응...♡ 흐읏...♡"
"음...."
심지어 나랑 대화하다가도 살짝 가버리면서 쾌감에 쩔은 표정을 한다거나.
어느새 자신의 젖꼭지를 자기 입으로 빨면서 자극하며 애액을 질질 뿜는다거나.
오줌을 쌀 때도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며 분수 쇼를 하면서 싸는 행태를 보이는데.
마치 그게 당연한 자신의 규칙이라는 듯, 그렇게 행동하고 있으니.
사실 내가 그녀의 상식을 고쳐 쓴 건 아닌가 싶어질 정도였다.
왜 멀쩡하게 동화에서 살던 애가, 음란한 변태가 되어버린 거야?
"하우우...♡ 그나저나 너는 항상 그렇게 두껍게 입고 다녀?"
"...기본적으로는?"
이것도 충분히 여름에 입을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나저나 이곳 날씨도 좀 따뜻해진 것 같다.
설마 아영이가 저렇게 벗고 다녀야 해서, 이 지역의 날씨도 그것에 맞게 바뀐 건가?
"아까부터, 내가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느끼는 걸 보면. 너희는 이런 걸 하지 않나 봐?"
"어?"
"옷 좀 벗어볼래?"
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갑자기 아영이는 나를 덮치더니, 굉장히 먹잇감을 노리는 표정으로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녀가 아는 알몸과는 다른 모양에, 처음에는 조금 당황한 것 같았지만.
어느새 내 가슴이나 자지를 어루만지면서, 반응을 살피기 시작했다.
'시발, 미친....'
내가 아는 한에서, 이렇게까지 아영이의 손길이 아찔하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었다.
마치 내가 그녀를 애무할 때 했던 손길을 학습이라도 한 것처럼, 굉장히 아슬아슬하고 적당한 자극을 주면서 자지를 쓰다듬는데.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리게 되는 수준으로 기분 좋았다.
"역시 생긴 건 달라도 효과가 있네. 어때, 기분 좋지?"
"윽...!"
"자, 우리 같이 행복해지자."
엄청난 변태가 되어서 나를 역으로 덮치기 시작한 아영이를 보면서, 나는 여러모로 어지러워졌다.
하필이면 이렇게 애무와 쾌락에 집착하는 걸 보면, 지난 회차랑 연결점이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갑자기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거지?
'...잠시만.
"
지난 회차가 끝이 날 때, 아영이는 처음 느끼는 성적 쾌감에 푹 빠져있었다.
설마 이 세상은 리셋 시점의 아영이가 원하는 이상적인 세상으로 변하게 되어있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이 그나마 설명되는데....
잘 생각해보니까, 첫 번째와 두 번째 회차도 약간의 차이는 있었다.
내 행동이 바뀌면서 차이가 생긴 것도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사이다맛 버섯이 콜라맛으로 바뀌었지.
그런데 그게 만약 우연이 아니라, 내가 사이다맛 버섯을 먹을 때 인상을 찌푸려서 그렇다면?
'나는 버섯 식감이 이상하다고 느낀 거지만, 아영이는 그게 사이다맛이라 그렇다고 느껴서 변경한 걸 수도 있어.'
따라서 나는 나름 아영이의 환심을 사기 위해 했던 절정행 애무 마사지가.
지금 이 변태 같은 아영이의 모습을 만들었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윽...!"
"꺄앗!?"
나는 최대한 버티려고 했지만, 워낙 아영이가 만지는 방법이 야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만지는 것도 만지는 건데, 계속해서 움찔거리면서 가버리는 아영이의 야한 숨소리나 신음도 굉장히 꼴렸으니.
이걸 사정하지 않으면 고자나 다름없지.
"에헤헤, 방금 날았구나? 그런데 신기하네. 내가 내보내는 건 양도 훨씬 적고 투명한데. 너는 양도 많고 하얀색이네."
자각 없는 야함이 대단하다.
정액을 뒤집어쓰고, 저런 소리를 하고 있으니까 금방 자지가 원래대로 되돌아온다.
시발 지금 당장이라도 아영이를 넘어트린 다음에, 저 음탕한 보지를 마구 박아주고 싶네.
'여기서 아영이를 더 야한 애로 만드는 건, 그다지 좋은 방향이 아닐 것 같은데.'
전 회차의 일들이 다음 회차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 된 이상, 굉장히 조심해서 행동해야만 한다.
내가 그런 고민을 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아영이가 내 자지를 입으로 덥석 물었다.
"우음.... 쮸읍...♡"
펠라라는 개념을 알고 이러는 것 같지는 않고.
자기 가슴을 빨면서, 혀와 입의 자극이 꽤나 강력하다는 걸 알아서 이러는 것 같다.
일종의 본능적인 감각을 기반으로 하는 움직임인 셈인데, 약한 자극으로 자지를 품어주는 핥짝임이 엄청나게 기분 좋았다.
'돌겠네 시발....'
좋긴 한데, 지금 이렇게 아영이에게 따먹힐 때가 아니잖아.
빨리 이 던전이 어떻게 해야 깨질지를 알아내야 하는데, 이래서야 종일 야한 짓만 하다가 끝나겠어.
그리고 이렇게 발전해서 서로 야한 짓을 종일 하면, 다음 아영이는 어떻게 변할지 걱정스러웠다.
나중에는 요정이 아니라 촉수 괴물이 되어서 나를 따먹으러 올지도 모르는데, 그건 좀 봐줬으면 좋겠네.
"하아.... 행복해♡"
"그러게, 슬슬 지치지만."
"하응...♡ 이렇게 좋은 걸 지친다고 멈춘다고?"
"너랑 나랑 몸이 다른 모양이지."
"아, 그럴지도 모르겠네."
실제로 남자보다는 여자가 오랫동안 즐길 수 있으니까.
근데 저 정도로 자극하면 젖꼭지 같은 부분은 슬슬 감각이 무뎌질 텐데.
아니지, 그것조차 던전의 설정으로 해결되었을 수 있다.
'여긴 아영이의 이상이 이루어지는 세상 같은 느낌이니까, 그런 변경 점이 있을 수도 있어.'
사람이 요정도 되는데, 감각이 피로해지지 않는 정도의 변경이야 가능하겠지.
하여튼 아영이는 꽤 행복해 보였고, 기특하게도 그 행복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착한 모습까지 보였다.
그게 야한 짓에서 비롯된 거라 문제지.
"일단 여행 중이니까 이런 새로운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응? 필요한 거 있어? 하응♡ 슬슬 밥 먹을까? 읏...♡ "
"그건 아니고. 사실 나는 여행하면서 여러가지 정보를 모으고 있거든? 뭔가 아는 이야기가 있으면 말해줄래?"
최대한 내 위치를 고려해서 질문할 방법을 찾다가, 아예 이런 식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호감도는 같이 야한 짓을 했으니, 쾌감 때문에라도 많이 올랐을 거고.
그렇다면 이런 허접한 질문으로도 내가 듣고 싶은 대답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핫...♡ 하앗...♡ 이야기라앗♡ 이 숲에 전해지는 전설 같은 거?"
"응, 그런 거. 혹시 있어?"
"으음♡ 하나 있지."
오, 이게 정말로 먹힌다고?
나는 굉장히 기대하면서 아영이의 다음 말을 기다렸는데, 왠지 그녀는 말없이 자위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만 엄청나게 집중하고 열중하는 모습이라, 오히려 압도당해서 아무 말도 걸지 못했지만.
"핫♡ 하앗♡ 하아아앗...!"
그녀는 강렬한 분수를 뿌리며 절정하고는, 굉장히 쾌감에 절여진 모습으로 나를 껴안더니.
엄청나게 음탕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설마 쾌감 때문에 이야기하기 어려워서, 한 번 제대로 자위하고 시작하는 건가?
"응...♡ 그러니까, 무슨 내용이었더라.... 하♡ 머리가 하얗게 되어서 잘 기억이 안 나♡"
"허...."
"아, 생각났다아...♡ 숲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때, 길이 열릴지어다. 뭐, 그런 내용이었을 거얏♡"
"원래의 모습이라."
일단 저게 내가 찾던 힌트는 맞는 것 같다.
길이 열린다는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했으니, 당연히 저게 던전을 공략하는 열쇠겠지.
다만 숲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맨 처음 봤던 그 숲의 상태를 다시 재현하면 된다는 건가?'
하지만 그건 너무 이상하다.
만약 첫 번째 시도에 친해져서 설명을 들으면, 무슨 소린지 이해하기 어려워질 테니까.
그렇다면 다른 해석 중에서 저 힌트로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 있나?
"아...!"
굳이 그걸 던전 내부로만 한정을 지을 필요가 없었다.
잘 생각해보면, 지금 던전 내 숲의 변화는 아영이의 이상에 따라서 변화한다.
즉, 이 숲은 아영이의 머릿속 생각 그 자체가 구현되는 거니까.
숲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다는 건, 아영이가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된다.
즉, 저 힌트는 아영이가 원래의 모습을 되찾으면 던전이 깨진다는 해석이 가능한 거지.
'아영이는 지금 그냥 초기화되는 것이 아니니까.'
내가 아영이와 어떻게 지내고,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게 만드냐에 따라서.
그녀는 다음 회차에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변화하게 되어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아영이와의 관계를 잘만 진전시키면, 던전에 들어오기 전 원래의 아영이의 모습을 되찾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게 맞는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거야말로 어긋나는 것 없이 확실해 보이는 답이었다.
리셋 당시의 아영이가 원하는 것에 따라, 그녀와 이 던전은 변화한다.
따라서 나는 내가 아는 아영이의 모습이 될 수 있도록, 지금의 아영이가 헌터 아영이를 동경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걸 어떻게 하냐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내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고.
'일단 성교육부터 제대로 해야겠네.'
지금 아영이는 쾌감 때문에 폭주하고 있으니까.
일단 그것부터 진정시켜야, 헌터 민아영의 모습을 동경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나서야 나와 있었던 일들을 재현하거나 보여주면서, 원래의 아영이의 모습을 찾게 유도할 수 있는 거지.
"계획은 쉽지, 계획은...."
문제는 이게 간단히 생각할 난이도가 아니라는 거다.
굉장히 조심스럽게 아영이의 생각을 파악하고, 그걸 기반으로 그녀가 원하는 걸 바꿔야 하니까.
심지어 그 결말이 단순히 나에게 반하게 만든다거나, 뭐 그런 것이 아니라.
원래 아영이의 모습이 되도록 유도하는 거니까.
특히 지금은 그냥 던전을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자궁의 맹약을 진행하는 중이다.
이때는 내 어떤 정신 조작 특성도 아영이에게 먹히지 않기 때문에.
순수하게 아영이를 이해하는 것으로 해결해야 했다.
"진짜 갈 길이 머네...."
"응? 무슨 말 했어?"
"아무것도 아니야. 자, 다음 거 보러 가자."
일단 나는 내가 아영이의 세상을 소개받던 입장에서.
최대한 내가 나와 내 세상을 소개할 수 있는 쪽으로 바뀌도록 노력했고.
그 후에는 내 특성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물건들이나 영상 등을 이용해, 그녀가 헌터에 대해서 동경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했다.
"어라, 이거 본 것 같은데...."
일단 내가 생각했던 대로 잘 진행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하고 있었는데.
아영이가 뭔가 기억이 나는 듯한 행동을 했다.
정확하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보다는, 기시감을 느끼는 정도였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나에게는 꽤 힘이 되는 정보였다.
'의식적으로는 남아있지 않지만, 무의식적으로는 기억이 있는 거야.'
당장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을 거다.
그런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로 무의식에 남아있으면, 거부감 자체가 확 줄어드니까.
그리고 완벽하게 유도하지 못하더라도, 알아서 어느 정도 자리를 찾아갈 가능성도 있고.
"확실히 헌터라는 직업은 멋지네. 모두를 지킨다니."
"너도 해보고 싶지 않아?"
"내, 내가? 그런 싸움 같은 건 해본 적도 없는데?"
"괜찮아. 처음에는 간단한 것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는 거지. 시작부터 강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런가...?"
헌터 체험학교 비슷한 걸 1대1로 진행하는 기분이네.
남아있는 기억 때문인지, 아영이는 생각보다 빨리 헌터에 관심을 가졌고.
나는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녀가 헌터라는 소재에 흥미를 느끼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렇게 노력한 끝에, 점차 숲의 요정님은 내가 아는 아영이의 모습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물론 단번에 얻은 결과물은 아니었고, 이렇게 비슷한 느낌을 내기 위해서 정말 많은 횟수의 회차를 희생했다.
어디까지나 초기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거지, 그렇다고 해도 꽤 많은 시간을 박아야 하니까.
"같이 들어가던가."
"그러자."
그리고 바뀐 것은 아영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세상도 아영이가 헌터의 모습을 동경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내부에 던전 등이 있는 헌터가 실존하는 세상으로 변화해갔다.
지금부터는 세세한 점을 천천히 조정해가면서, 천천히 내가 아는 아영이로 유도하면 되겠네.
"하아,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네가 참아야지."
"아니, 목숨 걸고 싸우고 있는 게 누군데. 힘도 없는 것들이 우리 덕분에 살아있으면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 이래야 내가 아는 아영이지.'
물론 나중에는 좀 순해지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와의 관계가 진전된 이후다.
아직 거기까지 작업하지는 않았으니까, 일단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상이다.
그나저나 슬슬 내 관계를 진전시키는 부분이 어렵네, 원래의 특성 없던 매니저가 강간하는 식으로 이루어진 관계를 어떻게 재현하지?
"...힘이랑 쾌감으로 찍어 누르는 수밖에 없나?"
나는 아직 요정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아영이를 보며 고민에 빠졌다.
헌터가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영이의 취향이나 베이스는 그대로 남아있어서.
이 숲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걸 지우고, 그 자리에 나라는 사람을 채워서.
달링인 나를 사랑해주는 아영이로 바꾸어야 하는 상황인데.
그걸 진행하려면 결국 나를 동료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들어야 했다.
'같은 죄를 반복하는 것 같긴 하지만.'
결국은 아영이가 원래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그런 작업이 필요했다.
그 모든 일들을 없던 것으로 할 수는 없는 거니까.
오히려 그게 기만이지.
지금은 일단 쾌락에 굴복한 아영이가, 그 감정을 기반으로 나에게 사랑에 빠지게 해야 한다.
물론 이 강간이나 다름없는 방법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다음에 사과해야겠지만.
지금 당장은 수단을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이게 마지막 희망이야.'
당장 공략에 실패했을 떄, 어떻게 나가는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나가더라도, 결국은 아영이는 헌터를 포기하고 일반인이 되어야 한다.
아영이가 얼마나 자신의 자리를 소중하게 여겼는지 알고 있기에, 그런 결말은 인정하고 싶지 않다.
"아영아, 아기 가지고 싶지 않아?"
"뭐? 아기?"
"응."
"음, 확실히 가지고 싶을지도. 지금의 나 자신도 좋지만. 멋진 헌터가 될 예쁜 여자아이를 낳고 싶지."
"...내가 방법을 알아."
"하,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아기를 가지는 방법은 나도 알아. 내가 간절히 원하면 각성처럼...."
"아니, 그건 잘못된 지식이야."
예전에 처음 아영이에게 비슷한 대화를 했던 것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는 이 잘못된 지식을 고쳐주며, 그녀와 내기라는 형식으로 잔뜩 질싸를 했었지.
이번에도 아마 비슷하게 하면, 그녀의 안에서 내 모습은 비슷하게 그려지지 않을까.
"아기는 말이야, 여기 있는 네 구멍에 남자의 자지를 넣어서 섹스라는 걸 하면. 씨앗이 잉태해서 생겨나는 거야."
"헛소리. 헌터로 각성도 못 하는 한심한 남자들이 자신의 가치를 속이려고 하는 거짓.... 아윽!?"
"그래, 그리고 너는 그 한심한 남자한테 잔뜩 범해져서.... 우리 둘의 아기를 낳는 거야."
아영이는 놀라서 나를 뿌리치려 했지만, 일단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힘으로 제압하고.
곧바로 그녀의 민감한 부위를 자극하면서 힘이 빠지게 했다.
자신과 비슷한 헌터 수준의 힘에 놀란 아영이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계속되는 내 손길에 느껴서 신음을 터트리느라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
"하윽!? 핫♡ 하응♡ 뭐야 이거엇♡"
최대한 성교육을 통해 억제했지만, 아까 그 변태 아영이의 신체 감도는 어느 정도 남아있는 모양이다.
오히려 지금은 그게 도움이 되니까 다행이네.
그렇다면, 그때 했던 그대로 해서 아영이를 만족시켜줄 수 있겠지.
"하응♡ 이상해...♡ 학♡ 하으윽...!"
엄청난 속도로 절정에 도달해, 아영이는 쾌감으로 인해 붕 떠버린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은근슬쩍 바지를 벗고, 커다랗게 발기한 자지를 그녀의 몸에 문질렀다.
아니, 정확히는 그것으로 성감대를 문지르면서 자지에 대한 호감도를 높였다.
"학♡ 하응...♡ 흐윽♡ 사, 살려줘엇♡ 후아아앗...!"
푸슈우욱! 푸슈웃!
본방 없이 애무만으로 거의 다섯번 정도는 연속으로 가버린 것 같다.
거의 그녀를 쾌락으로 함락시켜 무장해제 시킨다는 개념으로 저지른 짓인데.
대충은 생각했던 대로 된 것 같다.
"자, 잘 봐. 이게 네 안쪽에 싸질러지면 임신하는 거야."
나는 그녀의 몸에 문지르며 한계까지 발정한 자지를 꺼냈고.
자궁 위쪽을 쓱쓱 문지르면서 막타를 쳐, 그녀의 배가 정액으로 난장판이 되도록 잔뜩 사정했다.
후, 역시 아영이가 가버리는 얼굴과 쫄깃 부드러운 살결은 최고의 딸감이지.
"이, 이게 무슨...."
"아까부터 내가 손가락으로 자극하면서 괴롭혀준 거 기억나지? 여기에 이게 들어가는 거야."
"그, 그렇게 큰 게.... 이 좁은 구멍에 들어갈 리가 없잖아!"
"해볼까?"
"시, 싫어. 무서워!"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 하나?
일단 오늘은 자지나 정액에 대해서 좋은 기억을 심어주는 것이 좋을 텐데.
저런 식으로 무서워하는 걸 마구 해버리는 건 좋지 않다.
'하긴, 내 자지가 흉기나 마찬가지인 건 맞으니까.'
솔직히 엄청나게 크고, 무섭게 생기긴 했다.
물론 이 녀석으로 가버리게 해줬으니까, 나쁘게는 생각하지 않겠지만.
이번 회차가 가진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에 무섭겠지.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휴우...."
"기분 좋았지?"
"그, 그건...."
"이건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행위니까, 엄청 기분 좋을 수밖에 없거든."
"사랑...?"
"아기는 원래 사랑하는 사람들의 결실이야."
우리는 대충 옷을 원래대로 입고,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슬슬 어두워졌으니까,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게 맞았던 것 같긴 하네.
다음 회차의 아영이는 지금보다 변태가 되어있을 테니, 아마 손쉽게 공략을 밀어붙일 수 있을 것 같다.
"흠, 사랑이라."
"뭘 그렇게 생각해?"
"아무것도 아니야. 잘 자."
의외네, 내가 헌터가 아니라는 설정으로 밀고 가면.
항상 저런 좋은 말까지는 해주지 않았는데.
확실히 이번 회차는 야한 짓으로 호감도가 많이 오른 모양이다.
'...아니면 사랑 이야기 때문인가.'
거짓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의도적으로 그녀를 조정하려는 목적으로 했던 말들이다.
마음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하지만 내 멍청한 머리로는 더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하으.... 너무 커, 절대로 그런 거 안 들어가앗...."
"뭐...?"
"
이상한 신음이 들리길래 아영이 쪽을 바라봤더니.
아까부터 졸고 있던 아영이가, 자기 팔을 내 자지 정도의 크기로 벌리며 몸을 떨고 있었다.
...너는 왜 내 자지 크기로 악몽을 꾸고 있는 거냐.
"준비된 것 같아?"
"어, 어차피 내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해도 할 거잖아."
"내가 그렇게 급해 보여? 기다리면서 준비운동 정도는 시켜줄 거야."
"주, 준비운동이라니?"
"아까처럼 잔뜩 가버리면서 보지가 자지를 받아들이기 좋게 만드는 거지."
"......."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나는 나름 네가 아프지 않게 나를 받아주길 원해서 하는 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