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화>
"...언니?"
이상합니다.
방금까지 손에서 느껴지고 있었던 따스함이 갑자기 사라져서, 제 왼쪽에 있을 언니에게로 눈을 돌렸는데.
그곳에는 거짓말처럼 아무도 없었습니다.
"에이, 언니 장난치지 마세요. 저 무서워요."
"...언니?"
송도에 갇혀 있는 동안, 루시퍼 언니는 자고 있을 때도 제가 부르면 바로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불러도 제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급한 일이라도 생긴 걸까요?
저는 이상하게 몰려오는 불안감을 억누르고, 언니를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이 모텔에는 별로 준비된 것이 없으니, 뭐라도 사러 간 것이겠죠.
아니, 꼭 그런 것이어야만 합니다.
"언니...."
하지만 그런 저의 바람과는 다르게, 아무리 오랜 시간을 기다려도 언니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꼭 따라갈 테니, 먼저 가 있으라고 했던 엄마랑 아빠랑 마찬가지로.
어느새 제 눈앞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하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언니와 어떠한 접점도 없고, 우연히 언니에게 구해졌을 뿐이죠.
헌터인 언니는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야 했을 겁니다.
"...인사라도, 하고 가지."
이렇게 될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언니가 엄마처럼 저를 계속 돌봐줄 리가 없으니까요.
심지어 제가 나중에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방법까지 직접 알려주셨으니까요.
언니가 직접 해결해주지 못하기에, 나에게 그렇게 하라고 알려주셨겠죠.
하지만 알고 있더라도, 제발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일도 있나 봅니다.
예상하고 맞아도 고통스러운 것이 있나 봅니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밥도 먹지 않고, 멍하니 언니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곳을 살펴보러 왔던 모텔 아주머니가, 저를 보고는 깜짝 놀라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결국, 언니는 저에게 제대로 된 인사조차 하지 않고 떠나갔습니다.
이제 제 주변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언니가 말했던 대로 엄마와 아빠가 그 사건의 사망자라는 이유로 나라에서 최소한의 생계만 지원해주긴 했지만, 내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아...."
제가 끈질길수록 언니에게 폐가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니가 저보고 어리광부려도 괜찮다고 했으니까.
그러니까 이 정도는 괜찮을 겁니다.
"거짓말...."
그래서 언니에 대해서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루시퍼라는 별명의 헌터는 한국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아니, 그걸 떠나서 유명한 헌터를 다 찾아봐도 언니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헌터가 아니라 아이돌 중에 찾아봐도, 언니는 없었습니다.
제가 봤던 그 어떤 아이돌보다 빛나던 언니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정말로 송도에서 있었던 그 사건에 휘말린 적 따위 없었고.
사건으로 엄마랑 아빠가 죽었다는 것을 안 충격으로, 언니라는 꿈속의 존재를 만들어냈던 것이 아닐까요?
아무리 찾아도 언니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사실 제가 이상한 것이 아닐까 싶어서 혼란스러웠습니다.
"아니야. 그럴리가...."
저는 어느새 언니를 찾는 것이 아니라, 언니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복구 중인 송도에 가보거나, 사진으로 남은 복구 전 송도의 모습들을 열심히 뒤져봤고.
결국은 언니는 실제로 존재했고, 나를 구해줬다는 확신만 강해져 갔습니다.
언니와 갔던 장소 하나하나가, 우리의 손길이 조금씩 남아 있었고.
특히 긴 시간을 보내면서 손길을 많이 남긴 장소는, 언니의 능력으로 불태워버린 흔적이 크게 남아 있었습니다.
언니는 정말로 송도 안에서 저를 구해주고, 저를 따뜻하게 안아줬습니다.
그건 제 상상 따위가 아닙니다.
그럼 도대체 왜 언니는 찾을 수 없는 걸까요.
나름 학교에서 성적이 좋은 저인데도, 그 이유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상식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습니다.
'음, 정아가 착하게 살았으니까 언니를 만난 거 아닐까? 나름 정아가 쟁취한 행운 같은 거지.'
그때, 언니가 저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왜 이렇게 저에게 잘해주냐고 물어봤을 때, 답으로 받은 말입니다.
그 별것 아닌 말이, 지금은 뭔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언니는 헌터 같은 것이 아니라.
착하게 살아온 저를 위한 수호천사 같은 거라서, 제가 위험할 때 와준 것이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제가 언니 말대로, 앞으로 평범하고 착하게 살아간다면....
"다시 만날 수 있는 거겠죠?"
그때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언니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기로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조금 달랐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아서....
억지로라도 그렇게 생각했다.
"...다녀왔습니다."
아무도 없는 집안에, 내 목소리가 퍼져나간다.
벌써 몇 년 동안 습관처럼 하는 행동이고, 그날마다 배신당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나는 이 목소리에 '다녀왔어?'하고 말해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오늘도 없나."
나는 오는 길에 할머니를 돕다가 찢어진 옷을 대충 던져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예전에는 착한 짓을 하면, 뭔가 뿌듯함이라도 남아 있었는데.
요즘에는 뭔가 할 일을 한다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그만둘 수도 없는 것이, 루시퍼 언니를 만나려면 착한 아이인 배정아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때처럼 내가 여전히 착한 아이라면.
분명 때가 되면 언니가 나를 만나러 와주겠지.
"응...?"
나는 별생각 없이 휴대폰을 보다가, 새로운 S급 헌터의 탄생을 축복하는 기사에 손이 가서 클릭했다.
그곳에는 유채화 헌터의 딸인 유채린 헌터가, 어린 나이에 S등급을 달성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유채린 헌터의 전투 장면이 사진으로 남아 있었다.
"...언니?"
순간 루시퍼 언니와 굉장히 닮은 날개나 외형에 당황했지만.
최대한 진정하고 다시 확인하니, 언니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당장 날개의 색부터 흰색이었으니까.
다만 그것만으로도 내가 흥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했고.
그녀가 부모님을 잃었다는 사실에, 뭔가 동질감을 느껴.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나는 그녀의 팬이 되어 있었다.
"한 번쯤 만나고 싶네. 헌터가 되면 만날 수 있으려나."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나는 언니의 빈자리를 대체하고 싶어 그 마음의 일부를 유채린 헌터에 대한 팬심으로 대체했다.
나는 그런 바보 같은 소리를 내뱉은 자신이 우습게 느껴져서, 피식 웃으면서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찬물을 트는 순간....
"어...?"
이변이 일어났다.
내 몸에 닿아야 할 물방울들이 보석처럼 얼어붙더니, 바닥에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원인이 되는 것이 내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 나는 경악했다.
[당신의 목소리가 밤바다의 별에 닿습니다.]
[각성했습니다!]
그런 바보 같은 소리를 한 직후에 각성하다니.
누가 들으면 거짓말이라며 믿지 않을 터다.
다만, 그런 상황과는 별개로 내 심장은 점차 강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헌터가 되면, 더 착한 활동을 많이 할 수 있잖아."
그렇기에 언니도 헌터의 모습으로 나타났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건 기회일지도 모른다.
내가 정말 대단한 헌터가 되어서 세상을 구한다면....
그때야말로 언니가 돌아오는 건 아닐까?
"바보 같네...."
점점 지쳐간다.
착해야 한다는 가면 속에 갇혀서 사는 것도 지긋지긋하고.
내가 착하게 대해준다는 이유로, 그걸 이용하는 년들도 진절머리가 난다.
하지만 여전히 언니는 나에게 와주지 않는다.
언니를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여전히 내 마음에 답해주지 않는다.
"...언니 좋아해요. 하지만 이제 언니가 밉기도 해요."
내가 많은 것을 바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만나고 싶었을 뿐이야.
그 품에 안기고 싶었을 뿐이라고.
그런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요 언니?
'착하게 사는 사람한테만 착하거든. 나쁜 사람들한테는 벌을 내려주는 나쁜 사람으로 보일걸?'
그렇게 언니를 그리워하는데, 스쳐 지나듯 들었던 언니의 말이 떠오른다.
언니는 착하게 사는 사람에게 착하게 행동한다고.
나쁜 사람에게는 벌을 내려준다고.
"...제가 나빠지면 벌을 주러라도 올 건가요?"
그냥 착하게 산다는 것 자체에 지쳐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이제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선택지가 눈에 들어오자.
나는 그것이 희망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것에 목을 매기 시작했다.
"그래서? 네가 아픈 거랑 내가 이 고드름을 치우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그, 그게.... 아아악...!"
그 뒤로 나는 바뀌기 시작했다.
물론 유명한 헌터가 될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어서, 여전히 겉으로는 착한 척 연기를 해야 했지만.
굳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까지 착하게 행동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굳이 필요가 없더라도 사소한 것으로 괴롭히고, 그것을 즐긴다.
그래, 내가 이런 짓을 하면 언니가 나를 혼내주러 오겠지.
잔뜩 화가 나서, 나를 '교정'해주러 올 테다.
내가 나쁜 짓을 할 때마다 언니에게 가까워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 쾌감은 생각보다 강렬하게 나를 지배했고.
내가 정식 헌터가 되었을 때, 이미 나는 그 나쁜 행동들을 '즐기는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다들 환영해요. 여러분의 매니저를 맡은 박은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정식 헌터가 되는 것을 계기로, 매니저님과 만나게 되었다.
...다만 매니저님에 대해서는 은근히 좋지 않은 태도가 나오려 했다.
은근히 언니와 닮은 외모와 착해빠진 호구 같은 성격을 볼수록, 루시퍼 언니가 생각나서 화를 참을 수 없었으니까.
이제까지 언니에게 쌓인 울분이, 자꾸 그 사람한테 향하려는 것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나답지 않게 대놓고 동료에게 뒷담을 깠을 정도였으니까.
나는 급하게 설아를 옥상에서 내쫓아버리고, 혼자서 마음을 정리하려고 했다.
'...어?'
그런데 그 직후, 나는 눈앞에서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을 발견했고.
곧바로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