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페미헌터-245화 (246/289)

<245화> '진짜 독보적으로 정신이 나간 향락 중 하나지.'

이걸 정말 진지하게 스포츠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 어이가 없다.

의외로 공부를 해보면 게임성 자체는 적당히 있어서 더 황당한 물건이기도 하고....

하긴, 원본 자체가 바둑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나?

"내가 흑으로 가도 괜찮지?"

"예, 괜찮습니다."

일반적으로 엘프와 로얄이 게임을 할 때라면, 저런 질문을 하지 않고 자신이 알아서 선후공을 고르겠지만.

저런 소리를 할 정도로, 시리는 미코에 대해서 신뢰를 하고 좋은 친구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선의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은 좀 그렇지만, 쟤가 일반적인 묘족들에게 하는 짓거리를 생각하면 이용당해도 싸지.

'진짜, 이걸 아이디어 낸 새끼나 실제로 구현한 새끼나....'

바둑알을 망사의 체크무늬로 가져가, 원하는 위치에 멈추자.

찰싹 달라붙는 감각으로 해당 위치에 예쁘게 고정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망사 스타킹과 바둑알 자체가 자석을 이용해 만들어져, 이렇게 난잡한 사람 피부를 바둑판으로 쓸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바둑알을 놓을 때마다, 부드럽게 눌리는 살결의 감각이나.

자연스럽게 닿으면서 움찔거리는 바둑판용 묘족의 신음이 흘러나오는.

평범한 바둑에서는 보지 못하는 광경이 포함되는 게임이, 바로 '엘프 바둑'이었다.

심지어 보지와 애널에 각기 흰색과 검은색의 바둑알이 가득 차 있고, 저 바둑알을 차례마다 하나씩 꺼내서 써야 한다는 미친 조건도 있었다.

실수로 추가로 꺼내거나 떨어트리면, 그것은 게임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되고.

바둑알이 부족하면 강제로 착수를 포기해야 하므로, 그런 실수는 장기전이 되면 그대로 페널티가 된다.

"오, 스타일이 바뀐 것 같은데."

"요즘 통 이기질 못하지 않았습니까. 사실 혼자 있을 때 조금 연습했었습니다."

"그건 꽤나 고마운 일인 걸. 그래, 그럼 가볍게 내기나 한 번 하는 게 어때?"

"좋습니다. 그럼 이기는 사람이 원하는 걸 하나 들어주는 것으로 하죠."

아니 대체 이 변태적인 취향만 잔뜩 드러내는 게임은.

왜 쓸데없이 규칙이 정교하고, 그 규칙이 사람 몸을 바둑판을 쓸 때의 변수를 고려하고 있는 건지.

나는 오랜만에 진지하게 이런 게임에 임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뉴비인 내가 저 고인물을 어떻게 쓰러트리나 싶지만, 나는 저렇게 내기가 걸리는 상황을 대비해서 최대한 준비를 해온 상태라서 가능할 터다.

'승부욕이 강해서, 어느 정도 재미를 볼 것 같으면 저런 소리를 할 것 같았지.'

물론 저게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는 소원권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패배하면, 나한테 몸을 대달라고 한다거나 할 미친년이라.

자칫하면 정체를 들키고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내 자리는 그녀의 따까리라서 그런 강력한 요구는 하지 못하니까.

다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내기를 유도했다.

내가 그녀를 이겨서 데이트해달라는 되게 아부에 가까운 소원을 빌면.

결국 내가 그 데이트 코스와 일정을 짤 수 있고, 그건 그녀를 조질 기회를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호오, 확실히 강해졌네. 내가 연습을 많이 했던 만큼, 확실히 이긴다고 생각했는데.... 이러면 모르겠네."

"저도 놀랐습니다. 이전에도 강하셨는데, 더 강해지셨군요."

그녀가 꽤나 고위직에서 활동하고, 평소에 운영하던 것들이 무시무시해서 좀 위험한 년처럼 느껴졌는데.

이렇게 평범하게 웃고 게임을 즐기는 것을 보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저렇게 일반적으로 볼 때는 정상적인 사람이, 결국 자기 종족의 이득과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그런 일들을 벌인다고?

역시, 사람이라는 건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라니까.

"그렇게 공격적인 스타일이라, 확실히 너답지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내 대마를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지."

"계속 공격하면 모르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내 돌은 놀고?"

그럼 놀지 말던가.

애초에 그것까지 다 계산해서 짜둔 계획에 따라서 돌을 놓고 있었다.

그녀가 이제까지 두던 엘프 바둑의 성격을 고려해서, 최대한 의미 없는 수로 유도하려는 작전이었으니까.

"하읏!?"

"확실히 많이 민감하네요."

"뭐, 내가 담당하는 건 아니지만. 굉장히 까다롭게 관리한다고 하니까."

기본적으로 '엘프 바둑'은 바둑의 수를 둘 때마다 '바둑판'이 야한 반응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솔직히 말해서 겨우 바둑알 붙이는 것에 저리 민감하게 반응할 리가 없다.

그래서 일부러 신체 전체가 성감대에 가깝게 변할 수 있도록, 사용되지 않을 때는 상시 조교를 유지한다고 하는데....

'미친놈들이지.'

심지어 바둑알을 꺼낼 때는 감도가 낮아야 하므로, 성기 쪽은 고의로 쾌감을 마비시킨다고 들었다.

자신들이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그것에 희생되는 '바둑판'의 기분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말 그대로 침략자식 마인드로 만들어진 게임이었다.

묘족들이 바둑을 좋아하는 마음을 비틀어서, 바둑판이 되도록 지원하게끔 세뇌하고.

지원하게 되면, 꿈을 이루어준다는 명목하에 사람을 저렇게 가구처럼 부려 먹는다.

아무 죄도 없는 이들을 이렇게 가축처럼 사용한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엘프들의 이런 방식은 용납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특히나 바둑판은 '개인 소장'이 가능한 만큼, 애완동물로 구매한 묘족을 바둑판으로 조교 해 사용할 수도 있는데.

이런 특성을 활용해서, 본인이 이런 일을 원하지 않는데도 억지로 시키는 경우가 존재한다고 들었다.

그나마 꿈을 이뤄준다는 명목조차 무시하는 악마 같은 놈들이다.

"...이게?"

"이러면 아슬아슬하긴 하겠지만, 제가 이긴 게 맞죠?"

"하, 대마를 살리는 것에만 몰두하다가. 이렇게 야금야금 들어온다는 사실도 몰랐네."

"제가 조금 치사하긴 했습니다. 그래도 승부는 승부잖아요?"

"...그건 그렇지, 원하는 게 뭐야?"

마음 같아서는 그녀가 성적으로 묘족을 이용하는 끔찍한 취미를 관두고.

엘프들을 배신해서 이 세상을 구하라는 소원을 눈앞에 던지고 싶었지만.

그런 영양가 없는 바보짓을 진짜로 할 필요는 없었다.

"데이트, 한 번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고백?"

"

"아, 식사를 대접해드리고 싶다는 뜻이었습니다."

"아하, 최근 들어 엄격하게 엘프와 로얄의 결혼이 금지된 탓에 어떻게 거절해야 하나 싶었거든. 하긴 계속 몸을 바꿔야 하는데, 결혼 같은 걸 할 생각은 없었겠군."

"좋은 곳을 찾아서 연락드리겠습니다."

"흠, 그럼 혹시 약간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까?"

"네, 무엇이든요."

"예전에 대접받은, 이쪽에서 예전부터 이어져 온 음식 같은 거 있지 않은가. 엘프들이 잘 가지 않는, 로얄들이 자주 가는 그런 가게...."

확실히 예상했던 그대로 흘러가는 느낌이다.

저런 소리를 하는 게 당연한 것이, 이 인간은 다른 누구보다 묘족을 좋아했다.

애초에 이 인간이 각성하지 못한 묘족을 인간이 아닌 것처럼 취급하는 것도, 그녀들이 묘족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엘프도 비슷하게 여기는 것 같으니까.'

애초에 시리는 비각성자를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

엘프도 각성하지 않았으면 사람 취급을 하지 않던 사람이, 여기 온다고 묘족들에게 특별 대우를 해줄 리 없지.

물론 나는 그 썩어빠진 생각부터 쥐어패서 고쳐주고 싶지만 말이야.

"예, 괜찮은 곳으로 찾아서 안내해드릴까요?"

"부탁해."

하여튼 묘족을 좋아하니까, 이런 묘족이 가진 문화도 좋아하는 편이었다.

맨날 엘프 바둑을 두는 것도, 바둑이라는 이쪽 문화에 빠져서 시작했던 거니까.

문화 말고 이상한 성적 취향까지 있어서, 그거로 맨날 묘족들을 괴롭혀서 문제지.

"오랜만에 즐거웠어."

"그랬다니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즐거우실 수 있도록, 좋은 곳 찾아보겠습니다."

"그래, 형식적인 일이랑 서류는 보내놨으니까 확인하고."

"넵."

하여튼 저렇게 묘족 쪽 식당을 알아보기로 했으니, 내가 원했던 것은 전부 이룬 셈이다.

딱 그녀와 둘이 만나서 상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에는, 아무래도 묘족이 운영하는 식당이 편하거든.

여명의 호랑이단이 영업하는 식당으로 초대하면 되니까.

"말은 징징거리더니, 결국 완벽하게 해낸 거야?"

"끄응.... 생각보다는 괜찮더라. 평범하게 괜찮은 사람이라 놀랐을 정도."

"혹시 정보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으니까, 마지막까지 확인하는 거 잊지 말고."

"나도 알아. 그렇게 생사람 잡아가면서 세상 구할 생각은 없으니까."

사실 내가 가진 정보는 죄다 미코가 가진 것에서 비롯한 거고.

그에 따라서 뭔가 오해가 있거나 잘못된 것이 있을 수도 있긴 하다.

미코도 이걸 그녀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취향을 알려고 알아둔 거지, 그녀를 공격할 생각으로 만든 것이다 보니 그런 자세한 증거 자료 같은 건 없거든.

'사실 그 진위보다 급한 건 우리 전력 강화지만.'

결국 이제까지 시간이 너무 부족했던 터라, 정아를 임신시키는 계획은 전혀 진행하지 못한 상태였으니까.

심지어 임신하기 전에, 그녀에게 마조 섹스를 할 기회를 줄 테니까 그 내용을 정해오라고 했었는데.

아직도 그걸 진행할 날조차 잡지 못한 상황이다.

"아, 매니저님! 오셨어요?"

"정아구나. 응, 드디어 좀 해방되는 기분이다."

"고생하셨어요."

그나저나 요즘 통 보이질 않는다 싶었더니, 오랜만에 나타나서 저렇게 싱글벙글 웃다니.

뭔가 불안해지는 느낌이 조금 있는데.

이거 괜찮은 건가?

"설마, 완성했니?"

"네! 매니저님과 진행하고 싶은 섹스 체위들을 싹 정리해 왔어요. 아마 여기에 있는 걸 다 하면 아무리 저라도 만족하지 않을까요?"

"그, 그래?"

정아는 굉장히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에게 종이를 건네줬고.

그곳에 적혀있는 미친 이야기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정아야, 너 진짜 어디 아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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