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페미헌터-237화 (238/289)

<237화> 아무래도 우리 차원도 점령 직전까지 갔었기 때문인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역사였다.

근데 진짜 마지막 반격이 그렇게 잘 풀릴 때, 같은 아군이라고 믿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 상황이라, 절로 눈가가 찌푸려졌다.

"의외로 엘프들은 약속을 지켰습니다. 어차피 0레벨이 아닌 10레벨을 유지한 그녀는 언제든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죠."

"대부분 토사구팽당할 텐데, 신기한 일이네요."

"쓸모가 있었거든요."

지금의 비정상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꽤나 많은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노래를 이용한 버프 능력을 악용해, 안정적이고 풀기 어려운 세뇌를 심는 용도로 활용했고.

그에 따라 원하는 취향대로 묘족들을 지배하는 것이 편해서 쓰였다고 한다.

"정신 조작 특성이야 많을 텐데. 본인들도 가지고 있을 거고."

"원래부터가 버프, 회복인 걸 비틀어 쓰는 거라. 디버프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죠."

다 큰 어른들에게는 노래를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 정도가 한계지만.

지속해서 어린아이 때부터 노출 시키면, 자신의 상식에 의심하지 못하도록 '치료'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에 따라 세뇌의 안정성이 급상승한다고 한다.

"심지어 이 효과는 묘족에게만 통하다 보니, 본인들에게는 전혀 위협이 가지 않아요. 그래서 오래도록 이용하는 거죠."

"오래도록? 마치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처럼 들리네요."

"네, 놀랍게도 그래요."

그녀의 특성은 버프기면서 치료를 위한 물건인데.

이 치료를 악용해, 특정 인물의 뇌를 사망 상태로 만든 뒤에 본인의 뇌를 엮어서 치료하는 식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몸을 갈아타면, 거의 무한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논리인데....

"물론 평범한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릅니다. 그녀는 가장 사랑받는 아이돌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몸을 바꾸는데. 그걸 위해서 정기적으로 대회를 열고 있어요."

"가장 인기 좋은 아이돌을 선별해, 그 몸을 차지했다는 거네요."

"악질적인 방식이죠. 그녀를 동경해서 재능을 발휘한 아이들을, 자신의 다음 몸으로 삼아온 셈이니까요."

디스토피아의 독재자로 쓰일법한 설정을 직접 하고 있었구나.

난 당연히 역사 속에서 사라진 쓰레기 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여전히 살아있는 적폐 그 자체였다.

동료들은 이렇게 이상한 박제로 웃음거리로 만들어 놓고, 여전히 살면서 스타로써 사랑받고 있다고?

여러모로 역겨움이 많이 느껴지는 여자네.

"레벨 10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방송 말고는 접촉을 하지 않고 안전한 곳에서 몸을 숨기고 있어서 건드릴 수가 없습니다. 저희가 노린다는 사실을 아마 알고 있겠지요."

"하긴, 레지스탕스 입장에서는 가장 처리하고 싶은 대상 중 하나겠네요."

실리적으로는 세뇌를 멈추기 위해서, 그리고 실리가 아니더라도 이 상황을 만든 대역죄인을 처단한다는 명분을 달성하는 것이 크다.

그리고 10레벨이면 지금 우리가 처리하기에 적당한 수준이고, 안 그래도 우리 쪽 9레벨 애들을 10레벨로 만들 마음 결정도 필요해서 한 명쯤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이게 진행이 가능한 작전이면, 이것부터 도와주는 게 맞을 것 같네.

"그럼, 전혀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인 건가요?"

"아뇨. 그건 아니에요. 유일하게 접근도 할 수 있고 처리도 가능한 방법이 있긴 합니다."

"정말요?"

"네, 바로 얼마 뒤에 있는 아이돌 선발대회에서 우승하는 거죠. 아마 몸을 옮길 때는 단둘이 만나게 될 테니, 각성만 잘 숨기면 어떻게든 될 겁니다."

기본적으로 아이돌 선발대회에는 각성자가 참가할 수 없다.

그녀가 특성을 이용해서 자신의 몸과 특성을 이동시켜 덮어씌우려면, 각성하지 않은 깨끗한 신체가 필요하기 때문이겠지.

기본적으로 비전투 특성이니, 같은 10레벨의 전투 각성자가 들어가면 처리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다.

"그 뒤, 교체가 끝난 척하면서 나오면 아무런 문제 없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각성을 숨기는 건 기본적으로는 어려운 건 아니지만.... 그렇게 제한이 있다면 따로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해서 힘들 텐데요."

"몇 가지 방법은 있는데, 아무래도 아직 검증은 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조금 희생되는 걸 감수하더라도...."

일순간, 내가 가지고 있는 특성 하나가 떠오르며 여러 고민이 머릿속에서 요동쳤다.

일단, 나는 남자니까 자지만 잘 숨길 수 있는 옷을 고르면 각성자라는 티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각성자 검사를 할 때는, '나는 사회적 약자야' 특성을 이용해서 비각성자로 변하는 것도 가능하다.

모든 상황이 내가 나서는 것을 통해서 해결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내가 대회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면서 아이돌 같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거고.

심지어 남자 아이돌도 아닌, 여자 아이돌의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이 작전을 그냥 수행하게 두면, 굳이 없어도 되는 희생이 생겨.'

그건 여러모로 껄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그런 것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 참....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런 상황이면 사실상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럼, 저에게 그 해결법이 있다면 어떻게 할까요."

"...해결법이요?"

"저는 각성 사실을 숨길 수 있는 특성도 있고, 동 레벨을 충분히 제압할 힘도 가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그녀를 뒤에서 서포팅하던 동료들이 있어서 쉽게 못 잡은 거지.

단독으로 나를 상대했다면, 말 한마디로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엘프를 제외한 10레벨 중에서는 내가 제일 쌔지 않을까?

"뭐, 제가 노래도 좀 했었고. 짜증 나는 상황 억지로 버티는 것도 익숙하니까요."

"음, 확실히 달링이 그런 악 상황에 강하지."

"다 너 때문이잖아."

그 당시에 아영이랑 유림이가 나를 워낙 갈궈서, 이것저것 많이 시켰었으니까.

노래 음정 박자 하나 틀린다고 존나 갈구던 시절이 있었지.

그걸 또 얘들 즐거워지라고 비위 맞춰주던 나도 레전드고.

"맞아, 우리 자지가 노래랑 춤은 또 꽤 하지."

"사실 노래하는 건 상관없는데, 특성 좀 섞으면 자신도 꽤 있고. 그냥 제대로 여장하는 게 싫은 거지."

"보이쉬한 컨셉으로 밀면 되지 않을까?"

"뭐, 일단 하기로 하고 말 꺼낸 거니까. 그런 사소한 건 나중에 결정해도 되고....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희야 당연히 감사한데...."

이러면 당장 단기적인 목표는 미코라는 아이돌 매계노를 제거해 마음 결정을 추출하는 걸로 결정이 났다고 보면 되겠네.

자세한 공략은 더 고민하면서 짜봐야겠고.

그럼 이제 남은 것은 장기적인 목표에 대한 부분인데.

"일단 그 부분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고요. 아까 이야기에서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요."

"예, 어떤 거죠?"

"아스카님을 숨겨서 어머니가 처형당했다고 하셨죠. 아스카님에 대해서 추가로 설명해주신다고도 하셨었고."

"아, 그 부분이군요."

결국 우리가 이 세계에서 최종적으로 해내야 하는 목표는 아스카를 구출하는 거다.

그럼 그 아스카가 어떤 사람이고, 이제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 필요가 있단 말이지.

애 하나 빼돌렸다고 처형당했다는 것도 신경 쓰이고.

"일단 아스카가 제 친동생이긴 하지만, 완벽하게 피가 같지는 않아요."

"어, 그래요?"

"네. 어디까지나 어머니의 피가 같은 거지. 아버지는 다릅니다."

원래 아스카의 어머니는 레지스탕스의 부활조차 꿈꾸지 않고 시골 변두리에서 조용히 살아왔다고 한다.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고.

자신이 알고 있는 제대로 된 상식만 몰래 아이들에게 말해주는 정도였다고.

"원래 모든 아이는 나라에서 관리되어야 하지만, 저희 직계는 그걸 유일하게 패스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습니다. 일종의 실험 느낌으로, 예외의 경우인 가정도 자신들의 뜻대로 물들일 수 있는지 테스트한 거죠."

다만 그런 권한이 있다는 건, 어디까지나 그것을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뿐.

그 이외의 부분까지 보호하거나 방어책이 마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꽤나 권한이 높은 엘프 하나가 그녀의 가장에 탐을 냈고.

결국 그녀를 남편이 보는 눈앞에서 강제로 강간하는 등의 온갖 더러운 행위를 일삼았다고 한다.

"설마...."

"맞아요. 그때 생긴 게 아스카입니다."

원래라면 엘프의 정액으로 묘족이 임신하는 일은 없는 것이 정상이지만.

그때 당시 강간당하던 몸이 각성하면서, 놀랍게도 엘프의 아이를 가질 수 있는 특성이 생겨났던 거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그 사실을 아무도 몰랐고, 낳고 보니 엘프 아이였다는 상황이었지만.

"엘프와 묘족의 혼혈.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되는 것이 태어난 셈이죠."

당연히 알려지면 아이를 빼앗기든, 아이가 죽든 할 상황이었고.

자연스레 아이의 탄생 사실을 숨기고, 조용히 살아가는 길을 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그 사실을 들키게 되어, 아스카만 빼돌리고 처형당하는 결과가 된 것이고.

"그래도 그런 사람의 피를 이은 것 치고, 우리 동생은 되게 착하고 예쁘게 자랐어요. 어머니가 부탁했으니까, 어떻게든 숨겨서 키우려고 했고요."

"결국 들킨 건가요?"

"특이체질이었거든요. 그 부분에서 문제가 되었죠."

아스카는 특성을 가진 각성자는 아니었지만, 서로 다른 종족 사이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특이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한다.

그리고 그 부분 때문에 수상하다는 눈초리를 너무 많이 받았고.

결국 그녀의 존재를 엘프들에게 들켜서 쫓기게 되었던 모양.

"대체 무슨 능력이었길래 그래요?"

"...모든 특성을 지워버린다고 하면 믿어지세요?"

"네?"

"특성이라는 것에 영향을 받기 전으로, 완전히 되돌릴 수 있는 '반특성'의 힘. 혹시 상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뭔가 내가 예상했던 정도를 한참 뛰어넘는 개념이 튀어나온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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