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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급 페미헌터-236화 (237/289)

<236화> 내가 결코 무슨 노출증 환자라던가, 뭔가 이상한 성벽이 있어서 옷을 벗은 건 아니었다.

가장 확실하게 모든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걸 보여주는 게 최고거든.

최소한 나는 그렇게 판단해서 한 행동이었다.

"...뭐, 여성분한테 이렇게 보여준다는 게 부끄러운 건 맞는데요. 그래도 확실하게 상황을 알려드리려면 필요했습니다."

"남성...!? 남성 각성자라고요!?"

기본적으로 묘족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여성과 남성이 나뉘어 있는 형태다.

그리고 인간과 똑같이 10레벨 각성자 둘이서 0레벨 각성자를 탄생시킬 수 있고.

실제로 그 0레벨 각성자들이, 이 세계를 침략하는 것에 있어서 엘프들에겐 걸림돌이었던 적이 있었겠지.

그렇기에 이곳을 점령한 이후, 비슷한 형태인 지구를 침략할 때는 미리 남성 각성자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렸다.

그렇게 해서 무조건 자신들보다 약한 종족으로 만들어 침략하려는 계략이었던 건데.

그건 딱히 지구가 아니라, 침략이 완료된 이쪽 세계도 마찬가지였다.

남성 각성자는 이제 탄생하지 않도록, 모든 아이에게 조치가 되는 세상.

그런데 그곳에 아무래도 남성 각성자로 보이는 이가 자신 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겠지.

"드, 들어본 적은 있어요. 예전에는 남자도 헌터가 될 수 있었다고...."

"누구보다 엘프들이 없애려는 존재가 남성 각성자죠. 그런데 제가 로얄일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 그럼 당신은 대체.... 그러고 보니, 귀랑 꼬리가 이상하네요. 엘프랑 비슷하면서도 다른 귀에, 꼬리도 엘프처럼 없고.... 역시 당신 엘프!?"

"인간이라는 종족입니다.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엘프들에게 침략을 받던 세상의 종족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제야 어느 정도 상황을 깨달았는지, 당황하는 표정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아마 이쪽에도 많은 정보가 있을 테니, 이곳을 통해 지구를 침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

하여튼, 최소한의 대화는 성립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도움을 주러 왔다니, 무슨 뜻이죠? 혹시 그쪽은 엘프의 침략을 막아낸 건가요?"

"...막았다고 해야 하려나요? 운 좋게 특성으로 쫓아내긴 했습니다만, 다시 쳐들어오는 것까지는 방도가 없겠죠."

"아, 대충 이해했습니다. 내쫓았으니 오는 길 자체를 막겠다는 뜻이군요."

"여러분들이 다시 엘프들을 벗어나 힘을 되찾으시면, 저희에겐 방파제가 되는 격입니다. 엘프들은 이곳을 들러야 저희를 침략할 수 있으니까요."

솔직하게 돕는 이유를 말하는 것이 낫다.

결국 지금 이들은 끝까지 몰리고, 같은 동지들에게 배신당하면서 살아남은 독종들인데.

이런 이들에게 거짓된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후환이 되겠지.

"아, 그것과 별개로 도와달라는 편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편지요?"

"네, 발신인이 아마.... 아스카라는 이름이었을 거에요."

"아스카가!? 설마 아스카의 안배였다니...."

"아시는 분입니까?"

"친동생입니다. 원래라면, 이곳에 함께 있어야 하는 아이예요."

"그럼, 잡혀계신 것도 아시겠군요. 그 때문에 아직 해방 운동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네, 맞아요. 묘족을 해방하기 위한 준비를 거의 다 끝냈는데, 하필이면 그때 잡혀버려서...."

말하자면 아스카는 이쪽 세계의 혜미와 같은 존재인 거다.

다만 그 영향력이 강한 만큼, 엘프들도 자신들의 힘으로 쓰기 위해 잡아다 연구를 하는 거고.

그런 그녀를 구출해, 엘프들에게서 이 세상을 구하는 것이 이번 계획의 기본 골자였다.

"하지만 정작 어떤 곳에 갇혀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습니다. 이제까지 많은 정보를 모아 봤지만, 전혀 관련된 내용이 없었어요."

"...뭐 예상했던 바입니다. 일단 이야기는 멈추고, 슬슬 전투태세나 중지하는 편이 어떨까요. 저희 동료도, 히노데님의 동료도 지친 것 같은데요."

"혼자가 아닌 걸 이미 들켰었군요...."

그야, 거의 종류별로 모든 형태로 사람이 보호되고 있는데 동료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지.

나는 대부분의 능력을 쓸 수 있다 보니, 테스트해 볼 수 있는 폭이 넓어서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쪽으로 오시죠. 안으로 안내하겠습니다."

히노데는 방 가운데에 있던 전시품을 건드려, 해당 전시품을 아래로 내리는 식으로 구멍을 만들어 내려갔다.

굳이 저걸 저런 식으로 해둔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뭔가 상징이 있는 사람인가?

"어떤 분이시길래, 이렇게 내부에 보관하게 되어 있는 거예요?"

"여명의 호랑이단을 처음 구성하셨던 분이에요. 엘프한테 강간당하던 도중, 각성해서 엘프를 죽이고 각성자들을 모아서 맞서셨던 분이죠."

"최초로 레지스탕스를 규합한 사람,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네요."

"네, 맞아요."

이미 식민지가 된 이후에 핍박받던 무능력자가, 각성해서 엘프에게 반기를 든다는.

엄청나게 상징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정작 보이는 모습은 그것과 정반대의, 천박해 보이기까지 하는 모습이라 오히려 마음이 아파질 정도였지만.

"여기 전시품들은 죄다 엘프들이 작품이랍시고 만든 것들이죠?"

"...맞아요. 그렇다고 훼손했다간, 레지스탕스를 들킬 수도 있어서 그대로 두고 있지만요."

사람 팔다리를 잘라서 오나홀로 만들었다는 것도 참 미친놈들이다 싶지만.

그 팔다리가 있던 자리에 붙여둔 사슬로 다리를 벌린 자세로 영원히 박물관에 박제한다니.

너무 악취미였다.

"크흠, 아무튼.... 히나님의 박제는 저희에게는 분노의 상징 같은 겁니다. 그래서 더 가까이에서 항상 지켜보기 위해, 이 내부에 들어올 수도 있도록 셋팅을 해놨죠."

"...히나라는 이름이군요."

"히나님은, 자신들의 자손들이 이런 세상에서 살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살아있을 아이들을 위해서 싸우자고 하셨다고 해요."

"자손이라, 그런 말을 할 정도로 늙어 보이시진 않는데."

"의외로 히나님은 아들도 있으셨습니다. 활동 이전에 도망치다가 헤어진 모양이지만요."

"아들이요? 저 나이에 아들이...."

"분명 스데라라는 이름이었을 텐데.... 결국 히나님이 체포당할 때까지 재회하지 못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여명의 호랑이단이라는 이름의 어원이 더 어이가 없었다.

나는 호랑이가 고양이에 가까우니, 자신들을 호랑이에 비유했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히나라는 설립자가 운영하던 치킨집 이름이 호랑이 치킨이라는 상표명이었단다.

"서민의 상징 같은 느낌이 좀 강하긴 하네요."

"평범하게 치킨을 팔아서, 귀여운 아들이랑 행복하게 살아가던 분이셨다고 해요."

그런 일상이 한순간에 엘프들에게 무너지고.

그 고통과 울분을 눌러 담아 만들어낸 것이, 바로 레지스탕스인 여명의 호랑이단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고, 저렇게 박제 당해 세뇌당한 자신들의 자손들에게 영원히 비웃음거리가 되게 된 셈이다.

"쓰레기 새끼들...."

나는 이딴 미친 생각을 하는 녀석들을 보면 항상 하는 생각이 있다.

자신이 어떤 일을 행한다면, 자신도 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언젠간, 이런 일을 계획한 엘프들에게 비슷한 고통을 안겨줄 수 있기를 짧게 기도했다.

"그런데, 어쩌다가 실패한 거죠?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0레벨 헌터를 만들어냈다고.... 그 말은, 남성 10레벨 헌터와 여성 10레벨 헌터가 모두 있었다는 거잖아요?"

"맞습니다. 조건까지 전부 알아내, 다수의 여성 헌터분들은 0레벨에 도달하셨어요."

"잠시만요. 그럼, 저기 여명의 호랑이단 쪽에서 박제된 사람들은 전부...."

그 당시, 임산부였던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그때의 아이들이 전부 죽은 것이 아닌데.

일부의 경우 출산을 이벤트처럼 활용해 아기로 경매를 하는 등의 행위로 살아남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손 중 하나가 저인 셈이죠. 엘프 중에서 딱 한 분, 그런 행태가 못마땅하셨던 분이 계셨거든요."

이곳에 넘어와, 진심으로 이곳의 묘족과 사랑을 나누게 되었던 한 엘프가.

그때 가능한 한 아이들을 사서, 그 아이들을 세뇌 없이 길러냈다고 한다.

"그때 그 아이가 바로 저희 어머님이십니다."

"아하....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신 거겠죠?"

"네, 아스카를 숨긴 것이 들켜서 그 죄로 처형당하셨습니다. 아, 아스카에 대해서는 이따가 다시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일단 내가 했던 질문의 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그녀는 아스카에 관해 설명하려던 것을 멈추고 본제로 돌아왔다.

원래라면 0레벨 헌터가 만들어지며, 충분히 엘프들에게 대응할 수 있는 레지스탕스 환경이 만들어졌다.

그 당시 0레벨 헌터의 탄생 방법은 엘프들이 몰랐기에, 계속 0레벨 헌터가 늘었다면 엘프들을 물리치는 것도 가능했을 터다.

"...내부에 배신자가 있었습니다."

"배신자요?"

"미코라는 이름의 당시에는 꽤나 유명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였습니다. 그녀 이외의 멤버는 모두 죽고,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이돌 활동도 하지 못하게 되었었죠."

그러다가 그녀도 각성하게 되었고, 그 뒤로는 레지스탕스에서 모두와 함께 싸우는 동료로 들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0레벨 헌터들이 나타나고, 점점 엘프들이 밀려나던 시점.

그 시점에 그녀가 본색을 드러냈다는 것.

"설마, 처음부터 배신하려고 레지스탕스에 붙었단 말이에요?"

"그런 모양이에요."

그녀는 차원을 되찾는 것이나, 엘프들과 싸우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

아이돌 시절에도 다른 멤버들과 다르게 항상 인기가 없었던 그녀는, 항상 다른 멤버들이 받던 압도적인 인기에 목말라 있었는데.

그것을 얻기 위해, 엘프들이 만드는 새로운 세상에 최고의 아이돌로서의 자신의 자리를 약속받는 대가로....

"차원을 팔아버렸군요."

그녀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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