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페미헌터-227화 (228/289)

<227화>

"흠.... 확실히 조금 이상하네."

"그치?"

물론 이게 이제까지 기록에 없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사태이긴 하지만.

그래도 몇 달간 굉장히 안정화가 된 상태로 유지가 되었는데, 이렇게 이상한 모습이 나타나면 이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아직 뭔가 피해가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불안하긴 하다고 해야 하나?

"너무 민감한 걸 수도 있지만, 이 부분은 최대한 사력을 다해서 다 조사하는 걸로 하자. 다행히 인력은 넘쳐나는 시기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유일하게 헌터를 유지하는 이유가 되는 '던전'에서 보이는 이상 현상이다.

이걸 가볍게 보고 넘기는 건 너무 안일하지.

"정확히는 어떤 상황들인데?"

"별건 아니야. 일부 던전이 예전 던전들처럼 다양한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정도."

여인위로 인해 생겨난 던전들이 혜미의 특성을 통해 퇴출당한 이후, 이쪽에 생성되는 던전은 대부분이 평범한 전투 원툴인 형태가 많았는데.

이제 다시 매니저의 역할이 중요하다 싶을 정도로, 복잡한 형태의 던전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냥 우연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던전에 있던 차이라는 건 원래 여인위와 관련되어 있었던 거잖아?

아무래도 우리에겐 주적이나 마찬가지인데, 최대한 의심하면서 조심해야지.

"흐음, 확실히 좀 불안할 만한 내용이긴 하겠네."

"굳이 공표는 안했지만.... 아무래도 불안하긴 하잖아?"

"그건 그렇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어떻게 찾은 평화인데, 저번처럼 쉽게 당해줄 수는 없어."

결국 이런 부분은 최대한 빨리 상황을 파악해서 대응하는 편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거니까.

당장 지금도 여인위에게 휘둘린 세상의 문제점들이 가득하고, 그걸 해결하기도 꽤나 힘든데.

괜히 방심했다가 추가적인 문제라도 생기면 감당하기 어렵다.

"맞다. 나 은혜 사진 보여줘."

"아, 안 보여줬었나?"

얼마 전에 은하가 은혜를 낳았는데, 생각해보니까 아직 혜은이한테는 은혜 사진을 보여주지 않았었다.

우리 은혜가 얼마나 귀여운 공주님으로 태어났는지 또 보여줘야지.

나는 고개를 마구 끄덕이며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보여줬다.

"와, 진짜 이쁘네. 채유도 이쁘게 태어났는데, 은혜는 뭔가 다른 의미로 예쁘다."

"엄마들 엄청나게 닮지 않았어?"

사실 은혜야 이런 말을 하기엔 급한 감이 있긴 한데.

채유는 이 발언에 전혀 고민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완벽하게 엄마를 닮았다.

약간 까칠하고 도도한 미녀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물론 얼굴만 그렇지 애는 순하게 안기는 착한 애지만.

"응, 그런 느낌이 있네."

은혜는 좀 어려서 그런 부분까지 보기 어렵긴 한데.

은근히 자기 엄마처럼 온화하고 포근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다.

하여튼 애들이 쁘띠 천사님이랑 쁘띠 성녀님으로 느껴지는데, 이게 안 귀여울 리가 없잖아?

"후, 서은혜 왜 이렇게 귀엽냐."

"생각해보면 혜은이 너도 애 좋아하는구나."

"그러게. 은근 혜미를 어릴 때부터 키워서 그런가."

"그럼 네 애랑 혜미 애 나오면 엄청나겠네."

"헉...."

와, 근데 자매를 다 임신시켜서 아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니.

이렇게 생각하니까 내가 꽤나 미친놈 같게 느껴지는데?

물론 후회하지도 않고, 딱히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닌데.

약간 미묘하게 비상식적이라고 해야 하나....

"그럼 내가 혜미랑 이야기를 해볼게. 우연히도 우리 애들은 다 딸이잖아? 자매 이름 짓듯이 비슷하게 지어보려고."

"오.... 그건 괜찮겠다."

혜은이 혼자 짓는다고 하면 당연히 미친 이름이 나올 테니 반대하려고 했는데.

그나마 혜미가 함께하면 어느 정도는 적당한 선을 지키겠지.

물론 나도 들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컷하겠지만.

"오케이. 그럼, 일은 여기까지 하고.... 빨리 퇴근해야겠다."

"기다리고 있겠네, 빨리 가봐."

"응, 나머지는 부탁할게."

조금 의심스러운 정황이 나왔음에도, 오늘 나는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야 했고.

그나마 믿을만한 혜은이에게 모든 걸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왜냐면 오늘은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하나 있었으니까.

아무리 바빠도 챙겨야 할 건 챙겨야 하는 법이잖아?

"아직 괜찮아?"

"응, 오빠가 늦으면 마술이라도 써서 늦추려고 했는데."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그렇게 기다리던 애한테 뭐라는 거야."

"농담이지, 농담."

애초에 그 이전에 내가 없으면 출산 자체가 어려워지는데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헤실헤실 웃으면서 나를 맞이해주는 설아를 보며, 나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급한 상황이면 내가 다 던져두고 뛰어와서 출산을 시작해야지, 그걸 뭘 기다린대.

"아, 그래도 좀 아쉽다. 생각보다 너무 늦어졌네."

"그건 그렇긴 해."

원래라면 은혜보다 먼저 태어났어야 하는 아이인데.

의외로 은혜가 본래 예정보다 빨리 태어나고, 이쪽이 더 오래 걸리면서 순서가 뒤바뀌었다.

뭐, 원래 둘이 임신한 시기가 엄청나게 크게 차이가 난 것은 아니니까 그럴 만하지.

"이거 애 나이를 수정일로 따져야 한다니까. 태어난 날부터 생일이라는 건 좀 불공평해."

"...그건 좀 이상하지 않냐?"

애초에 태어나는 게 밀린 이유도 일반적이진 않은 느낌이고....

물론 정확하게 어떤 원인 때문에 태어나는 것이 늦어졌는지는 알기 어려웠다.

그나마 예상이 되는 부분은, 지금 설아의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둘이라는 거다.

'특이한 자궁 형태였으니까.'

설아는 무려 자궁이 2개나 생겨났는데, 그곳 모두에 정액 싸질러서 쌍둥이를 만들었으니.

아무래도 아이가 먹을 영양분이 부족해서 오래 걸리는 게 아닐까.

물론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반대로 자리가 부족해서라도 빨리 나올 때가 될 것 같은데....

여기는 아공간이라 그런 문제점이 없으니까 조금 다를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정말로 태어난 순서대로 이름 붙일 거야? 아무래도 둘이 성별도 다른데, 그냥 어울리는 쪽으로 하면 되잖아."

일단 아이 이름은 설빙이랑 설화로 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이걸 성별과 관계 없이 먼저 태어나는 애가 설빙이고 늦게 태어나는 애가 설화로 하자는 거였다.

뭐, 설아 생각에는 내가 없던 시절에 잃었던 마음을 생각해서 지은 이름이라는데.

처음에는 딱딱한 얼음 같다가, 녹아서 따뜻한 지금이 되었으니.

그 순서를 지켜서 애들한테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고 했다.

"근데 그거 어릴 때는 이야기로 설명해줄 만한데, 나중에 가면 애들이 엄청나게 오그라든다고 이름 바꾸고 싶다고 하지 않을까?"

"별로라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남자애 이름으로는 둘다 좀."

애초에 빙화로 돌림자 맞춘답시고 설빙이라는 이름은 조금 어색한 느낌도 있는데....

뭐, 정 아니다 싶으면 태명이라고 치고 바꿔버리면 되겠지.

굳이 지금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는 부분이긴 했다.

"후, 그래서 일은 다 끝났어?"

"필수적인 건 다 혜은이한테 인수인계하고 왔지. 앞으로 며칠은 너한테 전념할 수 있을 거야."

일단 이렇게 설아랑 같이 있어 주는 것도 중요하고.

매번 문제인 부분인데, 내가 없으면 출산에 어려움이 있기에 꼭 곁에 있어 줘야 한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보안 기능은 너무 과하지 않나 싶은데, 정작 자궁의 맹약을 만든 지난 회차의 혜은이랑은 이야기를 못 하니까 뭐라고 할 수도 없다.

"우리 용사님이 결국 세상을 구했네."

"용사님은 무슨."

"기억을 일부 잃어서 그렇지. 나한테 오빠는 용사님 그 자체거든? 나를 지켜주려고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결국 못 지켰잖아."

물론 그때의 스노우볼로 내가 특성을 각성하기도 하고, 그걸 토대로 여인위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기도 했지만.

그 시점에서 내가 그녀를 구하지 못한 건 사실이었으니까.

물론 그냥 꼬맹이가 엘프를 상대로 이겼다면, 그것대로 엄청나게 어처구니없는 파워밸런스겠지만.

"그래도. 결국은 구해줬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거면 충분해. 나한테는 은혁 오빠가 영웅 그 자체니까."

"...그래, 네가 그게 마음에 들면 그렇게 해."

내가 뭐 그런 생각하는 것 하나하나 제약할 필요는 없잖아.

애초에 지금의 설아는 이전과 다르게 감정이랑 자기 생각이 풍부했다.

어딘가에 집착하는 것도 없고, 또래 나이대와 꽤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솔직히 걱정했는데 이렇게 잘 바뀌어줘서 고마울 따름이지.

"윽!?"

"뭐야, 느낌 왔어!?"

"응...."

"알았어, 준비할게."

내가 자지를 꺼내서 그녀의 배꼽 위쪽으로 올리자.

두 개로 나누어져 있던 자궁 문신 두 개가 서로 다른 빛으로 빛나며 봉인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쌍둥이라서 이것도 두 개가 따로 동작하는 모양이다.

"오...."

그리고 이게 정말 설아가 말했던 것이 진짜로 있기라도 한 듯, 푸른 빛으로 빛나는 문신 하나가 먼저 발동이 완료되더니 공간을 열어내고 아이를 내뱉었다.

아마 이쪽이 남자아이였을 테니, 쌍둥이 오빠인 묘설빙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뒤늦게 태어나는 붉은색 문신의 아이는 쌍둥이 여동생인 묘설화가 되리라.

"오...."

두 아이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화들짝 놀랐는지, 서로 목청이라도 겨루려는 것처럼 시끄럽게 울었고.

우리는 그런 두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천천히 탯줄을 잘라냈다.

성별이 다르니 당연하겠지만, 애초에 자궁을 따로 쓰는 이란성 쌍둥이라서 그런지 굉장히 서로 다르게 생겼네.

"하으...."

"괜찮아?"

"응, 조금 허전한 느낌이라서 그렇지. 멀쩡해."

기본적인 처리와 씻기는 과정까지 완벽하게 마친 뒤, 우리는 각기 아이를 하나씩 안은 채로 서로에게 몸을 기대고 체온을 나누었다.

그제야 아이들은 부모의 온기를 느끼고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는지, 강렬하게 내뱉던 울음을 천천히 멈추고 사르르 잠이 들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자연스레 행복을 가득 담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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