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22 16장 - 지키고 싶은 일상(2)
"후, 그래도 일이 잘 진행돼서 다행이야."
"그러게. 솔직히 몬스터에 대한 분노가 심해서 안 될 줄 알았는데."
던전에서 나온 몬스터들이 워낙 많은 사람을 죽였고.
그것으로 희생당한 사람들은 평생을 그것들을 원망하며 살았기에.
아무리 인류의 효율을 위해서라지만, 그 몬스터를 양식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다만 그것이 모든 상황이 해결되면서 여인위와 엘프에 대한 분노로 여론이 바뀌었고.
그것을 처리한 영웅인 우리 쪽에서 주도한다는 이유로, 그 정도면 이해할 수 있다는 정도로 마무리가 된 느낌이다.
여전히 반대하는 사람은 있지만, 항상 이런 것은 주류 여론만 먹으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는 법이니까.
"특성 범죄 쪽도 법을 조금 더 손봤고, 경찰 쪽 권한도 강화했으니까 아마 문제없을 거야."
"아마 그렇게 했다고 해도, 슬슬 헌터들한테서 불만이 터져 나올 타이밍이잖아. 아슬아슬했네."
"다행이지 뭐."
그렇게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던전과 몬스터들을 사육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을 전 세계적으로 밀어붙인 이유가 있다.
혜미가 자신의 힘을 이용해서 엘프들을 쫓아낼 때 워낙 많은 상위 던전이 사라졌는데.
그럼 자연스레 헌터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근데 정작 그 일자리가 사라진 헌터야말로 시한 폭탄 같은 존재거든.
만약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한다는 이유로 범죄자로 돌변하는 순간, 세상이 걷잡을 수 없게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급하게 이 법을 추진해, 그 헌터들이 감독관으로서 일자리를 찾게 도와준 것이다.
"스포츠 쪽은 어때?"
"잘 되고 있긴 한데, 여전히 안전이 문제지. 매번 은하가 함께 할 수는 없잖아."
그리고 A급과 S급 헌터 한정인 특성을 이용한 전투 스포츠도 만드는 중인데.
이 부분의 경우에는 안전 때문에 개발이 좀 더 오래 걸릴 것 같았다.
그래서 당장 돈이 될 수 있는 몬스터 쪽을 밀어붙인 거고.
'다만 그건 극한적인 컨트롤이나 자기 향상적인 부분에서 의미가 없으니, 장기적인 부분으로는 스포츠를 개발하는 거고.'
최대한 새로운 세상에서 헌터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고.
다행히 그것은 계획대로 천천히 잘 진행되는 중이었다.
끝까지 이렇게 문제없이 돌아가면 참 좋겠는데....
"항상 혜은이 네가 고생이다. 너는 솔직히 이런 일 안 해도 되는 짬인데."
"오히려 너랑 나 아니면 믿을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실력은 둘째치고, 인간이라는 게 그렇잖아?"
"그건 그래."
진짜 이럴 때만 보면 정상적인 애인데 말이야.
슬슬 배도 많이 불러왔는데,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될 때도 있다.
솔직히 다들 자기가 F급이라고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아.
"애 아빠로서, 애 엄마들이 너무 고생하니까 마음이 아파."
"슬슬 채린이는 예정일 아니야?"
"응, 그렇네...."
"헤헤, 나는 출산하면서 애널에 박히고 싶은데."
"지랄하지 말고 얌전하게 낳아라. 애한테 무슨 짓이야."
"히잉.... 역시 좀 위험할까?"
"낳고 나서 배에 다른 거 채워서 비슷하게 체험이나 하자."
"그게 낫긴 해."
이런 말만 안 하면 참 예쁜데 말이야.
나는 혜은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고는 몸을 일으켰다.
슬슬 퇴근할 시간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일도 해야 할 건 다 했으니까....
"오늘은 너희 집에 가서 잘까?"
"진짜?"
"싫어?"
"아니, 요즘은 맨날 우리가 부탁해야 약속을 잡을 정도로 바쁜 사람이잖아요."
여자가 아홉이나 되니까 사람이 그렇게 되더라고.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왠지 해달라고 하는 사람 해주기도 바빠서....
내가 좆을 좆대로 놀린 죄지 어떻게 하겠냐만.
"의외로 네가 요즘 들어 나한테 안기지 않은 것 같아서."
"...상상하면서 자위는 많이 했는데. 솔직히 너 힘든 거 아는데, 거기다 추가로 힘 뺄까 봐 그렇지."
"오늘 너 이상하다? 혜은이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렇게 기특한 소리만 하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네 정액으로 찌들어 있는 유혜은 맞거든?"
"그렇게 말하니까 지저분하잖아."
꼭 감동하려고 해도 마무리를 저런 식으로 망쳐요.
그게 혜은이다운 모습이긴 하지만, 가끔은 좀 내려놓으라고.
솔직히 지금 혜은이의 행동들이 쌓아준 따뜻한 마음 때문에, 처음으로 괴롭히는 거 말고 따뜻하게 대해주고 싶어졌단 말이야.
내 마음이 바뀌지 않게 해줘.
"오늘은 얌전히 나랑 저녁이나 먹고, 집에 가서 자지나 박히렴."
"헉.... 그거 엄청나게 두근거리는 말이야."
혹시 미친년이니?
내가 한 소리긴 해도 미친 소리인데, 그거에 두근거린다니까 진짜 어지럽다.
그런데도 태클을 걸기 애매했던 것이, 그녀가 진심으로 되게 행복한 표정을 짓는데.
오늘따라 그게 너무 예쁘게 보였기 때문이다.
"뭔가 느낌이 이상하네."
"그, 그래?"
"아니, 너랑은 시발 섹스는 별의별 미친 걸 다 해본 것 같은데. 이렇게 분위기 있는 곳에서 데이트하는 건 처음인 것 같아서."
이건 이런 걸 요구하지 않던 혜은이가 문제인 걸까, 아니면 그렇다고 진짜로 안 데려온 내가 문제인 걸까.
솔직히 이렇게 평범하게 데이트하고 사랑을 나누는 것도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그걸 혜은이한테는 적용을 하지 않았던 건지 모르겠다.
"솔직히, 농담으로 너에게 뭐라고 많이 하지만. 진지하게 좋아하긴 하거든...."
"응...."
"누구보다 일하는 건 진심으로 제대로 하는 녀석인데다. 마인드도 영웅에 가까운 멋진 녀석이야. 혜미만 봐도 그렇게 애가 착하게 자란 건 다 네 덕이지."
그리고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예전 기준으로는 몇 없는 내 특성과 상관없이 나를 좋아해 주는 녀석이었다.
당연히 나는 그런 만큼 얘한테 매우 고마워했어야 했는데.
자꾸 짜증이 좀 나는 일이 있다고, 스트레스 해소 대상처럼 이용해왔던 것 같아서 좀 미안했다.
"미안하다. 여러모로."
"아, 아니야! 그, 그런 말 하면서 다음부턴 안 해주려는 거지! 나는 그런 거 되게 좋단 말이야! 그런 네가 좋아!"
"미친년아...."
"나를 그렇게 마구 범하고 성적으로 학대해주는 남자를 너 말고 어디서 만나!"
"그게 진지한 데이트에서 할 소리라고 생각해?"
"호, 혹시 안 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당황해서 그랬어."
"바보야.... 네가 원하면 당연히 그런 건 다 해주지."
그랬더니 자신이 예측하지 못하게 범해지는 것이 더 꼴린다는 소리를 해서 내 뒤통수를 제대로 후렸다.
사실 내가 미친 짓을 한다고 생각했던 게, 얘 취향을 그대로 저격한 행위였던 건가?
근데 나 얘를 마냥 기쁘게 하는 수준으로만 괴롭히진 않았는데?
"가끔 좀 심했잖아. 아니었어?"
"그래야 타격감이 강한...."
"너, 정아랑 같이 다니지 마라.... 점점 서로한테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저거 정아가 마조 성향 드러낼 때 했던 대사랑 똑같잖아.
아픈 것도 그냥 쾌감이 아니라 타격감이 붙어서 그 재미가 있는 거라 했나?
아무튼 참 미친년들이라니까.
"개소리 그만하고 침대로 올라와."
"응...."
자연스럽게 내 정액 냄새가 흘러나온다는 사실이 묘하네.
아직 섹스도 하기 이전인데 내 향기가 각인된, 말 그대로 내 것이라는 느낌이 확실히 들어.
처음에는 미친년이라고 생각하는데, 매번 꼴잘알이 맞았다고 인정하게 되는 나 자신이 싫네.
역시 혜은이는 야한 것에 대해서는 천재야....
"생각해보니까. 너도, 나도 잘 아는 아주 기분 좋고 행복한 야한 행위가 있어. 그런데 이제까지 해본 적이 없더라."
"뭐, 뭔데? 아는데 안 한 거라고? 혹시 내가 양방향 딜도를 끼고 너를 범하는...."
"미친년아 그건 절대로 안 하지...!"
또라이인가.
어디서 하늘 같은 남편을 딜도로 범하려고 하는 거야.
마인드 자체가 좀 황당해서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다.
이렇게 분위기 잡아줄 때는, 미친 소리 좀 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 주면 좋겠다.
"그게 아니라, 평범하게 사랑을 부드럽게 나누는 순애 섹스를 말하는 거잖아. 솔직히 말해서 네가 맨날 말하는 야한 만화도 순애 섹스 비중이 엄청나게 클걸? 틀려?"
"그, 그건...."
"네가 이제 슬슬 하드한 취향에 길들어서, 순애 따위로는 자위할 수 없는 몸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위용의 이야기지."
"어, 어?"
옷을 벗고, 천천히 뒤에 달라붙어 그녀의 몸을 쓰다듬는다.
특히 크게 튀어나온 보테배와 머리카락을 동시에 쓰다듬는 것이, 가장 느낌 있는 것 같았다.
이러니까 무슨 첫 아이를 가진 신혼부부 같잖아.
'아니 같은 게 아니라 맞네.'
부인이 많을 뿐이지, 따지고 보면 대부분 얼마 되지 않은 신혼이니까.
하여튼 나는 최대한 내가 혜은이를 생각하는 사랑의 마음이 전해지길 빌면서, 그녀의 몸을 쓰다듬고 만지면서 애무를 시작했다.
거칠지 않게, 최대한 부드럽게 진행한다.
"하읏,,,♡"
"사랑해, 혜은아. 그냥 방금 여러모로 부끄러워서 이상한 소리를 좀 많이 했는데. 까놓고 말해서 사랑하니까, 그걸 전해주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거야."
"핫♡ 하윽!?"
사랑이야말로 가장 강렬한 성감대일 때가 있는 법이다.
혜은이도 그것을 정말 잘 알고 있지만, 더 자극적인 것을 찾다 보니 잊어버렸을 뿐일 거다.
솔직히 순애를 구경하는 것도 아니고, 직접 사랑을 듬뿍 받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데.
그리고 섹스할 때 이런 행복의 감정은 다 쾌감으로 전환되기 마련이다.
"학♡ 하윽...!?"
그냥 손으로 몸을 만져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강렬한 쾌감과 함께 신음을 흘린다.
그 평범하게 귀여운 혜은이의 모습이, 아무래도 신기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고.
나는 그런 그녀의 귀여운 표정을 즐기다가 그대로 입술 박치기를 시전했다.
"읍...♡"
혀로 시작한 질척한 얽힘은 서로의 마음과 생각까지 엉키게 만들고.
점점 전해지기 시작하는 진득한 사랑의 감정이, 아직 정사를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은 우리의 몸을 쾌감의 늪으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