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12 14장 - 유혜미(7)
"맛은 괜찮아?"
"...맛있어요."
당연히 옆에 있는 패스트푸드도 먹을 줄 알았는데, 거기는 손도 안 대고 미역국에 밥만 먹네.
아니 근데 눈물 뚝뚝 흘리면서 저렇게 미역국 퍼먹으니까 뭔가 기분이 이상해.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이해가 안 가요."
"뭐?"
"이해가 안 간다구요. 분명 저는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얼굴도 솔직히 못생겼고, 성격도 까놓고 말해서 더럽잖아요."
진짜 페미니즘이고 뭐고, 사실은 그게 더 행복한 삶이라는 거야 자신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 뭐하겠는가, 그건 결국 예쁘고 아름다운 사람의 행복이지.
자신에게는 찾아올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 가짜 페미니즘은, 제가 나쁘지 않다고 말해줬단 말이에요."
"...그렇겠지. 아니, 애초에 네가 나쁜 건 없는 게 맞잖아. 오히려 그 가짜 페미니즘 때문에 나쁜 짓을 했지."
"맞아요. 그렇게 나쁜 짓을 해서라도 제가 괜찮은 사람인 척하고 싶었어요. 그런 사람이라구요. 저는 그런 사람이에요...."
근데 왜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여주고.
그렇게 기분 좋게 해주려고 몸을 겹쳐주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거다.
음, 이 부분에서는 솔직하게 말하고 가야겠지.
"뭐, 너도 알겠지만 내가 얼굴을 보지 않는 편은 아니거든."
"...그렇죠. 아니, 그건 당연한 거죠."
"그런데 지금 너는 내가 아는 혜미랑 같은 얼굴이야. 전혀 못생기지 않았어. 아마 이건 내가 기억을 통해서 재구성한 내용을 보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
"아...."
하긴, 자신의 모습을 진짜로 봤다면 사랑할 수 없었을 거라며 자조하는 혜미의 모습을 보니까 굉장히 심장이 아파졌다.
그걸 말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애초에 내가 혜미를 좋아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야.
"혜미야. 잘 들어. 물론 나는 얼굴도 보는 사람이 맞아. 근데, 얼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
"이게 소설 어디쯤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내가 밸밸사이를 만든 음지영을 처리할 때. 아마 꼴리지 않다고 삽입도 안 했을 거야."
"아...?"
애초에 솔직히 지금 혜미 네가 하던 그 행동은 내 취향에 맞는 행동은 아니었어.
그걸 보고도 따먹는 건 모르겠지만, 사랑한다고 말하기에는 내가 좀 취향이 확고해서.
성격이 좀 더럽더라도, 사상은 정상적인 사람을 사랑하거든.
"그런 의미에서 너는 굉장히 멀잖아?"
"그런데 왜...."
"외모든 그런 사상이든, 어차피 다 상관없었던 거야. 네가 혜미니까 나는 너를 사랑하는 거야."
"...에?"
그냥 같은 외모에 같은 이름이라서 좋아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상황을 보면, 지금 이 혜미가 겪는 일들은 모두 기억이 되어서 내가 아는 그 혜미의 행동에 영향을 끼쳤을 거다.
즉, 지금의 혜미는 결국 내가 아는 그 혜미가 될 과거의 혜미일 뿐이다.
"네 기억을 받은, 어쩌면 네 미래일 지도 모르는 그 혜미는.... 나에게 정말 많은 것들을 해줬거든."
항상 밥을 해줬다.
아니 그게 아니라, 가족이 없어서 허전하던 내 옆자리를 채워줬지.
그리고 내가 위험할 때는 자기 자신을 던져가면서 도와주려고 했고.
여러모로 고마웠던 일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알고 있을 뿐이야. 혜미가 사실은 얼마나 착하고 아름다운 아이인지. 그 마음을 아는데, 얼굴이나 지금 네가 하는 그 바보 같은 한철의 행동 가지고 너를 판단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외모가 아니라, 내가 했던 일들에 반했다는 거예요?"
"응."
그러니까 만약 지금 그렇지 않다면, 그런 아이로 바꿔주기 위해서 내가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지.
이 사랑이 사라지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혜미는 나에게 진심으로 사랑을 줬고, 그 진심에 나도 대답할 때가 되었을 뿐이지.
"저는, 그럼...."
"너는 사랑받아 충분한 아이야. 그걸 나는 너한테 배웠고. 다시 너에게 말해줄 뿐이야. 아, 정신 차리라고 때렸던 거랑 억지로 범한 건 미안하다."
"아니에요. 그런 게 문제가 아니라...."
"그럼 뭐가 문제인데?"
"그, 그게...."
여전히 불안해하는 듯한 혜미를 안아 들고 침대로 걸어갔다.
진짜 이 귀여운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원래 혜미는 좀 딱 부러지는 이미지인데, 이렇게 어리바리하던 시절도 있었구나.
"읍...♡"
"하아.... 이렇게 두근거리는데. 나 지금 눈도 감고 있다? 네 외모랑 상관없이. 네가 혜미라고 생각했을 뿐인데도 이렇게 자지가 커져."
"...변태네요. 주인님은."
"그래서 싫어?"
"아뇨. 그리고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
"뭐가?"
"좋아해요. 주인님."
"...나도."
간단한 키스부터 시작한 우리의 행위는 점점 진해지더니 몸을 겹치기 직전까지 갔다.
다만 이제까지 혜미를 마구 다루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처럼 부드럽게 다뤄주는 중이었다.
이제는 그렇게 막 다뤄서 교육하거나 할 필요가 없으니까.
"하으♡ 윽♡"
"기분 좋아?"
"네♡ 주인님의 자지가 자궁 입구를 꾸욱 눌러줘서, 굉장히 기분 좋아요♡"
"나도 혜미의 안 기분 좋아."
거칠지 않게 부드럽게.
그러면서 그녀가 기분 좋아하는 곳은 놓치지 않고 애무해준다.
오히려 이제까지 내가 했던 조교의 흔적을 씻어내듯, 아주 평범한 섹스가 더 기분 좋다는 듯 그 감각으로 기존 감각을 덧씌워준다.
"핫♡ 핫♡ 하앙♡ 앙♡"
"사랑한다는 말 듣고 싶었던 거지?"
"네엣♡ 듣고 싶었어요♡"
"내가 잔뜩 말해줄게. 왜냐면, 정말 널 사랑하니까."
그녀의 귓가에 사랑한다는 말을 잔뜩 속삭이면서 자지를 쑤셔 박는다.
아주 부드럽고 평범한 쾌감은 오히려 더 기분 좋게 우리의 진심을 따라서 쾌감으로 변화하고.
그 행복은 그녀의 질내에 정액을 잔뜩 사정하는 것으로 비로소 마무리된다.
"하아♡ 하아...♡"
"왜 그렇게 봐."
"알아요. 이제 알았어요.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뭐?"
섹스가 끝나자마자 몸을 일으킨 혜미가 한 말이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는데, 혜미는 옷도 입지 않은 상태로 자신의 휴대폰을 가져왔고.
여기 온 초기에 봤었던 것 같은 소설 사이트를 켜서 보여줬다.
"어...?"
어느새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많은 회차가 등록된 것을 보고 놀랐다.
생각해보니까 요즘 혜미 교육하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저게 진행 중이라는 것 자체를 잊고 있었네.
그리고 혜미는 그대로 나에게 휴대폰을 내밀어서 건네줬다.
"어?"
"저는 안 읽을게요. 주인님 혼자 읽는 거로 하죠."
"왜?"
"그걸 제가 읽으면, 주인님이 저를 만나러 올 이유가 사라지는 거잖아요."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구나.
그리고 혜미는 내가 소설을 읽는 사이, 나한테 꼬옥 안겨서 '주인님 사랑해요'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녀가 그런 행동을 하는 순간, 갑자기 정신이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했다.
'성공 판정이구나.'
혜미가 이제 진심으로 나를 믿고 사랑해주면서, 시스템이 우리가 '다시 이어졌다'라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아마 혜미도 이 시스템을 알고 있었을 테니, 급하게 나에게 FFF급 페미헌터의 다음 내용을 보여주려고 했던 거겠지.
나는 그런 그녀의 노력을 허투루 돌리지 않기 위해, 급하게 소설의 내용을 읽으면서 상황을 파악해나갔다.
"아, 그런 거구나."
"...주인님?"
"혜미야. 걱정하지 마. 나는 꼭 너를 만나러 올 거니까."
"...네?"
이런 거였구나.
이러면 애초에 혜미가 이 내용을 알고 있어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뭐 혜미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던 거니까, 말해주지는 않아야겠지.
"주인님? 뭔가 이상한 거라도?"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어 줘."
"네, 주인님을 완벽하게 보필하면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사랑한다."
"사랑해요."
파아앗!
혜은이 때 느꼈던 강렬한 빛이 다시 눈앞에 나타나서 우리를 감싼다.
어지러운 감각과 함께 천천히 현실로 돌아오는 기분은 꽤나 충족감이 있었지만.
반대로 내 손에 안겨 있던 혜미가 사라지는 감각은 꽤나 허전해서 기분 나쁘기도 했다.
"후우, 사랑스러운 우리 노예님 같으니라고."
"...주인님?"
"정신이 들어?"
"저희 분명히.... 아윽!?"
"혜미야!"
생각해보니까 새로운 자궁이 그냥 생기는 게 아니었지.
고통스러워하는 그녀의 표정에 맞춰서, 정령들도 놀랐는지 그녀의 뿔 안에서 이리저리 빛났다.
여기 치료 따위가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나는 천천히 혜미의 배를 쓰다듬어 주면서 괜찮아지길 기도했다.
"하으으...."
"너무 급하게 움직이지 마. 조금 쉬어도 괜찮아. 다 잘 되고 있으니까."
"저, 주인님을 잘 보필한 거겠죠? 주인님이 저한테 푹 빠져서 사랑한다고 속삭이게 만든 게 맞겠죠?"
"응, 맞아. 사랑해 혜미야."
"에헤헤...."
이쪽 혜미가 저런 표정으로 웃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마치 이제까지 비밀로 하고 있던 자신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여러모로 기분이 이상해져 간다.
"알고 있었구나.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거."
"네, 하지만 이런 거 말해버리면 반칙이잖아요. 그건 진짜 사랑이 아니잖아요."
"...언제부터 생각난 건데?"
"뭐 중간중간 잊기는 했지만. 처음이라면, 아마 공주의 전화를 받을 때네요. 순간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충동이 들면서, 파바밧 하고 기억이 떠올랐어요."
전부는 아니지만, 주인님에게 반해버렸던 제 진한 속마음은 전부 전해졌죠.
아, 그거 말고 소제목을 훑어봤던 기억도 났는데.
그래서 6레벨 이름을 보고, 혹시 저거라면 그런 효과가 아닐까 싶어서 도박 수를 걸었던 거죠.
"너도 참...."
"안되면 어쩔 수 없지만, 제가 그때 주인님한테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으니까요."
"아니야. 고마워.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주인님이 도움이 되었다면, 사실 그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너무 긴 시간 동안 짝사랑을 하게 내버려 뒀네."
"짝사랑이에요?"
"아니, 중간부턴 나도 좋아하긴 했어. 정확히 어떤 시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혜미한테 책임감만 있던 시절이 있었지만.
정신 차렸을 때는 혜미한테 잔뜩 매료된 상태였으니까.
정말 사랑스러운 녀석이라니까.
"아, 이상하네. 기억을 엄청 많이 소모했을 텐데. 되게 많이 회복된 느낌이에요."
"그게 아니라 방금 그걸 같이 꿈처럼 꾼 게 아닐까?"
"그런가요?"
"그래서 기억이 난 걸지도 모르지. 즉, 방금까지 우리는 계속 같이 있었던 거야."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혜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줬고.
한참을 그렇게 서로 온기를 나누다가, 슬슬 혜미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내 자지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하긴, 이제 마음도 다 확인했으니까 메인으로 넘어갈 차례긴 하지.
"읏...♡ 배꼽 굉장히 민감한 느낌이에요♡"
"설마 저쪽에서 배빵 때리면서 개발해서 그런 건 아니겠지?"
"음, 그럴지도요?"
"...미안하다."
에이, 미안할 게 아닌데요.
저는 그때 주인님과 있었던 모든 일을 사랑하는걸요.
주인님은 때릴 때마다 저를 괴롭히듯 말씀하셨지만, 마지막에는 꼭 멈칫하면서 망설이셨죠?
절 때리고 싶지 않아서.
"그건...."
"안 들켰다고 생각하셨겠지만, 매일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던 저한테는 다 들켰답니다. 그러니까 그 흔적이 아직 남았다면, 저에게는 축복이에요."
"그래?"
"네, 저희가 사랑을 나눈 흔적인데. 축복이 아니고 뭐겠어요."
혜미가 자신의 배꼽을 벌리면서 자세를 취하는데.
그것이 꽤나 아름답게 느껴져서 왠지 뭐라고 대답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진짜 혜미의 몸 하나하나가 보석처럼 느껴지네.
"자, 이제 주인님이 저한테 해야 하는 게 있잖아요? 저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 왔거든요?"
"그러게,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 으악!?"
"자, 주인님의 이 커다란 자지를 여기에 쑤시는 거라구요?"
내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기만 하고 시작할 생각을 하지 않자, 그녀는 그걸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달려들어서 내 바지를 벗기고는 저런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