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페미헌터-208화 (209/289)

EP.208 14장 - 유혜미(3)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상황은 이상하다.

내가 매번 저 자식을 한남충이라고 부르고, 실제로도 역겨운 구석이 많은 한남충이지만.

그래도 저 쫄보 새끼가 갑자기 이렇게 내 입을 틀어막고 나를 강제로 벗길 리가 없어.

굉장히 비상식적인 상황이 벌어지자, 나는 최대한 지금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머리를 굴렸다.

지금 휴대폰을 잡아서 신고하면 경찰이 잡아 줄까?

아니 그 이전에 대체 이 한남충은 왜 이런 행동을....

'잠시만.'

순간적으로 최근에 봤던 소설의 내용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FFF급 페미헌터'라는 이름의 역겨운 여혐소설에서, 이상할 정도로 나와 똑같은 '유혜미'라는 캐릭터가 등장했었다.

원래는 신고 테러 정도만 같이 하는 소설이었지만, 그 부분을 알게 된 이후로 이상해서 책을 찬찬히 살펴서 읽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페미니스트들을 괴롭히고 사냥한다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고 주인공인 남자가 페미니스트라는 설정의 소설이었다.

온갖 해괴망측한 짓거리는 물론이고 강간이나 최면, 가스라이팅 등을 일삼는 주인공에게 페미니스트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악질적인 소설.

그래서 보면서 여러모로 힘들었지.

'왜 나랑 비슷한 캐릭터가 그렇게 타락해서 주인이랍시고 그런 자식을 모시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최근 회차에서 이상할 정도로 묘한 분위기가 나와서 슬슬 깨닫기 시작했다.

굳이 이 소설의 작품명인 'FFF급 페미헌터'가 작품 내에서 나오기도 하고.

심지어 그 내용을 통해서 미래를 보는 듯한 장면이 나온다?

이게 평범한 소설이 아니라는 뜻이 되겠지.

그리고 마치 주인공이 그 소설을 볼 수 있는 세상으로 날아간다는 듯한 내용으로 최신 회차가 마무리되었고.

그 뒤에 저 한남충 새끼가 다른 사람처럼 변했잖아?

'그 주인공 새끼가 저 한남충 몸에 들어갔거나, 아니면 내가 인식하지 못할 뿐이지 서로 바꿔 치기 당했거나.'

둘 중 하나겠지.

즉, 나는 지금부터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그 망할 여혐 소설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이 되는 거다.

생각만 해도 토가 나올 정도로 역겨운 상황이네.

아마 소설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꼬드겨서 자기를 주인님으로 모시도록 가스라이팅을 했기에, 소설에 나오는 '유혜미'가 역겨운 흉자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이 세상의 모든 진실을 깨닫고, 여성의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미래 따위는 내 페미니즘에 대한 진실된 의지로 극복할 수 있다.

그렇다 다짐하던 중, 이번 일을 좋게 해결할 방법 하나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주로 여성향 쪽에 있는 이야기인데.

기본적으로 이 나라에서 야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검열을 때리기는 어렵지만, 근친에는 이상할 정도로 빡빡한 조건을 부여한다.

특히 플라토닉한 러브가 아니라 강간 등의 하드한 요소가 나오면 더 좋고.

그래서 그런 내용이 있는 소설 중, 여혐이 강한 소설....

흔히 말하는 빻은 소설을 신고해서 내리는 식으로, 후속작만큼은 그렇게 빻지 않게 만들도록 작가를 계몽시켜주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주인공은 한남충.... 그러니까 내 친오빠의 몸을 빼앗은 상태일 텐데, 그대로 나를 이렇게 강간한다면?

'FFF급 페미헌터'라는 이 역겨운 소설 자체를 처리할 수 있다.

어차피 내가 지금 여기서 경찰을 부르려고 노력해도, 이 여혐에 찌든 쓰레기 나라는 저 강간범을 제대로 처벌할 수 없겠지.

소설 속 주인공한테 강간당했다고 하면, 나를 아마 정신병자 취급할 것이 분명하다.

하여튼 그렇게 주인공에게 복수할 수 없다면, 그 김에 아예 작품까지 제거해서 세상 자체를 죽여버리면 되는 거잖아?

'내가 해야 할 건, 최대한 굴복하지 않는 거야. 그래서 누가 봐도 이 이야기가 강간이라고 여겨지게.'

그렇다면 이 소설을 근친 강간 야설이라는 이름 아래 처리할 수 있다.

최대한 기분 나쁘다는 걸 어필하면서, 작품이 사라져 저 주인공이 지워질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그렇게 해서 나 이외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어차피 오빠 새끼의 한남충 몸일 텐데, 한남충의 6.9cm 함몰 좆으로 뭘 할 수 있겠어.'

내가 겨우 한남충 따위에게 질 리가 없지.

F F F

뭔가 반응이 이상하네.

처음에는 어떻게든 나에게서 벗어나려고 하고, 신고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라 뭔가를 노리는 듯한 느낌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벌써 힘으로 굴복하거나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서 더 이상하단 말이야.

"으븝...!"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풀어줄 생각 없어."

몸을 귀갑 묶기로 구속한 것처럼, 입도 밧줄로 묶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더니 저 난리다.

괜히 시끄럽게 굴어서 경찰이라도 오면 골치 아파지니까 얌전히 있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첫 타격을 입히려니까 마음이 아파서 주먹이 나가질 않았다.

"배빵 한 대만 존나 세게 때리고 시작하고 싶은데."

"으읍!?"

내가 그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지, 방금까지는 좀 얌전하던 몸이 자연스럽게 들썩거렸다.

후, 미안하다 혜미야.

너를 위해서 사랑의 매를 든다고 생각해주렴.

"읍, 으브웁!?"

있는 힘껏 내려친 주먹이 그녀의 말랑한 배를 후려치고.

푹신하게 들어가던 도중 자궁까지 닿으면서 강렬한 충격을 전해준다.

그래도 힘 조절은 했으니까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겠지.

"흐븝.... 흡...."

온몸을 파르르 떠는 건 물론이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까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아직 눈빛이 살아 있는 걸 보면 꺾이지 않은 모양이긴 한데.

사실 한 대 때렸다고 신념이 꺾이는 사람이 이상한 거지.

'하여튼 일단 그 어긋난 사이비식 신념이 생존보다 중요한지 고민하게 할 정도로 때리는 게 먼저야.'

괜히 달콤한 것부터 주면서 유혹하면 뒤통수 때릴 생각부터 하는 법이다.

자기가 고통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그것을 배신한 순간, 그 고통이 사라지는 것을 넘어서 행복한 것까지 추가된다면?

자연스럽게 과거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게 변한다.

그리고 사람이라는 것이 자신이 무언가를 배신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그게 잘못되었다고 탓을 하게 되기가 더 쉬우므로.

일단 그렇게 그녀가 배신하게 만들고, 배신하기 전으로 돌아가기 싫게 만든다면 자연스럽게 배신한 것이 아니라 판단에 따라서 벗어난 것이라고 여기게 된다.

뭐, 실제로도 그 이상한 사이비 종교에서는 벗어나는 것이 맞겠지.

"네가 뭔가 말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이제까지 한 일들이 있으니까 잠자코 해결하는 시간을 가질 거야. 알았지?"

"으븝?"

하여튼 저렇게 교육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쟤가 무슨 말을 해도 믿을 것이 안 된다.

그러니까 제대로 눈빛이 흐려질 때까지 때린 다음에 질문을 해야 한다.

"우븝!?"

퍽!

굳이 자궁 펀치만 날릴 필요는 없다.

사람의 몸에는 때려서 고통을 주기 좋은 부위는 아주 많거든.

그냥 내가 자궁 펀치를 좋아하니까 자주 날릴 뿐이지, 정아한테 배운 아프기만 오지게 아픈 부위들이 많이 있어.

그러니까 거기 한 번씩 순회하는 동안 자신이 모시던 신인지 페미니즘인지 하는 게 너를 구원하는지 잘 생각해보면 좋겠다.

"내가 좀 페미니스트라서. 너의 행복을 바라거든. 근데 네가 그 이상한 사이비 페미니스트에 빠진 모습을 보니까 안타까워."

"우븝! 읍!"

"진짜 페미니즘은 여성이 행복해지는 걸 추구하는 거지. 그렇게 행복할 수 있는 걸 억지로 불행한 것으로 만드는 게 아니야."

"쿠읍!? 웁, 우웁...!"

후, 이게 원래 혜미보다 살집이 있어서 그런지 때리는 맛이 일품이었다.

정아도 은근 살집이 있어서 때리는 맛이 있었는데, 이건 그 이상이네.

보기에 좋진 않으니까 한동안 굶기면서 다이어트 시키긴 해야겠지만, 지금은 이 펀치감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꽤 마음에 들었다.

생각해보니 얼마 전까지 애들한테 열심히 강간당하면서 힘들었는데.

이렇게 주먹질 좀 하니까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혜미를 위해서 사랑의 주먹을 드는 거니까, 혜미도 이해해 줄 거다.

'하긴, 혜미는 이렇게 될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았으니까.'

외모가 못생겨도 어쩌고 했던 걸 생각하면, 이렇게 통통해져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던 것 같고.

다른 모습이어도 사랑해주겠냐고 물었던 것도, 자신이 느끼기에도 이 세상의 혜미가 답이 없었나 보다.

'그래도 덕분에 자신이 붙네.'

이때 기억을 떠올린 혜미가 나한테 그렇게 잘해줬다는 건.

분명히 이 이상해진 혜미를 정상적인 사람으로 되돌리는 것에 성공했다는 소리고.

그 뒤에 나에게 고마워하면서 은혜라도 갚는 것처럼 행동했다고 생각하면, 이 앞에 기다리는 결과가 성공적일 거라는 걸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정확히 어떤 결말일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을 믿고 앞으로 나가기엔 충분하지.

이번에는 주먹질 대신 다리를 들어서 자궁을 밟거나 하면서 고통과 수치심을 느끼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줬다.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니까 안쓰러우면서도, 하필이면 혜미가 극한의 감정을 느끼는 얼굴이라서 자지가 반응해버리네.

정신 차려, 지금은 아직 네 차례가 아니야.

계속해서 산소 공급이 되지 않는 상태로 얻어맞으니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해롱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이럴 때는 화끈하고 시원하게 정신이 드는 뺨 치기를 한 번 날려준다.

그랬더니 정신이 번쩍 든 표정으로 온몸에 은은한 통증으로 괴로워했다.

"흡, 흐읍...."

"이제 좀 눈물이 날 정도야?"

고개를 젓는 거 보니까 덜 맞은 모양이었다.

아, 아무래도 사랑하는 사람이 저렇게 눈물을 흘리면서 힘들어하면 나도 나쁘게 대하기 힘든데.

조금이라도 고통을 빨리 끝내줘야겠다는 생각에 더 주먹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내 사랑을 더 담아서 때리면 금방 끝나겠지?

"읍, 읍! 으브읍!"

"혜미야. 나는 사람을 믿지 않아."

"우읍!?"

"하지만 너는 믿어."

그러니까 이 가혹해 보이는 행위를 멈출 수는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녀가 내가 알던 혜미로 돌아올 방법은 이것이 유일하니까.

미안하다는 말을 속으로 삼키면서, 계속해서 주먹질과 발길지를 선물한다.

"흐븝, 흐브으읍...!"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정신조차 차리지 못하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혜미가 눈에 들어온다.

아, 드디어 눈동자에서 힘이 많이 풀렸다.

아마 지금이라면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지도 모르겠다.

"자, 혜미야. 지금부터 재갈을 풀어줄 건데, 만약 소리 지르면 다시 묶어놓고 방금이랑 똑같은 시간만큼 맞을 거야. 알았으면 고개 끄덕여."

최선을 다해서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까 이해한 것 같았다.

내가 천천히 재갈을 풀어줬더니, 눈물을 흘리면서 제발 살려달라고 빌기 시작했다.

음, 내가 혜미 너를 죽일 리가 없잖아.

나는 꼭 너랑 다시 이어져서,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거야.

"지금부터 너한테는 선택지가 두 개 있어. 하나는 네가 믿는다는 그 이상한 사이비 페미니즘을 버리고, 이 고통에서 해방되는 거야."

"그, 건...."

"다른 하나는 너의 신념을 지키고 다시 방금과 똑같은 상황을 맞이하는 거지. 물론 나는 그럼 지금처럼 풀어주고 똑같은 질문을 할 생각이고."

네가 그 사이비 페미니즘을 버릴 때까지 무한하게 반복되는 거야.

또한 아무리 중간에 고통스럽다고 멈춰달라고 해도, 한 사이클이 끝날 때까지는 멈추지 않지.

그렇게 두려움을 심어주자, 혜미는 곧바로 자신의 신념 따위는 버리고 고통에서 해방되는 걸 골랐다.

"해방, 해방해 줘...."

"혜미야. 아주 잘했어. 근데 문제가 하나 있어."

방금 그거론 너의 진심이 전해지지 않는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재갈 다시 물고 다음 사이클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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